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 1988년 6월~1989년 7월 대통령비서실 정책정보좌관실 행정관 - 2003년 10월~2004년 5월 부산광역시장 권한대행 - 2005년 1월~2006년 3월 해양수산부 장관 - 2008년 3월~2012년 3월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 현재) 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 한국해양대 석좌 교수
최근 중국은 시진핑 시대를 맞아 핵심 아젠다로 ‘해양강국 건설’을 선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 .
21세기는 해양의 시대다. 이제 인류가 나가야 할 곳은 해양으로, 해양에서 인류에게 필요한 자원을 구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속에서 국가 간 해양영토 분쟁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약 400여 곳에서 크고 작은 해양영토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해양영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해양업무를 관장하는 기구를 확대하는 추세에 있다. 중국은 2005년 ‘해양굴기’를 기치로 내건 이래 신흥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해양산업을 8대 핵심 사업으로 채택한 후 해양강국부활 프로젝트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원회를 발족했다. 일본은 2007년 해양기본법을 제정하고 종합 해양정책 본부를 총리 직속으로 두었으며 최근엔 해양영토를 관장하는 기구를 대폭 확대했다. 지금 세계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해양해전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해양의 중요성에 대해 소홀했던 것 같다. 해양수산부 폐지 이후 어떠한 문제점들이 발생했나.
해양수산부가 폐지되면서 해양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로 분산됐다. 해양관련 전담 부처가 없다보니 현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부처 간 혼선이 발생하거나 한 템포 늦는 행정을 보여 왔다. 지난 5년 간 해양수산 분야 예산이 매년 10%씩 줄어 들었고, 관련 전문인력이 감소했으며 특히 정책 결정자들의 해양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졌다. 다시 말하면 해양수산 정책은 위축되고 해양의 미래 비전은 암울하게 전개되어 왔다.
평소 ‘해양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충분한 분야’라고 말씀하셨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 분야 경쟁력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전통 분야인 조선이나 해운, 항만과 수산 등에 대해선 세계 10위권의 해양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해양과학기술, 해양자원개발, 해양레포츠 등의 분야는 아직도 취약한 상태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 문제를 해결하고 인접 국가들의 해양정책에 적극 대응하고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생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해양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해양영토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육지 자원의 고갈 및 수급 불균형의 심화로 해양영토 확보의 중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구리, 망간, 니켈 등의 전략자원들의 이용가능 연수가 40~110년으로 예상되고 있는 반면, 해상 매장량은 200~1만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들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천연자원 등 자원 매장이 풍부한 남극이나 북극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북극해는 물류 수송을 위한 신항로로 기대되며 향후 자원개발 시 해양플랜트 및 조선 산업의 새로운 성장 발판이 될 수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해양기반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를 국가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남극 제2기지 조기 완성 및 극지과학 역량 강화, 북극해 항로개발 및 자원개발을 위한 종합적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해양 5대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양수산 정책 방향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또한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로는 무엇이 있을까?
정책이란 국가의 발전을 위해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으로, 해양수산 정책은 바다를 통한 국가발전의 모든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해양 분야 국가 중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해양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우리나라도 바다가 국가발전의 미래이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올바른 해양수산 정책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해양관련 당면 과제를 보면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 해양안보, 해양관광, 해양과학기술 개발 등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 이러한 과제들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해양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대다수 국민들은 해양지향적인 사고보다는 대륙(육지)지향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해양이 또 하나의 영토라는 점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륙지향적인 사고는 해양수산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므로, 해양에 대한 사고를 전환시킬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5년 만에 해양수산 정책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가 부활했다. 앞으로 해양수산부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행정부처는 국정철학의 반영이다. 해양수산부 부활 문제는 단순히 해양수산을 총괄하는 행정부처를 하나 만들자는 차원이 아니다. 해양강국 건설을 국가비전으로 설정한다면 당연히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강력한 총괄부처가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강화된 해양수산부가 아닌 과거 해양수산부로 회귀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새로운 해양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해양수산 관련 정책 수립과 자원의 개발·확보 노력이 시급하다. 또한 주변국과의 해양 협력, 경쟁, 분쟁에 대비해 우리나라의 국가 이익을 수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부활하는 해양수산부는 조직과 기능, 역할이 과거와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조선이나 해상플랜트사업, 운송, 물류, 수산, 자원개발 등 뿔뿔이 흩어진 해양관련 업무를 해양수산부로 통폐합하여 일원화시켜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기후 업무와 해상국립공원 관리 업무 등도 해양수산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전국 해양도시의 간절한 염원 하에 5년 만에 부활하는 만큼 해양수산부는 미래 지속가능한 부처로 우리나라 재도약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씀은?
해양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이 될 것이다. 해양수산인의 한 사람으로서 개방, 소통, 도전 정신을 삶의 철학으로 삼고 실천하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해양에 관심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해양마인드를 키워 우리나라를 해양강국으로 이끌 수 있는 도전 정신을 가졌으면 한다. 세계사적으로 바다를 지배한 나라가 세계 최강국이 되었으며, 우리 역사에서도 바다로 눈을 돌려 적극적으로 항로를 개척했던 시기에 국운이 융성했다. 이러한 해양력 향상은 국민들의 관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바다의 중요성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해양의식 고취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