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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봄과 함께 다시 걷다
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2013년 04월호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 경칩에도 버티던 겨울이 3월 들어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봄기운이 꼼질거리는 듯하던 3월의 첫날, 아내와 함께하는 산책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말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시작된 무릎통증 때문에 출퇴근 정도로 제한했던 ‘걷기’다.


다시 걷기에 나서던 날, 8개월 동안 휴식하던 다리근육은 평소와 다른 움직임에 놀란 듯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살살 달래며 걷다 보니 아내의 걸음을 쫓아가기에도 버겁다. 생각해 보니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내보다 반발쯤 앞서 걸었던 것 같다. 혹시 걷는 길에 위험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려 했던 것이라 변명하면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부상회복을 위한 시범걷기에서 ‘아내와 함께하는 걷기’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된 것이다.


집 근처에 있는 개울가로 산책을 나가는 것은 4년 반 정도 됐다. 아내 혼자서 나가던 산책에 동행하게 된 것은 늘어난 체중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주말에만 걷다가 주중의 저녁에도 산책에 나서는 등 걷기의 강도를 높여 꼭 1년 만에 18kg 정도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어느 날 조선일보 주말 판에서 ‘주말에 걷기 좋은 코스’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고, 서울 근교의 걷기코스를 따라가면서 걷는 즐거움에 눈을 뜨게 됐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가기도 하고, 짭쪼롬한 갯내음이 반가운 해변 길을 걷기도 하며, 신록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숲길을, 강바람이 시원한 한강둔치 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


운동으로 걷기를 할 때는 속도를 내서 걷는 일에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걷기’에 무게를 두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생겼다. 다비드 르 브르통이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라고 「걷기예찬」에서 정의한 것처럼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온전하게 느끼려 노력하게 된 것이다. 소나무 가지 사이를 지나는 바람 소리가 반갑고, 좁은 오솔길에 떨어져 있는 솔가루에 남아 있는 솔향에도 정신이 맑아진다. 한강의 지천에서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몰려드는 커다란 물고기에게 줄 먹이가 없어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느림의 미학을 예찬한 피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길은 느리게 살 수 있는 지혜와 작은 일에도 감탄할 줄 아는 지혜를 준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한가로이 거닐기’를 제안한다. ‘한가로이 거닐기는 모든 것으로부터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세계를 온전하게 느끼려고 걸으면서 세상을 조사하고 관찰하느라 긴장할 필요가 없어질 것 같다.


오래 쉬었던 걷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지금까지의 걷기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걷기를 생각하고 있다. 피에르 쌍소가 제안한 ‘한가로이 거닐기’의 의미를 제대로 느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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