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인 노동력을 의미하는 인구의 감소는 결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위기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잘 교육받은 여성인력의 활용과 출산율 상승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49.7%라는 수치는 우리 사회가 지닌 고급인력의 활용가능성을 알려주지만, 현재와 같은 사회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여성인력 활용과 출산율 상승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과거 선배들이 어떻게 결혼과 육아 과정에서 자신의 직업을 포기해 왔는가를 목격한 여성들에게 보다 현명한 개인적 선택이란 ‘가정’이 아니라 ‘직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가 주는 보상은 점점 감소하는 데 반해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는 냉혹한 현실이 각 가정에 최소한의 자녀갖기를 생존전략으로 강요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인력 활용과 출산율 상승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출산과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저조했던 남성들의 자녀양육 참여를 늘리고 출산과 양육에 친화적인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OECD 국가의 남성들이 요리, 세탁, 육아와 같은 가사노동에 소비하는 시간이 평균 131분인 데 비해 한국의 경우 남성 45분, 여성 227분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 남성들이 얼마나 가족 영역에서 분리돼 있는가를 보여준다.
남성의 육아참여를 늘리기 위한 다각적 노력의 일환으로 우선 전체의 2%에 불과한 남성의 육아휴직을 늘려가야 할 것이다. 남성 육아휴직은 여성의 직장복귀를 촉진함으로써 경력단절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 외에도 남성들에게 자녀성장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초기 경험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과 출산율 제고 모두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평가받는 스웨덴은 1995년 ‘아버지의 달’을 도입하면서 부모의 육아 휴직 가능 기간인 16개월 동안 적어도 2개월은 아버지가 의무적으로 휴가를 내도록 함으로써 남성의 자녀양육 참여를 제도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우리도 박근혜 당선자가 공약한 ‘아빠의 달’ 도입을 계기로 향후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의 장시간 근로문화부터 개선돼야 한다. 우리가 OECD 평균 근로시간인 1,749시간을 훨씬 웃도는 2,193시간이라는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는 한, 남성들의 육아 참여는 그저 ‘그림의 떡’에 불과할지 모른다.
또한 직장 내에서는 근로자들이 직장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수행하고 출산과 양육 및 돌봄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는 가족친화경영이 더욱 확산돼야 할 것이다. 가족친화경영을 통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부모가 증가하고 근로시간이 개선된다면 향후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 증가와 출산율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더불어 지역에서는 아이를 함께 키우고 돌봄을 나눌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내 아이를 나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생각으로 공동육아에 참여해야 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도 보장돼야 한다. 엄마에게 집중된 육아는 부담이지만 아빠가 함께 나누고 지역과 직장이 참여하는 육아는 미래를 키워가는 보람이자 행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