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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흔한 ‘흙’? 이제는 소중한 자원으로 집중 관리!
주대영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 2013년 03월호

고대문명은 주로 양질의 토양과 물이 있는 큰 강의 유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찬란하게 꽃피었던 고대문명도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 인더스강, 나일강, 황하강 등 대부분의 문명발상지가 현재 그 생명력을 잃은 상태다. 프랑스 소설가 샤토브리앙(1768~1848년)의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문명이 생겨나 인구가 늘면 벌목, 개간 등으로 토양이 개발·침식되면서 자체의 영양분과 수분보유능력을 잃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작물의 생산성 저하와 가뭄을 일으켜 식량감소를 야기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문명은 점차 사라지고 황폐화된 토양만이 남게 된다. 비록 문명의 멸망이 모두 토양침식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큰 영향을 주는 것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또한 현재도 전 세계적인 사막화가 진행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토양은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쉽게 침식되어 그 기능을 잃고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비옥한 토양 1cm 생성에 평균 200여년이 소요된다는 연구결과가 말해주듯이 토양은 재생속도가 매우 느린 유한한 자원이다. 따라서 적절하게 이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리 실정에 맞는 ‘표토’의 가치평가체계 구축


토양 중에서 가장 상층부 겉흙 30cm를 일컬어 표층토양 즉, 표토(表土)라고 부른다. 표토는 유기물과 미생물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양분의 제공, 오염물질 정화, 탄소 및 물의 저장, 대기냉각 등 물질순환과 환경적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인간에게 매우 유용하다. 환경부와 서울대 산업협력단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표토는 약 26조4천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표토의 가치만 높은 것이 아니라 유실 위험도도 높은 편이다. 많은 산악지역, 여름철 집중호우 등 지형적·기후적 특성을 지녀 자연적 침식에 매우 취약하다. 이번에 환경부가 실시한 ‘전국 표토침식 예비조사(2012)’에 의하면, 전 국토의 30% 정도에서 연간 1m2당 3.3kg 이상의 표토가 유실되는 것으로 파악되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인위적 침식도 심각하다. 개발 사업지의 경우 면적대비 약 10% 정도의 표토가 유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고랭지 농업 등으로 인한 밭의 토양 유실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농업분야 환경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강우에 의한 농경지 토양침식 위험도가 28개 회원국 중 8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이처럼 소중하고 유한한 자원인 표토에 대한 효율적 보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그 활용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표토보전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정확한 표토 유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침식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토양유실지도를 작성해 향후 정책 수행의 근거로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외국에서 들여와 사용하고 있는 ‘표토침식량 계산식(USLE: Universal Soil Loss Equation)’의 주요 요소들을 우리나라의 기후, 지형 등에 맞게 보정한 ‘한국형 표토침식 조사모델 및 가치평가방법’을 개발하여 적용함으로써 신뢰성을 높일 방침이다.

 

한편 잃어버린 표토의 양적 가치에 환경·경제적 가치를 더하여 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내 논에 성토할 흙을 사막의 것과 산의 것 중 고를 수 있다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같이 취급하여 단순히 토양 유실의 양적 측면에서만 관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잃어버린 겉흙이 수행할 수 있는 농작물 생산능력, 오염 정화능력 등 특성을 고려해서 정당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1단계 사업(2012~2014년)으로 표토의 복합적 질 평가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2단계 사업인 경제적 가치평가 연구를 할 계획이다.


유실취약지역을 특별지역으로 지정·관리


현황파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위적·자연적 침식을 사전에 예방하고 복원·관리할 수 있는 기반도 확립한다. 침식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된 ‘표토유실에 취약한 지역’과 ‘표토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특별지역으로 지정·관리함으로써 침식예방에 힘을 싣는다. 침식이 발생한 경우에는 식생적·공학적 기법 및 토지이용변경 등의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복원할 계획이지만, 이 또한 인위적 간섭으로 인한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침식량이 작은 경우 식생적 기법을 우선 적용한다. 또한 다량의 표토유실이 예상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표토유실을 최소화하고 재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2014년 중에 배포할 계획에 있다.


이에 따라 관련법과 제도 개선, 기술개발 및 산업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표토보전 종합계획의 근거가 되는 토양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표토침식조사 대상지역을 확대하고 관리책임을 명확히 하는 한편, 관리대책도 명시한다. 또한 관련 R&D 및 인력개발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표토보전 설계·복원업을 신설하는 등 산업지원에도 힘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위성지도, 피복데이터 등을 활용해 북한지역의 표토유실 현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이를 근거로 국제기구 등을 통한 ‘대북 표토보전 협력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한반도 전체적인 표토관리를 위한 교두보를 놓는 한편 환경 데탕트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이번 계획으로 기존 오염조사·정화에만 치중했던 토양환경 정책의 패러다임이 자원보전적 측면까지 확대됨으로써 국토의 효율적 관리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유실된 표토의 하천 유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수질오염, 하상증가로 인한 준설비용 발생 등을 사전에 억제하여 환경오염예방 및 오염복구비용의 감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토양의 탄소저장 능력 향상 및 대기냉각 기능 등 기후변화에도 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제 ‘흙’을 ‘유한한 토양자원'으로 보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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