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 켈렙(Caleb Lay) 씨는 2년 전 겨울 한국을 방문해 보름간 머물렀다.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었다. 그가 한국을 찾는 것은 다름 아닌 스키 때문. 그가 사는 홍콩엔 눈이 없다. 스키를 좋아하는 그는 겨울이면 가까운 한국과 일본 등으로 스키여행을 떠난다. 관광대국 홍콩에 사는 그에게서 한국관광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켈렙은 한국에 오면 서울과 강원도 인근의 스키장에서 주로 머문다. 서울에서는 지하철을 주로 이용, 이동에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면서부터는 그의 표현대로 ‘혼란’이 시작된다. 관광객들이 이용하기에 버스는 친절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안내판도 부족하고 예매도 어렵다. 그는 “버스는 현지인들만을 위한 교통수단 같다. 단체 관광객이 아니고서야 버스 이용은 어렵다.”고 전한다. 지방으로 갈수록 언어의 장벽도 높아진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길을 찾는 것도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는 스키장 근처 고깃집에 갔던 일화를 들려줬다. 영어로 된 메뉴판이 없고 종업원들도 영어를 못 했다. 고심하던 그는 한국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종업원을 바꿔주었고 친구를 통해 메뉴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야 주문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예상 밖으로 한국 숙소에 대한 호평을 내놨다.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는데 가격이 아주 합리적이고 숙소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바닥에서 잠을 자는 한실 스타일을 경험해본 것이 재밌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개선사항으로 꼽는 것이 숙소다. 저가 단체관광객의 경우 더욱 그렇다. 지난해에는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농성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행사가 8만원에 해당하는 숙박요금을 책정했으면서도 관광객들을 사우나에서 재웠던 것. 서울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의 숙소를 강원도 횡성에 잡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영세업체들이 가격경쟁에 나서면서 숙박시설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모객을 한 까닭이다.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호텔객실 수요는 3만6천실을 넘었지만 공급은 2만8천실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여관 등 대체 숙박업소를 이용해야 한다.
물론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한국만의 매력도 있다. 켈렙은 한국관광의 매력요소로 한류에서 비롯된 한국의 문화 그리고 음식을 꼽는다. 그는 현재진행형인 한류뿐 아니라 과거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지난번 방문에서는 박물관 관람을 빼놓지 않았다. 한국인 친구의 추천을 받아 서울 성곽길 코스를 산책하기도 했다. 고즈넉하게 산책도 즐기고 서울 도심 풍경도 볼 수 있어 즐거웠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관광정보를 얻는 경로가 제한돼 있고 가이드북이 추천하는 ‘난타’ 공연관람 정도에 그치고 만다.
켈렙과 그의 부인이 한국여행에서 추억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한국식 바비큐, 삼겹살이나 등심 등 각종 구이요리로 대표되는 음식이다. 그는 여러 번 한국음식이 최고라고 평했다. 가락시장에 가서 직접 생선을 골라 회를 떠먹은 것도 그가 손에 꼽는 추억이다.
그가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서울 명동을 추천했다. 이유는 단연코 쇼핑이었다. 명동 거리에 즐비한 화장품숍. 그의 지인들이 리스트까지 만들어 화장품 구매를 부탁했을 정도로 한국 화장품은 인기가 많다. 또 하나 인상적인 촌평은 관광객들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다. 여성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나이든 남성들은 무뚝뚝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총 8개 항목으로 그가 평가한 관광한국의 평점은 별 넷이다. 관광한국,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