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고조되면서 제2의 식량이라 할 수 있는 수산물 역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한 세계 수산전망에 따르면 2021년에 이르러 수산물 공급이 약 2천만톤 부족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00년대 이후 양식어업 이외에 어로어업에서의 생산 정체로 향후 안정적 수산물 공급이 가능할지 우려되고 있다.
한편 수산물 공급의 정체에도 국내외 수산물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수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피쉬플레이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수산물이 웰빙ㆍ건강식품으로 인식되면서 중화권 등을 중심으로 세계 수산물 소비가 급속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수산업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식량자원인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 어로어업의 생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양식업에 첨단기술 및 신개념을 접목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근해어업에 대해서도 수산자원의 회복ㆍ보존, 어업구조의 질적 개선을 도모해 지속 가능한 생산체제로 체질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수산양식의 ‘Blue-Revolution’ 선도 필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연근해어업은 어장환경 악화 및 기후변화에 따라 수산자원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고, 원양어업 역시 국제사회의 규제 강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어로어업에 의한 수산물 증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양식업이 주목받고 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등은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수산양식이 부상할 것이며 양식업은 첨단기술산업 못지않은 부가가치산업으로서 세계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양식업은 2006년 이후 연근해어업보다 생산량이 우위에 있고 세계적인 양식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양식장의 대부분이 내만(內灣)에 집중돼 환경오염, 밀식(密植), 대량폐사의 문제를 안고 있고, 경영규모의 영세성과 고부가가치화의 미흡 등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양식업은 첨단기술과 신개념의 도입으로 안정적인 수산물 생산기반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이들 통해 전 세계적인 ‘수산양식혁명(Blue-Revolution)’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도 수산 분야의 ‘10대 양식품목’을 선정해 고부가가치산업화와 수출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래를 선도하는 양식업은 새로운 생산 시스템의 도입과 규모화를 통해 산업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유ㆍ무인도에 생산ㆍ가공ㆍ수출을 연계한 대단위 양식단지(양식섬)를 조성하거나 순환여과식ㆍ저수유수식 기술과 IT, BT, NT 등을 접목해 소비지 인근 도심에 빌딩양식(Vertical Aquaculture)을 개발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내파성 및 부침식 가두리 등 시스템 공학기술을 활용해 참다랑어 등 고급어종을 대상으로 먼 바다의 외해양식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생산성 낮은 갯벌어장에 대해서도 참굴 및 해삼 등 율종기술을 적용해 대규모 갯벌양식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양식시스템의 확립을 통해 세계 양식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우량종묘 생산, 사료개발, 양성기술 확립, 에너지 절감 및 생산성 향상, 질병관리 등과 관련해 양식 R&D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양식산업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가칭)양식산업육성법’ 등의 법령이 정비되고, 신규인력 및 자본진입을 통해 규모화가 용이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도 따라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연근해어업으로 체질 개선
한편 연근해어업은 적절한 자원관리가 이뤄진다면 수산자원의 재생산을 이용해 양식업보다 저비용으로 다양한 수산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따라서 양식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연근해어업 역시 지속 가능한 생산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연근해어업은 수산자원의 악화 및 과잉투자, 어업노동의 질적 수준 저하, 수산물시장의 개방화 가속, 수익성 악화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해 지속 가능한 생산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산자원의 회복ㆍ유지, 양적 생산에서 질적 생산으로의 전환, 어업경영의 효율성 제고, 국내외 협력적인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 등을 통해 어업구조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수산자원의 회복을 위해 바다목장, 바다숲, 인공어초, 종묘방류 등의 프로그램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관점에서 수산자원관리 인프라를 구축해 나간다. 그리고 수산자원회복 대상어종을 확대하고 미성어 포획금지를 강화하며, 자율관리어업을 어선어업으로 확대한다. 또한 총허용어획량(TAC)의 내실 있는 관리체계를 확립하고 양도성개별할당량(ITQ) 도입을 확대해 나간다.
다음으로 질적 생산 및 어업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어선세력 및 어구를 유지하기 위해 종합적인 어업구조개선을 추진해 나간다. 아울러 고비용 생산방식과 만성적 어업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형 복지형 어선의 개발ㆍ보급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장에서 어획물을 적재할 때부터 어획물 선도관리를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부가가치의 향상을 도모한다.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의 경우 우선 국내적으로 연근해어업의 분쟁조정을 확립하고 중국과 일본 어업에 대해 단속을 강화해 나간다. 그리고 정부와 어업인, 민간의 상향식(Bottom up) 어업관리로의 전환을 유도해 나간다. 대외적인 측면에서는 어장ㆍ자원, 생산, 소비 등에서 상호 관련이 있는 한중일 3국의 어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어업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근해어업이 지속 가능한 생산기반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수산자원 조사ㆍ연구 인프라 확충, 어선톤수 제한 완화, 노후어선 현대화 지원 및 신규인력 유입 촉진 등과 관련된 제도정비와 체계적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수산업은 식량산업으로서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환경보전, 레저공간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도 지니며, 바이오에너지ㆍ식품ㆍ의학, 해양생물정보 등 생명산업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수산식량의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마련하고 동시에 외연적 확대를 위한 R&D 집중투자와 정책적 배려가 뒷받침된다면 우리의 수산업은 경쟁력을 갖춘 매력적인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