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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대한민국의 미래 ‘바다’에 달렸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더사이언스팀 기자 2013년 04월호

세계지도를 거꾸로 보면 우리나라의 머리 위로 광활한 바다가, 발아래에 넓은 대륙이 펼쳐진다. 이 지도에서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대륙, 유라시아에서 세계에서 가장 넓은 바다, 태평양으로 향하는 길목을 차지하고 있다. 바다를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인 중심이 바로 우리나라인 셈이다. 결국 ‘거꾸로 된 세계지도’는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반도가 아니라 대륙과 해양을 동시에 발전시켜 동아시아의 중심으로 우뚝 서야 한다는 것을 대변한다.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이뤄진데다 자원이 빈약하다. 더구나 대륙과 연결된 북쪽은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사실상 섬나라와 다름없다. 바다를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미래로 나갈 수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은 바다에 관한 연구나 개발을 전담할 부처가 없어 이 부분에 대한 발전이 더뎠던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은 일찍부터 바다를 개발했고, 바다에 대한 영향력도 크다. 섬나라인 일본은 오래전부터 바다를 장악했고 벌써 몇 해째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진행하며 우리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이 행사에 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의 고위공무원을 보내 검은 야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도 빠르게 해양에 대한 힘을 길러 미국과 패권을 겨룰 만큼 성장했다. 미국과 러시아 역시 해양 분야에서 막강한 강대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으려면 해양과학기술을 개발하고, 바다에 대한 힘을 더 길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에서 제시한 해양수산부의 부활은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이 부처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고 할 것이다.  


해양이 우리나라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다. 조선업과 해운업, 수산업 등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고, 특히 조선업은 세계 1~2위를 다투며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다. 또 해양은 수자원과 생물자원, 광물자원, 공간자원 등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자원을 엄청나게 갖고 있어 이들을 활용하면 산업적ㆍ경제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도 있다.


전통적인 해양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자원공급원으로서 해양을 활용하며, 다양한 산업적 가능성을 실현시켜 주는 것은 해양과학기술이다. 해양과학기술은 우주와 원자력과 더불어 거대과학으로 꼽히는데, 이는 해양과학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나라의 이익을 높일 뿐 아니라 국가 위상에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이는 정부가 주도해 부침 없이 진행해야 한다. 마침 2013년은 우리나라가 해양연구를 시작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도 새롭게 출범해 바다에 거는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해양 분야의 과제도 많다. 현재 해양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해양영토 확보와 관리’다. 호시탐탐 우리 영해를 노리는 주변국에 대응하려면 독도와 동해지명에 대해 명확히 하고, 이어도 문제와 한ㆍ일 대륙붕공동개발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바다 밑과 우주 등에서 해양을 통합적으로 관측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해외 어선의 불법 침범을 감시하고 해양재해ㆍ재난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있어서 이런 관측은 필수적이다. 태풍이나 쓰나미, 이상파랑, 연안침식 같은 연안의 재해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해안가 주민이나 피서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해양연구, 우주ㆍ원자력과 더불어 손꼽히는 거대과학


세계적인 기후변화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데도 바다가 중요하며, 우리나라 주변의 해양을 대상으로 해양오염원을 관리해 청정한 해양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주변 해양에 서식하는 다양한 해양생물의 보호하고, 해양생태계 진단과 관리, 기능 복원을 위한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21세기 고부가가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해양생명공학산업’을 위한 기초연구도 필요하다. 해양생물과 각종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어떻게 이용할지 정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큰 이슈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자원의 변화를 예측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은 우리 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생물자원과 더불어 광물자원의 개발도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태평양과 남태평양에 우리 국토 면적보다 큰 해저광구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바다에 있는 광물자원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자원이 묻혀 있을지 모를 넓은 바다를 우리 관할로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가 해외에 경제영토를 넓히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깊은 바다 아래에 묻힌 광물자원을 캐기 위해서는 심해연구에 필요한 첨단장비 구축을 미뤄서는 안 된다. 심해에는 망간단괴와 해저열수광상 같은 전략적인 금속자원을 포함한 광물자원이 무수히 매장돼 있다. 이런 자원을 캘 수 있는 기반기술이 확보된다면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에서 자원부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에너지도 해양에서 얻을 수 있다. 파도와 조수, 바닷바람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얻은 전기를 가정이나 산업체로 옮기려면 해양에너지 복합발전단지를 만들고 에너지를 이송하고 저장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등에 대한 개발이 추진돼야 한다.


이처럼 해양은 우리 삶과 다양한 지점에서 연결된다. 각각의 이슈는 모두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성공 여부에 따라 외교적ㆍ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많은 미래학자가 말했든 ‘바다를 얼마나 현명하게 이용하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 우리나라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데 있어 해양 분야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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