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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아니라 50년 뒤를 상상해보세요
정희은 대학생(한국외대 영어학과) 2013년 01월호

치열한 입시 경쟁을 지나 풍운의 뜻을 안고 상경한 게 엊그제 같은데,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고 냉혹한 사회에 부딪히며 4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졸업이 눈앞이다. 요즘 난 지난 4년이 과연 내가 바래왔던 대학생활이었나 뒤돌아보곤 한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교를 위해 내내 수능공부만 해 왔고, 대학 시절은 취업을 위해 ‘나’라는 상품을 가꿔온 시간이었다. 본래 캠퍼스는 학문의 장이라지만,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해 그저 겉만 반지르르한 사람들이 양성되는 곳 같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계획을 물으면 취업을 위한 휴학이 당연시되는 것이 그 예다.


공부나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으라는 부모님 말씀에 방학에만 과외를 해, 부족하지만 용돈을 미리 벌어두고 한 학기 동안 학점 관리에 열을 올렸는데 평점 4점이 넘고도 장학금의 벽은 높았다. 게다가 지방에서 올라와 등록금뿐 아니라 자취 혹은 하숙비도 고려해야 한다. 고3시절 수업시간에 졸고 있는 우리에게 한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등록금이 연 700만원 넘지? 서울로 대학가는 애들은 한 달에 하숙비만 40만원이 넘으니(사실 요즘은 50만원까지 올랐다.) 그거 일 년이면 480만원, 거기에 밥값 교통비 포함한 용돈 30만원만 쳐도 일 년에 약 400만원이다. 연 1,500만원 넘게 들어가는데 4년제 대학을 가면 6천만원 아냐, 책값 등 부가적인 비용은 빼더라도. 형제, 자매 있는 애들은 이만큼 또 들어갈 테고. 부모님 고생시키지 말고 그냥 같은 돈으로 얼른 시집이나 가.”


졸업을 앞둔 요즘, 취업을 위해 투자한 시간, 돈, 노력 등을 따지며 직장을 고르다 보니 눈이 높아졌다. 대선 후보들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공약 자체가 불완전하고 실현가능성이 적어보이며, 또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라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나와는 먼 얘기로 들린다. 국가장학금도 더 확대한다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학생들은 못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 이게 현실이라면 차라리 즐기면서 하고 싶다. 내가 노력한 만큼, 내가 준비한 만큼,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남녀 임금격차가 39%로 1위라고 한다. ‘입사만 하면 승승장구해서 여성 최연소 임원이 될 거야’ 야무진 꿈을 꾸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가서 실력을 인정받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며 정년까지 야무진 회사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는지는 막막하다.


이렇듯 나 한 사람도 입시, 취업, 결혼 등에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온 국민의 모든 살림살이를 책임질 새로운 대통령님은 어깨가 정말 무거우실 것이다. 하지만 5년의 임기가 아니라 50년의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백년대계를 세워나간다면 이번 새 대통령과 정부가 전 국민은 물론 나아가 후세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20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길 바란다. 50년 뒤엔 지금의 나와 같은 걱정을 하는 20대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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