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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플랫폼노동(종합편)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2022년 03호
“새로운 고용, 플랫폼 일자리의 등장” 

▶ 일시: 2022년 8월 24일 15:30~17:30
▶ 장소: 비즈허브 서울센터 
▶ 참석자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 플랫폼연구팀장(좌장) 
   강금봉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 
   김형건 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지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Prologue : 플랫폼 일자리의 정의와 현황 

이화령: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플랫폼 일자리의 정의와 현황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플랫폼 일자리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매개되고 중개되는 노무를 뜻합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플랫폼노동’에 대해 ①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서비스이거나 가상의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일 것, ②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구할 것, ③디지털 플랫폼이 보수를 중개할 것, ④일거리가 특정인이 아니라 다수에게 열려있을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일자리의 현황과 관련해서 지난해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1).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15~69세 취업자의 8.5%인 약 220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주2)는 약 66만 명으로 취업자(15~69세)의 2.6%에 해당합니다. 수치만 본다면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러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여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플랫폼 일자리는 배달·배송·운전이나 가사서비스 등 과거 공유경제로 부르던 직종에 집중된 것으로 보입니다.
"플랫폼 일자리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매개되는 노무를 의미하며 향후 빠른 증가세가 예상"
플랫폼 종사자의 직종별 현황을 보면, 협의의 종사자 중 47.2%는 주업으로 해당 일을 하고 있고, 부업(39.5%)이나 간헐적으로 참가하는 유형(13.3%)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주3).
또한 플랫폼 기업과의 관계를 보면, 플랫폼 기업이 정한 업무 규정이나 규칙이 있다는 응답은 41%로 상당히 높게 나왔습니다. 규정이 있는 경우 위반 시 일시적 앱 차단 또는 일감 배정 제한(83%), 계약 해지(59%) 등 불이익이 있다고 응답했는데요, 이는 플랫폼 종사자에게 미치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주1) 상세한 내용은 “2021년 플랫폼 종사자, 취업자의 8.5%220만 명(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21.11.19.)” 참고
주2) 이번 조사에서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광의의 플랫폼 종사자중에서 일의 수행방식이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서 일감을 받고 온라인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온라인 플랫폼 중개를 통해서 일감을 받으나 서비스는 직접 고객을 만나 제공한다고 응답하였고, 보수지급 방식이 귀하를 고용한 고용주가 직접 지급한다가 아닌 온라인 플랫폼이 고객에게 돈을 받아 귀하에게 지급하거나 고객이 귀하에게 직접 지급한다고 응답한 사례 중에서, 일을 얻는 방식이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배정한다’(, 본인 선택권이 없음)라고 응답한 사례를 제외한 것으로 정의되었다.
주3) 주업형은 플랫폼노동으로 버는 수입이 총수입의 50% 이상이며 플랫폼노동에 주당 평균 20시간 이상 참여하는 자로, ‘부업형은 플랫폼노동으로 버는 수입이 총수입의 25%~50%이며 플랫폼노동에 주당 평균 10시간~20시간 참여하는 자로, ‘간헐적 참가형은 플랫폼노동으로 버는 수입이 총수입의 25% 미만이며 플랫폼노동에 주당 평균 10시간 미만 참여하는 자로 정의
 
#2. 플랫폼 일자리의 특징

이화령: 첫 번째 주제는 플랫폼 일자리의 특징입니다. 플랫폼 일자리가 전통적인 근로계약이나 노동시장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강금봉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님부터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금봉: 플랫폼 일자리의 경우 ‘이중적인 배제’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근로자는 노동관계법상의 보호대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근로조건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종사자는 전통적인 의미의 근로자와 다르기 때문에 기업과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이중적인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종사자의 상당수는 개인사업자로 플랫폼과 위탁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노동법상의 법정근로시간, 최저임금, 고용보험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플랫폼 종사자들 간 업종별, 노무제공 형태별 차이가 크다 보니 이러한 차이를 포괄하여 사회적 위험을 조율하거나 시장을 규율할 수 있는 규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권리와 보호 측면의‘이중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법상 사각지대 뿐 만 아니라 관련 규제 부재에 따른 이중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권오성: 전통적인 고용계약은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간을 반드시 정해 둡니다. 그리고 업무시간 중에 일감을 조달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임금이 지급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습니다. 이것은 근로자와 기업(firm) 양측 모두에게 필요했던 것입니다. 코즈(Ronald H. Coase, 1937)는 기업이 생산활동의 범위 중 ‘무엇을 내부에서 생산하고 무엇을 외부에서 구매할 것인가’라는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 조직의 경계가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외부에서 조달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품질 확보가 되지 않기 때문에 20세기 초반에는 노동자를 장기 고용하여 직접 통제하는 대규모 공장제 시대를 맞이했지만, 20세기 후반에는 기업이 많이 파편화(외부화)되었습니다. 그리고 플랫폼은 이러한 파편화(외부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노동이 작은 단위로 세분화되어 플랫폼을 통해 중개되면서, 플랫폼 종사자들은 일자리(job)를 얻어 장기간에 걸쳐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파편화·세분화된 일감(task)을 거래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비단 노동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플랫폼은 오늘날 사회보장제도가 상정하는 표준적 고용관계 모델의 근간을 허물고 있습니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일자리(job)가 아니라 파편화된 일감(task)을 거래"

김형건: 권오성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직접고용에 따른 인건비와 인력 조정 비용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이 고용 형태의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는 과정에서 플랫폼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일자리는 작은 직무들로 세분화되어 있는 과업 중심의 초단기 일자리입니다. 그래서 근로시간의 유연성은 있지만 일자리의 안정성이 매우 낮습니다. 또한 플랫폼 종사자들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인 동시에 플랫폼을 매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립사업자이기도 해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임금근로자들과 같은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플랫폼 일자리는 유연성은 있지만 안정성이 낮아"
 

장지연: 플랫폼 경제, 플랫폼노동, 플랫폼 자본주의, 플랫폼 비즈니스 등 플랫폼과 관련한 용어가 많은데, 이때 플랫폼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래서 저는 플랫폼의 개념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제가 예전 연구에서는 플랫폼을 ‘알고리즘으로 통제되는 디지털 네트워크’라고 정의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플랫폼은 코어(core)와 노드(node)로 이루어진 방사형의 디지털 구조물이며, 여러 가지 교환이나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탑재한 기술입니다. 즉, 플랫폼은 조직(organization)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technology)인 것입니다. 
저는 플랫폼이 본질적으로 조직관리 기능을 한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플랫폼에 매개된 사람이 임금노동자일 수도 있고 프리랜서 등 개인사업자일 수도 있을 텐데, 알고리즘이 플랫폼의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플랫폼 일자리가 임금노동과 자영업으로 구분되어 온 전통적인 노동시장과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은 플랫폼의 기술적인 특징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즉, 플랫폼 일자리는 임금노동과 자영업의 경계에 선 일자리라고 봅니다. 
"플랫폼은 코어와 노드로 이루어진 방사형 구조물로, 조직인 동시에 기술"

#3.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 방안 : 근로자성 판단

이화령: 이제부터는 두 번째 이슈를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는 방안으로 ①플랫폼 종사자가 현행 노동법상의 근로자 범주에 포섭되도록 ‘근로자’ 개념을 재정의하는 방법, ②플랫폼 종사자를 일반적인 독립적 계약자로 다루되 이에 대한 정책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방법, ③현행 노동법상의 근로자 범주에 포섭되지 않는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제3의 범주를 만드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장지연: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 방안과 관련해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을 짚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플랫폼 종사자는 스펙트럼(spectrum)이 너무 다양합니다. 스펙트럼은 연속성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에, 대상을 둘로 나누든 셋으로 나누든 혹은 넷으로 나누든 간에 문제가 됩니다. 앞서 플랫폼 일자리가 임금노동과 자영업 사이의 경계에 선 일자리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플랫폼 일자리가 처한 어려움이 경계의 문제로 발생했고 그 결과가 스펙트럼 같은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하면, 거기에 맞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제3의 범주를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방안으로 3의 범주 창설은 부적절"

이화령: 김형건 박사님, 플랫폼 종사자 보호와 관련한 해외 입법사례가 있을까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플랫폼 종사자 보호와 관련한 해외동향을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형건: 플랫폼 종사자 보호와 관련한 해외 입법사례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 5법’입니다. 2018년 4월 30일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노동자성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그동안 적용해 온 ‘통제 기준(control test)’이 아닌 이른바 ‘ABC 기준(ABC test)’을 적용했습니다. 2019년 9월 18일 ‘ABC 기준(ABC test)’을 노동자성 인정 기준으로 확대 적용토록 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서‘AB 5법’이 신설됐습니다. ‘AB 5법’에 따르면, 사용자인 플랫폼 기업이 ‘ABC 기준’의 세 가지 요소인 (A)노동자는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계약상으로나 실제로 기업의 통제와 지시를 받지 않으며, (B)노동자는 기업의 통상적인 사업범위 외의 업무를 수행하고, (C)노동자는 관례적으로 기업과 독립적으로 설립된 직종, 직업 또는 사업에 종사한다는 내용을 모두 입증하지 못할 경우 플랫폼 종사자는 임금노동자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이 법에 따라 플랫폼 종사자가 임금노동자로 추정되면, 최저임금, 산재보상, 실업보험 등 법적 보호를 받습니다. 다만 이 법은 2020년 11월 캘리포니아주 ‘주민발의 법안’에 대한 투표 결과에 따라 폐지됐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AB 5은 플랫폼 종사자를 임금노동자로 추정"

권오성: 플랫폼 일자리가 기존 노동법 체계에 제기하는 가장 큰 질문은 플랫폼을 이용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포섭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전통적으로는 근로자가 엄격한 의미에서 종속적 관계
주4)에 있을 때만 노동법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종속성 여부에 따라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근로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독립계약자) 사이에서 경계가 모호한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는 데 있어 적절하지 않습니다. 
노동법 적용과 다른 접근으로는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제3의 지위를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유사근로자(arbeitnehmerähnliche Person)’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주5)’라고 합니다. 그러나 유사근로자 개념을 두고 다시 논쟁이 시작될 수 있는 만큼 이 역시 완전한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임금노동자 혹은 자영업자 구분과 무관하게 일하는 사람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보호 법제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노동법 체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라는 문턱(threshold)을 낮추자는 논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종사자의 일하는 방식이 기존 노동법의 규범 체계와 조응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포섭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화두"
주4) 대법원은 근로자성 판단기준으로 인적종속성전속성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플랫폼을 통한 노무제공은 일회성, 단시간성, 임시성을 띠고 있고, 일반적으로 플랫폼 노무제공자가 다수의 수요자를 상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속성전속성을 요구하는 판례의 근로자성 판단에 따를 경우 근로자로 포섭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주5) 산업재해보상보험법률125조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자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 정의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로서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면서,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 기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강금봉: 플랫폼은 비즈니스 모델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노무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매개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고,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독립자영업자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고 있습니다. 
플랫폼 종사자는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지위를 확정하여 분류하기부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제3의 지위를 창설하는 것은 자칫 근로자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제3의 지위로 분류하여 오히려 보호의 수준을 낮추는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3의 지위 창설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수준을 낮출 위험이 있음"
 
장지연: 지금 특고와 관련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고를 영어로 번역하면 ‘종속적 자영업자(dependent self-employed)’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뜻 형용모순처럼 느껴지지만, 특고는 경제적으로 소수의 고객에게 종속되기 때문에 기존의 자영업자와는 다릅니다. 구체적인 업무수행방식에 대한 지시는 받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것입니다. 
플랫폼 종사자에 비해 특고는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쉬운 것 같지만, 특고의 범위를 정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주6). 플랫폼 종사자는 특고보다 스펙트럼이 더 다양합니다. 예컨대 지금은 영업을 중단한 ○○ 서비스의 택시기사들은 플랫폼노동자이지만 두말할 것 없이 임금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자율성이 높은 자영업자에 가까운 플랫폼노동자도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플랫폼노동의 자율성과 종속성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①서비스 가격을 누가 결정하는지, ②수행해야 할 일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③일하는 시간은 누가 정하는지, ④평가시스템이 있는지의 네 가지 기준을 활용하여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주7). 이 가운데 ①과 ②가 굉장히 중요한 기준입니다. 하지만 이는 설문조사를 할 때 활용하는 기준이며, 법률적 지위를 판정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입니다.
"플랫폼노동의 자율성과 종속성 판단 기준 설정이 어려워"
한편,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의 대상을 플랫폼 종사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랫폼 종사자의 단체교섭권주8) 등도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노동권 보호와 관련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데, 이 가운데 플랫폼 종사자에게도 적용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즉, 「근로기준법」이 규율하는 차별금지나 안전·보건에 대한 내용 등을 전형적인 임금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 플랫폼 종사자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종적인 고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6)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산재보험 대상 직종은 총 15개 직종이며, 2008년 적용 직종 4개 직종에서 2021년 현재 15개 직종까지 확대되었다. 15개 직종은 보험설계사, 건설기계 자차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전속 퀵서비스 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전속 대리운전기사, 방문강사, 방문판매원,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 가전제품 설치원, 화물차주(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철강재, 위험물질을 운송하는 사람), 소프트웨어 기술자(프리랜서)이다.
주7) 플랫폼노동 종사자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장지연, 2020)
주8) 고용노동부는 20171월 택배연대노동조합의 설립신고를 접수하였고, 서울시, 부산시 등에서는 이미 노조법10, 12조에 따라 플랫폼 노무종사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예컨대 대리운전기사노동조합 등)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한 바 있다. 이 노동조합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4. 플랫폼의 책임

이화령: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와 관련해서 플랫폼의 책임이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이 가져오는 새로운 기회의 창출을 막지 않으면서도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권오성: 플랫폼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경쟁정책과 노동법의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기업은 임금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로서 「사회보장법」에 따른 사회보험료를 비롯한 다양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플랫폼 기업이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사업모델에 따라 이러한 책임을 회피하면, 같은 시장에서 법적 책임과 규제 준수의 부담을 안고 있는 기존 기업들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노동법적 측면에서 보면, 플랫폼 기업이 노동법상 근로자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자영업자로 오분류(misclassification)하여 규제를 회피하고 이러한 사업모델이 성공하게 되면 기존 기업들이 전통적인 노동법을 준수할 유인이 없어집니다. 결국 사회보장제도 자체가 지속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경쟁정책과 노동법의 측면에서 고찰해야"
 
장지연: 저는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를 보고 판단해서 사업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해당 지역의 제도에 맞춰서 사업모델을 만들 것이고요. 플랫폼 기업이 규제를 피해 다닌다면 공정하지 않겠지만, 기존 법과 제도를 준수하면서 만든 사업모델이라면 플랫폼 기업의 가치를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법과 제도를 준수하는 한 플랫폼 기업의 가치를 인정"
 
강금봉: 플랫폼 경제가 사회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규제나 법을 회피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플랫폼에는 플랫폼 운영자, 플랫폼 이용 사업자, 서비스 수요자, 노무제공자 등이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플랫폼 경제는 이해관계자들의 적절한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공정한 규칙이 마련되어 상생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할 때 활성화될 수 있으므로, 플랫폼 특성에 맞는 게임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규칙을 통해 플랫폼 기업들은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혁신이 규제회피를 위한 도구가 돼선 안 돼"
 
장지연: 플랫폼 기업을 혁신이나 규제 회피 둘 중 하나로만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혁신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노동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회피하는 점도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노동법을 회피하려는 지점까지 혁신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 기업 혁신과 규제차익은 구분해야"
 
김형건: 플랫폼 경제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각 분야 플랫폼 기업과 인접 시장의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기반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은 규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지위가 불안정한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해야 결국 자율성 극대화, 비공식 노동의 공식화를 비롯한 플랫폼 일자리의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해야 플랫폼 일자리의 긍정적 측면이 부각"
 
권오성: 소비자의 경우는 보통 자신이 지불하는 비용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편익만을 염두에 두고 혁신을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 정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염두에 둬야 합니다. 예컨대 정부가 차고에 주차되어 있어야 할 자동차나 9인승 이상 대형 차량이 모두 도로에 주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관련 정책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즉 플랫폼 경제는 유휴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장점인데, 이렇게 유휴자원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사회 전체로 보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결국 플랫폼 기업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교통체증이나 환경오염 같은 비용을 사회에 전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플랫폼 기업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인식도 필요"
 
이화령: 플랫폼 기업의 혁신을 평가하는 데 있어 규제차익과 소비자 후생 가운데, 그동안은 소비자 후생이 늘어나는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논의는 그동안 간과되고 있던 플랫폼 기업의 규제차익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플랫폼 기업의 장점으로 정보 비대칭성의 해소가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리뷰나 평판이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많이 해소한다는 것인데, 오히려 이것이 플랫폼 종사자에게는 일종의 족쇄로 작용해서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리뷰 시스템 등을 통해 플랫폼이 플랫폼 종사자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를 줄이기 위한 데이터 이동 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플랫폼 기업 규제차익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
 
강금봉: 데이터 이동을 논하기 이전에 플랫폼 종사자의 기본적인 권리나 평가의 투명성, 평가와 관련된 플랫폼 기업의 분쟁 해결 조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한 가사노동 플랫폼 기업의 경우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걸레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무릎을 꿇고 걸레질하도록 요구했는데 플랫폼 종사자가 이런 지침에 따라 고객 요구에 응하지 않아 낮은 평점을 받은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경우 플랫폼 기업이 고객들에게 분명한 업무 범위와 지침을 알려 주고, 고객의 부당한 평점을 조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분쟁해결 메커니즘 없이 평판이나 평가 데이터만 이동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플랫폼 종사자의 기본적인 권리 보호와 평판과 관련한 분쟁해결 메커니즘이 중요"
장지연: 평판과 관련해서 더 중요한 사항은 플랫폼 기업이 평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평점을 노출하는 것만 해도 자기착취의 기제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객들로부터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애를 쓰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이러한 심리적인 부분까지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종사자의 평점이 나쁘면 일을 적게 주거나 아예 주지 않는 식으로 플랫폼이 통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게 업무 통제를 하려면 플랫폼 종사자를 정식으로 고용하고 고용주로서의 책임도 부담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거든요.
"플랫폼 기업이 평판을 통해 플랫폼 종사자를 통제하는 것은 문제"
 
#5. 향후 과제와 전망

이화령: 플랫폼 일자리의 전망과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향후 과제와 관련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형건: 2021년 3월 18일 플랫폼 종사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계약관계를 확립함으로써 플랫폼 종사자들의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이 발의되었습니다. 이 법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해 노무제공계약의 공정한 체결, 계약서 기재사항, 플랫폼 이용 사업자의 부당한 업무수행 요구의 금지 및 책임의 부당한 전가 금지, 플랫폼 이용 사업자의 적정한 보수 산정 및 보수 지급기준 변경에 관한 플랫폼 종사자의 의견 제시 절차 마련, 플랫폼 이용 사업자의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금지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종사자의 권익 보호와 공정한 계약관계 확립을 위해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발의"
정부는 이 법을 제정하여 임금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노동관계법 및 사회보장체계 등에 포섭하기 어려운 플랫폼노동 종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법상의 ‘근로자’가 아닌 ‘플랫폼 종사자’로 정의함으로써 노동법의 적용을 어렵게 하는 ‘회색지대’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근로자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하는 사람 사이의 법적 보호의 격차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은 의미 있는 개선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플랫폼 종사자와 관련한 입법적 조치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권오성: ‘플랫폼 종사자법’이나 제가 주장한 ‘일하는 사람법’처럼 기존의 노동법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을 포섭하는 경우 적용대상이 확대되는 것에 반비례하여 이들에게 부여하는 보호의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를 제공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계약의 유형과 일하는 방식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보호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할지라도 보호의 수준이 낮아진다는 점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플랫폼 종사자법’이나 ‘일하는 사람법’에 대해 반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으나 어떤 식으로 입법이 이뤄질 지는 이해당사자들 간 이견이 있어 향후 입법 방향을 예상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적용대상의 확대와 보호 수준은 반비례 관계 … 향후 입법방향 예상은 어려워"
강금봉: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보호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업종별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과제들을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종사자 가운데 대리운전 부문과 가사돌봄 부문이 요구하는 바가 다르듯이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여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현재 플랫폼 기업들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와 관련해서 현재는 논의가 보호에 집중되고 있지만, 보호를 넘어서 플랫폼 종사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단순히 온정주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거시적 고민과 더불어 업종별 현안 문제들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과제 해결이 시급"
 
장지연: 저는 플랫폼 종사자 추이와 관련해서 방향은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알고리즘이 고도화하면서 플랫폼 종사자의 외연이 더 확장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플랫폼 종사자가 임금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봅니다. 근로자의 정의에 관한 문제가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문제가 가장 어려운 문제 혹은 가장 절실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플랫폼과의 불투명한 거래를 비롯해  지금은 후순위로 밀려 있는 다양한 플랫폼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자성 인정 문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 관련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

이화령: 플랫폼 일자리는 수요자, 플랫폼, 공급자로 구성되는 새로운 고용형태인 만큼 전통적인 근로계약관계로 보호받지 못하고 법·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 확대가 그동안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좌담회에서 플랫폼 일자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부담,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환경 개선 등 다양한 주제의 중요성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으로 좌담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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