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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자율주행, 새로운 지평을 열다 - 美웨이모·中바이두 자율주행 서비스 -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2024년 01호
해외동향
자율주행, 새로운 지평을 열다- 美웨이모·中바이두 자율주행 서비스 -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10년 뒤면 운전석 핸들 없어져…자율주행 아닌 차량 운행은 드문 일이 될 것
– 일론 머스크
(테슬라CEO)

 

자율주행차의 옥석 가리기는 시작됐다. 현재 자율주행 시장은 GM,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알파벳, MS, 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적극 뛰어들며 경쟁에 불이 붙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개발 속도가 두드러진다. 이들은 막강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여러 도시에서 로보택시·버스 주행을 테스트하며 빠르게 기술력을 향상하고 있다.

 
 

   

사진 출처: GPT-4·DALL·E3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는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자율주행 개념 자체는 1920년대부터 일찍이 존재했으며,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 미래 도시상의 핵심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와 하나 다른 점은 당시엔 상상 속에나 존재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현실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컴퓨터,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스스로 굴러가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갈망이 점차 실현되고 있다. 여러 선도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이제는 뉴스 기사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자율주행차는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왜 우리는 ‘자율주행’을 꿈꾸는 걸까?
 
 
사람이 한평생 동안 운전으로 보내는 시간을 보면 답이 있다. 2016년 7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 11개국에서 실시한 CAS 리서치 조사1)에 따르면 사람이 평생 차량 내에서 보내는 시간은 약 4년 1개월로, 이 중 운전으로 보내는 시간은 2년 9개월로 조사됐다. 평균수명 80세의 삶에서 약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운전에 소요되는 셈이다. 한편, 제너럴모터스와 미시간대·버지니아공대 교통연구소 조사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사고 비율이 사람보다 65% 낮고, 그중 부상 위험이 큰 사고는 74% 낮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운전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도 사고율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자율주행차의 큰 매력 요소다. 그렇다면 운전대가 완전히 사라진 ‘진정한’ 자율주행차는 어느 시점에 실현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자율주행 시장 및 정책 동향과 선도 기업들의 기술 개발 현황 등을 종합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미래 사회에 혁신적인 역할을 할 자율주행차에 대해 알아보자.
1) 프랑스 자동차 업체 시트로엥과 CAS 리서치가 실시한 조사, 2016년 7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영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중국, 일본 등 11개국에서 각국의 15세 이상 500명씩을 대상으로 실시(일본은 18세 이상 성인)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 센서, 통신 등 ICT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스스로 환경을 감지하고 경로를 결정해 주행하는 차를 의미한다. 자율주행차의 운행 방식은 크게 인지-판단-제어로 구분되는데, 운전 행위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사람도 이러한 사고 흐름을 거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①전방을 주시하고, ②주변 상황을 판단하여 ③핸들을 돌리거나 액셀을 밟으며 운전해 나가듯이 자율주행차는 인지 단계에서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차량의 위치와 외부 환경을 감지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교통 상황과 최적의 경로를 계산하는 판단 과정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차량에 장착된 조향, 제동 등 구동장치를 제어하여 운전자를 목적지까지 이동시킨다. 인간에게 쉬운 일이 AI에겐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AI에게 쉽다는 모라벡의 역설처럼, 자율주행차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운전 행위를 모방하기 위해선 여러 기술이 복합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림 1]을 보면 사람 운전자와 자율주행 운전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자율주행의 단계는 일반적으로 미국자동차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에서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한 기준을 따른다. 레벨별로 시스템이 제어하는 범위가 다르다. L0는 無 자율주행 즉, 수동운전을 의미하고, L1~2는 시스템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장치, 긴급 제동장치, 원격 스마트 주차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여기에 포함된다. L3부터는 시스템 스스로 주행을 제어하고 변수를 감지한다. 즉,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구간에서 시스템이 주행하고, 위험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며 L2와 달리 상시 모니터링을 요구하지 않는다. L4와 L5는 제어권 전환이 불필요한데, 이 둘의 차이는 자율주행이 특정 구간에서만 가능한가 아니면 전(全) 구간에서 가능한가에 있다. L5는 모든 주행 환경과 조건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단계며, 이를 ‘완전 자율주행’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3년 1,583억 달러에서 연평균 35% 성장해 2032년 약 2조 3,539억 달러(약 3,12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기준 수익 점유율이 가장 높은 시장은 북아메리카(북아메리카 40.2%, 유럽 20.7%, 중동·아프리카 20%, 아시아·태평양 19.2%)로, 이 보고서에서는 특히, 미국의 규제 완화를 시장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2011년 미국에선 네바다주를 시작으로,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미시간 등 30여 개 주에서 순차적으로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허용한 데 이어, 2015년 애리조나주에서는 안전 관리자(safety driver)가 없는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허가했다. 아울러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추진력도 상당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는 2022년 3월 완전 자율주행차에 수동제어 장치 장착 의무화 규정을 삭제했다. 이로써 미국 전역에서 운전석·페달·핸들 없는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 생산과 주행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운행되는 차량과 같은 수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허용한 지 6년 만에 개편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유인 주행’ 빗장을 푼 또 다른 국가로는 중국이 있다. 미국이 자율주행 기술과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중국도 자율주행 법·제도 개편을 단행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2021년 5월과 12월에 걸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우한 등 총 16개 지역을 ‘커넥티드카 및 스마트 도시 공동 개발 시범도시’로 지정하고, 민간 기업들의 로보택시 실증 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후 2022년 12월에는 우한과 충칭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안전 관리자가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L4)’ 택시 서비스 운행을 허가하고, 2023년 6월 선전에서 최초로 상업적 유료 운행을 승인했다. 이와 같은 행보는 자율주행에 앞서가는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에서 운행 중인 로보택시는 레벨4 자율주행차 중에서도 운전석에 안전 요원이 없거나 사람이 조작하는 핸들·페달이 없다는 점에서 유인 레벨4 택시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일본, 독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도 레벨4 주행이 가능하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거나 상용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곤 있지만 아직은 일정 지역에서 안전 요원의 동승 아래 시범 운행을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과 중국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빛을 보는 곳은 어딜까? 현재 시점에선 ‘빅테크 기업’이다. 포드와 폭스바겐의 아르고AI 폐업, GM 산하 크루즈 로보택시 영업권 중지, 앱티브의 모셔널 지분 축소 등 완성차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기술 기업들은 꽤 선전하고 있는 분위기다. 자동차 제조 기술력이 부족한 기술 기업들은 서비스 시장을 공략하여 곧바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화를 꾀했다. 이들의 핵심 강점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자율주행차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보니,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 업체에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기술 기업들은 이미 이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을 축적해 온 것이다. 미국에선 ‘웨이모’, 중국에선 ‘바이두’가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이들은 막강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여러 도시에서 로보택시· 버스 주행을 테스트하며 빠르게 기술력을 향상하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레벨4’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웨이모(Waymo)’가 그 주인공이다. 웨이모는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자회사로, 혁신을 주도하는 비밀 연구소인 ‘Google X’에  뿌리를 둔다. 2009년 Google X에서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하여 100마일의 10개 노선을 자율주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이 프로젝트 사업부가 2016년 분사하여 웨이모라는 독립 법인으로 탄생했다. 2020년 공개한 웨이모 5세대 로보택시의 스펙은 라이다 5개, 카메라 29개, 레이더 6개로, 해당 센서들이 재규어 전기차인 ‘I-PACE’에 탑재된 형태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 ‘Waymo Driver’는 현재까지 4천만 마일(6천 4백만km)이 넘는 운전 데이터를 쌓았는데, 이는 무려 달까지 운전으로 80번 왕복 가능한 거리2)라고 한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하며 외연을 넓혀나가고 있다.
2) 지구와 달 사이 거리는 약 38만 4,400km

 


 ‘웨이모 원(Waymo One)’ 앱만 있으면 로보택시를 호출하는 건 어렵지 않다. 카카오T, 우버 앱3)처럼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량이 승객의 위치로 오는 온디맨드 방식인데, 단지 그 차가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라는 점이 다르다. 센서를 장착한 로보택시는 고객이 탑승 후 주행 시작을 누르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곳곳에 재미가 가미된 요소들도 있다. ‘제3의 커뮤니케이션(tertiary communication)’ 기능을 하는 지붕의 LED 디스플레이는 탑승자의 이니셜을 띄워 승객이 호출한 차량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그림 4] 참조). 뿐만 아니라 차량 문이 열리거나 경로를 변경할 때 주변 사람에게 이를 알려주는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3) 2023년 10월부터는 우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우버 앱으로 차량 서비스를 호출하는 경우 웨이모 차량 옵션 제공

 


한편, 웨이모가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세 곳에서 2023년 10월 말까지 주행한 운행 거리는 714만 마일(1,147만km)에 달한다. 최근 웨이모는 로보택시의 주행 데이터와 인간 운전자 주행 데이터를 비교한 연구4)를 발표하며, 웨이모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연구 결과 3개의 도시 모두에서 웨이모 드라이버의 사고율이 인간 기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웨이모가 사람 운전자보다 부상까지 이어지는 충돌 발생률은 6.8배, 사망자 수는 2.7배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사람 운전자보다 부상자 수는 17명, 경찰 신고 건수는 약 20건 적은 것을 의미한다([그림 5]). Swiss Re와의 공동 연구에서도 신체 상해 청구 100% 감소, 재산 피해 청구 76% 감소를 근거로 웨이모가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보다 안전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4) Kusano, Kristofer D., et al.(2023), Comparison of Waymo Rider-Only Crash Data to Human Benchmarks at 7.1 Million Miles.


웨이모가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나선 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2023년 10월, 웨이모의 경쟁사라 할 수 있는 General Motors(GM)의 크루즈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명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크루즈의 무인 택시 운행 허가를 취소했으며, GM은 미국에 운영 중이던 무인 유상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현재 웨이모가 미국에서 유일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배경이다. 그렇다고 웨이모가 선두를 꿰차고 나갈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잇따른 사고로 인해  현재 미국 사회에선 로보택시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2월에는 일부 군중들로 인해 웨이모가 파손되고,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치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펼쳐진 러다이트 운동(Luddite, 기계 파괴 운동)을 연상케 한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 전역에서 反 자율주행 운동이 확산할지는 미지수나, 자율주행 차의 개발과 확산 측면에서 어느 정도 수난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다. 지속적인 안전 기술 개발과 투명한 정보 공개로 신뢰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사진 출처: GPT-4·DALL·E3



 

이제 중국으로 눈을 돌려 보자.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바이두의 무인 로보택시 ‘아폴로(Apollo)’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자율주행차에 첫발을 들인 바이두는 2016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세계 15번째로 자율주행 도로 시험 면허를 취득한 후, 2017년 상하이 모터쇼에서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폴로의 초기 모델인 샤오홍부터 시작해 5세대 아폴로 문, 그리고 최근 6세대 아폴로 RT6를 선보이는 등 지속해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림 7] 또한 바이두가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각종 연구개발에 매년 상당한 투자를 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바이두는 2021년 구글 웨이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 ‘뤄보콰이파오(Carrot run)'를 개시했다. 웨이모 원과 유사한 택시 호출 서비스인 뤄보콰이파오는 현재 중국 11개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이며, 그중 베이징, 상하이, 선전, 우한에선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무인으로 시범 운행되고 있다.

  
2024년 1월 기준, 아폴로의 총 시험 주행 거리는 약 5천만 마일(9천만km)을 상회하고 호출 건수는 500만 건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바이두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 10여 개의 도시에서) 2025년까지 서비스 지역을 65개 도시로, 2030년에는 100개 도시로 확대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바이두 로보택시의 경쟁력은 ‘수익성’에 있다. 바이두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안전 요원 인건비를 대체하는 한편, 차체 가격을 절감해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을 취했다. 2022년 7월 발표된 6세대 양산형 자율주행차 ‘아폴로 RT6’에서 이러한 전략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RT6은 라이다 8개, 밀리미터파 레이더 6개, 초음파 레이더 12개를 포함한 총 38개의 외부 센서를 탑재했음에도 차량 가격을 이전 세대인 아폴로 문의 절반 수준인 25만 위안으로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RT6의 연간 생산량을 만 대에서 십만 대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는데, 바이두의 핵심 목표는 자율주행차의 대량 생산을 달성하는 것에 있다.

바이두, ‘로봇카’ 제조에 대한 야망
바이두는 2021년 3월 중국 지리 자동차와 손잡고 자율주행 제조 자회사 ‘지두 자동차(現 지위에)’를 설립했다. 이때 바이두가 55%, 지리 자동차가 45%의 지분을 보유하며, 바이두는 단순히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자동차 제조 영역에도 발을 들여놓겠다는 야망을 내 비췄다. 2021년 세계인공지능컨퍼런스(WAIC2021)에서 바이두의 창립자이자 CEO인 로빈 리(Robin Li)는 "자율주행차 혁신은 자동차를 더 이상 차가 아닌 로봇처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단순히 이동 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를 로봇의 형태로 탈바꿈하겠다는 말이다. ‘로봇카’라는 이름에는 바로 이러한 로봇 지향적 의미가 담겨 있다. 합작사의 첫 프로토타입은 2022년 6월 공개된 JIDU ROBO-01로, 이 당시 자율주행 기술이 테슬라를 한세대 앞설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등장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두 자동차는 중국 내 자동차 생산 자격 심사에서 여러 잡음이 있었던 듯하다. 2023년 8월, 지두 자동차는 사명을 ‘지위에’로 변경하고 ROBO-01 모델을 JI YUE-01이라는 새 브랜드로 출시하며 변화를 꾀했다. 이 과정에서 지리 자동차의 지분이 65%로 늘어나고 바이두의 지분은 35%로 감소하여, 바이두의 역할이 대주주에서 파트너로 전락했다. 자동차 제조 주도권은 지리 자동차로 이전되고, 인공지능 및 보조 서비스는 바이두가 맡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세계 최초 로보택시 기술 상용화를 이룬 웨이모, 중국에서 첫 시범 운행에 나선 바이두, 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소프트웨어 기술력 면에서 빅테크 기업이 완성차 업체보다 앞서 있더라도 상용화를 위해선 자동차 업체와의 협업이 필연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차량 제조 및 모빌리티 서비스의 구현에 있어 자동차 업체들이 보유한 전문 제조 기술과 품질 관리, 인프라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테크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앞서나가고 있지만, 추후 자동차의 안전성과 신뢰성 측면에선 완성차 업체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많은 경우 기술 기업과 완성차 업체 간 파트너십 형태로, 기술을 결합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서비스 시장은 어떠할까? 국내의 경우 완성차 업체, IT 기업, 스타트업 등에서 자율주행 시범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선두 주자가 보이지 않는 초기 시장이다(<표 9> 참고). 또한,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 사업단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한국의 자율주행 기업 전체의 서비스 누적 주행거리는 미국 웨이모의 2.25%, 중국 바이두 3.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집된 데이터 규모 격차가 큰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인프라 조성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과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무엇보다 기업 간 협력 확대, 시범 운행 지구 탄력적 운영, 전문 인력 양성, 사회적 인식 개선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자율주행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뒷받침돼야 하기에 완성차 업체, IT·플랫폼 기업, 스타트업 간 협력을 촉진하여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에선 수백 대에 달하는 차량이 무인 시범 운행을 통해 대규모 실증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는 반면, 국내에선 자율주행차 운행이 안전 관리원의 동승 아래 노선대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이는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도로 환경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별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한 운행을 보장하면서도,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실증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보다 주력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는 레벨4 버스·셔틀(’25) 및 레벨4 승용차 출시(’27)를 목표로, 자율주행 시범 운행 지구를 지정하고 관련 법규와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올 2024년 7월에는 ‘시범 운행 지구 직권 지정 제도’를 도입해 다수의 시·도에 걸친 자율주행 여객 및 화물운송 서비스를 실현하고, 2025년까지 시범 운행 지구를 전국 시·도마다 1개소 이상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시범 지구는 자율주행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2023년 12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서 총 34곳의 시범 지구가 운영 중에 있다. 서울 10곳(상암, 강남, 청계천, 여의도 등), 경기 5곳(판교, 안양, 성남 등)을 포함해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 지역별 최소 1곳 이상이 시범 지구로 선정된 상태다. 이 중에서도 서울 ‘상암지구’는 2022년 시범 운행 지구 운영 성과 평가에서 유일하게 A등급(매우 우수)을 받았는데, 서비스 운영, 기반 시설, 관련 조례, 면허 발급 체계 등 여러 측면에서 뛰어난 운영 성과를 보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상암지구에선 42dot(포티투닷), SUM(에스유엠), SWM(에스더블유엠) 업체들이 자율주행 택시로 여객 운송 실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2dot은 니로EV(2인승), SWM은 카니발(4인승), SUM은 쏠라티(10인승)로 차량의 종류와 크기가 다양하고 각각 제공하는 노선도 다르다. 택시는 모두 ‘TAP!’이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호출할 수 있는데, 앱에서는 차량의 현재 위치, 이동 경로, 예상 도착 시간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2024년 2월, KDI 연구진이 상암을 방문했을 때, 이들 업체의 로보택시 모두 외부 센서들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과 차량,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신호 감지 시 자동으로 정지하며, 적색 신호 대기 잔여 시간까지 시스템에 표시되는 등 첨단 운행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국내 제도상 안전 요원의 동승이 필요해 승객은 뒷좌석에만 탑승할 수 있고, 유턴 시에나 어린이·노인 보호구역에서는 안전 관리자가 수동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따랐다.

이처럼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앞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사회적·기술적·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 해소, 안전 주행을 보장하는 기술 및 도로 인프라 개선, 그리고 법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은 향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와 민간의 지속적인 협력과 노력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 Kusano, Kristofer D., et al. "Comparison of Waymo Rider-Only Crash Data to Human Benchmarks at 7.1 Million Miles," arXiv preprint arXiv:2312.12675, 2023.
•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21년 기술영향평가 결과: 레벨4 이상 자율주행의 미래, 2021.
• 국토교통부, 미래를 향한 멈추지 않는 혁신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 2022.
• 국토교통부, 자율차 시범운행지구, 도입 3년만 15개 시·도로 확대, 보도자료, 2023.6.21.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DB산업은행, 자동차 분야 신산업 동향 및 밸류체인 분석, 2019.
• 박상현, 자율주행차 글로벌 산업 동향, KDB미래전략연구소, 2022.
• 박종록, 자율주행시스템, KISTEP 브리프, 2023.
• 박준환, 국내외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입법 동향과 쟁점 분석, 2023.
• 백장균, 자율주행차 국내외 개발 현황, 2020.
• 산업통상자원부, 자율주행 레벨 4+ 상용화 앞당긴다!, 보도자료, 2021.3.23.
• 삼일PwC,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의 미래: M.I.L.E, 2023.

-웹사이트 및 자료-
• GPT-4, “자율주행차 이미지 생성.” DALL·E3를 이용하여 생성함, 2024.1.22. (https://chat.openai.com/)
• GPT-4, “자율주행차의 미래,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를 나타내는 이미지 생성.” DALL·E3를 이용하여 생성함, 2024.2.9. (https://chat.openai.com/)
• Precedence Research, Autonomous Vehicle Market, 2023. (https://www.precedenceresearch.com/autonomous-vehicle-market, 접속일: 2024. 1. 10)
• Waypoint, “Waymo’s autonomous vehicles are significantly safer than human-driven ones, says new research led by Swiss Re,“ 2023.9.6. (https://waymo.com/blog/2023/09/waymos-autonomous-vehicles-are-significantly-safer-than-human-driven-ones/, 접속일: 2024.1.25.)
百智, “1百度无人駕?:十年投入”,一朝爆, 2023.6.7.(https://new.qq.com/rain/a/20230607A08YGS00, 접속일: 2024.2.29.)
• 아폴로 공식 웹사이트(https://www.apollo.auto/)
• 웨이모 공식 웹사이트(https://waymo.com/)
• 지위에 공식 웹사이트(https://www.jiyue-au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