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이슈
“경쟁이 아니라 협력…보육에서의 부모 소외 금물”
이송지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 2013년 02월호

이송지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

 

육아는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가 함께 해야 하는 것, 곧 육아의 사회화를 위해 앞장서는 곳이 있다. 전국 63개의 공동육아협동조합어린이집, 방과후교실과 대안초등학교 등을 회원으로 두고 더불어 키우는 즐거운 공동육아에 대해 고민 중인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이 그 주인공이다.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1978년 빈민지역 어린이들의 교육 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 1994년 새로운 형태의 공동보육을 실험적으로 시도했다. 그것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동육아어린이집이다. 현재는 공동육아협동조합어린이집(이하 공동육아어린이집)의 설립지원부터 운영지원, 교사 교육지원, 조합원 교육, 교육정책 연구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동육아어린이집과 일반 어린이집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차이점은 많다. 철학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우리는 공동육아를 단순히 아이를 맡겨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운동이자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운동으로 본다. 어렸을 때부터 남을 배려하고 인정하는 심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모든 교육활동도 거기에 맞춰 짜여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날마다 하는 나들이다. 산으로 들로, 지역사회와 마을로, 각종 문화ㆍ공연 장소로 나간다. 아이들은 맘껏 뛰어 놀면서 자연의 흐름을 깨닫고 관계를 맺는 법도 배운다. 조기교육이나 주입식 교육 대신 텃밭 가꾸기, 신체놀이, 음악ㆍ미술과의 연계 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이다. 운영 면에서도 큰 차이점이 있는데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아이들을 경쟁적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협력을 중시한다. 다른 부모, 지역사회와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부모, 부모-교사, 교사-교사 간 협력이 이뤄진다. 사실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런 협력은 부모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전제로 할 텐데 부모들의 참여도는 어느 수준인가?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부모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아 워킹맘이 자녀를 보내기는 어렵지 않겠냐고들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애초부터 워킹맘을 고려했다. 아이를 ‘함께’ 키우지 않으면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아이들의 관계 형성도 쉽지 않으며 엄마들도 일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사교육 없이 어린이집 안에서 온전히 자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공동육아다. 현재 부모들은 홍보ㆍ재정ㆍ교육 등의 소위에 소속돼 안건을 논의하고, 반별 모임이나 총회, 청소 등에도 참여한다. 물론 일하는 시간 외에 품을 들여야 하니 힘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육에서의 부모 소외를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주체는 부모와 교사 모두인데 어린이집에 보내면 그걸로 끝이고 부모는 이용자로만 남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현재 조합원의 80% 이상이 맞벌이 부부다.

 


공동육아는 일반 어린이집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자녀를 보낼 수 있는 층이 한정돼 있는 건 아닌지.
공동육아어린이집의 운영구조는 이렇다. 우선 협동조합이 있고 그 협동조합이 어린이집과 방과후교실을 운영한다. 운영비는 보육료로 충당하는데 현재 전액 국가에서 지원한다. 그런데 그 보육료만으론 운영을 감당할 수 없다. 교사 수 때문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거의 배 수준의 교사를 뽑고 있다(예를 들어 보통 5세반의 경우 교사와 아이 비율이 1:15인데 공동육아어린이집은 1:8이고 1:10을 넘지 않음). 그래서 부족한 돈을 부모들이 매달 조합에 내는 조합비에서 지원받는다. 조합비를 내긴 하지만, 대신 특기적성활동비가 없고 사교육비도 들지 않는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동육아를 단지 호화스럽다고만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나라 상류층에서 자녀를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보내겠는가? 절대 아닐 거다. 오히려 돈보다는 철학과 교육관의 문제다. 공동육아의 육아 방식에 찬성하는 부모들만이 함께할 수 있다. 지금도 부모님들의 직업을 보면 택시운전사에서 판ㆍ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소득수준도 천차만별이다.


교사가 맡는 아이들의 수가 적을수록 보육의 질도 높아질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육시설에서 보육교사 근무 여건이나 처우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은 그 아이 하나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환경 중 하나가 교사다. 교사에게도 어린이집이 좋은 일터가 돼야 보육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처음 공동육아를 시작할 때부터 보육교사 처우 개선, 사명감 향상, 보육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 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도 우리 선생님들의 복지수준은 높다. 휴가도 보장되고, 보통 어린이집 근무시간이 장시간인 데 비해 8시간에 맞추고 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려면 조합원이 되고 출자금을 내야 한다던데 물론 어린이집마다 다르겠지만 비용은 어느 수준인가.
처음 조합원이 될 때 출자해야 하는 출자금 규모는 100만원~1천만원으로 보통 시설 마련(매입, 전세)에 쓰인다. 액수에 차이가 큰 것은 지역마다 집값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전세금이 계속 올라가다 보니 출자금도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 시설 마련 및 유지를 위한 출자금과 관련해서는 해외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노르웨이, 뉴질랜드, 싱가포르, 북미 국가들에는 공동보육 형태의 시설이 상당히 많은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어린이집의 시설 부분을 확실하게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공동육아의 활성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목돈이 들어가는 시설에 대한 지원 없이 개인 차원으로 규모를 늘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지금도 공동육아어린이집이 꾸준히 생겨나고는 있지만 1년에 1~2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됐다.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에 미칠 영향은 어떠하다고 보는가?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재정적 지원 등의 혜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높아지면 조합 설립도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또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공모를 통해 법인이나 단체에 위탁해 운영하는데, 이번 기본법 발효를 계기로 육아협동조합도 국공립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할 수 있지 않겠나 해서 논의 중에 있다. 이렇게 되면 조합비도 획기적으로 낮아질 거고 시설이 있으니 출자금도 상징적 수준으로까지 내려갈 거다.


사무총장도 자녀를 공동육아로 키우셨나?
나는 처음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설립한 세대로 우리 아이들도 공동육아로 키웠다. 즐거운 경험도 많이 했고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 가족 모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하다 보면 갈등도 많고,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밀접하게 ‘교육’이라는 거창한 문제를 놓고 논의하다 보니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부모가 성장하는 걸 확실히 느꼈다. 교육관뿐 아니라 삶의 자세까지도. 특히 공동육아에서 시작된 교육관이 초ㆍ중ㆍ고등학교까지 이어져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는데, 그랬더니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이들이 스트레스 없이 청소년기를 보냈다. 아이들이 행복하니 부모도 그랬다. 사교육 없이도 지금 다 자기 몫을 하고 있다. 참 좋다. 덤으로 키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공동육아, 어렵지 않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거다. 왜 함께 키워야 하냐, 내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모든 아이가 행복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육아로 힘들어하는 젊은 맞벌이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