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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별 볼 일 있네!
심재철 한국하우톤 압연사업본부 기술이사 2013년 10월호

 

순도 높은 1mg의 화합물을 추출하기 위해 며칠째 계속되던 실험에 지쳐있던 어느 날, 과학관 옥상에 올라갔다가 10인치 반사망원경으로 달을 봤다. 아이피스(접안렌즈) 속에서 빛나는 달의 크레이터와 바다는 맨눈으로 수 없이 봐 왔던 달이 아니라 신비함과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것을 처음 발견한 갈릴레오의 감동이 이랬을까? 늘 똑같고 변함없는 것처럼 보이던 밤하늘의 천체들이 망원경 속에서 또 망원경의 크기와 배율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내가 아직까지도 별을 보는 이유일 것이다.

 

그림이나 음악을 감상할 때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고 한다. 밤하늘도 마찬가지다. 별은 아는 만큼 보이고 우주는 아는 만큼 넓어진다. 그 시작은 별을 찾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별자리 전설을 달달 외우고 별자리 모양을 다 외워도 밤하늘에서 별 하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별 하나를 못 찾으니 밤하늘의 변화를 느낄 수 없고 우주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과 더블유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자리를 찾으려 하지 말고 밝은 일등성을 먼저 찾아보자. 북두칠성엔 밝은 별이 없기 때문에 서울하늘에서 잘 보이지 않고 시골의 까만 밤하늘에서도 밝은 별들에 비해 존재감이 적어 찾기 쉽지 않다. 반면 직녀성이라 불리는 거문고자리의 베가는 여름철 별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서울에서는 천정을 지나가는 유일한 일등성이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한여름 밤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봤을 때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직녀성이다. 이처럼 계절별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을 먼저 찾고 나머지 밝은 별을 찾으면 별자리 모양을 몰라도 쉽게 별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일등성은 총 15개뿐이니, 이들에 대한 특징을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 아무리 별이 많이 보여도 그 사이에서 이 별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 시절 별 보는 재미에 빠져 전공인 화학 공부에 소홀했다. 대학원 때도 별 보느라 동료들만큼 많은 연구를 진행하지 못한 채 (주)한국하우톤 중앙연구소에 병역특례로 입사했다. 많은 동기들이 병역특례를 마치면 가장 먼저 회사를 떠날 사람으로 나를 지목했지만, 60명의 화학과 졸업생 가운데 한 회사를 가장 오래 다니고 있는 다섯 명 중에 한 사람이 바로 나다. 석사 과정까지 전공에 대한 배움이 느렸지만 별을 보며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사람들의 창의성과 위대한 도전정신을 배웠기에,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에 얽매이지 않고 숨은 진리를 잘 찾을 수 있었다. 과정이 느린 것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가장 현명하고 빠른 것이었다. 밤하늘의 모든 별들이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상의 어떤 것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연구소 출신 중 가장 빠르게 임원(기술이사)으로 승진하는 데 별을 보는 취미가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콘크리트 정글 위에도 별은 변함없이 떠 있지만 각종 공해와 각박한 생활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여유를 잊게 한다. 복잡한 세상일은 낮에 끝내고 고개를 들어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라. 한팔 길이밖에 도달할 수 없는 우리를 수천킬로 아니 수십억광년까지 안내할 것이다. 무한한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는 우주를 만나면 넓은 시각으로 사회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아무런 이유가 없어도 우리는 별을 봐야 한다. 까만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 별을 보면 왠지 모르지만 스트레스가 풀리고 생활의 활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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