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전문가 좌담
애그테크(종합)편 - 애그테크로 준비하는 농업의 미래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2023년 03호
전문가 좌담
애그테크로 준비하는 농업의 미래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구분선
일시: 2023년 8월 9일 10:30~12:00
장소: 트레이드센터 소회의실(서울) 
참석자: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좌장) 
                    민승규 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석좌교수 
                    변재연 국회예산정책처 경제산업사업평가과 과장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정혁훈 매일경제신문 부국장·농업전문기자
구분선 #1. Prologue: 애그테크의 정의와 특징 

김동환 애그테크(AgTech)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단어로 농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등의 기술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애그테크라는 용어 외에도 농업의 디지털 전환, 스마트팜,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등 다양한 유사 용어가 있습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러한 용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표 1>  애그테크의 주요 기술 

자료: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미국 스마트농업 및 IT 시스템을 활용한 농작물 재배현황 및 관리」, 2019

또한, 각 국가별로 애그테크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은 정밀농업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 4차 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자원을 정확한 위치와 시기에 배분하고, 정확한 수확시기를 결정하여 작업을 수행하는 스마트농업, 처방농업 , 자율주행 트랙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일본은 농작업의 자동화, 정보 공유의 간편화, 데이터 활용 등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실제 영농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개발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시설농업 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농산품 유통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시설(APC)  등을 도입하여 농업 가치사슬 전반에 디지털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애그테크는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으며 국가별로도 다른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선 민승규 교수님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애그테크는 농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첨단 기술을 의미"

민승규 농업의 본질은 농산물을 생산해서 소득을 창출하는 것인데, 이를 농업소득이라고 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가의 연평균 농업소득은 약 948만원 입니다. 이는 전년도(2021년)의 1,296만원과 비교하면 26.8%가 감소한 수치로, 196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감소폭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농업의 현주소인데요, 지금 농업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표 2>  농가의 농업 총수입 및 농업경영비 

자료: 통계청 국가통계포털(2023)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식량위기와 식량안보가 대두된 것처럼 국제관계의 변화가 농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식량생산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있습니다. 농업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죠. 1800년대 영국 주도의 윤작법에 의한 1차 농업혁명과 1950년대 미국이 주도한 다수확품종의 녹색혁명에 이어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제3차 농업혁명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3차 농업혁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발달된 ICT 기술을 통해 ‘3차 농업혁명’에  대비해야 "

정혁훈 저는 애그테크의 개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용어는 스마트팜일 것입니다. 보통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시설농업을 떠올릴텐데요, 사실 스마트팜은 노지나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실내 수직  농장인 버티컬팜(vertical farm)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보다 확장된 개념이 스마트농업이구요. 애그테크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팜과 스마트농업을 포함하지만 그보다 넓은 개념의 농업과 기술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농산물 생산과 관련된 것을 농업이라고 했다면, 지금은 농산물을 가공하고 물류를 통해 유통하고, 이를 외식업에 활용하는 것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농업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기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것을 애그테크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최근 등장한 푸드테크라는 용어는 애그테크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농업이 생산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보니 이와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개념을 아울러 아그로-푸드테크(agro-food tech)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종자에서부터 소비자의 외식, 맞춤형 식품의 생산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을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아그로-푸드테크라는 개념이 많이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애그테크는 스마트팜과 스마트농업을 포함하지만 그보다 넓은 개념의 농업과 기술의 결합을 의미" 

이주량 1900년 이래 농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기술 진보를 통해 농업 인프라를 확충했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약과 비료를 사용했습니다. 즉,“더 많은 자원을 써서 더 많이 생산하는 것(production more with more)”이었지요. 농경지, 물, 농약, 비료, 노동력, 에너지의 투입을 확대해서 농산물의 생산을 늘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습니다. “모든 자원의 투입을 줄이면서도 농산물의 생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production more with less)”이 된 것입니다. 이때 활용되는 기술을 애그테크라고 총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생산에 초점을 맞추면 애그테크, 생산 이후 가공까지는 푸드테크, 유통은 리테일테크로 나눠서 정리하면 좋을 것입니다.
"자원 투입을 줄이면서도 농산물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활용되는 기술을 애그테크로 총칭"

<그림 1>  애그테크의 범위

자료: 김용렬 외, 「애그테크산업 활성화 방안」, 2021

변재연 정밀농업, 애그테크,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등의 개념이 모호한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지금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용어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25일 ‘스마트농업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는데, 스마트농업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애매모호한 상황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푸드테크에 대한 법안도 발의되어 있는데, 여기서도 푸드테크 개념에 대한 정의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산업 전반을 이끌어 간다고 할 때, 정부가 애그테크나 푸드테크, 스마트농업 등의 개념과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애그테크, 푸드테크, 스마트농업 등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하에 정책 펼쳐야"

구분선 #2.  우리나라 농업 현실과 애그테크

김동환 우리나라의 경우 농가당 평균 경작규모가 약 1.5ha이고, 경작규모 1ha 미만의 농가 비중이 70%에 육박합니다. 자율주행 트랙터 등 고가의 첨단 농기계는 경지가 일정 규모 이상 되고 필지도 집중되어야 소용이 있는데 소규모 분산농지의 특징을 가진 우리나라 농업에서도 이러한 첨단 기술 적용이 가능한지, 가능하더라도 투자액 대비 경제성이 있는지 평가가 필요합니다. 

<표 3> 경지면적과 경지이용률 동향과 전망 

자료: 통계청「농업면적조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KASMO(Korea Agricultural Simulation Model)

또한 우리나라는 농가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농이 차지하는 비중이 47% 가량 됩니다. 이와 같은 고령농이 첨단 애그테크를 농업 현장에 도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아울러 청년농이 스마트팜을 신규로 창업한다고 할지라도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약이 있다고 봅니다. 이렇듯 녹록치 않은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서 애그테크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농업은 경지면적이 좁고 고령농이 많은 만큼 이에 맞는 애그테크 추진이 필요"

민승규 세계 농업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농지를 활용하는 미국형 농업과 미국만큼 크지는 않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농지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유럽형 농업, 대부분 소농으로 이뤄진 아시아형 농업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일인당 경지면적이 100배 이상 크기 때문에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미국형 농업이나 유럽형 농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국형 디지털 농업을 만들 것인가입니다.  



 디지털 농업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도 짓지 못하고 가축도 기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즉, 농가 경영에서 가장 비용 부담이 큰 것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는 임금인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기술입니다. 두 번째로 품질 제고입니다. 농산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술이 사용됩니다. 세 번째는 새로운 고객 창출입니다. 애그테크의 핵심은 생산 뿐 아니라 농업의 전체 가치사슬을 환골탈태하는 것인데 여기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같은 사업은 미래 농업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보고 민간 주체들이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비용 절감, 품질 제고, 새로운 고객 창출 등에 장점이 있는 한국형 디지털 농업을 위한 고민이 필요"

정혁훈 사람들이 스마트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천편일률적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번듯한 유리온실에서 파프리카나 토마토 정도는 재배해야 스마트농업으로 생각하고 정부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런 방향은 우리나라 영세농, 한계농, 소농, 청년농의 입장에서 보면 동떨어진 것이거든요. 저는 기존 관행농업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기술, 기계, 설비를 이용해 농업의 가치를 높였다면 스마트농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지 농사는 벼농사인데요, 볍씨가 가볍다보니 드론으로 직파할 경우 파종 깊이가 얕아져서 새들이 쪼아먹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때 볍씨에 철분 코팅을 해서 깊게 심겨지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됐는데, 이 또한 스마트농업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 기계, 설비를 이용해서 농업 가치를 제고했다면 스마트농업"


이주량 스마트팜 정책은 일반 소농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선도적인 농가를 위한 일종의 플래그십 정책으로 봐야 합니다. 즉, 스마트팜 정책은 본질적으로 플래그십 정책이고 나아가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인력양성 정책인 것입니다.
농업은 거대한 인프라 산업입니다. 여기에서 인프라는 물리적 인프라, 제도적 인프라, 디지털 인프라를 의미합니다. 애그테크를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 정비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인프라 정비는 우리나라 농지를 데이터 기반, 지도 기반, 웹 기반으로 정밀하게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디지털 인프라를 정비하게 되면 병충해 감소, 수확량 예측, 투명한 보조금 배부 등을 통해 소농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애그테크를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 정비가 필요"

변재연 우리나라는 소규모 영세농이 많은데 애그테크가 이런 영세농까지 확산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현재 정부 정책은 시설 보급정책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데, 스마트팜과 스마트축사를 모두 합쳐도 1만호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농업의 1%밖에 안되는 수준인 것이지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해결책과 중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중장기적인 해결책은 이주량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될 것이고, 단기적인 해결책은 자금 지원입니다.

<표 4> 스마트농업 연도별 보급 실적 

자료:  변재연, 「스마트농업 육성사업 추진현황과 개선과제」, 2022

 스마트팜이나 스마트 축사를 구축하는 데 대략 3,000만 원~1억 5천만 원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영세농이나 청년농은 스마트팜과 스마트 축사를 짓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농식품부의 재정사업이 각종 정책자금을 지원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전국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만들다보니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융자 사업의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농협 상호금융 무이자자금 등을 통해 자금 지원을 늘리고 스마트농업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그테크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원 통해 자금 지원도 늘릴 필요"
구분 #3.  애그테크와 정부의 역할

김동환 정부는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등을 혁신성장의 한 축으로 보고 집중육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정부 주도 발전 전략은 보조금으로 인해 사업성을 왜곡하여 과잉투자를 유발하고 시설의 유휴화 등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민간의 자율적인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스마트농업 관련 연구개발과 기자재 및 데이터 표준화 등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애그테크에 있어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과도한 정부의 지원에 따른 과잉투자는 경계해야 하나 연구개발 등에서는 정부 역할이 강화돼야"



변재연 애그테크, 푸드테크, 스마트농업의 핵심은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수집해서 활용하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정부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우, 농림수산성과 농업연구기구(NARO)에서 농업데이터 플랫폼인 와그리(WAGRI) 시스템을 개발하여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와그리는 농지, 비료, 농약, 토양, 품종 등을 포괄하는 데이터베이스인 동시에 연구자들이 개발한 토양지도, 작물 생육모델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입니다. 이처럼 정부의 역할은 전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거래와 관련한 규범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시설원예를 전체 농가에 확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노지 농업과 관련해서 스마트농업의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확대하고 재원을 투자하는 것이 다음 우선순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부 역할은 전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거래 관련 규범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

이주량 정부가 농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덧붙이자면 농업 관련 에너지 정책 수립도 필요항 상황입니다. 농업은 스마트 기술이 도입될수록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현재 한국전력의 적자 규모가 크다 보니 농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농가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습니다.  
"정부의 농업 관련 에너지정책 수립이 시급한 상황"

<표 5> 용도별 차등 전기요금

자료:   한국전력 홈페이지(https://cyber.kepco.co.kr/ckepco/front/jsp/CY/H/C/CYHCHP00201.jsp)

한편,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데이터 구축 방식은 상업성이라는 관점이 부재하기 때문에 비관적인 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농업데이터가 네덜란드의 프리바(Priva)가 제공하는 수준의 데이터라고 한다면, 국가가 데이터 표준을 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기업들이 경쟁하면서 데이터 표준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국가가 데이터 표준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더라도 지속 할 수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정혁훈 정부에서 추진한‘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농업 분야는 2021년 7월부터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 주관의 ‘스마트팜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사업’을 착수한 바 있습니다. 농업용 데이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환경 데이터와 생육 데이터입니다. 환경 데이터는 센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반면, 생육 데이터는 사람이 일일이 농작물 키를 재어 수집해야 하니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정부가 고용한 인력이 현장에 파견돼 생육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예산이 한정되다보니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농업용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부가 시설원예 등에 보조금을 주는 것보다는 양질의 데이터 구축에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스마트농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용 데이터 구축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야"

민승규 우리나라 농업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먼저 농업 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 농업이 전체 농업의 가치사슬 가운데 어디에 비교우위가 있는지 파악하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아울러 민간의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농업 데이터의 표준화와 스마트농업 관련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인재양성이 필요합니다.

이주량 농업 데이터에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기상 데이터, 환경 데이터, 인풋 데이터, 경영 데이터, 그리고 생육 데이터입니다. 기상 데이터와 환경 데이터는 외생변수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인풋 데이터나 경영 데이터는 농가에서 잘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생육 데이터가 중요할텐데,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생육 데이터 확보에 문제를 겪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네덜란드는 시설원예연구소(Netherlands Plant Eco-phenotyping Centre, NPEC)를 설립해서 모든 작물의 생육상태를 영상으로 찍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한편, 인재양성과 관련해서 네덜란드는 농업 전문대학인 와게닝겐 대학에 100개국이 넘는 국적의 사람들과 농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석박사 과정을 함께 공부하면서 다양성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농과대학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육 데이터 확보와 농과대학 구성원의 다양성 증진 방안을 고민해야"
#4.  애그테크와 농업구조 전환

김동환 애그테크와 관련해서 중요한 관점 중 하나는 기술진보의 역설입니다. 과거 사례에서 보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개발되면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농가가 있는 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농가도 있습니다. 애그테크로 생산성이 향상되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지만 생산비 경쟁에서 불리한 소농들은 대거 퇴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애그테크가 생산성 향상, 노동력 절감, 탄소배출 저감, 식량안보 강화라는 효과는 있겠지만 농업을 대농 위주로 급격히 재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소농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애그테크는 생산성 향상 등 장점이 있지만, 농업구조를 대농 위주로 개편할 가능성도 있어"

변재연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의 제정 이유를 보면 당초 정부 입법 시 ‘농업인과 농업의 성장발전’이라는 다소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었던 부분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농업인의 소득 증대’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었습니다. 그런데 농가 소득 기준으로 1분위 대비 5분위 소득이 12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일반 국민은 4.7배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농가의 양극화가 그만큼 심하다는 방증입니다. 또한 농업소득은 1,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스마트농업을 도입한다고 농업소득이 늘어날까요? 시설원예만 하더라도 딸기, 파프리카, 참외, 토마토의 4개 품목에 전체 시설원예의 85%가 집중되어 있어 수확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고 수확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스마트농업과 관련된 실태 조사를 강화해서 기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가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가운데, 스마트농업 도입에 따른 농산물가격 실태 조사 강화 필요"

<표 6> 농가소득 분위별 소득원천별 소득 증감 비교

자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0 농가경제 변화 실태와 요인」, 2021 

이주량 20%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강건한 소농이 전체 농가의 80%를 구성하고, 80%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대농이 전체 농가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농업이나 스마트기술이 확산되면 소농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소농이 무너지는 주요 원인을 스마트농업이라고 단정지울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농업은 모든 구조가 온대기후에 맞춰 있기 때문에 연평균 기온이 2°C만 올라가도 모든 종자, 농약, 시비법, 재배법이 쓸모없어집니다. 즉, 스마트농업에 의한 피해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소농이 겪는 피해가 더 클 것입니다. 
"소농의 몰락은 스마트농업 확산보다는 기후변화로 인한 요인이 크다고 생각"




정혁훈 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농업이 안고 있던 문제를 애그테크로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를 강조했지만, 모든 농업인이 애그테크를 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농약이나 비료를 많이 쓰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데 애그테크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한계농이나 고령농의 자연스러운 퇴장을 유도하되 강건한 가족농이나 강소농은 애그테크까지 결부해서 육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농업을 산업의 측면에서 볼 때는 기업농도 필요합니다. 농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규모는 작지만 강한 가족농을 육성하는 동시에 대농 또는 기업농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강건한 가족농을 육성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위한 대농과 기업농도 필요"

민승규 지금까지 농업은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애그테크가 도입되면서 생산뿐 아니라 전후방 산업이 발전하게 되니 농업이 수확체증 내지는 가치체증이 되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세계적인 농업 강국입니다. 그런데 농가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현지 전문가의 견해로는 현재 6.7만개 정도인 농가수가 극단적으로는 1.5만개까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즉, 농가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만으로 농업이 잘되고 있다거나 잘못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이주량 박사님께서“더 많은 자원을 써서 더 많이 생산하는 것(production more with more)”에서 이제는 “모든 자원 투입을 줄이면서도 농산물의 생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production more with less)”으로 바뀐다고 하셨는데,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애그테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그테크를 통해 농업이 ‘수확체감의 법칙’이 아니라 ‘수확체증의 법칙’이 통하는 산업으로 변화"
구분선
#5.   향후 과제와 전망

김동환 마지막으로 애그테크와 관련해서 향후 과제와 전망 혹은 지금까지 발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소회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재연 농업선진국들은 자국의 농업구조 및 특성에 맞는 스마트농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영농규모가 커서 노지 분야의 정밀농업과 데이터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좁은 농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리온실을 통한 농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시설원예, 노지작물, 축산 등 다방면으로 애그테크를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전략품목이 불분명합니다. 따라서 향후 정부는 한국형 애그테크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진정한 의미의 애그테크를 육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주량 지금은 농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기후변화를 비롯해서 농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농산물 수급에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한편, 농업 발전에 있어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민간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농업이 구조적으로 초장기 저수익 산업이라 민간에서 바로 진입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과 정책자금이 민간의 진입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집행되기를 바랍니다. 

정혁훈 지금은 농업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식물공장과 관련해서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공장이 파산신청을 하는 등 상황이 어렵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곳도 있습니다. 즉 지금은 애그테크가 적용된 식물공장이나 버티컬팜 중에서도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애그테크의 단점도 있지만 길게 보면 옥석가리기를 마친 애그테크를 통해 농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애그테크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민승규 애그테크는 혁신입니다. 혁신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험성이 있고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애그테크라는 혁신을 통해서 많은 농업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앞으로 애그테크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동환 지금까지 애그테크의 개념부터 시작해서 의의, 효과, 정부 정책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애그테크는 전통적인 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하여 생산성 향성, 노동력 절감, 식량안보 강화, 탄소배출 저감, 지속가능성 제고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기대되지만, 우리나라의 농업구조상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한계도 있습니다. 아울러 오늘 좌담회를 통해 애그테크가 농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추진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으로 좌담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 전문가 약력 ♦

김 동 환 (좌장) 
•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  안양대학교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 
•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위원 

민 승 규 
•  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 융합학과 석좌교수
•  前 농촌진흥청장 
•  前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변 재 연 
•  국회예산정책처 경제산업사업평가과 과장 
•  국회예산정책처 경제산업사업평가과 예산분석관

이 주 량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  농업경제학회 이사 
•  농림식품과학기술위원회 위원 

정 혁 훈 
•   매일경제신문 부국장(농업전문기자)
•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미래기술위원
•  前 매일경제신문 경제·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