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났던 어느 가을날이었다. 차 안에서 신이 난 일곱 살 배기 아들이 갑자기 어디서 배워왔는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윤도현 밴드의 ‘애국가’를 신나게 부르기 시작했다. 엄마도 아빠도 삼촌도 군인인 환경 속에서 자라나 거수경례를 곧잘 따라하는 아이는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또박또박 부르고서야 노래를 멈추고 공손히 말한다.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부전선 최전방, 내가 근무하는 전진부대에는 ‘도라 전망대’가 있다. 서울보다 개성과 가까운 곳, 날씨가 좋을 때에는 개성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북한과 가까운 곳이다. 매년 8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이곳은 각국의 정상들을 포함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을 바라보며 안보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다.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과 함께 남과 북을 잇는 경의선 도로와 철도까지 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경험이기에 진지한 자세로 집중하며 설명을 듣는다.
그러나 정작 그 현실을 끌어안고 느껴야 할 우리나라 사람들은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대가 코 앞에 있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단순히 ‘관광’코스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사진촬영에만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특히 전쟁의 아픔과 고향을 잃은 슬픔을 가진 실향민들의 눈물 앞에서조차 ‘쉽게 올 수 없는 곳’에 왔다는 생각에 도취돼 분단의 아픈 현실은 관심 밖으로 던져두고 연신 기념사진을 찍어대는 데 시간을 보낸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옅어진 우리의 안보의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한 일간지의 조사 내용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를 수 있는 아이는 하나도 없고, 1절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가 무려 60% 이상이라는 이야기는 도라 전망대를 관광지로 여기며 대한민국 안보엔 관심 없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에서 함께 발견한 ‘2012년 대한민국’ 의 씁쓸한 현실이다.
군인의 특성상 가족끼리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엄마와 아빠가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우리 아이. 아이의 애국가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뛴다. 그 속에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물려주기 위해 우리나라를 지켜 낸 선조들의 목소리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수많은 호국영령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이에게 애국가를 가르쳐 주며, 대한민국이 얼마나 소중한 나라인지 알려 준 아이의 선생님에게서 나는 희망을 봤다. 해가 바뀌면 우리 아이는 초등학생이 된다. 미래조국을 이끌어 갈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서 애국가 소리가 더 크게, 더 멀리, 더 또렷하게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