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모든 영유아가 종일제 보육료를 전액 지원받으며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영유아를 둔 부모의 상당수가 이를 마냥 달갑게 여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원하는 시점에 만족스러운 수준의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의 숫자가 아동 수 대비 결코 적지는 않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은 턱없이 부족하다. 비용이 싸고 품질도 좋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자가 넘쳐나 입소 신청을 한 뒤 기약 없이 차례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설보육을 실지로 보장하려면 보육품질의 전반적인 제고가 시급하다. 보육품질을 높이려면 우선 시설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보공개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부모가 보육품질을 상세하게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보육서비스 공급자가 확고한 교육적 사명감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낮다. 그러나 부모가 세부적인 품질 정보를 활용해 보육의 질을 판별할 수 있게 된다면 부실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해온 기관은 시장에서 외면받게 될 것이다.
다행히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과 정보제공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평가인증 후 품질이 유지되는지 점검하는 시범사업이 실시됐고 특별활동비, 현장학습비 등 기타 경비 및 교직원 소지 자격증, 근속연수 등이 공개됐다. 또한 모든 어린이집이 부모가 참여하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하게 되면서 부모가 시설의 예산내역과 비용처리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부터 어린이집 행정처분 이력과 평가인증 총점ㆍ영역별 점수가 공개될 경우 보육품질 확인과 시설 간 품질 비교는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시설 선택 시 보육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도록 아동 발달에서 보육품질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영유아 때의 성장환경은 아동의 인지적ㆍ언어적ㆍ사회정서적 발달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시설 방문 시 당황하지 않고 보육환경을 면밀히 살펴보게끔 품질확인 체크리스트를 배포하는 것도 보육품질 향상에 효과적일 것이다.
나아가 보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설에 대한 양적 규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절반 이상의 지자체가 일정 권역 내의 보육수요가 공급보다 적을 경우 어린이집의 신규 설립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양적 규제는 저품질의 시설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등록아동 수를 보장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보육품질 저하에 일조하고 있다. 만일 신규 시설이 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다면 시설 간 경쟁을 통해 품질 제고와 보육료 인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 계층의 종일제 보육료를 전액 감면해주는 현 제도하에서는 양적 규제를 철폐하는 데 과도한 재정부담이 따른다. 인가 제한이 폐지된다면 보육의 질은 향상될 수 있겠으나, 신규 시설이 증가함에 따라 종일제보육이 절실하지 않은 고소득층이나 전업주부 영유아가 시설에 더욱 편중되면서 보육예산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도모하면서 보육품질을 개선하려면 일단 보육료 지원체계를 맞벌이와 저소득층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 전업주부에게는 시간제보육을 지원하되 고소득층 보육료는 낮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