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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낳아달라고?
주영래 서울북부병원 홍보팀 주임 2013년 01월호

남들보다 아주 늦은 결혼은 아니었다. 서른두 살이 되던 2008년 가을에 결혼하고 그 이듬해 10월 예쁜 공주님을 맞이했다. 겉으로 보면 꽤 순탄하고 화목한 가정일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우울한 날의 연속일 때가 더 많다. 맞벌이하는 아내는 일반 기업에 다녀 3개월 출산휴가를 끝으로 복직해야만 했다. 그 기간도 고용불안에 떠느라 맘 편히 몸조리를 못했다.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같은 조리원에 있던 선배엄마들이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하소연을 들었던 터라 부랴부랴 보육포털사이트에 등록해 어린이집을 수소문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립어린이집은 대기순번이 무려 176번째란다. 애 키우기 어려워 출산을 포기하는 부부가 늘고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결국 출산휴가가 끝나고 아내가 복직해야 하는 시점에도 아이는 갈 곳을 찾지 못해 대전에 사시는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주말마다 아이를 보러 대전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모유수유가 좋다지만 일찌감치 포기했다. ‘포기’라는 단어가 익숙해질 쯤 한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우리 가족이 함께 살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부풀었다. 아침부터 아이 옷 입히고, 이유식 먹이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를 2주째, 드디어 탈이 났다. 수족구병이 유행인 때라 우리 아이도 이 병을 피해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휴가를 냈다. 일주일 휴가를 냈지만 아이의 병세는 차도가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휴가를 낼 수도 없어서 대전에 계신 어머님이 올라오셨다. 2주 정도 지나자 아이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다시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다. 한숨 돌리나 했는데 2주 만에 또다시 수족구병에 감염, 이번엔 아내가 휴가를 냈다. 2차 수족구병은 처음보다 병세가 심해 입원까지 해야 했다. 보다 못한 어머님은 아이를 데리고 대전으로 내려가셨다. 우리 부부는 또 다시 주말마다 대전행 기차로 달려갔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가 서울과 대전을 오르락내리락 하길 10여회 만에 돌잔치를 치렀고, 이젠 두 돌을 맞아 말문도 제법 트였다.


며칠 전 아이가 밥 먹다가 “동생~ 동생 낳아주세요~”란다. 눈앞이 깜깜했다. 속으로는 ‘너 하나 키우기도 힘든데, 동생을 어떻게 낳니’, ‘지금 너 보낼 어린이집이 없어 한 달에 150만원 들여 아줌마 쓰고 있는데, 둘째가 가당키나 한 말이냐?’ 싶었지만 세 살짜리 딸아이한테 우울한 말을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어디다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 이렇게 살다간 언제쯤 내 집을 장만하고, 언제쯤 맘 편히 둘째를 낳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통장 잔고는 ‘밑 빠진 장독’처럼 줄기만 하고 느는 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에 생활물가니 아내에게 둘째 소리는 꺼낼 수도 없다.  


‘애 낳기 좋은 세상’, ‘애 키우기 좋은 세상’, ‘여자가 일하기 좋은 세상’, ‘일과 가정의 양립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오면 좋겠다. 아이에게 동생이라는 미래를 선물할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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