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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절전 전력 팔 수 있는 시장 열린다
이상훈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과장 2013년 10월호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특히 인터넷, 모바일 기술 등 ICT(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실제 생활에서 실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검색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다운받아 감상할 수 있다.


ICT산업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산업이지만 다른 분야와 융합될 때 더 큰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의료산업과 융합해 디지털병원 등 의료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교육과 만나 원격교육 등 상상 속에서나 할 수 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2014년에 에너지 수요관리자원 시장 조성


에너지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ICT와의 융합을 통해 많은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수요관리 분야는 ICT와 접목할 경우 효율향상과 체계적인 수요관리가 가능해져 그 발전 가능성이 무척 크다. ICT를 활용한 세계 에너지 효율산업은 연평균 14% 성장해 2020년에 약 115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는 1990년대 들어 전력공급시설 확충이 한계에 달하자 에너지 공급자에게 효율향상 의무를 부과하고, 에너지 수요관리자원 시장을 개설해 ICT를 활용한 절전기술 확산에 성공한 바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도 이미 에너지 수요관리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우리 기업들도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ICT기반 기술이 이미 상당부분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가 가진 세계적 수준의 ICT와 에너지기술을 융합해 에너지 수요관리를 선진화하고 나아가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추로 ‘창조경제 시대의 ICT기반 에너지 수요관리 신시장 창출방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에너지 수요관리정책의 흐름을 재정립하고 있다.


먼저, 그동안의 에너지 수요관리정책이 에너지공급이 부족할 경우에 실내온도 제한과 같은 단순한 절전규제를 통해 수급을 맞추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수요관리를 상시화하고 공급발전자원과 수요관리자원을 동등한 자원으로 인식하는 통합적 운용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내년에 전력시장제도를 개편해 수요감축량을 공급발전량과 대등하게 거래할 수 있는 수요관리자원 시장을 조성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특정시간대에 전력수요가 5천만kW로 전망된다면, 현재는 이러한 전력수요를 맞추기 위해 발전사로부터 5천만kW 전량을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관리 시장이 도입되면, 먼저 소비자들의 수요감축량 500만kW를 구매해 필요한 전력을 4만5천kW로 낮춘 후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에 스마트플러그 내장


다음으로 수요관리 방식 측면에서도 오래돼 효율이 낮은 에너지 관련 설비를 고효율 설비로 교체하는 데서 벗어나, 에너지소비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스마트플러그 등 새로운 ICT활용기술 시장을 열 계획이다.


전력수요가 많지 않은 시간에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피크시간에 공급ㆍ사용해 전력피크를 관리ㆍ감축하는 ESS 시장을 열기 위해 ESS를 통해 풍력발전을 할 경우 발전량을 최대 2배까지 추가 인정, 교류 주파수 추종 서비스 기준 개선,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등의 요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ESS 설치의 실질적 경제 가치를 높일 예정이다. 또한 건물ㆍ공장의 에너지사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ㆍ제어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EMS 활성화와 관련해서도 설치비용을 지원(중소ㆍ중견기업 50%)하고 정책융자금 추천 시 가점확대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그리고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전제품이 사용되지 않을 때 전원을 차단하기도 하고 전기사용량을 측정ㆍ제어하는 스마트플러그 기능을 내장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전력은 그동안 에너지 공급사로서 전력공급과 판매에 중심을 두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에너지 수요관리까지 담당하는 종합에너지회사로 한 단계 도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부터 총매출액 대비 효율향상 투자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앞으로 5년간 약 5,400억원을 효율향상 부문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가 내려갈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ㆍ회수해 재사용하는 회생제동장치 7만대 이상을 전국 아파트ㆍ빌딩 등에 보급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이와 유사한 새롭고 획기적인 전력소비감축 기술이 채택돼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이번 계획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을 공급확대 중심에서 시장을 기반으로 한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추다. 지금까지의 예측이 어려운 단순 에너지절약에서 벗어나 ICT를 활용해 검증된 수요관리자원으로 공급능력을 대체할 수 있어, 새로운 발전소 건설을 최소화하는 무형의 발전소 건설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ICT와 전력 시장을 창조적으로 융합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형성되고, 전력수요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수요관리 사업자가 늘어나 일자리도 확충될 것으로 기대된다.


150여년간 건설, 철강 분야 사업을 영위하던 프랑스의 슈나이더사는 1980년대 초 회사이름을 슈나이더 전기로 바꾸고 주력 분야를 건물 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전력장비 전문회사로 전환한 결과, 지금은 100개국 이상에서 연간 224억유로(약 33조원)의 매출과 13만명을 고용하는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국내는 수요관리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지능형 수요관리 사업자가 13개, 고용인원은 6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 수요관리 시장 활성화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ICT기술을 기반으로 한 한국판 슈나이더사가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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