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좌담
로봇과 미래사회
「e경제정보 리뷰」 2023-1호 좌담은 ‘로봇과 미래사회’를 주제로, 산업 경쟁력 확보와 로봇 전문 인력 양성 및 유치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고품질 기술 개발’, ‘부품 내재화 및 국산화’, ‘비즈니스 차별화’ 등의 노력이 거론되었다. 인력 측면에서는 ‘다양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 제공’, ‘중소기업 채용 보조금 지원’, ‘해외 우수 인재 영입’ 등이 제안됐다.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구분선
- 일시: 2023년 2월 14일 14:30~16:30
- 장소: 비즈허브 서울센터(서울)
- 참석자: 서일홍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코가로보틱스 대표(좌장)
박현섭 티로보틱스(T-ROBOTICS) 부사장
백승민 LG전자 CTO부문 로봇선행연구소장(상무)
이경준 한국로봇산업협회 기획사업본부 본부장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구분선
#1. Prologue: 로봇의 개념과 활용 사례
서일홍 로봇은 기계, 전기·전자, 컴퓨터, 통신, 재료 등 첨단기술 융합 분야로, 차세대 기술 주권 확보에 중요한 요소기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구분됩니다. 산업용은 제품 생산부터 출하까지의 공정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고, 서비스용은 물류, 의료, 안내, 청소 등 개인 또는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 인간의 편의를 돕는 로봇을 의미합니다. 오늘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로봇의 발전과 이에 따른 산업·경제·사회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공장을 비롯해 상업과 가정으로 로봇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로봇의 현황과 활용 사례, 향후 기대 효과가 높은 분야를 먼저 살펴보고자 합니다.
"로봇은 차세대 기술 주권 확보에 중요한 요소기술"
출처: IITP(2017), 국제로봇연맹(IFR) 자료 재가공
한재권 최근 2~3년간 협동 로봇주1)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관련 서비스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생산 가능 인구가 점차 감소하면서 인력을 보완하는 로봇, 구체적으로 ‘1인 창업을 지원하는 로봇’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치킨 조리 로봇을 도입하여 튀김 공정을 자동화한 롸버트치킨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본래 요식업은 1인 창업이 불가능하거니와 기름을 다뤄야 하는 작업의 경우엔 더더욱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구 감소 문제까지 가중된다면 소규모 자영업은 위기에 직면하겠죠. 여기서 협동 로봇은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위험 직군에 속해 있는 라스트 마일 배송(Last Mile Delivery)주2) 에도 로봇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인 창업을 지원하는 로봇’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
주1) 협동 로봇: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사람을 보조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로봇
주2) 라스트 마일 배송(Last Mile Delivery): 유통 과정의 가장 마지막 단계로,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배송을 의미
백승민 저희 LG전자에서는 협동 로봇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산업용으로는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로봇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적용한 협동 로봇을 생산라인 곳곳에 투입하고 있는데요. 양문형 냉장고 문을 본체에 붙이는 등 사람이 담당해 왔던 작업을 영상 인식 기술 기반의 로봇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물류 분야에서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무인 운반차)와 AMR(Autonomous Mobile Robots, 자율 이동 로봇)의 활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크게 변화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ABI Research(2021)에 따르면 세계 AMR 시장은 2020년 8억 달러에서 2030년 490억 달러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근시일 안에 AMR 로봇 활용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물류, 제조 공장에서 AGV, AMR 활용 확대"
박현섭 로봇 활용의 큰 흐름은 ‘공간’과 ‘역할’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사람과 로봇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초기 로봇은 공장에서만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식당, 공항, 호텔에서 쓰이는 안내 로봇부터 집 안의 청소 로봇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요. 심지어 웨어러블(wearable) 로봇, 수술 로봇은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둘째, 공장 밖의 다양한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공장을 벗어난 로봇은 서비스 분야의 인력 부족 및 인건비 상승과 맞물려 바리스타, 서빙, 조리 로봇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경쟁력을 넘어서기 시작한 로봇은 점차 전 산업으로 저변을 넓혀 나갈 것입니다.
"사람과 로봇 간 거리 가까워져…, 로봇이 다양한 일자리 대체"
서일홍 말씀 감사합니다. 공장에서부터 시작한 자동화가 식당, 호텔 등 상업 공간으로 확대되고, 궁극적으로는 집 안까지 로봇에 의해 자동화되는 순서로 넘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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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업의 현주소와 경쟁력 확보
서일홍 다음은 로봇 시장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2020년 기준 국내외 로봇 시장 경우 산업용 로봇이 여전히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으나, 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2019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세계 13%↑, 국내 34.9%↑) 증가세가 돋보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문 서비스 로봇이 핵심 성장 동인으로 나타났는데요. 2019년 대비 전문 서비스 로봇은 4,611억 원(+44.1%), 개인 서비스 로봇은 3,966억 원(+25.5%)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볼 때 앞으로의 시장 트렌드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서비스용 로봇 시장의 성장세 돋보여"
<표 1> 국내외 로봇 시장 매출액
출처: IFR(2021), 한국로봇산업진흥원(2021), 관계부처합동(2022) 재가공
이경준 세계 시장의 패러다임이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 공급되던 수직 다관절 로봇에서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분야와 ‘스카라 로봇(Selective Compliance Assembly Robot Arm)주3)’이 부상하고 있고요. 서비스용 로봇에서는 청소 로봇으로 대표되는 개인 서비스 로봇보다 물류, 의료, 국방 등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IFR(2021)의 단가 추정액에 따르면 청소 로봇을 포함한 가사용 로봇은 약 233달러, 물류 로봇은 약 2.3만 달러, 의료 로봇은 약 20만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한 대를 팔더라도 전문 서비스 로봇이 더 많은 이익을 내다보니 국내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이 커진 겁니다. 더욱이 로봇 개발 비용도 서비스용 로봇이 양산체제로 돌아서면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표 2> 세계 주요 서비스 로봇 단가 추정액
출처: IFR(2021), 한국로봇산업협회 재가공
주3) 스카라 로봇(Selective Compliance Assembly Robot Arm): 4개의 축을 가진 산업용 로봇으로, 동작이 수평으로 이뤄져 수평 다관절 로봇으로 불리기도 함.
"세계 시장 패러다임 변화, 전문서비스 로봇 시장 부상"
백승민 기술 난이도 관점에서 산업용, 상업용, 가정용 순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산업은 공간의 변화가 크지 않아 로봇의 접근이 수월한 영역입니다. 그다음 상업은 사람의 왕래를 비롯해 변화가 많은 환경이지만, 로봇에 적용되는 지능의 발전으로 상업까지는 감당할 정도로 진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상업 공간 중에서도 어렵다는 공항 안내 로봇을 개발·사업화하고 있는데요. 로봇 자체의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클라우드, 통신 기술이 함께 발전하면서 상업 공간에 어느 정도 파급력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정의 경우 구조와 가구 형태가 각기 다른 복잡한 환경이다 보니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산업→상업→가정 순으로 시장 확대, 기술 수준은 상업까지 도달"
서일홍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일본의 Fanuc, 스위스의 ABB(Asea Brown Boveri), 독일의 KUKA 등이 선도하고 있습니다. 서비스형 로봇의 경우에는 미국의 Intuitive Surgical, iROBOT이 의료, 청소 영역에서 앞서가고 있고, 상업 공간에서는 중국 기업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내 로봇 산업 현황을 간략히 말씀드리면 전체 로봇 기업 2,500개 社 중 중소기업이 2,467개 社(98.7%)로,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 규모 기업인 상황입니다(한국로봇산업진흥원, 2021). 이렇다 보니 부품 수급 해외 의존도가 높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고급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지요. 지금부터는 국내 로봇 산업의 현주소와 함께 기업 차원에서의 전략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내 로봇 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98.7%)"
[그림 2] 국가별 서비스 로봇 개발 기업 수(Top 10)
출처: IFR(2022)
박현섭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선도 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어요. 더욱이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경쟁력도 약화하고 있습니다. 우선 산업용 로봇은 미국에서 최초로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제조 시설을 해외로 이전(off-shoring)하면서 주도권이 일본과 유럽에 넘어가게 된 것이고요. 물류, 수술·재활 등의 서비스 로봇은 미국이 여전히 선도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서비스 로봇 분야의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현주소를 짚어보자면, 우리나라 산업용 로봇 선두 기업의 매출 규모는 유럽과 일본 기업의 1/5~1/10 수준입니다. 또한, 창고용 물류 로봇과 식당 서빙 로봇은 대부분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 현실입니다.
"첨단 기술은 미국에 뒤처지고, 실용 기술은 중국에 밀리는 상황"
백승민 산업용 로봇의 경우 Top 4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60~70%를 점유하고 있고, 당분간 이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겁니다. 이에 최근 스타트업들은 안전성을 강화한 ‘협동 로봇’을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UR(Universal Robots)이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이는 안전한 로봇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협동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함께 일하는 로봇이기에 도입 시에도 저항이 크지 않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주소 질문으로 돌아오면 같은 룰(rule)로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차별화된 기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협동 로봇이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
박현섭 중국의 강점인 중저가 영역에서는 경쟁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는 고품질·고성능 기술로 접근해야 합니다. 예컨대 이차전지, 반도체 공장 등에 보급되는 물류 로봇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여러 장비가 맞물리는 공장의 특성상 높은 품질과 신뢰성이 요구되므로 중국보다는 우리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를 말씀드리면, 저희 티로보틱스(T-ROBOTICS)는 디스플레이 진공 이송 로봇을 개발·보급하고 있습니다. 고진공 상태에서 생산되는 LCD, OLED를 이송하는 중대형 로봇으로, 5m의 로봇 팔로 ±0.1mm ~±0.5mm의 정밀도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고정밀 로봇은 산쿄(Sankyo), 다이헨(DAIHEN), 티로보틱스(T-ROBOTICS) 세 곳이 30%씩 시장을 점유하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발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기술력에선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 경쟁력 확보 위해선 고품질·고성능 로봇 개발 지향"
백승민 중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그대로 쓸 수 있는 형태는 아닙니다. 시장의 요구 조건은 훨씬 높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 간 협업으로 조건을 최대한 충족하여 중국을 따돌리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식당, 호텔, 병원 등에서 버티컬 마켓(vertical market)주4)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호텔만 예로 들어도 객실 배달 로봇, 레스토랑 서빙 혹은 조리 로봇, 청소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이를 하나의 업체와 계약해서 운영할 수 있다면 편리하지 않을까요? 한 기업에서 다양한 로봇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한편으론 또 다른 세그먼트(segment)의 사업이 생겨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직접 로봇을 개발하진 않지만, A사, B사, C사의 제품을 연결하여 운영하는 로봇 전문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통합) 업체도 하나의 솔루션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식당, 호텔, 병원 등 상업용 버티컬 영역마다 로봇 수요 증가"
주4) 버티컬 마켓(vertical market): 특정 요구를 지닌 기업이나 소비자를 상대로 해당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
이경준 대표적으로 ‘기술 경쟁력’과‘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살펴보면 기술은 어느 정도 완성도를 높였지만, 외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제조용 로봇은 구동부주5)가 제품 원가의 약 60%를 상회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센서까지 더하면 원가 대부분을 부품 비용이 차지하는 셈입니다. 그간 국산화에 대한 간접적 지원정책도 있었으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부품 오작동 시 책임 소재에 대한 이슈로 번번이 난항을 겪었습니다. 반면 세계 Top 4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부품 내재화로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국내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도 감속기를 제외한 핵심 부품을 모두 자체 개발하여 주목받은 바 있죠. 이를 봤을 때 정석대로 부품 국산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많은 중소기업에서는 부품 내재화를 위해 대기업과의 연계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석대로 부품 국산화·내재화 노력 지속"
주5) 구동부: 정밀한 움직임에 필수적인 모터, 감속기, 제어 등을 의미
한재권 덧붙이자면 ‘콘텐츠 경쟁력’도 있습니다. 다른 산업들을 비추어 보면 항상 같은 공식이 펼쳐지고 있어요. 기술은 서구권, 가격은 중국에 밀리지만 돌파구를 찾은 곳은 늘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래서 소위 K-POP이 우리의 큰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지요. 이는 비단 방송산업만의 일은 아닙니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서울로보틱스 사례가 인상 깊은데요.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Autonomy Through Infrastructure, ATI)주6)이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BMW라는 굴지의 자동차 회사와 계약을 따낸 것이죠.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국가에서 발굴하기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주거 밀집도가 높고, 아파트, 빌딩, 사무실 등 많은 공간이 표준화·규격화되어 있다 보니 로봇이 침투하기에 좋은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한 비즈니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격 경쟁력, 기술 경쟁력처럼 대세를 가르지는 않겠지만, 디테일 싸움에서 우리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경쟁력도 중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관건"
주6)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ATI): 자율주행 시스템을 각 차량이 아닌 인프라에 배치하는 접근 방식(서울로보틱스는 레이저 펄스(빛)로 사물의 위치를 가늠하는 ‘3D 라이다(LiDAR)’를 BMW 공장에서 상용화)
구분선
#3. 전문 인력 양성·유치 방안
서일홍 로봇 산업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로는 전문 인력 부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2020)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로봇 인력 부족률주7)은 35%로, 주요국 대비 인력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전문 인력 양성을 비롯해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주7) 인력 부족률: 업계 수요 대비 부족한 인력의 비율
[그림 3] 국내 주요 기술 인력 부족률 [그림 4] 로봇 분야 인력 경쟁력(한국=100)
출처: 한국경제연구원(2020)
박현섭 중소기업의 경우 로봇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입사 지원 자체가 없는 실정입니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40~50대 장년층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에도 로봇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대부분이 해외 인력인데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사실 로봇을 다룰 수 있는 인재라면 대우가 더 좋은 곳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기량 있는 선수에게 프로 축구와 비인기 종목 중에 선택하라면 무엇을 고르겠습니까? 실제로 고급 엔지니어들은 IT 분야로 가고 있고, 중소기업에서 양성한 로봇 인력조차도 대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습니 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력 확보 대책을 펼치려면 당장 1년 후가 아닌 5~10년 후를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 다.
"고급 인재 중소기업 기피, 체계적인 인력 확보 대책 절실"
이경준 대기업 대비 기업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경력직을 유치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엔지니어 인력이 대규모로 이직하는 사례도 벌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대학교 연구실 창업, 선후배 간 연결 혹은 산학 프로젝트를 통해 중소기업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협회에서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숨겨진 가치를 보여주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한편, 지방에 있는 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보조금이 줄어들고,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 유치도 어려워 비전공자를 채용하여 교육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로봇 우수 인재 유치 정책은 수도권에서는 일부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지방까지 아우르기에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정주 요건과 기업의 환경 개선 같은 거시적 측면의 지원이 선제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지방 기업의 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 거시적 측면 지원 요구"
백승민 그래도 우리나라가 새로운 기술, 특히 로봇에 대한 투자는 장기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은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통신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융합 기술입니다. 대체로 로봇 공학자의 성장 과정을 보면 대학에서 흥미로 시작한 후, 대학원에서 프로젝트와 실증사업을 수행하여 경험을 쌓습니다. 이후 산학연과 기업에서 핵심기술 및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개발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학교에 남아 연구를 지속하고, 어떤 이들은 산업계에서 유의미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죠. 학생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부족함 없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실증사업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
백승민
한재권 인력 양성 측면에서는 현장 실습과 해외 유학·파견 프로그램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상상하는 로봇과 산업 현장의 로봇 사이에 간극을 좁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현장을 접해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점과 자격증, 영어 시험 성적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대학의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산업 연계 실습 프로그램에 많은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해외에서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해외 유수 기관에서의 R&D, 인턴십 등을 통해 얻은 경험은 학생들에게 있어 큰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다음으로 채용 현황을 보면, 석·박사 인력이 대학 연구실 창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병역 특례 혜택을 받기 위해서인데요. 병역 특례 지정 업체가 되기도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 해결책이 있겠습니다. 하나는 국민적 저항선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병역 특례 업체 지정 장벽을 낮춰서 많은 중소기업에서 이를 고용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숙련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있을 것입니다.마지막으로 해외 우수 인재 유치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GDP(Gross Domestic Product) 순위가 낮은 국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해외 인재라고 하면 서구권을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들의 인건비는 우리나라의 5~10배이기 때문에 불가능해요. 따라서 GDP가 낮은 국가에 있는 우수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비자 혹은 영주권의 개념까지 연계하는 공격적인 시도를 하지 않는 한 고급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①현장 실습 유학·파견 프로그램, ② 보조금 지원, ③GDP 순위 낮은 국가의 인재 영입 등 필요"
서일홍 저는 인공지능, 로봇, 반도체 등 분야를 막론하고 중·고등학교에서 이뤄지는 기본 역량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교육 체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보다는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한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다문화를 인정하고 우수한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분선
#4. 정책적 지원 방향성
서일홍 한편 정부에서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제정을 비롯해‘로봇 산업 발전전략’, ‘지능형 로봇 기본·실행계획’, ‘규제혁신 로드맵’ 등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최근 2022년 지능형 로봇 실행계획에서는 제조 로봇 보급과 서비스 로봇 육성, 로봇 생태계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현시점에서 바라는 정책적 지원 방안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재권 저는 ‘공공 데이터’와 ‘공공 시장’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업의 원가 절감에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공공 데이터입니다. 현재 기업마다 데이터 생성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만약 공공에서 도시 전역의 3차원 지도(3D Map)를 구축하고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저가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훨씬 그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공공 시장은 중앙정부, 지방행정기관, 공공기관 등에 로봇을 공급하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공공에서 로봇을 선제적으로 활용해 준다면 이 또한 큰 시장이기에 기업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공공데이터 확대 및 공공의 선제적인 로봇 도입으로 기업 지원"
이경준 최근 들어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완화된 시장에는 외산 기업, 특히 중국 기업도 진입하기가 쉽다는 건데요. 이러한 허점이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국제 정세를 활용한 수출 지향 정책입니다.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미국은 중국산 로봇에 배타적 관세를 부과하고 대체재를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기민하게 기회를 포착하여 정책을 이끌어 갔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수요를 연계하는 정책적 지원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제조사 대다수가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이유도 자동차, 전기·전자, 디스플레이, 이차전지까지 로봇과 관련된 대규모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국내외 대규모 수요와 연계하는 방안을 찾는다면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①규제 완화 허점 보완, ②국제 정세 활용, ③대규모 수요 연계 정책 필요"
백승민 저도 두 가지 정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로봇의 안전성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입니다. 중국의 로봇 생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개발·설계 안전성 기준을 강화하고 국내 업체 간에 인증 제도를 간소화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이에 부합하는 로봇들만이 우리 사회로 유입될 때 전략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고, 소비자의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협업 기회를 정책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영역에서 로봇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하나의 업체가 도맡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정책이나 과제 지원, 산학연 협력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계 안전성 기준 강화 및 인증 제도 간소화로써 자국 산업 보호"
박현섭 저 또한 정부에서 협업의 장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로봇은 이동, 조작, 지능 등 다양한 공통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를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이 함께 공유한다면 공통 기술을 바탕으로 각각의 전문성을 더하는 +α의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능이 ROS 2주8)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당장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중소기업에서는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로봇 소프트웨어 전문연구소를 통해 로봇 공통 기술을 확보하고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우리만의 경쟁력 있는 생태계 구축을 기대해 봅니다.
"공통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협업 생태계 구축’이 핵심"
주8) ROS 2: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및 개발 도구인 ROS(Robot Operating System)의 최신 버전
서일홍 자율성을 가진 모빌리티 로봇은 무기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 생존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죠. 이러한 로봇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봇 개발·시범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기업 스스로 경험과 아이디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업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다양한 기회 제공"
구분선
#5. Epilogue: 로봇과 공존하는 사회
서일홍 로봇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사회적으로는 로봇에 의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최근 키오스크, 서빙 로봇, 조리 로봇 등이 외식업계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그 변화를 더욱 체감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우리 곁에 온 로봇은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향후 일자리 지형은 어떠한 형태로 재편될까요?
박현섭 로봇의 확산 순서와 속도는 로봇 경쟁력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 전기·전자, 창고·물류 등 여러 분야로 확산해 온 로봇에서 알 수 있듯이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대체한 로봇은 그 밖에 남아 있는 인간의 작업 영역에서도 점차 우위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인간의 경쟁력은 정체돼 있으나 로봇은 계속 발전하고 가격은 낮아지는 상황입니다.
"로봇이 점차 경쟁우위를 갖게 될 것"
백승민 로봇을 검증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면,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기진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물론 언젠가 그런 시대가 올 수 있겠지만 현 수준으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WEF(2022)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2025년까지 26개국에서 8,500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9,70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보다 동적인 로봇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원격제어가 가능한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로봇이 보편화되면 제조업에서도 반자율 재택근무가 가능해지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일할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이를 고려할 때,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텔레프레즌스 로봇을 통한 원격근무 등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
이경준 동의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로봇이 기업의 생산성 강화와 일자리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지난 정권의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는데요.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패스트푸드 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키오스크 도입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품목을 선택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직원들은 주문접수 업무 부담이 경감되면서 조리, 위생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해요. 한 중소기업에서도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수도꼭지 도색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니 오히려 연구개발, 생산 등 다른 분야의 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장기적인 측면에선 어느 정도 일자리 대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로봇과 일자리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고령화 사회에서 웨어러블(wearable) 로봇과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로봇은 사람의 신체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집에서 텔레프레즌스 로봇에 접속하여 카페의 접객 업무나 문화 해설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실험적인 사례는 로봇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단기적으론 기업의 생산성 강화, 장기적으론 고령화 사회에서 일자리 유지에 활용"
한재권 일자리 형태의 변화가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3명이 작업하던 일을 이제는 2명과 1대의 로봇이 함께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죠.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면, 저희가 개발한 안내 로봇을 현장에서 2주간 검증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독 한 분이 관심을 가지셨는데 바로 경비원이셨어요. 인사부터 행사 안내까지 로봇이 담당하니까 경계의 눈초리로 보시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 로봇을 다시 가져갈 때 그분이 제일 아쉬워했습니다. 왜냐하면 로봇이 기타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비원은 본업에 충실하게 되고, 자연스레 직업 만족도와 가치가 올라간 거예요. 이처럼 로봇이 인간을 도와줬을 때 시너지가 만들어지고, 협업·협동으로 더욱 부가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로봇과 인간의 협업으로 부가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예측"
서일홍 변화에는 항상 저항이 따르지만,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로봇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산업용 로봇을 보면 로봇의 자동화는 개발자가 아닌 SI(System Integration)에서 설계하고 있습니다. 바로 산업용 로봇 프로그래머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입니다. AMR(Autonomous Mobile Robots) 로봇의 환경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지금은 활용도가 낮지만 추후 국내 식당에 보급될 경우, 최소 5~10만 대가 보장되기 때문에 많은 서빙 로봇 프로그래머가 등장할 것으로 봅니다. 이제 마지막 제언과 함께 좌담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향후 비전 혹은 앞선 발언에서 추가할 사항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빙 로봇 프로그래머 등 새로운 일자리 창출"
한재권 로봇과 공존하는 사회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바로 사생활 침해 혹은 로봇을 독점하는 소수의 빅 브라더(Big Brother) 출현 같은 것이죠. 그래서 로봇을 잘 만들고 잘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생산자 윤리’와 ‘사용자 윤리’를 정립하고 따라야 합니다. 먼저 생산자 윤리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로봇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군용 로봇입니다. 언론에서는 인간을 살상하는 킬러 로봇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요. 이를 방지하는 마지노선은 마지막 격발장치를 인간이 담당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드론 폭격은 상황실에서 사람이 직접 통제하고 있어요. 즉, 군인이 현장에만 없을 뿐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행위로 귀결됩니다. 이렇듯 미래 인류를 위해서는 하나의 가치를 만들고 모두가 이를 지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편, 사용자 윤리의 경우 자동차가 좋은 예시입니다. 면허 제도를 통해 사람을 교육하고, 신체 기능을 주기적으로 검사하여 면허를 갱신하는 등 모든 절차가 사용자 윤리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배달 로봇을 예로 들면 로봇을 훔쳐 가거나 로봇을 일부러 발로 차거나 하는 상황에 대해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새로운 기술을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교육, 면허, 보험까지 모든 제도와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 사용자· 생산자 윤리 마련하고 모두가 이를 지키는 노력이 중요"
백승민 좋은 지적입니다.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책임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지만, 자율주행차가 벌인 사고의 경우엔 아직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라스트 마일 배송(Last Mile Delivery) 로봇도 앞서 말씀하신 것과 같은 어려움이 있는데요. 로봇이 공공기물을 파손하거나 누군가 고의로 로봇을 고장 내는 등 여러 상황에 대한 해답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보험이나 정책 혹은 규제 완화로 풀 수 있겠죠. 로봇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공존 위해선 보험 및 정책 정비, 수용성 제고 방안 모색"
박현섭 사람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려면 손봐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일례로 현행 도로교통법상 배달 로봇은 인도나 차도 모두 통행 자체가 불법입니다. 또한, 로봇이 사용하는 카메라의 영상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초기 구글 스트리트 뷰(Street View) 공개 당시 개인의 얼굴, 사생활이나 주소, 차량번호 등이 노출된 바 있지요. 인간의 기억은 불확실할 수 있지만, 로봇이 보는 것은 정보가 정확하고 방대하며 전파에도 제한이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로봇 개발과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 정교한 설계 필요"
박현섭
서일홍 카메라를 어느 위치에 장착하느냐에 따라 프라이버시(privacy) 침해를 초래할 수 있기에 로봇 개발자의 윤리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다행스러운 건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개발자 윤리를 어느 정도 지키고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의 이슈는 로봇을 해킹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제한을 두자니 신산업의 발전에 해를 끼칠 수 있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현 기술 수준과의 적절한 협상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언젠가는 개발자 윤리를 비롯한 사용자 윤리가 분명히 이슈화될 것입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윤리에 입각해 선제적으로 로봇을 개발해 나간다면 시간이 흐른 후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긴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 기술 수준과의 협상을 통해 규제에도 적절한 단계 있어야"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 전문가 약력 ♦
서 일 홍 (좌장)
• 2022~현재 코가로보틱스 창업자 겸 CSO,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IEEE(국제 전기전자공학회) Life Fellow 한국공학한림원 원로 회원
• 1985~2020 한양대학교 교수
• 2016~2017 한국뇌공학회 회장
• 2016 IEEE/RSJ IROS (Intelligent RObots and Systems) General Chair
• 2008 한국 로봇 학회 회장
박 현 섭
• 2020~현재 티로보틱스 부사장
• 2017~2019 KAIST 기계공학과 연구교수 역임
• 2013~2016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로봇PD 역임
• 2006~2016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역임
• 1983~2006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역임
백 승 민
• 2021~현재 LG전자 로봇선행연구소장
• 2008~2020 LG전자 로봇, 컴퓨터비전 분야 리더
• 2021~2022 한국로봇학회 산학연이사, 클라우드로봇 연구회 회장
• 2004~2009 성균관대 지능시스템연구센터 연구교수
• 2003~2004 나고야대 후쿠다랩 박사후연구원
이 경 준
• 2020~현재 한국로봇산업협회 본부장
• 2022~2022 서울기술연구원 객원연구원
• 2018~2021 공학교육혁신연구정보센터 사업운영위원
• 2006~2008 한국지능형로봇산업협회 과장
한 재 권
• 2018~현재 한양대학교 ERICA 로봇공학과 부교수
• 2017~2018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기 민간위원
• 2006~2015 (주)로보티즈 수석연구원
• 2012 버지니아공대 기계공학과 박사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