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정책 동향
애그테크, 선택 아닌 필수 - 주요국의 애그테크 산업 정책 동향을 중심으로 -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구분선
UN(2022)의 발표([그림 1] 참고)에 의하면 세계 인구는 2022년 80억 명에서 2050년에는 약 97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식량 생산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인구 증가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소비패턴의 변화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에도 획기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농업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첨단기술을 융복합시킨 ‘애그테크’가 등장했다. 애그테크(AgTech)란 농업(Agriculture)과 첨단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농업의 생산활동에서 필요로 하는 자원투입의 효율화, 생산성 증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투입되는 첨단기술을 의미한다.주1)
주1)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2023), ‘2023년도 농업분야창의도전형융복합모델개발사업(애그테크) 시행계획’
일례로 첨단 IT 기업들의 기술 경연장이라 할 수 있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2023년 행사 개막일에는 농기계, 중장비 등을 생산하는 기업 존디어(John Deere)의 CEO 존 메이(John May)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이는 정보통신 분야와 가장 멀어보였던 농업이 테크 업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림 1] 전 세계 인구 수 추이 및 전망(1950~2050)

자료: United Nations(2022),‘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재가공
이 글에서는 애그테크 산업의 현황과 해외 주요국들의 동향을 살펴보고 아울러 우리나라의 애그테크 관련 정책을 짚어보고자 한다.
글로벌 애그테크 산업 시장, 2025년 226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20% 성장
글로벌 애그테크 산업 시장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위성 기반 원격측정,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발전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애그테크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91억 달러에서 2025년 226억 달러 규모로 5년간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Statista, 2022).
[그림 2] 글로벌 애그테크 시장 규모 전망(2020~2025)

자료: Statista(2022),‘Agtech market value worldwide 2020-2025’재가공(*는 예측치)
애그테크 시장의 지역별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북미(57.2%)가 전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유럽(27.5%), 중국 등 극동 지역(6.6%) 순이다(Statista, 2022). 이하에서는 글로벌 애그테크 산업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미국, 유럽, 동아시아(중국,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각국의 애그테크 관련 세부 정책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표 1> 글로벌 애그테크 지역별 시장 규모 전망(2020~2025)

자료: Statista(2022),‘Agtech market value worldwide 2020-2025, by region’재가공(*는 예측치)
<요약> 한눈에 보는 주요 정책

미국, 농무부 중심 스마트 노지농업 지원 및 농촌 광대역망·데이터 인프라 확장
영농 규모가 크고 첨단 기계의 사용이 활발한 미국은 농산물 생산량과 교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주2) 미국의 경우 농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USDA)를 중심으로 스마트 노지농업의 연구개발 및 보급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농촌의 광대역망·데이터 인프라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무부의 하위 기관 중 미국 농업연구청(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ARS)과 미국 국립식품농업연구소(National Institutesof Food and Agriculture: NIFA)는 애그테크 분야의 연구·개발 수행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최첨단 농업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주2) 2021년 기준 농림어업 GDP 세계 3위, 농축산물 수출액 세계 1위·수입액 세계 2위(한국농촌경제연구원,‘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 2023)
미국은 무엇보다 농업 혁신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연계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는 북부 캐롤라이나의 애그테크 산업 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정부, 업계, 학계가 연합한 민간 주도 협의체 ‘Research Triangle AgTech Cluster(RTAC)’가 있다. RTAC는 확장 또는 이전을 모색하는 기업과 민간 부문 성장을 지원하는 경제 개발 사무소, 정부 기관 및 비즈니스 조직 사이의 연결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투자-연구’라는 구조가 유기적으로 잘 유지되고 기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함께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주3) 현재 미국은 화학, 바이오, 농업용 기계장비 제조 기업 등 주요 민간 기업을 주축으로 ICT 융합 및 디지털 기술 기반의 농업 기술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주3) 김용렬 외(2021), ‘애그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 지역사회의 환경개선: 농업·농촌 번영을 위한 태스크포스
미국은 애그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과학기술 투자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사회의 환경개선과 농민의 경제 발전이 함께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미국 연방정부는 농촌 지역사회의 경제적인 발전과 자립, 일자리 증가, 인프라 개선 등을 목표로 관련 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농업·농촌 번영을 위한 태스크포스(Interagency Task Force on Agriculture and Rural Prosperity)’를 구성해 운영했다. 그리고 2018년 2월 5가지 주요 목표(<표 2> 참고)와 지방 및 연방정부의 연계·합동 추진 정책을 담은 운영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5대 목표 중 농업 관련 ‘기술 혁신(Innovation & Technology)’에는 빅데이터 활용 확산, 자동화 농기구, 위성·항공 이미지, 처방농업, 정밀농업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기존의 농업기술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 및 모범 사례를 발굴하고 생산성 향상의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다.
<표 2> 농업·농촌 번영을 위한 5대 주요 목표

자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2019),‘어그테크 국내외 시장 및 정책동향’
‘농업 혁신 어젠다(AIA)’ 통해 현대화된 농업기술에 대한 접근성 제고
미국은 애그테크 산업에 있어서 민관 협력이 활성화돼 있다. 창업과 투자, 지방정부, 기업, 연구소 등이 연계된 형태의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기술개발, 데이터 수집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2020년 2월, 미국 농무부는 농업 혁신을 통해 2050년까지 미국 농업 생산성을 40% 늘리고, 환경에 대한 영향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농업 혁신 어젠다(Agriculture Innovation Agenda: AIA)를 발표하였다.주4)
이를 통해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위기를 해결하고, 현대화된 농업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해 미국 농업 생산자가 식량·연료·기후 위기 등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 AIA의 추진 전략은 크게 ‘공공-민간 연구 협력 지원’, ‘혁신 기술 개발 지원’, ‘데이터 수집 및 AIA 진행현황 제공’등의 3가지로 구성된다. 각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표3>과 같이 제시되었다.
주4) 미국 농무부(2020.02.20.), ‘Secretary Perdue Announces New Innovation Initiative for USDA’, 보도자료
<표 3> 농업 혁신 어젠다(AIA) 추진 전략의 주요 내용

자료 : 김용렬 외(2021), ‘애그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U, 지속가능한 농업 위해 국가 간 협력 연구·개발 프로젝트 전개
유럽연합(이하 EU)은 생산성 중심의 농업 성장전략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애그테크 산업 분야의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연구 사업과 함께 인프라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에서는 2012년 ‘농업 생산성 및 지속 가능성 향상을 위한 유럽 혁신 파트너십(EIP-AGRI)’을 구성하고 농민, 전문가, 연구원, 기업, NGO 등이 참여하는 스마트 농업 관련 협력 연구를 추진하였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된 ‘Horizon 2020’에서도 사회적 문제 해결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정책의 일환으로 농업연구상임위원회(Standing Committee on Agricultural Research: SCAR)는 세계화, 기후변화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6년 3월부터 2년 6개월간 스마트농업 지식 및 혁신 시스템(Smart Agricultural Knowledge and Innovation Systems: Smart-AKIS)이라는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200만 유로의 예산을 조성하여 협업 네트워크 형성을 목표로 네덜란드를 포함한 8개국 13개 대표 파트너들이 함께 스마트농업 기술을 연구하였다.주5)
주5) SPRI(2019), ‘어그테크 국내외 시장 및 정책 동향’
EU는 Horizon Europe 프로그램 및 유럽 그린딜 정책을 통해 스마트농업을 비롯한 애그테크 산업을 지속 지원할 예정이다. Horizon Europe은 Horizon 2020의 후속 사업으로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과학기술 기반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EU의 전략적 정책 우선순위를 달성하며,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포함한 글로벌 과제 해결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Horizon Europe은 정책 우선순위 구현과 산업 혁신 촉진을 위해 6가지 분야(①건강, ②문화·창조 및 포용적 사회, ③시민 안전, ④디지털·산업 및 우주, ⑤기후변화·에너지·모빌리티, ⑥ 식품·바이오 경제·천연자원·농업·환경)를 선정하여 클러스터를 구성하고 프로그램을 기획·지원한다. 농업연구 지원을 목적으로 ‘식품·바이오 경제·천연자원·농업·환경’클러스터 부문에 약 90억 유로를 투자하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주6)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에서는 농약, 항생제 등의 저감 및 농산물 부가가치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스마트농업을 제시했으며, Horizon Europe에서 관련 연구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EU의 이 같은 대규모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후술할 네덜란드와 같은 농업 선진국을 배출한 근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6) Publications Office of the European Union(2021),‘Horizon Europe, budget’
네덜란드, 기업과 대학이 주도하는 산업 클러스터 구축
네덜란드는 좁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첨단 유리 온실과 차세대 식물 생산시스템 등의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이를 통해 수출구조의 농업으로 생산성을 제고하는 한편, 기업과 대학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산업클러스터를 구축, 육성하여 산업 성장 및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농식품과 원예를 국가 선도산업으로 선정하고 애그리포트 A7(Agriport A7), 그린포트(Greenport) 등 농업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농업 핵심지로 육성하고 있다. 애그리포트 A7은 비즈니스 파크와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첨단 유리온실 단지를 말한다. 430ha의 유럽최대 규모 첨단온실에 7개 농업기업이 입주하여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재배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데이터센터는 온실 잔류열을 일부 활용하고, 수익 일부는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주7) 그린포트는 2004년 네덜란드 환경부의 ‘국토 사용 전략’을 기반으로 항만과 운송을 고려해 6개 지역에 그린포트를 조성했고 현재 네덜란드의 주요 원예 지구로 기능하고 있다.
주7) 농림축산식품부(2022),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 방안’
한편, 네덜란드에서는‘EER(Education-Extension-Research)’이라고 불리는 형태의 대학-지도-연구 기관 간 산학연 협력 체계도 긴밀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푸드밸리(Food Valley)’이다. 네덜란드는 농식품산업을 육성하고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푸드밸리를 구축했으며, EER 연합체의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는 핵심 단지라 할 수 있다. 푸드밸리는 하나의 산업단지가 아닌, 와게닝겐대학 연구소(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 center: WUR)주8)를 중심으로 식품기업, 농업회사 등이 밀집된 농식품 클러스터로 기업·대학·정부기관의 연합체를 의미한다. 2019년 약 66조 원의 매출을 올려 네덜란드 GDP의 10%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주9)
주8) 유럽 최고 농업 분야 연구개발(R&D)ㆍ교육 기관으로 국립 연구기관인 DLO와 국립대학인 와게닝겐대학이 1997년 통합돼 설립되었다.
주9) KOTRA(2021), ‘2021년 네덜란드 농식품 산업 정보’
와게닝겐대학 연구소는 이뿐만 아니라 농업인의 스마트농업 역량 향상을 위해 ‘스마트농업 기술활용 역량제고 프로젝트(National Smart Farming Pilot Project: NPPL)’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팜 전문가(WUR Experts)가 농업인을 대상으로 정밀농업기술 교육을 지원하여 스마트농업과 농업로봇에 대한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한 사업으로, 2018년 200만 유로를 투자한 바 있다. 또한 낙농인에게 센서와 카메라, RFID 태그 등을 이용한 데이터 수집 사업을 통해 가축 건강 및 행동양식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경로로 수집되는 농장과 가축 데이터를 안전하게 수집·관리하기 위해 Join Data라는 독립적인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며 이를 바탕으로 생육환경과 가축활동의 과거,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여 가축 건강과 복지의 문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링을 연구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日, 애그테크 산업 활성화 추진
일본은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 주도 아래 애그테크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에너지 절약과 인력 확보 및 부담 경감이 주요 과제로 부상했는데, 이는 농업 현장에서 여전히 사람의 의존성이 높고 고숙련이 요구되는 작업이 많은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노지 중심으로 다양한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첨단 농기계와 기술 현장 보급 사업 등 스마트농업 실증사업을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정부 주도로 스마트농업 실현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가 집약·통합된 농업 데이터 연계 기반 플랫폼인 WAGRI를 운용하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스마트농업 추진 종합 패키지 통해 스마트농업 기술 도입의 현장 활용 가속화
농림수산성은 전국의 생산 현장에서 실제로 스마트농업을 전개하고 경영분석을 실시하면서 정보를 수집, 제공하기 위한 ‘스마트농업 실증 프로젝트’를 2019년부터 다양한 지역과 품목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프로젝트 수행 지역은 217개 지구에 달한다.주10) 이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농작업의 자동화, 데이터 공유가 이루어지면서 작업 부담이 경감하였을 뿐만 아니라 숙련된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영농이 가능해지는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농림수산성은 스마트농업 기술 도입의 현장 활용을 가속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책을‘스마트농업 추진 종합 패키지주11)’로 통합하여 추진(2020년 10월 제정, 2022년 6월 개정)하고 있다. 이 종합 패키지는 전국에서 스마트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과제를 수집하여 ① 스마트농업의 실증과 분석, ② 도입 비용 절감을 위한 농업 지원 서비스의 육성 및 보급, ③ 신기술의 개발, ④ 기술력 응용 및 인재 육성, ⑤ 스마트농업 환경의 정비, ⑥ 해외 진출 등 6개 부문으로 나누어 세부 시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주12)
주10) 일본 농림수산성(2023), '스마트 농업의 전개에 대해'
주11) 일본 농림수산성(2022), '스마트 농업 추진 종합 패키지'
주12) 허정회 외(2022), ‘스마트농업 확산에 대응한 농업인 역량 강화 방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 DX(디지털 전환) 구상…WAGRI 활용해 생산성 향상 및 경영 개선
일본 정부는 농업 현장에 있어서 지속성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다양한 데이터를 공유 및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상했다. 데이터 제휴·공유·제공 기능을 가진 플랫폼 ‘WAGRI’가 그 예다. 일본 정부는 WAGRI를 통해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이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 향상과 경영 개선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2019년 4월부터 서비스가 개시된 WAGRI는 2023년 5월 말 현재, 90여 개 민간 사업자가 이용하고 있다.주13) 민간 기업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WAGRI를 활용한 농업인 대상 서비스 개발도 활발하다. 한 예로, WAGRI를 통해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영농관리시스템에 배경지도(항공사진, 지형도), 농지 구획정보, 토양 데이터, 생육 예측 시스템, 기상 데이터를 가져와 중첩 표시함으로써 작업 적기 등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주13) 일본 농림수산성(2023), ‘농업 데이터의 이익 활용의 추진에 대해서’
[그림 3] WAGRI의 구조

자료: 일본 농림수산성 기술정책실(2023), ‘농업 데이터의 이익 활용 추진에 대해서’번역
그리고 스마트농업이 보급되면서 현장에서는 농기계 제조사와 관계없이 다양한 농기계 간의 데이터를 연계하여 일원적인 데이터 관리와 분석을 가능하게 하고 농업 경영에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관리·분석할 수 있는 기반의 조성이 필요함에 따라‘농업 분야에서의 오픈 API 정비를 위한 검토회’가 2020년 8월에 시작하였다. 해당 검토회의 결과에 근거하여 농림수산성이 2021년 2월에 농기계 제공 사업자와 접속 사업자(ICT 벤더)의 대응 지침을 수록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다.
또한 일본 농림수산성은 2021년 3월 11일, 농업 디지털 전환 방향성 및 추진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이를 2030년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농업 DX(디지털 전환) 구상안’을 발표하였다.주14) 현재 일본은 농업인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기술의 도입을 통해 노동력을 절감하고 소비자에게 필요한 가치를 창출 및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성 높은 영농을 추진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데이터로 파악하여 소비자가 가치를 실감할 수 있는 형태로 농산물 및 식품을 제공하는 농업(Farming as a Service: FaaS)으로의 변화를 실현하고자 한다. 농업 DX의 기본적 방향은 ‘① 정부 방침에 기초한 농업 DX의 추진(디지털 3원칙주15) 및 디지털 사회 형성을 위한 10개 기본 원칙주16)), ②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전제로 한 발상, ③ 새로운 연결고리 형성을 통한 혁신의 촉진, ④ 소비자·이용자 관점 중시, 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 변화 대응, ⑥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 달성 기여’이다.
주14) 일본 농림수산성(2021), ‘농업 DX 구상(가칭)의 구성(안)’
주15) 디지털퍼스트, 원스온리, 커넥티드·원스톱
주16) ① 오픈·투명, ② 공평·윤리, ③ 안전·안심, ④ 지속·안정·강인, ⑤ 사회과제해결, ⑥ 신속·유연, ⑦ 포섭·다양성, ⑧ 침투, ⑨ 새로운 가치창조, ⑨ 비약·국제공헌
중국, 농업의 스마트화 중점 과제로 지정
중국에서 농업은 국민경제 건설과 발전을 지지하는 기초 산업으로,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그 중요도가 높다. 중국 정부는 농촌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향후 농촌 인구의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농업의 스마트화를 국가 중점과제로 지정하였다. 2014년, 중국 정부는 ‘스마트농업’이란 개념을 제시했고, 2016년 중앙 1호 문건에서 처음 ‘스마트농업’을 중시한다고 의견을 피력하였다.주17) 중앙 1호 문건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당해 연도에 첫 번째로 발표하는 문건으로 중국 핵심 국정과제와 최대 중점사업이 주로 포함되어 있다. 현재는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에서 발표하는 농업정책 관련 문건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활용된다. 중국은 앞으로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자원환경의 제약으로, 애그테크의 발전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주17)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21), ‘정책 호재로 성장중인 중국의 스마트 농업’
<표 4> 2016~2023년 중국 ‘중앙 1호 문건’ 내 애그테크 관련 정책

자료 : KOTRA(2021), ‘中 스마트팜 시장동향 및 저장성 우수사례’. KOTRA(2022), ‘스마트팜 해외 진출전략 보고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3),‘중국농업동향 제16권 제1호(2023·봄)’재구성
데이터 자원 시스템 구축과 생산·영농의 디지털 혁신 가속화
중국 농업농촌부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네트워크 안전 및 정보화 위원회 판공실에서 발표한 디지털 농업 및 농촌 발전 계획은 2019년부터 2025년에 걸쳐 디지털 농업·농촌 건설 추진의 구상과 비전, 목표를 명확히 했다. 디지털 농업 및 농촌 발전 계획은 2025년까지 ‘농업 디지털 경제가 전체 농업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7.3%(2018)에서 15%로, ‘전체 농산물 거래액 대비 농산물 인터넷 판매액’을 9.8%에서 15%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농촌 인터넷 보급률 또한 38.4%에서 2025년 7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진다.주18)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농업 생산 경영과 관리 서비스 디지털화의 진전, 농업·목축업·어업 등 각 산업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며 농촌 거버넌스 분야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주18) 중국 농업농촌부(2019), '디지털 농업 및 농촌 개발 계획 (2019-2025년)'

자료 : 중국 농업농촌부(2019), '디지털 농업 및 농촌발전계획'(2019-2025년)' 번역·정리
농업의 스마트화 사업 매년 확대하는 韓…‘경쟁력 있는 미래 성장 산업’으로 발전
우리나라는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기후위기, 국제정세 불안정으로 인한 원자재가격 상승 등 농업과 관련된 대내외 여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 농업을 혁신하여 ‘경쟁력 있는 미래 성장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스마트농업의 발전 및 확산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농업 장비 및 서비스 시장 규모는 3천억 원(2021년 기준)으로 미국·유럽 등 애그테크 산업 선도 국가에 비해 아직 영세한 상황이며, 우리나라 농업 스마트 기술은 최고 기술국(EU) 대비 70%(기술격차 4년)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주19) 이에 정부는 애그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ICT 융복합 스마트팜 확산대책(2013)’을 시작으로, ‘스마트팜 확산 방안(2018)’,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스마트농업 확산 종합대책(안)(2021)’, ‘디지털농업 촉진 기본계획(2021)’등의 상위 계획을 통해 농업의 스마트화 사업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
주19)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2020), '2020년 기술수준 평가’
특히 정부는 농업이 미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농업 육성뿐만 아니라 스마트농업을 이끌어나갈 역량 있는 청년농업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농업 관련 전문지식과 기술 활용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고,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자율주행 등 핵심기술을 보유한 시장선도기업의 성장을 지원하여 농촌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기 위함이다. 또한 농업의 생산성·지속가능성·회복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인력, 병해충, 자연재해, 품질관리 등 농업 도전과제를 해결하고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10월 ‘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 방안’를 발표하였다. 스마트농업의 기술 서비스 산업 육성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표 5> 스마트농업 확산 추진 전략 및 주요과제

출처: 농림축산식품부(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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