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탄탄한 공학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고급 인재들이 미래의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고급두뇌 역량 강화를 통한 산업 고도화 전략’을 발표했다. 동 전략의 배경은 그간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단순노동과 설비투자 위주의 자본집약적 성장방식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즉 우리 경제는 지난 2007년 1인당 GNI(국민총소득)가 2만달러를 넘은 이후 7년 가까이 정체되고 있는데, 일본ㆍ독일 같은 선진 제조강국들이 2만달러를 달성한 이후 4∼5년 만에 3만달러를 돌파한 점에 비춰볼 때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계에 직면한 단순노동과 설비투자 위주의 성장
사실 지금까지 대규모 자본과 근면한 노동에 바탕을 둔 우리의 성장전략은 후발 개도국들의 모범이 되기도 했지만, 똑같은 방식을 통해 추격도 쉽게 허용하게 됐다.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가 2009년 73개에서 2011년 61개로 감소하고, 철강ㆍ석유화학ㆍ조선산업 등에서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반면 우리의 주력산업은 선진국을 완전히 추월하지 못한 상황이다. 모방과 학습을 통해 단기간 추격이 가능한 제조ㆍ시공 분야는 크게 성장했으나, 탄탄한 공학지식과 오랜 경험, 기술력이 필요한 기획ㆍ설계 역량은 아직 취약하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가 전 세계 해양 플랜트의 31%(2012년 219억달러)를 수주하고 있으나, 설계능력 부재로 전체 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이 해외 엔지니어링사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ㆍ기계산업 등에서도 IT 융합의 핵심요소인 시스템반도체(SoC), 임베디드 SW는 거의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오늘날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인 ‘창조경제’가 우리 시대 화두로 대두된 것도 이러한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라 본다. 1960~1970년대 노동집약, 1980년대 이후의 자본과 시설투자만으론 더 이상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고급두뇌 역량 강화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도 창조경제의 이념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이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ITㆍSW와 제조융합을 구현할 고급두뇌 역량을 강화하고, 앞으로는 고급두뇌가 경제성장의 새로운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2020년까지 연 1,500명 이상 고급두뇌 양성
먼저 기획ㆍ설계와 IT 융합의 핵심요소인 엔지니어링, 시스템반도체, 임베디드 SW 분야의 고급두뇌 인력을 키울 계획이다. 다만 기획ㆍ설계 역량은 오랜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필요로 하는 만큼, 해외 우수 기업 M&A 강화, 해외인재 유치 등을 통해 선진역량을 단기간 내에 습득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모색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20년까지 연 1,500명 이상의 고급두뇌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사실 최근 산업계에서는 엔지니어링, 시스템반도체, 임베디드 SW 분야 등의 인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전문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에 기본설계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인력도 부족하고, 특히 대학에서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전공이수과목 축소, SCI(국제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 중심 평가 및 R&D 지원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공학인력 양성교육이 취약해진 데 그 원인이 있다.
이에 산업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실태조사 등을 거쳐 부실해진 대학 공학교육의 강화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우수 공과대학에 ‘엔지니어링 연구센터(ERC)’를 설치해 실용적인 공학교육을 통해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대학에 지원되는 산업부 R&D 자금(2012년 4,480억원)을 공학교육 프로그램 개선에 노력하는 대학에 우선 지원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2017년까지 300여개의 ‘고급두뇌 전문기업’을 지정해 기술개발, 공공기업과의 협력을 지원하고, 제조업 중심 정부지원 시책도 고급두뇌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다.
두 번째, 이렇게 확보된 고급두뇌 역량을 자동차ㆍ조선ㆍ기계 등 전 산업에 확산시켜 산업 고도화를 촉진해 나갈 계획이다. 기획ㆍ설계 역량이 취약한 기계ㆍ장비, 해양플랜트, 석유화학 등은 엔지니어링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장화(電裝化, electronic)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ㆍ항공산업은 수요기업과 임베디드 SW, SoC 기업 간 협업을 촉진해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전통제조업, 에너지 분야 등도 IT와 SW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또한 창의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BI)를 가진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先 연구개발-後 포상’ R&D 제도 신설, 자유공모형 R&D 확대 등을 통해 창의적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BI 전문회사 육성, 데스밸리(Death Valley; 초기 벤처기업들이 R&D에 성공해도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고난의 시기라 해 붙여진 이름) 펀드 조성, 저금리ㆍ융자 지원 등을 통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사업화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이러한 정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우리 주력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산업계와 대학(원) 졸업자 간 고급인력의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주력산업이 요소투입 성장의 한계와 개도국 추격심화로 성장정체 위기에 직면해 있는 지금, 엔지니어링 등 고급두뇌 역량 강화를 통해 산업을 고도화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산업부는 민간 부문의 충실한 조력자로서, 고급두뇌 역량이 발휘되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