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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ODA를 對개도국 투자사업의 마중물로!
현미주 주벨기에ㆍ유럽연합대사관 2등서기관 2013년 11월호

 

[EU 이슈] 유럽 재정위기와 EU의 개발협력정책 동향

지난해 4월 앙헬 구리아(Angel Gurria) OECD 사무총장은 전 세계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최근 감소 추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간 국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나타난 각국의 원조예산 감소 추세는 결국 2011년, 2012년 2년 연속 전 세계 ODA가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2년도 전 세계 ODA 규모를 살펴보면 총 1,256억달러로, 물가와 환율을 감안할 때 2011년에 비해 4% 감소한 수치다. 공여국들의 소득 대비 ODA 기여 비중을 보여주는 GNI 대비 ODA(ODA/GNI) 평균 비율 역시 0.31%에서 0.29%로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 ODA의 반 이상을 제공해 온 EU의 대다수 회원국들이 개발원조 지출에 허리띠를 졸라맨 까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e Committee)에 속하는 15개 EU 회원국 중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모든 EU 회원국의 원조 지출이 줄어, 2012년 EU 회원국들의 ODA 규모는 2011년 대비 7.4%나 감소했다. 특히 재정위기를 심각하게 겪은 국가들의 경우 ODA 감소 폭[스페인(-49.7%),  포르투갈(-13.1%), 이탈리아(-34.7%)]은 훨씬 크다. 5대 공여국에 해당하는 미국과 일본의 ODA 규모도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13개 EU DAC 회원국들이 ODA 예산을 2011년 수준으로 유지했다면 전 세계 ODA 규모는 2011년 수준과 유사했을 것이다.

 

EU, ‘개발을 위한 어젠다’로 원조효과성 높이려


유럽 재정위기가 개발협력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ODA 감소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ODA 집행 방식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라고 하겠다. 돈이 부족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우선 지출을 가능한 줄인다. 그리고 필요한 지출의 경우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도록 노력한다. 전자가 현재 진행 중인 ODA 예산 감소에 해당한다면, 후자는 ODA 집행방식의 효율화 노력이라고 할 것이다. 2012년부터 시행 중인 EU의 ‘개발을 위한 어젠다(Agenda for Change)'는 후자에 해당하는 노력이다. 이 정책문서는 EU 개발정책의 효과를 증대하기 위한 보다 전략적인 접근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EU는 이 정책문서에 따라 무상원조(grant)를 가장 필요한 국가에게 제공하고, 중진국의 경우에는 무상원조를 감소하겠다고 밝혔으며, 한 국가당 지원 분야를 3개 이하로 한정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사실 이러한 ‘효율적인 집행’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는 파리선언, 아크라 행동계획 등 원조효과성(aid effectiveness) 규범 논의를 통해 계속 강조돼 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할 만한 정책의 변화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 정책문서가 그간의 ODA의 효율적인 집행 노력과는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공공재원을 통해 민간투자를 끌어오는 방안인 ‘개발재원 혼합방식(blending mechanism)’이다. EU는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한된 돈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그 돈을 바탕으로 다른 투자를 끌어와(leverage) 그 효과를 배가시키는 활동에 중점을 두게 된 것이다.


‘개발재원 혼합방식’은 개도국이 국제 금융시장(국제금융기관, 지역개발은행 및 민간금융기관)에서 돈을 잘 빌려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무상원조를 마중물로 활용하는 것으로, EU 집행위는 회원국들와 함께 2007년부터 총 7개의 지역별 프로그램[ITF(the EU-Africa Infrastructure Trust Fund), NIF(the Neighbourhood Investment Facility), LAIF(the Latin America Investment Facility), IFCA(the Investment Facility for Central Asia), AIF(the Asia Investment Facility), CIF(the Caribbean Investment Facility), IFP(the Investment Facility for the Pacific), the facilities for Asia]을 통해 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  


EU 집행위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 168건 이상의 사업을 수행했으며, 약 14억유로의 무상원조 자금으로 140억유로 이상의 차관사업이 가능해져 320억유로 규모 이상의 프로젝트 자금 유입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무상원조는 △직접 투자 △금리 보조 △기술협력 △위험자본관리 및 보증 등의 형태로 개도국의 투자사업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즉 무상원조는 개도국이 차관사업을 진행할 때 그 사업의 일부 자금으로 직접 제공되거나 사전 조사사업, 컨설팅 업무 수행 또는 개도국의 차관 이자율을 낮추거나 투자 위험을 보증하기 위한 용도로 쓰여, 개도국의 투자위험 또는 준비 부족 등으로 인해 민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대규모 차관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현재까지는 직접투자와 기술협력 형태가 각각 41%, 32%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EU는 앞으로 금리보조(현재 19%), 위험자본관리 및 보증(7%)의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무상원조 자금의 레버레지 비율은 사업별로 다양하며,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경우 10:1인 반면, 사회개발 분야의 경우는 3:1 수준이다.

 

ODA의 촉매제 역할 강조는 전 세계적 동향


EU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에는 ‘개발을 위한 어젠다’를 통해 개도국 투자 확대를 위한 공공재원의 레버레지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천명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집행위, 회원국, 유럽의회, 유럽대외관계청(EEAS; European External Action Service) 및 금융기구가 참여해 개발재원 혼합방식에 대한 권고와 조언을 제공하는 플랫폼(EU Platform for Blending in External Cooperation)을 설치했다. 이렇듯 EU는 앞으로 제한된 공공재원을 통해 여타 민간재원을 끌어오는 촉매제 역할의 개발협력 활동을 본격적으로 확대해갈 계획이다.


이러한 ODA의 촉매제 역할 강조는 단지 EU만의 동향은 아니며 전 세계적인 동향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금융위기 극복 노력이 한창이던 2010년 합의된 G20 서울 개발 컨센서스(Seoul Development Consensus for Shared Growth) 및 이후의 G20 개발의제 역시 개도국 민간투자 확대를 위한 ODA의 보완적 역할을 독려했으며, 2011년 합의된 부산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Effective Development)에서도 민간 부문의 중요성과 ODA의 촉매제 역할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 역시 2012년 ‘개발협력연대(DAK; Development Alliance Korea)’를 출범, 민간재원을 활용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각각의 자금과 전문성을 연계하는 민관협력형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EU의 경우에는 공동 펀딩 및 사업기획을 통한 민간과의 파트너십보다는 개도국이 사업자금을 직접 빌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민간재원이 투자로 연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ODA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ODA의 촉매 역할을 강조하는 국제적인 동향은 국제경제위기에 따른 공공재원의 제약 및 개발협력 주체로서의 민간 부문의 성장이라는 환경 속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EU의 경우에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한정된 재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회원국들의 효과적인 예산 집행(Value for Money)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재원 혼합방식’을 확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유럽 개발NGO와 유럽의회는 ‘개발재원 혼합방식’이 민간금융의 수익 추구로 말미암아 빈곤감소 개발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우려가 있으며, 투명성과 책임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U 집행위 역시 원조자금이 민간 부문의 수익활동 창출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감안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사업 건별 상세 검토작업 등 여러 방법을 모색 중이다. 앞으로 EU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개발효과를 성취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U의 이러한 시도는 향후 ODA 촉매제 역할을 강화해 개발효과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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