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에 생명이 탄생한 곳도 바다이고 그 생명체들을 생존 가능하게 하는 것도 바다이다. 바다는 끊임없이 기후 조절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와 대기는 열과 산소, 이산화탄소와 같은 각종 물질과 가스들을 교환하고 평형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동태평양의 해수 유동과 수온 변동에 의해 폭우나 가뭄이 일어난다. 또 바닷속의 광합성으로 인해 대기 중의 산소가 균형을 이루며 오존층의 두께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바다는 인간에게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공해 준다. 해조류, 패류, 어류, 갑각류와 같은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바다에서 생산된다. 그 외 수많은 생물자원이 식량과 의약품, 건강ㆍ미용ㆍ기능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바다는 수송 기능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해수욕, 요트, 낚시, 수상스키, 스킨스쿠버와 같은 해양레저 활동과 심미적인 기능도 제공해주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최대의 관심사는 육체ㆍ마음ㆍ정신의 건강일 것이다.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도 바다이다. 바다는 강과 호수와 더불어 수변 지구로서 조건을 잘 갖추고 있으며 특히 자연향수, 행동향수, 문화향수 욕구를 만족시켜준다. 따라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매혹적인 해양도시, 아름다운 해양관광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먹거리ㆍ에너지ㆍ자원의 보고이자 삶의 터전
오늘날 우리는 화석연료의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류, 조석, 파력, 온도차 에너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바다에서 구하고 있으며, 석유, 가스, 망간단괴, 메탄하이드레이트, 열수광산과 같은 광물 자원도 바다에서 채취된다. 또한 해양의 심층수는 영양염을 공급하고 식수와 의약품, 미용, 건강에도 이용되며 냉각수로도 활용되는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기후재난인 해일에 이어 최종적으로는 냉각수의 공급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였다.
이렇게 다양한 가치를 지닌 바다를 둘러싸고 많은 국가들이 패권을 다투는 일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1994년 '신해양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해양을 무제한으로 개척하던 시대는 지나고 한정된 자국의 해양관할권 내에서 자국의 책임 아래 해양을 보호하고 개발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해양은 육상의 대기와 우주공간보다 안정된 계(界)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주시대에 앞서 해양에서 활동하고 거주하는 시대가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바다의 무한한 가치와 기능은 바다가 깨끗하고 정상적인 상태에서만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 현상으로 수온과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양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여기에 점점 개발압력이 증가하면서 난개발이 일어나고 외부로부터 오염물질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그 결과 바다의 색깔이 변하고 해조류, 플랑크톤을 비롯해 각종 어류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잡는 어업이 어려워지고 기르는 어업에 집중하다 보니 에너지가 소요되고 오염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수의 수질은 어느 바다이든 계절과 장소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의 연안은 대체로 COD 지표로 1~2등급 수준이고 일부 연안 해역은 3등급의 나쁜 수질상태를 보이고 있다. 어떤 내만은 해양 동식물의 서식이나 수산양식, 관광 및 해양레저 활동이 불가능하고 단지 선박의 정박용으로만 이용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바다가 오염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개발로 인한 지형 변화와 오염물질의 유입이다. 생활하수, 공장폐수 및 산업폐수를 비롯해 선박 및 각종 해양시설로부터 오염물질이 유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수 및 대기, 경작지와 하천으로부터도 오염물질이 흘러든다. 선박들의 물류 수송이 증가하면서 선박의 운항에 필수인 선박평형수와 함께 해양생물들이 다른 나라의 해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상물동량이 증가하는 추세고, 그에 따라 선박평형수에 의한 해양생태계의 변화와 손상도 늘고 있다. 한 예로 매년 외래종의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가시파래, 불가사리와 해파리가 대량 번식하며 유해 적조생물이 발생하는 등 다양하고도 심각한 해양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활동과 유전개발, 각종 해양플랜팅사업으로 인해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크고 작은 선박 사고로 인한 기름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1995년 7월 23일 여수 소리도 앞바다에서 씨프린스호가 강풍에 좌초돼 5,035톤의 기름이 유출되면서 204㎞의 해상과 73㎞에 이르는 해안을 오염시켰다. 2007년 12월 7일에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원유 1만500㎘가 인근 바다로 유출돼 태안반도 앞바다가 시커먼 죽음의 바다로 변하기도 했다. 이런 사고로 일어난 오염은 복구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고 있다.
거기에 해양쓰레기도 심각한 수준이다. 해양쓰레기는 해양생태계를 손상하고 어업생산성을 감소시키며 선박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관광 및 해양레저 활동에도 방해가 되고 국가 간 갈등을 유발하며 막대한 수거ㆍ처리 비용을 부담케 한다.
해양생태계, 사전 예방적 관리로 지켜내야
이처럼 바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오염되면 우선 물빛이 변한다. 내만에서는 부영향화와 적조가 발생하고, 빈산소나 청조인 백화현상이 일어난다. 결국에는 해양생물의 종이 변해 생물생산성이 감소하는 등 국민생활, 산업경제 전반에 피해를 주며 나아가 기후변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인과구시(因果求是)라, 바다에도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나타난다. 지금과 같이 지나친 욕심과 과도한 개발로 바다를 계속해서 오염시키고 파괴한다면, 언젠가 바다는 우리에게 더 나쁜 결과를 안겨주게 될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바다의 오염원인과 그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후 가장 효율적이고 최선의 해역관리 방법을 선택해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바다가 오염된 후 제거, 처리, 복원하는 사후관리보다는 사전 예방적 관리가 더욱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바다에서 이익이나 혜택만을 구할 것이 아니라 주변 바다를 잘 보호하고 보전ㆍ관리하면서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유지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