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 「KDI 경제정보 리뷰」 2020-1호의 좌담은 ‘블록체인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각종 미디어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대중들의 관심과 지식은 비트코인 정도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 외에는 우리의 삶과 큰 관련이 없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블록체인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블록체인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 시 간: 2019년 11월 12일 오전 10시 30분
· 장 소: 서울 JK비즈니스센터 회의실
· 참석자: 박수용 서강대학교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회장(좌장), 이종건 그라운드X 디렉터, 진창호 한영EY 블록체인팀 상무, 장중혁 아톰릭스랩 크립토이코노미스트, 권도형 테라 공동대표

#1. 미(味): 블록체인을 맛보다 ▶ 블록체인의 의미와 중요성
· 박수용: 오늘 저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블록체인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나누기 위함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희 좌담을 접하시는 분들 중 블록체인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내용이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Block chain)은 서로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 중립적이고 공신력이 있는 인증기관 없이 신뢰를 보장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모든 거래가 디지털 기반 시스템인 블록체인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게 하는지 먼저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거래가 디지털 기반 시스템인 블록체인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
· 장중혁: 블록체인은 매우 융합적인 분야입니다. 오늘 함께하는 전문가들도 블록체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계실 것입니다. 우선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의 탈(脫)중앙화된 컴퓨팅 아키텍처(Computing Architecture)로 보는 입장이 있을 것입니다.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므로 관리자가 필요 없고 사용자가 관리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게 됩니다.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 chain)으로 장부가 모든 사용자들에게 공유되며, 이 장부를 모두가 일정한 작업증명 등의 합의절차를 거쳐 함께 기록합니다. 또는 표준화된 플랫폼 위에서 어떻게 프라이빗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등 컴퓨팅 플랫폼으로서의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 chain)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사회기술시스템의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입장입니다. 예컨대 ‘전력’은 단순히 기술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을 변환·분배·사용·활용하는 모든 것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긴 시간을 거치며 사회기술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탄생부터 사회기술시스템, 즉 사회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핵무기’에 버금가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핵무기가 글로벌한 스케일로 전 세계 무기체계의 판도를 바꿔버린 것처럼, 블록체인 역시 우리에게 획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기술시스템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세계 무기체계의 판도를 바꿔버린 핵무기처럼 블록체인 역시
우리에게 획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기술시스템으로 작동할 가능성 높아”
· 진창호: 기업 간 거래, 개인 간 거래, 개인과 기업 간 거래, 정부 간 거래 등 거래 업무들의 패러다임이 과거에 비해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존의 정보 비대칭성으로 참여자들끼리 신뢰하지 못해 나타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통과정에서 중간 거래의 필요성이 사라져 거래비용이 감소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요. 블록체인이 만들어준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 업무들이 새롭게 바뀌고, 시장과 기업의 역할과 행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만들어준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 업무들이 새롭게 바뀌고,
시장과 기업의 역할과 행태에도 영향 미칠 것”
· 이종건: 블록체인은 서로가 믿을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어, 그것을 통해 코디네이션하고, 책임 체계와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시스템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자치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직 안에서 잘 코디네이션하고, 그들만의 신뢰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은 신뢰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제 신뢰 시스템의 범위를 넓혀보겠습니다. 더 많은 구성원들의 거래, 즉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나 각자가 했던 행동, 사고 판 거래들이 결국은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믿으면서 자생적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지요. 블록체인을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해한다면,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블록체인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나 각자가 했던 행동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믿게 만드는 인프라 시스템으로 블록체인 이해해야”
· 박수용: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장중혁 대표님은 ‘거시적인 사회기술시스템’, 진창호 상무님은 ‘상호 간 업무 방식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종건 디렉터님의 경우는 ‘개인에서 사회, 즉 범사회적으로 커지게 되는 하나의 인프라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블록체인에 주목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시적인 사회기술시스템, 상호 간 업무 방식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
그리고 개인에서 범사회적으로 커지게 되는 하나의 인프라 시스템으로 요약할 수 있어"
· 진창호: 블록체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향후 블록체인이 어떠한 모습으로 진화될 것인지와 연계돼 있을 것입니다. 먼저 개인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플랫폼 시대에서는 데이터를 통제하는 방식, 즉 데이터 오너십(Data Ownership)*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변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분산 아이디는 개인이 자기 정보의 주권을 가지고 통제할 수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쓰여 졌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큰 변화입니다.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사항이지요.
*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데이터 주체의 데이터 지배권을 인정함으로써 제3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복제ㆍ이용하는 것을 차단함과 동시에 데이터의 이전ㆍ거래를 데이터 주체의 의사에 따라 가능하게 한다는 뜻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개인이 자기 정보의 주권을 가지고 통제할 수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쓰여 졌는지 투명하게 확인 가능”
· 박수용: 개인의 관점 외에 다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진창호: 기업의 관점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블록체인은 금융 분야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을 물류·유통의 트래킹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검증(POC)과 파일럿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전체 기업 간 업무 변화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서로 다른 참여자들의 계약·정보·자산·지급 정산의 흐름이 기업내부는 물론 기업들 간에도 서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 각각의 가치사슬 상의 참여자들이 하나의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동일한 업무 방식으로 계약·정보·자산 및 지급 정산 등을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즉, 각기 다른 운영방식으로 발생하는 별도 검증작업 없이도 원활하게 운영되는 기업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는 생산·판매·자재·인사·회계 등 기업의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재구축해,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한 업무처리를 도와주는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입니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이 시스템에 적용된다면 기업 업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계약부터 정산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각각의 가치사슬 상의 참여자들이 동일한 업무 방식으로 계약·정보·자산 및 지급 정산 운영이 가능”
정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록체인이 가상현실 세계에서 가장 기저가 되는 기술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가치 인터넷이라는 표현도 사용되고 있는데요, 블록체인 기술은 개인과 기업을 넘어서 전체 사회의 인프라를 바꾸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인터넷 형태는 개인이 접속해 가치를 습득하는 정도에 국한되어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가치 인터넷은 가치 습득뿐만 아니라, 토큰화(Tokenization) 기반의 자산 연계를 통해 다양한 가치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개인과 기업을 넘어 전체 사회의 인프라를 바꾸는 하나의 시금석 될 것”
· 장중혁: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항해가 가능해진 상황에 빗대어 볼 수 있겠네요. 처음 배가 도착하는 순간 두 세계가 연결되어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항해가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세상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마찬가지로, 블록체인도 작은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계 질서 체제 자체에 큰 전환을 가져올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항해가 가능해진 것처럼 블록체인은 세계 질서 체제 자체에 큰 전환을 가져올 출발점이 될 가능성 높아”
· 이종건: 블록체인이 현재와 미래에서 중요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사회가 가진 모습 혹은 사회 불균형 문제에 그 답이 있을 것입니다. 사회문제를 추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은 ‘누군가는 더 많이 가지고, 누군가는 보다 덜 가지고 있다’는 기본적인 문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상이 부일 수도, 데이터일 수도, 지식일 수도 있습니다. 돈 뿐만 아니라 데이터나 지식도 가치가 되다보니, 이들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 조직의 구성원, 또는 조직 간 불균형이 생기고 있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기본 메커니즘 자체가 불균형을 어느 정도 조율시켜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며, 이것이 현재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불균형을 어느 정도 조율시켜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며, 이것이 현재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라고 생각해”
· 박수용: 2~3년 전부터 블록체인, 가치 인터넷에 대한 언급이 많이 되었지요. 현재는 인터넷을 통해 소식, 사진, 글 등의 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데요, 여기에 블록체인이 접목되면서 가치가 있는 것, 즉 계약서, 돈, 데이터도 쉽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현재의 인터넷이 인류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듯이 블록체인은 ‘제2의 인터넷 시대를 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술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부의 분배’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현재의 인터넷이 모든 정보와 부를 굉장히 빠르게 이동시키는 역할을 해왔지만, 한 가지 해답을 찾지 못한 것은 여전히 컴퓨팅의 중앙화였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에서 상호 간 데이터가 이동하지만 그에 대한 실제 처리는 한 곳으로 집중 되지요. 하지만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데이터와 컴퓨팅이 분산화 됨으로써 각자가 있는 위치에서 컴퓨팅 되고, 데이터가 활용됩니다. 서로 간 합의와 연결이 이러한 분배를 가능하게끔 하는 것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블록체인이 큰 의미를 가지며 미래의 우리 사회나 경제·사회 구조를 대거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은 ‘제2의 인터넷 시대를 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술로 부각되고 있으며
경제·사회 구조를 대거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

#2. 시(視): 우리 삶 속 블록체인을 찾아보다 ▶ 블록체인의 활동영역
· 박수용: 이제 블록체인이 어떠한 곳에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만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어 활용 사례를 다뤄보면 어떨까요?
· 장중혁: 화폐와 금융 영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활용사례가 장기적으로 생존할 것이고, 임팩트 또한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은 달러 중심의 법정화폐 국제 질서로부터 독립되어, 결제 최종성을 보장하는 결제망의 탄생이라고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결제의 최종성은 달러가 보장하고 있지요. 달러로 결제가 완료되면 더 이상 이것을 다른 화폐로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독립적으로 결제의 최종성을 보장받게 된다면, 달러 중심의 통화와 금융 질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이 독립적으로 결제의 최종성을 보장받게 된다면, 달러 중심의 통화와 금융 질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
· 진창호: 기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는 물류·유통, 특히 물류 트래킹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류 방면에서, 고가의 제품은 생산자, 공급 체인을 거쳐 소비자까지 이동하는데 그 프로세스와 검증 자료가 너무 복잡합니다. 그 과정에서 해운 물류, 식품 유통 추적 같은 영역이 생겨났고, 제조나 헬스 케어 분야까지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산업의 경우 과거부터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기 위한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병원과 병원, 개인과 개인 간의 의료정보를 공유하려면, 항상 개인정보 공유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공유가 되었더라도 병원이 추가되면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개인이 의료정보 수집 및 활용 권한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응급상황 발생 전, 환자로부터 미리 의료정보 열람 권한을 부여받은 의료기관 또는 구급대원은 실제 응급상황 발생 시, 환자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환자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 열람 이력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중앙시스템의 헤게모니가 바뀌는 전환점이 생기는 것이지요.
“기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는 물류·유통이며 최근에는 제조나 헬스 케어 분야까지 확장”
· 권도형: 저는 결제와 관련된 사업을 하다 보니, 결제 회사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수익 구조를 가져가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크게 보면 첫 번째가 수수료를 유지시키는 부분, 두 번째는 정산 주기를 어느 정도 유지해 수익을 얻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것이 사업 구조상 상당히 어렵습니다. 한국은 제로페이나 오픈뱅킹을 통해서 정부 측이 수수료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하고 있고, 카카오페이와 같은 대체 결제 사업자나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자들이 자체 시스템에서 정산을 하면서 결제 수수료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들과 함께 플랫폼 사업자나 자영업자의 결제 수수료는 낮아지고 수수료 정산주기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균 8~14일이었던 정산주기가 7일 내외로 줄어들었고, 심지어 3일 내외로 맞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처럼 크립토를 활용하는 자동 플랫폼들의 입장에선 6초만에 정산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활용되는 사례들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처럼 대중의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내부에선 이렇게 흥미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자들이 자체 시스템에서 정산하면서 결제 수수료 낮아지고 수수료 정산주기도 짧아지고 있어”
· 이종건: 미래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블록체인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전에는 대기업 위주의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재화, 산업 결과물들의 생산 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사회가 발전하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미래 사회는 협동조합과 같은 커뮤니티들이나 그보다 더 작은 조직들을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고, 사람들도 여기에서 더 가치를 느끼고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엔 대기업들이 생산 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사회가 발전했으나
미래엔 작은 조직들을 움직이며 그 과정에서 더 가치를 느끼고 행복을 찾을 것”
#3. 후(嗅): 시류의 향기를 맡다 ▶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이슈의 모든 것
· 박수용: 개도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 및 활용 가능성에 긍정적 시각을 보내고 있지만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고 있지요. 블록체인에 대한 많은 이슈들에 대해 어떤 의견이십니까.
“개도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블록체인은 확장 및 활용 가능성에 긍정과 부정적 시각이 공존”
· 권도형: 정부는 소비자 보호와 투기심리 억제와 같은 부분에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제한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하게 되며 이로써 현재 시스템 내에서 잘 작동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그 가격 안정성을 잃고 문제점을 겪고 있는데, 이것 자체의 가치를 보존하지 못하면,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전자 금융업에서 결제 서비스를 진행할 때 자본 건전성, 유동성 확보에 대한 규정 등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제한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하지만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그 가격 안정성을 잃고 문제점을 겪고 있기도 해”
· 이종건: 저는 블록체인의 대안적인 측면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행망이 잘되어 있는 편이지만 개도국의 입장에서도 행망을 꼭 구축해야 할까요? 대체 기술(Alternative Technology)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저는 블록체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블록체인의 저장소로서의 기능으로부터 더 다양한 활용 사례가 생긴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요. 행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다면, 대체 기술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기구나 공공 부문에서 많은 사례가 있겠지요.
“대체 기술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블록체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어”
· 장중혁: 모두에게 긍정적이고 모두에게 부정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시스템 거버넌스의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부정적인 부분이 부각되는 것이고, 여기에서 벗어난 입장에서는 작은 기회만 발견돼도 긍정적인 측면이 커 보이겠지요. 어쨌건 블록체인에서 부정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규제가 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규제를 통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무조건 불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접근이라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규제를 통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무조건 불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접근으로
이는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 진창호: 11월 초 중국 상하이에서 EY 글로벌 블록체인 서밋이 있었습니다. 마침 중국 정부와 상하이시 정부 인사,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토론을 하게 되었는데, 한국 규제와 중국 규제의 차이점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국 정부 관계자의 표현에 따르면, 한국에는 블록체인의 규정이 명문화가 되어 있어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기술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규정이 명문화 되어 있지 않더라도 우선 진행할 수 있습니다.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정부 당국이 법·제도적으로 권고안을 내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블록체인 규정이 명문화가 되어 있어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중국은 규정이 명문화 되어 있지 않더라도 우선 진행하고 추후 문제 발행할 때 조치 취해”
· 박수용: 긍정과 부정은 항상 공존하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우선 금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전에 국회 청문회에서 전 미국상공회의소 의장님이 ‘무엇이든지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 때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신 말씀을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당시 예로 든 사례는 1950년대에 도박과 사기가 성행했던 라스베이거스였습니다. 네바다 주 정부에서는 이를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양성화해서 산업화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게임위원회를 조직해 도박사업과 연계하고 규제를 마련해 오늘날의 라스베이거스를 만든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나라 암호자산 산업도 정부의 바람직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피해를 줄이면서 양성화를 하여 사업으로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의 우리나라는 여전히 그렇지 못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긍정과 부정은 항상 공존하는데, 정부 입장에선 우선 금지하는 경향…
양성화와 산업화에 초점 맞춰 탄생한 라스베이거스 사례 참고해야”
· 장중혁: 블록체인에서 제일 많이 언급되는 부분 중 하나가 크로스보더(Cross Border)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국가 중심의 사회에 소속되어 살게 되었습니다. 국가의 권능이 미치는 지역 안에서 사는 인구가 급증하게 된 것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블록체인이 국가 중심의 세계 체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국가의 규제에서 벗어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가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초국가적인 정체성을 지닐 수 있는 물꼬가 트인 것입니다. 인터넷이 개인에게 ‘내가 한국에 있다’라는 정체성을 약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면, 블록체인은 ‘이제 나는 한국의 세법에 의존해서 돈을 벌 필요가 없어’라고 하도록 해주었습니다. 국가와 개인의 삶 간의 연결고리를 질적으로 다르게 변화시켰다는 점을 눈 여겨 봐야 합니다.
“블록체인은 국가의 규제에서 벗어난다는 차원이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가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초국가적인 정체성을 지닐 수 있게 물꼬를 트게 만들어”
· 진창호: 과거 국가 중심사회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크로스보더가 와해될 것 같았지만 그렇지 못했지요. 그 기저에서 이를 극복해내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는 바위에 달걀을 던진 것처럼 큰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정부들은 국가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여 그것을 통제하는 규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시도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될 것 같고, 걷잡을 수 없는 형태로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같은 시도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될 것 같고, 걷잡을 수 없는 형태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

#4. 청(聽): 세계의 소리를 듣다 ▶ 블록체인의 국내외 발전 및 규제 현황
· 박수용: 블록체인에 대한 국내외 발전과 규제 현황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지배권을 확보하고, 실용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의 노력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지배권을 확보하고, 실용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의 노력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
· 진창호: 중국의 경우는 암호화폐 투기를 제외하고는 블록체인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 대신에 ‘어떻게’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한 육성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AI 등의 4차 산업에 대해선 이미 완벽에 가까운 정책 활성화 방안도 수립한 상태입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블록체인을 주도하는 국가가 아직까지 없는 상황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선제 작업으로 보여집니다.
“중국 정부는 AI 등의 4차 산업에 대해선 완벽에 가까운 정책 활성화 방안을 수립한 상태로
이 같은 움직임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선제 작업으로 보여져”
· 장중혁: 각국의 동향을 기존 질서와의 관계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암호자산, 블록체인과 관련된 정책의 핵심에는 ‘달러 패권을 어떻게 벗어날까’라는 견제의식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블록체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주요 동기 중 하나는 블록체인의 확장 및 활용 가능성 외에도 ‘달러 패권을 견제 하겠다’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영국 영란은행의 경우에도 새로운 디지털 기축통화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암호자산이 달러 패권을 견제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측면에서, 각국의 발전 상황이나 규제 현황을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암호자산, 블록체인과 관련된 정책의 핵심에는 ‘달러 패권을 어떻게 벗어날까’라는 견제의식이 작동되고 있어”
· 박수용: 말씀하신 맥락에서 보면 미국이 암호자산에 대해 부정적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지요. 이 상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 장중혁: 리브라에서 2가지 관점이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달러 중심의 세계 통화 금융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지만, 블록체인을 비롯해 무엇이든 달러의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해줄 수 있는 것은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 중국과의 화폐전쟁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봅니다.
“미국은 달러 중심의 세계 통화 금융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지만,
블록체인을 비롯해 무엇이든 달러의 지배력을 공고히 해줄 수 있는 것은 타협 가능”
· 박수용: 이제 방향을 조금 바꾸어 볼까요. 어떤 분들은 암호자산에만 규제가 존재하고 이 외의 블록체인에는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씀도 하시지요. 그렇지만 금융이나 의료 분야에선 여전히 분산해서 저장하는 것들이 금지되어 있는 데이터들이 존재하지 않나요?
“암호자산에만 규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이나 의료 분야에선
여전히 분산해서 저장하는 것들이 금지되어 있는 데이터들이 상당수 존재”
· 진창호: 블록체인 자체는 아니지만, 활용 과정에서 규제와 충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료 분야의 경우, 환자의 개인정보 공유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하려고 시도했지만, 개인정보 공유의 동의 아래 어느 범위까지를 블록체인 생태계에 저장하고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슈가 남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블록체인에서 기업 간 거래,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질 때 결국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기반으로 규칙을 만들어야겠지요. 청소년이 술을 구매하거나 임종이 가까워진 사람이 유언장을 저장하여 실행하게 하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법과 제도적으로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내용이 강제화되고 명문화될 수 있을까요. 이는 기존에 없던 형태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법과 제도의 허용 여부와는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여러 가지 사례들이 발견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없던 형태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법과 제도적으로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내용이
강제화되고 명문화되기 전까진 또 다른 문제가 계속 나타날 것”
· 박수용: 블록체인이 코인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 활용될 경우, 제3의 공증이 필요가 없을 텐데도, 여전히 법이나 제도에서는 그런 것들을 요구한다는 말씀이시네요. 부동산법에서도 일전에는 시큐리티 토큰(STO, Security Token Offering)이나 여러 명이 나누어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었지만, 등기부등본 상으로는 여전히 단일 소유자를 기재해야하기 때문에 서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제3의 공증이 필요가 없지만 여전히 법이나 제도에서는 그런 것들을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계속 될 것”
· 장중혁: 블록체인 상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산이나 계약이 가지는 법적 지위에 대한 정리일 것입니다.
· 진창호: 최근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헬스 케어, 의료산업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공 부문이나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생태계 상황과도 연관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탈중앙화된 형태의 생태계를 위해선 중앙화된 주체가 함께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점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 간 컨소시엄이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입니다. 최근 EY한영이 정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 세계의 여러 가지 블록체인의 POC, 파일럿 전수 조사를 해봤습니다.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공공 부문이나 정부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는 것들이 20%정도를 차지했습니다. 그만큼 정부 주도 아래서 여러 가지 시범 사업이나 과제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산업 차원에서는 여러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라이선스 사업을 하려는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적인 사례가 부족하다고 보여집니다.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헬스 케어, 의료산업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려는 시도 지속…
산업적인 측면에선 공공 부문이나 정부가 주도하는 사례 많아”
· 이종건: 지난 9월 18일 독일 정부가 블록체인 육성 정책을 담은 전략안을 채택했습니다. 전략안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신원, 스마트 컨트랙트, 증권 분야의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한 반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선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구체적인 일정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원 시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호적, 여권, 주민등록 등의 기록 작업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1부터 5의 점수를 기준으로 보면, 4정도의 높은 수준으로 국가가 블록체인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독일은 전략안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신원, 스마트 컨트랙트, 증권 분야의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한 반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선 보수적 입장 견지”
· 진창호: 각국 정부의 정책이나 과제들이 요즘 상당히 유사해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태계 조성이라는 것이 국가별·영역별로 다릅니다. 미국은 주 정부나 연방 정부 중심으로 헬스 케어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본은 다소 미흡하지만 금융 결제 분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금융, 산업 분야와 연계된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에 역점을 두고 있지요. 각국의 상황에 따라 적용 영역이 다르지만, 모두 생태계 조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적용 영역이 다르지만, 모두 생태계 조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
· 이종건: 얼마 전 중국 시진핑이 블록체인을 언급하자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다시 국가 주도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유럽 중앙은행도 이에 대한 내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1월 1일 영국 국세청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기업과 개인의 과세 방식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하는 세금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이미 인공지능을 국가 중요 어젠다로 하여 국가 전략에 포함을 시켰고, 블록체인도 그 가능성을 높이 보아 블록체인 산업의 인원 비자와 관련 회사의 계좌개설 내용을 포함하여 금융 관련 법안 '기업성장과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법(Pacte, Plan d’action pour la croissance et la transformation des entreprises)을 지난 4월 15일에 발표했습니다. 각국이 규제 혹은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흐름 속에 있는 것입니다.
“영국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과세 방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는 등 각국이 규제 혹은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있어”

#5. 촉(觸): 미래에 촉각을 세우다 ▶ 블록체인이 바꾸는 미래-
· 박수용: 그럼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 이종건: 요즘 AI에서도 Human-in-the-loop(인간 영역에 포함된 제어 시스템), 혹은 HCD(Human-centered Design) 등의 인간 중심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저는 블록체인도 태생적으로 인간이 중심인 기술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10월 발표된 「4차 산업혁명위원회 대정부 권고안(2019.10.25)」을 보면,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인재, 데이터, 보안’입니다. 물론 어떤 기술이든 모두 인재, 데이터, 보안과 상관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블록체인이 사람 중심이고,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이 기술의 중심에 자리 잡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블록체인이 사람 중심이고,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이 기술의 중심에 자리 잡기에 부족함 없어”
· 진창호: 제가 바라보는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술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AI, 클라우드, IoT 등은 기업 관점에서 선택의 문제입니다. 기술을 사용했을 때 얼마나 효율적일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지 등의 내부 의사결정을 통해서 접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태생 자체가 혼자 할 수 있는 형태의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암호화폐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 영역에서 블록체인이 쓰이는 형태들은 국가와 산업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블록체인이 왜 필요한지 물었을 때 그 필요성을 바로 답할 수 있는 영역도 있습니다. 이러한 영역들은 정부나 공공 부문,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등이 지원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형태의 테스트와 실제 시도가 빠른 속도로 진행돼야 하겠지요.
“블록체인은 태생 자체가 혼자 할 수 있는 형태의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우선”
· 장중혁: 저는 블록체인이 산업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 변화의 관점에서 보다 더 거시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미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정부나 공공 부문으로 인해 블록체인의 변화가 나타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블록체인의 성장 과정을 통해 도달할 지점은 국민 국가의 해체라고 생각합니다. 윌러스틴 같은 학자들은 세계 체제의 결과물로서 국민 국가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국민 국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이제 블록체인이 기존에 국가가 지배하려고 했던 영역들을 상당 부분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의 변화가 이러한 미래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지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국민 국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으며 이제 블록체인이
기존에 국가가 지배하려고 했던 영역들을 상당 부분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
· 권도형: 비트코인이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코인 붐으로 사람들이 ICO 쪽으로 기울었을 때는 ‘비트코인이 사람들, 개발자들에게 참여형 인센티브를 주지 못해 성장하지 못 할 것이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묵묵히 오픈소스 개발을 이어나갔지요. 그런데 이것이 점점 상품의 특성을 가지게 되고 변동성이 조금씩 감소되고 있습니다. 그 가치가 더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참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이 점점 상품의 특성을 가지게 되고 변동성이 조금씩 감소되면서 그 가치가 더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어”
· 박수용: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소위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우리 사회나 국가 시스템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항상 갈등과 고통을 수반하지요. 그래서 국가적으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를 부각시키지 않고 방치해선 절대 안 될 것입니다. 독일의 헤르만 지몬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해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디지털화될 수 있는 모든 것은 디지털화될 것이다’고 했는데 저는 이 말에 공감합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우리 화폐, 경제 시스템이 디지털화될 수 없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경제로 나아갔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미리 고민하고 충분히 경험해보는 과정들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미래 디지털 시대에서 앞서가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변화는 항상 갈등과 고통을 수반,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해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지는 않지만
디지털화될 수 있는 모든 것은 디지털화될 것”
* 이 내용은 참석자의 개인 의견으로 KDI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