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로 진화할까?
- 금융, 물류 및 유통,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도입되기 시작하는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기술이다. 거래내역이 암호화 된 블록을 만들어 참여자 전부가 공유하고 인증하는 방식 덕분에 신뢰할 수 있는 제3자 없이도 믿고 거래할 수 있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하면 앞선 분산방식이 반복되며 이전 블록 뒤에 다음 블록이 체인처럼 쭉 이어 붙기 때문에 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청년(혹은 집단)이 해당 개념을 처음 제시했을 당시에 블록체인은 화폐(비트코인)만을 위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스마트 계약이 가능해진 2세대 블록체인이라 불리는 '이더리움'이 등장하자, 화폐뿐만 아니라 모든 유형의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더리움의 등장으로 활용영역이 금융분야에 한정되었던 블록체인이 비로소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블록체인이 어떠한 모습으로 물류 및 유통, 공공서비스, 개인 간 자산거래 분야에서 도입되고 활용되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블록체인 활용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시간과 비용 면에서 거래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번 입력된 정보는 수정할 수 없어 거래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당초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 분야에만 활용이 가능했지만 이더리움 등장 이후 다양한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용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도 블록체인을 통해 정부서비스의 신뢰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블록체인 기반의 공공서비스 도입을 위한 실험들을 늘려가고 있다.
[금융] 해외 송금 분야에서의 블록체인 활용
금융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해외 송금 시장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 해외 송금 규모는 약 630조원에 달한다. 지난 5년간 세 배 이상 성장한 수치이다. 해외 송금은 속도와 비용 절감 측면에서 블록체인의 활용도가 특히 높은 분야로 손꼽힌다.
해외 송금은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의 이동, 불법자금 은닉과 같은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금융업무로 분류된다. 국제적으로 허가 받은 대형 금융기관만 허용된 이유이다. 기존의 해외 송금은 국제은행 통신망인 스위프트를 이용하거나 웨스턴유니언의 머니그램, 페이팔과 같은 해외 송금 전문회사를 이용해야 했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여 개 금융기관이 참여하여 보증하기 때문에 안전한 송금이 가능하다. 문제는 송금액의 4-6%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와 송금에 3일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준다. 2004년 설립된 리플이 대표적이다. 리플은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를 기록하기 때문에 중앙기관 없이 개인 간 송금이 가능하다. 거래비용이 적게 소요되어 수수료도 송금액의 1% 정도로 낮고, 송금속도는 약 10분 정도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을 이용한 해외송금은 소액 송금에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다. 스위프트나 웨스턴유니언은 대규모 송금액에 초점이 맞춰진 서비스인 탓에 소액일수록 거래비용이 높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적은 비용으로 소액 송금이 가능해진다. 일본, 영국, 스페인, 브라질, 폴란드, 중국 등 다양한 국가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표 1> 기존방식과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서비스 운영방식 비교
우리나라의 금융 분야 역시 블록체인을 도입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간편결제와 해외송금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간편결제의 경우 계좌나 신용카드를 연결하여 번거로운 절차 없이 구매 버튼 하나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이다. 이 과정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2-3% 가량이었던 기존 가맹점 결제 수수료를 0.5%로 낮출 수 있다. 낮아진 수수료의 일부는 고객에게 할인으로 제공을 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블록체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해외송금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송금의 대부분은 유학생에게 보내거나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이뤄진다. 기존에는 스위프트망을 이용했기 때문에 많은 수수료가 발생했지만,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1-2%의 낮은 수수료로 더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암호화폐를 정산매개로 하는 해외송금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고, 암호화폐 자체의 가치 변동폭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리펀딩이나 풀링 방식을 활용하거나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블록체인 플랫폼인 리플 엑스커런트를 활용한 해외 송금만 가능한 상황이다.
[물류·유통] 이커머스 기업들의 블록체인 활용
2018년 글로벌 시장 기준 소매 판매 유통시장은 전년 대비 3% 성장했다. 이 가운데 15.2%를 차지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은 고속성장하며 글로벌 소매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자체 플랫폼 내에서의 부정 사용자를 걸러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5년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250억 달러의 기업공개에 성공하면서 주가가 한때 120달러에 육박했지만, 짝퉁 논란으로 인해 80달러로 추락한 바 있다. 이후 알리바바는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위조 수입품과 가짜 식품을 판별하고자 노력했다. 알리바바가 2018년 기준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기술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인 이유이다. 알리바바는 블록체인 기반 물류 시스템을 통해 50개국에서 수입된 3만여 종의 상품 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 또한 가짜 식품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블록체인 상에 유통 이력을 기록해 문제가 있는 상품을 추적해 걸러낸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상품과 식품 안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존 역시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인 AWS(Amazon Web Services)를 중심으로 블록체인의 서비스화를 추진한다. 아마존은 2019년 2월 '순환형 공급망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원을 절약하고 폐기물을 줄인 물품을 파악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면 소비자의 선택이 공급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의사가 반영된 상품이 공급되는 순환형 공급망이 가능해지도록 만든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상품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유통되었는지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유통기업 월마트는 IBM과 협력해 식품공급망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특정 식물의 원산지를 추적하는데 약 2초 가량이면 충분하다.
귀중품 거래는 블록체인의 확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영역이다. 2016년 설립된 영국의 스타트업 에버레저(Everledger)는 120만 개의 다이아몬드 유통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한다. 다이아몬드의 기본 특성을 나타내는 4C[색(Color), 투명도(Clarity), 컷(Cut), 캐럿 무게(Carat weight)] 외에도 산지나 가공회사와 같이 고유의 특성을 나타내는 40개의 정보를 종합하면 다이아몬드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에버레저에 등록된 다이아몬드 정보는 거래할 때 블록체인을 통한 인증이 요구되기 때문에 도난·분실된 다이아몬드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브랜드와 빈티지에 따라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도 블록체인으로 가짜 상품을 사전에 차단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빈엑스(VInX)는 와인 감정가들과 수입상들이 병에 주입하기 전 단계인 숙성 단계에서 해당 정보를 빈엑스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입력해 와인 생산지를 밭 단위까지 추적할 수 있다.
[자산거래] 허위매물의 등록 및 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
부동산은 사기 거래가 빈번한 영역 중에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3의 예탁사를 통해 검증한다. 수수료는 부동산 가격의 1-2% 수준이다. 이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허위 매물의 등록이나 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부정을 방지할 수 있다.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스웨덴은 2017년부터 부동산 등록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억 유로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 매매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부동산 매매 및 등록을 위한 전자서명을 허용하는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통상 3-6개월이 걸리던 매매와 등록 과정이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일본 역시 2018년부터 토지 대장 관리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 법무성은 전국 2억여 개의 토지 구획과 5천만여개 건물 정보를 비롯해 부동산 매매에 관한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한편, 자산관리의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페루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 소토는 전 세계의 등록되지 않은 자산이 약 2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는 남미의 시장경제가 성장하지 못한 요인 가운데 자산이 등록되지 않은 탓에 담보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 크다고 설명한다. 등록되지 않은 자산이 관리되면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이 10%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공서비스] 블록체인을 통한 정부서비스의 투명성 및 효율성 제고
네덜란드 정부는 개인정보 자체를 보유하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는 개인의 것이라는 '자기주권 신원정보'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보유하지 않고도 공공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정부가 국가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개인정보의 독점권을 보유하는 것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개인정보가 필요한 이유는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 위해서이다. 네덜란드는 개인과 관련된 국적, 출생지, 나이, 학력, 자격증 등 온갖 개인정보들을 암호화하여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PC나 스마트폰 등 개인 소유의 디지털 장비에 보관한다. 정부는 각 개인이 보관하는 개인정보의 해시값만 보유하여 개인이 보유한 정보가 위조되었는지 여부만 판별한다. 개인정보를 정부가 보유하지 않고도 개인을 식별하여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산모 지원 프로그램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공공서비스이다. 네덜란드 국민이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는 산모 도우미 서비스는 그 절차가 복잡했다. 도우미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 후 산모에게 받은 확인서를 담당 기관에 제출하고, 담당기관은 이를 다시 보험사에 넘겨야 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고 나서야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 블록체인이 도입되자 지급에 걸리는 시간이 30배 이상 단축되었다. 산모 도우미는 앱을 통해 산모에게 도움을 준 시간을 확인받으면 충분하다. 이 정보는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블필요한 행정 절차 없이 보험사에 전달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동일한 방식을 각종 보조금 지급에 적용해 블록체인을 통한 행정 자동화를 추구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국가의 거의 모든 행정서비스가 자동화되었다. 제외된 서비스는 결혼, 이혼, 부동산 거래이다. 이들 서비스는 효율성보다 직접 대면해서 처리해야 할 업무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든 행정서비스가 자동화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인정보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존재한다. 에스토니아는 자신의 e-ID로 정부포탈에 접속하면 정부가 관리하는 모든 개인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주소, 부동산내역, 차량번호, 의료정보, 세금 등 개인정보 일체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정부의 어떤 기관이 어떻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사용했는지 등의 내역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정보 조회 내역은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투명하게 관리되는 개인정보로 인해 행정자동화가 가능하다. 누가, 언제, 어떤 개인정보를 조회했는지 언제든지 확인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활용한 행정 간소화 및 자동화의 편익을 의심 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신뢰가 '들여다보지 않는 것'으로 정의되는 이유는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투명성 덕분에 구축된 행정서비스의 자동화로 인해 면허증 갱신을 위해 경찰서에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기울일 필요가 없으며, 처방 받은 약을 구입하기 위해 종이 처방전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뿐만 아니라 병원을 옮겨 다닐 때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엑스레이, MRI 등의 영상자료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으며, 연말정산 역시 자동으로 이뤄진다. 많은 국가에서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은 운영된 지 이미 10년이 넘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투명한 개인정보의 관리가 만들어 낸 공공서비스의 자동화 및 간소화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비록 2017년 정부가 암호 화폐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고강도 규제를 내세웠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와는 별개로 미래를 선도할 기술로 선정해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년 4월에 도입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시범서비스를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규제개혁 움직임으로 인해 분산형 신원확인(Decentralized ID, DID) 서비스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분산형 신원확인 서비스란 네덜란드의 공공서비스에서 살펴본 자기주권신원 증명 서비스를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개인정보를 특정 기관에 위탁하지 않고 개인이 직접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정보만을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다.
분산형 신원확인 서비스가 구현되자 쇼핑몰이나 금융사에 가입할 때 본인인증 과정이 개인정보 입력 없이 간단한 생채 인증만으로도 가능해졌다. 병무청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병무청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공인인증서 없이 핀 번호 혹은 지문인식만으로 로그인이 가능하도록 구현했으며, 이 정보 역시 병무청이 아닌 개인의 단말기에 저장된다. 2018년 8월 출시된 '뱅크사인'도 이와 유사하다. 뱅크사인은 공인인증서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은행권이 공동으로 출시한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비스이다. 블록체인 인증서는 한 번 발급받으면 다른 금융사에 별도로 인증 받을 필요가 없다. 최초에 사용자가 입력한 개인정보가 금융사로 전달되어 인증되면 이 사실이 블록체인 상에 기록되어 모든 금융사에 공유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활용되어 안전성과 편리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행정절차도 간소화된다. 외교부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재외국민의 금융위임장 진위여부를 검증한다. 과거 해외 체류 재외국민이 국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재외공관에서 공증 받은 뒤 금융위임장을 다시 국내 대리인에게 맡겨 국내은행에 전달했다. 은행 역시 이렇게 전달받은 위임장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외교부는 블록체인에 공문서 정보와 인증서를 저장해 국내은행과 재외공관과 공유함으로써 실시간으로 금융위임장 발급 사실과 영사확인 공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서비스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2020년 시범운영 예정인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우편 사서함 '포스톡'을 통해 종이로 발급되던 행정 및 공공기관의 우편물 혹은 요금고지서를 위·변조의 위험 없이 모바일로 받아볼 수 있다.
또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경찰청, 도로교통공단이 함께 진행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도 2020년 1분기 사용화를 앞두고 있다. 스마트폰 앱에 운전면허증을 등록하기만 하면 경찰청 및 도로교통공단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되어 종전과 같이 실물 운전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아도 운전자를 증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차량공유, 마이크로 모빌리티(전동킥보드)와 같은 플랫폼과도 연계되어 운전면허 인증이 필요한 플랫폼으로 확대가 가능하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어 실생활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보험 분야에서의 활용도 주목할 만한다.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위해 진료비를 선지급하고, 각종 서류를 발급 받아 신청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서류 발급 없이 1분 내로 해결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중고 물품 및 자동차 시장, 각종 유통분야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해 실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지 않는 체인
블록체인의 활용 분야는 다양하지만, '투명한 공급망' 구축을 통한 신뢰성 확보와 거래비용의 감소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존 산업을 붕괴시키는 파괴적인 속성보다 효율성을 높여주는 기반기술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반기술로서의 블록체인은 잠재된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도입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샤노프 교수는 기반기술은 '생소함'과 '복잡성'의 정도에 따라 경제 사회 전반에 도입되는 속도가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생소함이 클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복잡성이 높을수록 해당 기술을 통해 협력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생소함'과 '복잡성을 기준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사례는 총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표 2> 생소함과 복잡성의 정도에 따른 블록체인 기술 도입 사례
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The Truth about Blockchain, 2017년 1월호를 바탕으로 재구성
한편, 책임의 주체가 없다는 점도 다양한 분야로 파급이 이뤄지지 않는 요인이다.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특징은 관리나 책임의 주체가 없다는 단점으로 해석될 수 있어 미래의 대안으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적용되는 분야가 많아지고,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상당한 제도적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기반기술로서의 블록체인 도입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폭넓은 참여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의 비유를 통해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누구의 개입도 없이, 선하고 이기적인 개인들의 의사결정만으로 가장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가능하고, 이는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도 보이지 않는 손과 묘하게 닮아 있다. 그리고 시장이 그 자체로 완전하지 못했듯 탈중앙화의 실패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중앙화를 보다 공고히 만드는 모습들이나 채굴의 대가인 암호화폐가 대규모 인프라를 가진 특정 주체에게 집중되는 중앙화의 모습이 그것이다. 기술의 도입단계로서 산업과 정부 부문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블록체인의 탈중앙화가 효율성을 높여줄 경우에 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시작되고 성장한 오늘날의 세상이 보이지 않는 체인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 Iansiti, Marco, and Karim R. Lakhani, "The Truth about Blockchain," Harvard Business Review 95, no.1(January-February 2017 ): 118-1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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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충현, 「블록체인의 다변화: 채굴 없는 블록체인의 확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8
<단행본>
- KT경제경영연구소,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미래』, 한스미디어, 2018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블록체인의 미래 - 2018년 기술영향평가 결과보고』, 2019
- 노구치 유치오, 『비트코인&블록체인의 미래』, 경향BP, 2018
- 마쓰오 신이치로 외 7인, 『블록체인의 미해결 문제』, 한스미디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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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J. 케이시, 폴 비냐, 『트루스 머신 블록체인과 세상 모든 것의 미래』, 미래의 창, 2018
- 전명산, 『블록체인, 정부를 혁신하다』, 클라우드나인, 2019
- 최공필, 『비트코인 레볼루션』, 생각의 힘, 2018
- 커넥팅랩, 『블록체인 트렌드 2020』, 비즈니스북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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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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