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에서 오랫동안 조리 공부를 하고 귀국한 실력파 오너셰프들이 많다. 탄탄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성공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너무 해당국가 음식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다 보니 정작 우리 입맛에 안 맞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뛰어난 음식이라도 먹을 사람 입맛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우리 한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적인 요소가 아무리 풍부해도 외국인 입맛을 끌어당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입맛에 맞추느라 국적불명의 음식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우리 음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외국인 입맛에도 맞추는 긴장과 균형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경기 부천 <삼도갈비>의 음식들이 적합할 듯하다.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인천공항과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한식 전통 가운데 고기 문화에서 두드러진 특성이 선주후면(先酒後麵)이다. 서북지방인 평양 양반층을 중심으로 발달한 선주후면은 먼저 술과 고기를 먹고 나중에 국수로 마무리를 하는 형태의 식습관이다. 이때의 면은 물론 평양냉면이었다. 이 전통은 일제강점기 때 갈비와 평양냉면의 조합으로 상업화한 음식점을 통해 이어졌다. 전통 사회 양반층의 식습관이 근대국가로 오면서 상류층의 외식문화 패턴으로 자리를 잡았다. 관청의 객사나 양반가의 사랑채에서 고급 외식업소로 장소가 바뀌긴 했지만 선주후면(고기만을 지칭할 때는 ‘선육후면’이라고도 함) 전통은 지금도 살아있다. 하지만 갈비나 냉면,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이곳은 수준급 마늘양념갈비와 냉면으로 선주후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획일화된 생갈비 맛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이런 미식가의 입맛을 정조준했다. 잘 익은 갈빗살은 은은한 마늘 향을 풍기면서 한우 암소 갈비 특유의 부드러운 육질이 입 안에서 곱게 부숴진다. 생갈비보다 덜 느끼하고, 생갈비에서 맛볼 수 없는 풍미가 역시 마늘양념갈비의 매력이다. 갈비 자체로도 기름기가 적어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여기에 웰빙 콘셉트의 장아찌들과 찬류는 고기 맛을 더 내준다. 방동나물, 우엉, 고추, 깻잎, 무 등의 장아찌에 파절이, 김치, 샐러드, 개인 채소, 들깨와 찹쌀가루를 넣어 조린 시래기 조림 등의 반찬 덕분에 고기 맛이 느끼할 틈이 없다. 특히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동치미의 맛은 일품이다.
갈비나 여타 고기를 먹은 후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평양냉면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평양냉면은 꼭 맛을 봐야 한다. 고기도 고기지만 평양냉면은 주인장의 음식 철학과 열정이 가장 많이 녹아 들어간 음식이다. 고깃집이면서도 평양냉면에 업소의 위상과 자존심을 건 듯하다. 메밀 함량 70%의 면도 충분히 메밀 향을 내주고 면발도 메밀 면의 느낌을 충분히 살렸다. 쫄깃한 면발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겠지만 평양냉면은 쫄깃한 맛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다. 면발을 씹고 국물을 마실수록 우리나라 최고의 평양냉면 재현에 목숨을 건 이 집 주인장의 열정이 느껴졌다.
그런데 웬만한 고깃집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갈비탕이 이 집 차림표엔 없다. 그 많은 갈비가 모두 냉면 육수 내는 데 동원되기 때문이다.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써서라도 제대로 된 평양냉면을 만들겠다는 결기가 엿보인다. 맛있는 갈비를 먹고 나서 빼어난 평양냉면으로 마무리했던 선육후면의 전통. 그 멋과 풍류가 대중화되고 되살아났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