국가의 성장 패러다임이 ‘빠른 추격자’에서 ‘최초 개척자’로 전환하면서 창조적 혁신을 이끄는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벤처창업이 정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4%의 고성장 벤처가 신규 고용의 54%를 창출해 왔다는 점에서 고품질 벤처창업과 성장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벤처기업협회는 1996년 코스닥 설립, 1997년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등 한국 벤처 발전의 양대 인프라를 주도했다. 코스닥의 역할이 선도벤처의 자금조달이었다면 세계 최초의 「벤처기업특별법」의 의미는 창업벤처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준비를 거쳐 벤처산업은 1997년 말 한국을 강타한 IMF 외환위기의 충격을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실험실 창업 운동, 인터넷 코리아 운동 등의 추가적 벤처정책에 힘입어 2000년 벤처기업 수는 1만2천개에 육박하고 수많은 벤처 스타기업들을 탄생시켰다. 이후 시련기를 거쳤으나 그래도 2011년 말 기준 1천억 매출 벤처가 381개에 달하고 이들의 매출액만 80조원에 육박한다. 1천억 벤처와 2만7천개가 넘는 중소 벤처기업의 매출액은 삼성전자의 규모를 능가하는 250조원 이상이다. 벤처는 연평균 15% 이상 성장을 지속해 대기업과 더불어 국가 성장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14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2002년 벤처 건전화정책 이후 침체된 벤처는 현 정부 들어 회복 단계에 있으나 아직도 2000년 이전에 비해 미진하다. 이제 국가의 성장과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유일한 정책적 대안인 벤처창업 활성화의 문제를 다시 짚어보기로 하자.
기업가정신 교육을 초중고 필수과목으로
벤처 활성화 프로젝트의 핵심은 창업벤처의 혁신역량과 선도기업의 시장역량을 결합하는 개방형 혁신에 있다. 개방형 혁신을 통해 선도기업은 창업기업의 기술역량을 활용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창업기업은 선도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최근 카카오톡의 플랫폼에서 꽃피운 ‘애니팡’이나 ‘드래곤 플라이트’ 등이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ㆍ중소기업 공정거래와 플랫폼 개방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벤처창업 활성화의 양대 요건은 기업가정신 활성화와 자금조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살펴본다. 전 세계 기업가정신 비교연구 프로젝트인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에 의하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이후의 국가 성장은 효율성이 아니라 창조적 혁신이 주도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GEM 보고서는 한국은 후진국형인 생계형 창업이 지나칠 정도로 과다하고 선진국형인 기업가형 창업은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에 따른 자영업 투자자금을 벤처창업투자로 엔젤화하는 물꼬를 트는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은 지난해에 소액 엔젤투자를 허용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활성화하는 'JOBS'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퇴직자금을 소액 엔젤투자 자금화하는 한국형 JOBS법의 통과가 과도한 자영업 문제와 과소한 엔젤투자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해결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청년창업 세대와 노년퇴직 세대를 멘토링으로 연결해 또 하나의 문제인 세대 간 단절을 해소하는 일석삼조의 대책이 될 것이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창조적 도전을 발현시키는 필요조건이나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 교육은 너무나도 일천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중소기업청이 기업가정신 교육을 확산하고 있으나 시작에 불과하다. 핀란드의 경우 초등과정부터 제공되는 기업가정신 교육이 한국에는 거의 전무하다. 특허청의 후원으로 카이스트가 2010년 시작한 중등과정의 특허기반 기업가 교육이 유일하다. 그러나 유럽은 2006년 오슬로 선언 이후 초중고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필수과목화하고 있는 중이다. 기업가정신 교육을 초중고에 걸쳐 필수과목화하고 평생교육으로도 제공하는 획기적 교육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엔젤투자 회수시장 육성 필요
벤처기업 창업활성화의 충분조건은 자금조달이다. 사업자금은 두 가지 조달방안이 있다. 첫째는 융자이고 둘째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융자에 의한 자금조달이 연대보증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지금 제도로 10만 창업이 이뤄지면 5년 후 5만의 고급 신용불량자가 발생할 것이다. 현재의 제도로 청년들에게 벤처창업을 권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대학 현장에서 창업 희망자수가 재도전 기회에 정비례해 증가하고 있음을 상기해 보자.
벤처캐피탈은 미국의 경우에도 창업초기 투자는 어려워한다. 남의 자금을 모은 펀드의 객관적 운영상 불확실성이 너무 큰 초기 창업기업 투자는 실제로 어렵다. 그러나 엔젤은 자기 자금을 투자하므로 창업 초기 투자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미국은 엔젤캐피탈 규모가 이미 벤처캐피탈 규모를 넘어선 2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한 엔젤투자 회수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수시장으로 코넥스 등 M&A 외에 다른 중간 회수시장도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M&A가 중간 회수시장을 압도적인 비율로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중간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통한 중간 회수시장 육성이 벤처창업 활성화의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엔젤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도 중요하다. 특히 엔젤투자 이익금을 재투자할 경우 최종이익 실현 시까지 과세를 이연하는 이연과세는 미국의 엔젤투자 선순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적극 도입이 필요한 제도다. 추가로 투자 손실과 이익을 종합해 과세하는 제도도 엔젤투자의 수많은 실패의 속성상 반드시 요구된다.
그러나 엔젤투자 활성화는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 중간 회수시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엔젤투자가 활성화되는 시점까지 신용불량자 양산을 방지하도록 연대보증제도를 한시적으로 개선하는 가산보증료제도의 확산이 필요하다. 가산보증료제도는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시험 실시하고 있으며, 신용보증제도에 보험을 결부시킨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기본개념은 보증잔액 대비 연대보증인에 의한 회수비율만큼 보증료를 가산하는 제도로서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 이제 PC혁명보다 더 거대한 스마트혁명 시대를 맞아 창업의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창업정책의 신속한 정비가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