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전문가 좌담
미래를 여는 혁신 기술, 디지털 트윈II: 공공 부문편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2024년 02호
SPECIAL THEME
미래를 여는 혁신 기술, 디지털 트윈II: 공공 부문편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e경제정보리뷰」 2024-2호 좌담은 ‘미래를 여는 혁신 기술, 디지털 트윈’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박구만 서울과기대 스마트ICT 융합공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한 2부에서는 박소아 오케스트로 DX융합기술원장, 김익회 국토연구원 스마트도시
방재연구센터장, 박신형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이준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콘텐츠·미디어 PM 등이 참여해 공공 부문에서의 디지털 트윈 활용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논의했다. 특히 디지털 트윈이 공공 부문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 일시: 2024년 4월 23일 15:00 ~ 17:30
• 장소: 비즈허브 서울센터
• 참석자(발표순) 
  - 박구만 서울과기대 스마트ICT 융합공학과 교수(좌장) 
  - 박소아 오케스트로 DX융합기술원장
  - 김익회 국토연구원 스마트도시방재연구센터장 
  - 박신형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 이준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콘텐츠·미디어 PM
구분선#1. Prologue :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공공 서비스
박구만 (서울과기대 스마트ICT 융합공학과 교수)
       좌담회 1부에서 산업 현장에서 디지털 트윈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논의했다면, 이번 좌담회 2부에서는 공공 부문에서의 디지털 트윈 활용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었습니다. 디지털 트윈이 공공 부문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습니다.
       
       우선 박소아 오케스트로 DX융합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공공 부문의 디지털 트윈의 도입은 여러 면에서 복잡성을 수반합니다. 공공 부문에서는 대국민 서비스와 정책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디지털 트윈의 효과적인 연결과 표준화뿐만 아니라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비용 분담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김익회 국토연구원 스마트도시방재연구센터장님은 2014년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인 ‘버추얼 싱가포르’와 싱가포르 국립대(NUS)가 추친한 ‘버추얼 NUS’프로젝트를 비롯해 스마트시티에서의 디지털 트윈 활용 사례를 말씀하셨습니다. 김익회 센터장님은 디지털 트윈이 스마트시티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아직 기술적·제도적 성숙도가 낮은 상태라고 지적하셨습니다.
       박신형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님은 교통 분야에서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설명하면서, 미래의 3차원 교통 체계를 대비해 정부가 도로를 체계적으로 디지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준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콘텐츠·미디어 PM이 지적하신 것처럼 중복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새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본 좌담회에서는 공공 부문에서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 트윈의 미래 방향성과 과제를 논의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향후 공공 부문 디지털 트윈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분선
#2. 공공 부문의 디지털 트윈 혁신
박소아 (오케스트로 DX융합기술원장)
 
       저는 공공 부문의 디지털 트윈 혁신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산업 부문에서 디지털 트윈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생산성 향상, 고효율, 고품질과 같은 목표는 매우 구체적인 데 반해 공공 부문의 디지털 트윈 정책은 매우 거시적입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디플정)에서 담당하는 정책 가운데 ‘디지털 트윈 코리아’라고 하는 정책이 있습니다. 그 중‘국민 체감형 트윈’정책 안에는 홍수·화재·압사 등 다양한 안전사고 예방 및 교통·의료 등의 고도화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사례를 확산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 도시, 환경, 농·수산, ESG 등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트윈 적용을 통한 산업 고도화 과제를 육성하는 ‘산업 고도화형 트윈’과 AI 등 급격한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그간의 추격형 R&D에서 선도·도전형 R&D로의 전환을 통해 세계를 선도할 기술 과제를 연구하는 ‘기술 선도형 트윈’정책도 있습니다. 이처럼 공공 부문의 디지털 트윈은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정책입니다. 

       인구 감소와 같은 사회적 재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도시 재생 등 다양한 내용을 공공 분야의 디지털 트윈이라고 본다면, 그동안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모델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또한 모델의 적합성과 정책 대안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의사 결정을 할 때에는 가시성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공공정책 부문에서 가시화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VR, XR 등의 기술도 중요하고 메타버스나 통신(6G) 등도 같이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시화 문제의 가장 큰 쟁점 중의 하나는 공간 데이터를 얼마나 생산하고 어떤 갱신 체계를 유지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또한 표준도 준수해야 기존의 기술을 계속적으로 갱신하거나 유지·관리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이 때 공간 구축비용의 문제가 큰 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저는 정부가 디지털 트윈에 관련된 정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간 구축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팅 파워와 다양한 기술 결합이 이뤄져서 디지털 트윈이 만들어지더라도 기업이 시점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공간 데이터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공공 부문에는 정책을 제공하는 의사결정권자도 있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더라도 국민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이나 공간 데이터가 어려워서 혹은 시스템이 너무 느려서 국민들이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디지털플랫폼정부(DPG) 허브’라는 것입니다. DPG 허브의 핵심적인 내용은 민간과 공공의 모든 관련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시키려는 것입니다.
<그림 1> ‘버추얼 싱가포르’와 ‘버추얼 NUS’
출처: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2023 

       DPG 허브에서는 산업부문과 공공부문을 허브로 연결할 계획인데, 이러한 연결의 근간에는 초거대 AI를 활용한 인프라가 있습니다. 또한 2D, 3D 공간데이터와 일반 행정정보를 비롯한 공공 데이터 등이 결합될 것입니다. 공공 데이터 관리, 디지털 트윈을 위한 데이터 생성, 대국민 서비스 등의 고민이 DPG 허브로 모두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아직 우려하는 점이 많습니다. 어떻게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비용에 대한 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정책 아젠다로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분선#3. 디지털 트윈의 스마트 시티 적용 사례
김익회 (국토연구원 스마트도시방재연구센터장)
 
       도시에 디지털 트윈이 적용되기 시작한 최초의 사례는 ‘버추얼 싱가포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4년 12월 3일 싱가포르는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인 ‘스마트 네이션’의 핵심 사업으로 버추얼 싱가포르를 발표합니다. 싱가포르는 더운 적도 지역이기에 도시계획에서 자연 바람을 잘 통하도록 건물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싱가포르는 택지개발 사업이었던 풍골지구에 최적의 바람길을 구현할 수 있도록 ‘버추얼 싱가포르’를 통해 건물 배치 시뮬레이션을 추진했습니다.

       한편 싱가포르 국립대(NUS)는 ‘버추얼 싱가포르’와 유사한 ‘버추얼 NUS’를 추진합니다. 버추얼 싱가포르가 라이다를 활용하여 촬영된 데이터로 도시의 3차원 구축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면, ‘버추얼 NUS’는 대학 캠퍼스라는 한정된 공간을 대상으로 이미 보유하고 있던 설계도면을 활용하여 건물 내부까지 디지털 트윈화하여 좀 더 이상적인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버추얼 NUS’는 실내 내비게이션 및 와이파이 사용자 분석을 통해 강의실 혼잡도를 파악하는 등 디지털 트윈이 활용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2> ‘버추얼 싱가포르’와 ‘버추얼 NUS’
 출처: 김익회 외. (2020). 스마트도시 혁신생태계의 활성화 전략과 과제. 국토연구원.

       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에 있는 실물과 똑같은 가상물체(쌍둥이)를 가상공간에 만들어서 다양한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미래 상황을 미리 분석하고 대비하기 위한 기술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트윈 기술은 제조업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으며, 도시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한 것은 앞서 말씀드린 ‘버추얼 싱가포르’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은 스마트시티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도시 차원에서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기술적·제도적으로 미성숙하며, 향후 스마트시티 고도화를 위해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트윈의 발전단계는 모사-관제-모의(시뮬레이션)-연합-자율의 5단계로 정의되는데요. 이를 현재 스마트시티와 연결시킨 그림이 하단의 그림입니다. 현재 스마트시티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디지털트윈의 발전 단계를 따라 가는 수직적 고도화도 필요하지만, 각 단계별로 확장되는 수평적 고도화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 스마트시티는 CCTV 중심의 관제가 가장 많이 발달되어 있는데요. CCTV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사물인터넷에 의한 도시 관제가 추가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또한 유동 인구 데이터, 카드 사용 데이터 등이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이동 패턴이나 활동 패턴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들이 제공된다면 스마트시티 고도화가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림 3> 디지털 트윈의 발전단계와 고도화 
출처: 김익회 외. (2023). 스마트도시 고도화를 위한 메타시티 추진방향. 국토연구원.

       해외에서도 많은 국가들이 도시의 디지털 트윈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디지털 빌트 브리튼 센터(Center for the Digital Built Britain)에서 국가 디지털 트윈 추진을 위한 쌍둥이 원칙(The Gemini Principles)을 제시하고 도시 인프라의 디지털 트윈화를 추진 중입니다. 호주도 공간정보 기반의 인공 및 자연환경에 대한 디지털 트윈을 위한 원칙(Principles for Spatially Enabled Digital Twins of the Built and Natural Environment in Australia)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최근 플라토라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사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시티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트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7년에 발표한 혁신성장동력 추진 계획 가운데 스마트시티와 가상·증강 현실이 포함되었는데, 이 둘이 결합된 형태가 도시의 디지털 트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서 도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개발한 후 전주에 시범적으로 적용했으며 이후 국토부와 함께 시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디지털 트윈 시범 구역’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 외에도 서울과 인천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했는데, 이후 지자체들도 디지털 트윈 구축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도시의 디지털 트윈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건물의 외부를 3차원으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내부도 보여주며 도시를 이동하는 사람 및 차량 등 도시 내 현상들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며 이를 다시 도시 운영에 반영하는 것이 이상적인 디지털 트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실시간 시뮬레이션은 요원하며, 실시간으로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조차도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디지털 트윈은 메타버스와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메타버스는 완전한 가상 세계로서의 메타버스가 아니라, 현실 세계를 반영한 디지털 트윈에 기반한 메타버스를 의미합니다. 디지털 트윈이 현실 도시와 가상 도시의 실시간 연계를 지향한다고 한다면, 디지털 트윈 기반 메타버스는 가상 도시에서 시민들의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와 관련해서 디지털 트윈에 기반한 메타버스를 통해서 구현되는 가상의 도시로서 메타시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합니다. 즉 도시에서의 디지털 트윈이 가상도시 구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도시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활동하는 가상도시 구현으로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메타시티 개념을 제시한 것입니다. 하단의 그림은 이러한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메타시티, 스마트도시의 관계를 도식화한 것입니다. 
<그림 4> 해외 주요 기관별 디지털 트윈에 대한 관계
출처: 김익회 외. (2023). 스마트도시 고도화를 위한 메타시티 추진방향. 국토연구원.

       이상적인 디지털 트윈의 모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 이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앞서 ‘버추얼 싱가포르’와 ‘버추얼 NUS’에서 시도한 디지털 트윈 활용 사례들을 언급했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소위 ‘킬러 서비스’는 없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현실과 가상이 동시에 작동하는 디지털 트윈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노력과 더불어 제도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킬러 서비스가 발굴될 것입니다. 즉 디지털 트윈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제도적 개선 등 다양한 차원에서 문제 해결이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실제 도시에서 작동하는 실시간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분선#4. 미래 모빌리티 시대와 국가도로망 디지털 트윈
박신형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저는 교통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말씀드리고, 국가도로망 디지털 트윈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합니다. 사실 교통 분야는 오래전부터 시뮬레이션 기반의 연구를 많이 해왔습니다. 교통 분야에서 시뮬레이션 기반 연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연구자가 도로에서 신호를 임의로 조작할 수 없고, 도로 폭을 넓히거나 좁혀가며 운전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도 없으며, 일부러 사고를 낸 다음 사고를 분석할 수도 없습니다. 교통 분야의 이런 특징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소프트웨어적으로도 많은 시뮬레이터들이 개발돼서 연구에 활용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통해 고령 운전자의 반응을 측정하는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로의 기하 구조라든지 악천후와 같은 다양한 물리적·환경적 변화에 따른 시뮬레이션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은 3차원의 공간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잘 모사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간에 이 세상을 모델링하는 것 자체가 디지털 트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지털 도로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계기가 됐던 것은 국가지리정보체계(NGIS) 구축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에 국가 지리정보시스템(GIS) 사업을 하면서 전자 지도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당시 노드와 링크로 네트워크를 구성한 도로망 덕분에 내비게이션이라는 게 현실화가 됐고요. 그게 큰 진보를 이뤄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연구를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도로가 갖고 있는 정보가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기하 구조 정보라든지 도로에 설치되어 있는 여러 가지 안전시설, 표지판, 노면 표시, 가로등처럼 도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에 대한 디지털화된 정보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지금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해서 정밀 도로 지도를 구축하고 있고, 국가적으로 도로대장을 디지털화한다고 합니다. 아마 올해까지 고속도로를 다 구축할 거고요. 이후 2027년까지 국도와 지방도로를 비롯한 일반도로까지 구축하겠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을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도로라는 물리적인 시설뿐만 아니라 도로에 설치되어 있는 것, 그리고 도로를 이용하는 동적 개체에 대한 정보 모두가 담겨야 됩니다. 또한 그 하나하나가 데이터로서 활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표준화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보는 적시에 계속 갱신돼야 합니다. 도로대장이 CAD 파일이나 도면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업데이트가 안 되기 때문에 쓸모가 없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까지 갖춰진 상태로 도로대장이 디지털화가 돼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디지털 도로가 구축되면 도로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활용해서 저희가 아직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미래들이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NGIS 사업에서 만들어진 디지털 지도가 교통의 혁신을 가져왔듯 도로대장이 디지털화될 경우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도로는 2차원 평면인 지면에 붙어 있는 물리적인 시설이지만 앞으로는 3차원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몇 년 전 초고층, 초고밀, 초연결의 도시 형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AV는 보통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를 지칭하지만, 비행차량(air vehicle)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미래에는 지면뿐만 아니라 3차원으로 운행하는 교통수단이 등장할 것이고 그게 지금 논의되고 있는 UAM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형태가 초고층화되면 반드시 3차원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도로를 디지털화 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이 이동하는 공간을 3차원까지 모두 디지털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이 부분을 주도해야 하는데, 기왕이면 먼 미래를 내다보고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구분선#5. 디지털 트윈 연구개발 동향 및 과제
이준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콘텐츠·미디어 PM)

       저는 미디어 콘텐츠 연구 개발에 대한 사업과 과제를 기획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정부 예산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R&D 사업들에 대한 지원을 해야 되기 때문에 중복성과 효율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오늘 많은 분들이 디지털 트윈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는데, 미디어나 콘텐츠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메타버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최근 애플에서 비전 프로가 출시되면서 공간 컴퓨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요. 앞서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정부 예산으로 사업을 만들고 R&D에 대한 과제를 기획하는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공간 컴퓨팅은 용어상으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단위 요소 기술은 공통적인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실체를 디지털화하기 위해서 모델을 고안해야 하고, 현실에서의 변화를 디지털로 복제하기 위해서 변화량을 감지하기 위한 센싱을 고민해야 하고, 시뮬레이션을 위한 인공지능을 생각해야 하는 등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공간 컴퓨팅의 기반을 이루는 요소 기술은 상당 부분 유사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공간 컴퓨팅을 간략히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 트윈은 제조 현장에서 인더스트리 4.0 이후에 많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하고 그것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복제, 관제, 시뮬레이션, 연합, 자율화하는 5단계 발전 모델이 제시되어 있고 각 단계별로 필요한 기술이 있습니다. 이렇듯 디지털 트윈에서는 물리적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면, 메타버스는 물리적 실체가 존재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편 공간 컴퓨팅은 컴퓨팅이 가능한 자율적인 존재가 공간상에 배치가 되어 있는 형태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에서 다루고 있는 재난이나 복지 관련 디지털 트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복잡도가 높은 환경을 라이더와 센서를 사용해서 디지털로 그대로 복제를 한다고 상정해봅시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 변화가 발생하면 디지털 트윈에서도 변화된 것을 모두 업데이트를 해줘야 하는데, 언제 사용할지도 모르는 모델을 계속 비용을 들여서 업데이트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용 효과성에 대한 증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 트윈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효용성 측면에 대한 고려 역시 분명히 필요합니다. 

       연구개발은 지금 당장 사용할 기술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1~2년 이후에 사용할 만한 기술을 지금부터 투자해서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디지털로 복제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공간 컴퓨팅에 대해서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까요? 개인적으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은 모방(mimic)하는 단계였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이 정말 효용성을 가지려면 사람이 물리적으로는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사람의 감각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디지털이 센싱한 것을 사람의 감각으로 치환해서 보여준다면 인간의 감각 능력 자체를 증강시키는 효과가 생깁니다. 앞으로 디지털 트윈은 모방의 단계를 넘어서 인간이 감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감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과연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사람들이 잘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트윈을 써야만 하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주로 예시로 드는 것이 ‘정부24’입니다. ‘정부24’의 인터페이스가 아주 좋지나 화려하지 않습니다만 사람들은 ‘정부24’를 사용합니다. 바로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때문인데요, 이렇듯 디지털 트윈의 목적 자체가 사람들에게 분명한 이득을 줄 수 있어야 앞으로 디지털 트윈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 전문가 약력 ♦

박구만(좌장)
• 서울과기대 스마트ICT 융합공학과 교수 
•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회장
• 시그마케이 대표 

박소아
• 오케스트로 DX융합기술원장 
•  前 바이브 부사장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제조혁신기획실장 

김익회
•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스마트도시방재연구센터장 
• 前 국토연구원 공간정보사회연구본부 스마트공간연구센터장

박신형
•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기술자문위원
• 한국ITS학회 상임이사 

이준우
•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콘텐츠·미디어 PM
•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