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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해양영토 지키려면 제대로 된 ‘해양조사’부터
서기석 국립해양조사원 수로측량과장 2013년 04월호

해양조사는 최대, 최적의 해양 영토를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과거 전 세계는 식량과 지하자원의 원천인 육지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했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넓은 바다를 차지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안보, 식량, 자원, 물류 등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바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국은 자국의 주권을 행사하는 공간을 좁은 육지와 영해(육지에서 12해리까지의 바다)에서 벗어나 200해리(배타적경제수역), 350해리(대륙붕)까지 확대해 주장하게 됐으며, 이는 좀 더 넓은 바다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주권전쟁으로 치닫게 하는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모호…정확한 해양조사 중요성 커져


특히 석유ㆍ가스와 같은 광물자원과 수산자원 등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해양자원의 대부분이 배타적경제수역과 대륙붕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국가 간 대립이나 충돌, 국제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유엔해양법협약’을 발효(1994년)했다. 그러나 ‘유엔해양법협약’은 배타적경제수역과 관련해 국가 간 충돌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의 이익과 국제사회 전체 이익의 중요성을 각각 고려하면서 형평에 입각해 모든 관련사항에 비춰 해결해야 한다는 등 분쟁 발생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매우 추상적 내용으로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가의 의견을 수용할 수 없는 협약의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해양영토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국가 간의 경계를 획정할 때에는 자기 나라에 가장 유리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해당 바다의 지리ㆍ경제적 상황, 지질, 자원 등 과학적 자료를 기반으로 한 최적의 시나리오 구축과 상대 국가가 주장하는 논리 중 국제법적으로 수용될 수 없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정보의 확보, 국제사회 전체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자국의 해양영토에 대한 정확하고 폭넓은 지식이 반드시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주변 국가인 중국, 일본과 매우 가까운 지리적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200해리까지 온전한 배타적경제수역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섬나라인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까지도 1960년대부터 국가 정책의 중심을 육지에서 바다를 포함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해양자원 확보를 위해 해양조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자료를 통해 총체적인 해양의 가치를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의 해양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국가가 해양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이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 등에 대해 아무런 지식 없이 그것을 보는 것과 그간의 배경이나 유래, 원인 등을 알고 보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구절은 역(逆)도 성립한다. 즉 ‘보이는 만큼 안다.’는 것이다. ‘본다’는 것은 단순히 시각이라는 감각기관을 이용해 상황을 인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다는 행위로부터 지식이 쌓이고 이러한 지식으로부터 세계에 대한 깊이와 넓이가 더욱 커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해양영토를 지키고 미래 세대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제일 먼저 우리 바다의 어느 곳이든 한눈에 다 볼 수 있어야 한다. 보지 못하면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면 그것을 지킬 수 없다. 이런 원론적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국가는 이미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있고, 이를 통해 최대 국익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우리의 바다를 조사하는 당면 과제이며 기본적 목적이다. 또한 이미 우리보다 먼저 준비하고 시작한 중국, 일본과의 차이를 줄이는 노력도 게을리 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조사 방식은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 넓은 범위를 동시에 조사하고 수집된 막대한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시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해양조사는 우리가 우리의 바다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임과 동시에 점점 더 치열해지는 해양영토 확보 경쟁에 따른 외교적 마찰, 군사적 충돌 등 다양한 문제를 보다 세련되고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국제사회에 제시할 수 있는 핵심요소다. 따라서 ‘보이는 만큼 알고, 아는 만큼 커진다(觀則爲眞知, 知則爲眞張).’라는 구절로 정의될 수 있다.


주변국과 마찰은 최소화하면서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을 도모


우리나라의 해양조사는 해양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 일본보다 시작이 매우 늦었을 뿐 아니라 현재 중국, 일본이 매년 해양조사에 투입하는 예산, 인력, 선박 등 기초인프라 투자에서도 적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전통적인 내륙 국가였던 중국이 적극적으로 해양영토를 넓히고 그 속에서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면서 한중일 3국 간 해양조사에 대한 치열한 경쟁에 따른 외교적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마찰은 한중일 모두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경계선을 결정하는 협상이 초기 단계이고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자국의 권리, 관할권을 주장하기 위해 주변국에서 시행하는 해양조사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발생되고 있다. 다른 나라가 자국의 해양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해역에서 해양조사를 감행하는 것은 협상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한중일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러한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해양조사를 시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태풍, 해일, 기후변화 등 해양에서 비롯된 자연재해의 과학적 조사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이어도, 가거초 종합해양과학기지, 지진해일 관측부이(buoy; 해상의 기상 상황을 관측하는 장비) 등 최첨단 해양관측시설을 중요 해역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와 동시에 인공위성,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 펄스의 도달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거리 및 공간 위치를 측량하는 장비) 등 넓은 면적을 한 번에 조사할 수 있는 최신 장비를 이용한 간접 해양조사 방식을 현장에 투입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IT기술과 해양조사를 융합시켜 접근이 어렵거나 장기간ㆍ연속적 조사가 필요한 해역의 해저지형자료, 수온, 파고 등 기초자료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는 자율형 무인 해양조사 장비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 관할해역인 내수와 영해(12해리), 배타적경제수역(200해리), 대륙붕(350해리)에서 조사ㆍ수집되는 해양영토 관련 자료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해양지리정보체계(MGIS; Marine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를 구축하고 각종 관할해역 디지털 도면 제작과 국가 통계자료의 생산 및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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