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는 24시간 365일 환자의 발생 규모나 수요와 상관없이 유지돼야 하는 분야로 사회안전에 직결되는 영역이자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아 정부의 정책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3년 2월 향후 5년간 연간 2천억원, 총 1조원의 응급의료기금을 투자하는 ‘2013~2017년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05년에 ‘2006~2010년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응급의료 기반 구축과 질적 수준향상이 꾸준히 추진돼 왔다. 또한 최근 5년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2배가량 증가하고(2006년 466명 → 2011년 958명), 응급실 병상과 구급차도 연간 2~4% 증가율로 증가하는 등 인적ㆍ물적 기반도 확대돼 왔다. 하지만 연간 700만명 수준이던 응급환자 역시 연간 1천만명으로 증가해(연평균증가율 5.3%) 응급의료에 대한 양적인 수요가 늘고 의료서비스의 질적 고급화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반면,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피해를 보는 사건들이 일부 발생하면서 응급의료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게 됐다.
2008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개정으로 2010년부터 3년간 응급의료기금이 연간 2천억원으로 증액되면서 정부는 ‘2010~2012년 응급의료 선진화 추진계획’을 수립해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확충 등 응급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선진국 수준의 응급의료기관 육성 등을 목표로 응급의료 인프라 개선에 집중 투자했다. 또 지속적인 응급의료 분야 발전과 수준향상을 위해 국가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는 당위 아래 2012년 법률개정을 통해 2017년까지 5년간 응급의료기금 확충기간이 연장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제2차 5개년 계획으로서 이번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응급의료 공급자 중심에서 부족한 면을 보강하겠다는 기존 패러다임을 전환해 응급의료 이용자인 국민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국가가 응급의료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겠다는 신뢰를 강조해 ‘국민 중심의 믿을 수 있는 응급의료 제공’을 비전으로 삼았다.
공급자 아닌 이용자 중심의 응급의료체계 구축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이용자인 환자와 제공자인 의료기관, 관리자인 정부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필요할 때 믿고 갈 만한 병원이 부족하다. 대도시의 큰 병원은 환자가 많고 복잡해 신속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 불편하고, 중소도시의 응급의료기관은 응급처치 이후 응급수술이나 최종치료를 제공하기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 농어촌 지역은 제때 응급치료라도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고 특히 야간과 공휴일에는 마땅히 치료받을 곳이 없어 응급실 방문이 불가피하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대형병원의 경우 암과 같이 급하지 않은 중증환자가 응급실에서 입원대기를 하고 있어 정작 응급환자를 받기에 공간이 부족하고, 중소병원과 농어촌 병원은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힘들며, 응급환자 수가 적어 진료수익만으로는 24시간 유지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더욱이 응급실은 수익률이 낮고 의사나 간호사에게도 잦은 민원과 의료사고, 높은 노동강도로 근무를 기피하는 부서에 속한다.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우선 이용자 입장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국가 전체로서는 제한된 응급의료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응급의료 수요에 적합한 제공체계를 갖추도록 개선한다. 야간 외래진료 수가 인상을 통해 굳이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아도 될 경증환자나 비응급 환자가 응급실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편리하게 야간에도 가까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응급의료기관을 기능에 따라 1차 응급진료를 목적으로 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과 응급수술 등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최종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센터 2단계로 개편한다. 또한 중증외상이나 심뇌혈관질환 등 환자 수가 많고 상시 대응이 필요한 영역은 별도의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빈도는 드물지만 반드시 응급체계가 유지돼야 하는 중증질환에 대해서도 지역별 순환당직제를 도입해 지역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는 지역에서 최종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지역네트워크를 강화한다. 농어촌 지역은 환자 수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365일 응급실 운영이 가능하도록 국가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의료기관이 없는 취약지역 응급환자를 위해 응급전용헬기 등 헬기환자이송을 활성화한다. 또한 무의식, 신원불명 등 무연고 응급환자의 치료에 차질이 없도록 지자체별 지정병원이나 당직제도를 운영하며 성폭력 피해자나 자살시도자 등 새로운 응급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응체계도 갖춘다.
향후 5년간 응급환자이송 안전성과 전문성 강화에 2,150억원, 응급의료기관 역량 강화에 1,500억원, 농어촌 응급의료지원에 1,700억원, 중증응급질환 치료역량 확충에 3,750억원,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ㆍ홍보 및 상담 강화에 450억원, 응급환자 미수금 대지급 사업 등 기타 사업에 1,470억원 등 주요 분야별로 약 1조원의 응급의료기금을 투입해 선진국 수준의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5년간 응급의료기금 1조원 투입·선진국 수준 만든다
어느 나라나 응급의료자원은 제한적이고, 상시 유지를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응급의료의 특성상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고비용 저효율이 불가피하지만, 제한된 응급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은 국가와 국민의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국민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기본계획에서는 향후 5년간 우리 국민들에게 응급의료의 이용법, 119 활용, 주요 응급질환의 초기 증상과 대처법 등에 대해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응급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국민들이 이용할 다양한 자원을 준비해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이처럼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충실히 수행해 2018년에는 현재와 달라진 응급의료서비스가 제공될 것을 기대한다. 야간ㆍ공휴일 외래진료가 확대되고, 119를 통한 응급의료상담이 활성화돼 경증ㆍ비응급 환자의 외래이용편의가 증진되며, 응급실은 도시나 농어촌 구분 없이 24시간 응급환자가 제때에 치료받을 수 있게 돼 국민들의 불편이 해소될 것이다. 지역별 응급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통해 야간ㆍ공휴일에도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전국적으로 적정시간 내에 중증외상,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응급질환에 대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응급의료가 제공돼 중증응급환자의 사망이나 장애발생이 줄어들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