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좌담
미래를 여는 혁신 기술, 디지털 트윈I: 산업 부문편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e경제정보리뷰」 2024-2호 좌담은 ‘미래를 여는 혁신 기술, 디지털 트윈’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박구만 서울과기대 스마트 ICT 융합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1부에서는 김미영 포스코DX 기술연구소장, 이찬형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제조혁신기획실장, 류수영 이에이트 플랫폼사업부 본부장,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등이 참여해 제조 분야 디지털 트윈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와 시뮬레이션 플랫폼의 중요성, 보건의료 분야의 활용 현황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 • 일시: 2024년 4월 23일 15:00 ~ 17:30
- • 장소: 비즈허브 서울센터
- • 참석자(발표순)
- 박구만 서울과기대 스마트ICT 융합공학과 교수(좌장)
- 김미영 포스코DX 기술연구소장
- 이찬형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제조혁신기획실장
- 류수영 이에이트 플랫폼사업부 본부장
-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구분선
#1. Prologue : 산업 현장에서의 디지털 트윈 활용
박구만 (서울과기대 스마트ICT 융합공학과 교수)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사물의 디지털 복제본으로, 실제 사물의 상태와 동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가상 모델입니다. 디지털 트윈의 주요 특징으로는 실시간 데이터 연동, 고도의 시뮬레이션 및 예측 기능,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한 최적화가 있습니다.
이번 좌담회 1부에서는 산업 부문 디지털 트윈 구축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었습니다.
우선 김미영 포스코DX 기술연구소장님께서 제조 분야에서의 디지털 트윈 구축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김미영 소장님은 포스코에서의 디지털 트윈 적용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 트윈을 통해 제조업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이찬형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제조혁신기획실장님께서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 제조 혁신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이찬형 실장님은 디지털 트윈의 개념과 발전 동향을 설명하면서, 디지털 트윈이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류수영 이에이트 플랫폼사업부 본부장님은 디지털 트윈의 핵심 요소인 시뮬레이션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한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교수님께서 보건의료 분야에서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의 활용 현황을 소개하며, 의료계의 디지털 트윈 적용과 관련한 과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제조 분야 디지털 트윈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와 시뮬레이션 플랫폼의 중요성, 보건의료 분야의 활용 현황 등이 다루어지면서 산업 부문 디지털 트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2. 제조분야 디지털 트윈 구축 전략 : 포스코 사례
김미영 (포스코DX 기술연구소장)
포스코는 2015년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을 시작으로 ‘스마트 팩토리 1.0’을 시작했습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스마트 팩토리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제철공정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인 포스프레임(PosFrame)을 개발하여 철강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대량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2021년부터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여 스마트 팩토리를 만드는 ‘스마트 팩토리 2.0’이 시작됐는데, 2025년까지 디지털 트윈 팩토리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며 현재 디지털 트윈 구현을 위한 기술적인 프레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21년부터 디지털 트윈의 개념과 역할, 성과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지금부터 그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조업이 당면하고 있는 외부 이슈는 공급망 문제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물론 제조원가 압박과 가격인하 요구도 있습니다. 또한 제조업은 내부적으로 숙련공 부족과 업무 복잡도 증가에 따른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정책을 비롯한 ESG 규제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조업의 목표는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더 좋은 품질로 저렴하고 빠르게 만드는 것인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미래를 잘 예측해야 하고 정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또한 조업 중심의 최적화를 목표로 한 ‘부분의 최적화’에서 나아가 ‘전체 공정의 최적화’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잘 센싱하고, 센싱된 정보를 기반으로 잘 관찰해야 하며, 관찰된 정보를 통해 제대로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현장의 여러 제약 사항 등을 고려해서 시뮬레이션하고 최적의 결과를 기반으로 현장을 제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금 말씀드린 센싱, 관찰, 판단, 시뮬레이션, 제어의 다섯 가지가 디지털 트윈의 구성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포스코에서는 제강 공정의 조업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고 있고, 열연 부문 설비 수명의 예측 및 원가 최적화 시뮬레이션 등에 있어서도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조업 현장의 디지털 트윈과 경영 부문의 메타버스를 융합해서 메타 팩토리를 달성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림 1>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 기술
출처: https://www.poscodx.com/kor/business/smartFactory
한편 포스코DX는 기존 스마트 팩토리에서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연속 공정의 특성에 맞게 정렬합니다. 그래서 제품을 기준으로 품질 정보와 설비 정보를 연결해서 불량이 발생했을 때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실시간으로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연결·표준화하는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디지털 트윈에서 현장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가상화, 3D, XR, VR과 같은 부분에 기술 요소를 시도하고 있고, 현장의 제약 조건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가와 같은 경우는 1,000회 가량 시뮬레이션을 해서 최적의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서 돕고 있습니다.
기술에만 몰두하다보면 왜 해당 기술을 도입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포스코DX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고자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효율성과 최적화 달성, 시나리오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디지털 트윈에서도 단순한 가상화보다는 시뮬레이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3.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 제조 혁신
이찬형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제조혁신기획실장)
지금부터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 제조 혁신 사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스마트 제조는 ①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②제조기업의 기획-설계-생산-유통-판매 등 전체 밸류체인에 걸쳐 ③새롭게 가치를 창출하면서 미래의 문제를 풀어내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디지털 트윈도 이러한 스마트 제조의 기술 분야 중 하나인데, 좀 더 포괄적이고 다중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실 세계의 여러 가지 속성과 제반 환경을 디지털로 표현하는 것을 디지털 트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상화와 같은 부분은 최근에 등장했지만, 가상화가 디지털 트윈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표 1> 해외 주요 기관별 디지털 트윈에 대한 정의
출처: IITP, 디지털 트윈 기술 K-로드맵(Korea Digital Twin Technology Roadmap). 2021.12
디지털 트윈의 개념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에서 출발했습니다.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조경쟁력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비중이 20% 이상인 국가는 독일, 일본, 중국, 한국 등 4개국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독일의 제조업 비중이 점점 낮아지면서, 제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인더스트리 4.0이고, 인더스트리 4.0의 핵심 이슈가 디지털 트윈입니다. 디지털 트윈의 첫 번째 특징은 융합경향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대상과 이를 모사한 디지털 대상을 시공간으로 동기화하고 다양한 목적에 따라 상황을 분석하고 모의결과를 기반으로 예측하여 물리적 대상을 최적화하는 융합기술입니다. 그리고 디지털 트윈은 D.N.A(데이터, 네트워크, AI)가 집적된 융복합 기술로 모사(Mirroring), 관제(Monitoring), 모의(Modeling & Simulation)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혁신적 서비스를 창출합니다.
<표 2> 디지털 트윈의 단계
출처: IITP, 디지털 트윈 기술 K-로드맵(Korea Digital Twin Technology Roadmap). 2021.12
또한 디지털 트윈이 제조업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서비스 분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이 D.N.A(데이터, 네트워크, AI)가 집적된 융복합 기술로 진화하면서 도시, 환경, 교통, 의료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제조업의 디지털 트윈 적용 동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항공기, 발전소, 자동차 분야의 제품공정 최적화, 설비 고장예측 및 모니터링, 유지보수 등을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 효율화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표 3> 글로벌 기업의 디지털 트윈 도입 현황
출처: 씨에치오 얼라이언스, 디지털 트윈 기술개발과 응용 서비스 사업화 전략. 2023.2.
LG전자, 현대차그룹 등 국내 대기업 역시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서 공장·설계 가상화 등을 통한 제조혁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표 4> 국내 대기업의 디지털 트윈의 단계
출처: 디지털 트윈 활성화 전략, 관계부처합동, 2021.9.
문제는 중소기업입니다. 디지털 트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우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노동력 부족, 산업안전 이슈, 환경 등 글로벌 규제 대응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소기업도 디지털 트윈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디지털 트윈 도입에 제약이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제조업 현장에서 스마트 제조 기술을 도입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앞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4.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
류수영 (이에이트 플랫폼사업부 본부장)
저는 이에이트에서 플랫폼사업본부와 개발본부를 맡고 있는 류수영 전무입니다. 이에이트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기반으로 여러 산업군에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저희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전산유체역학(CFD) 솔버를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 연계시켜서 다양한 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현상들을 디지털 세계에서 표현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는 데이터들을 디지털화해서 의미 있는 분석과 예측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등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했지만, 미래에 보다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디지털 트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지털 트윈이 최근 화두가 된 용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존재하던 IoT 데이터 분석 기술에 예측 모델과 물리 모델이 결합된 형태가 디지털 트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디지털 트윈은 기능적으로 현실 세계의 형상(모양), 행위(동작), 현상(상태) 등을 모사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또한 동기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최적화 시뮬레이션 모델들을 예측하고 분석함으로써 생산성, 품질, 효율을 높이고 비용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2~3년 전만 해도 디지털 트윈 도입에 대해 고민하던 기업들이 최근에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에서 다양한 디지털 트윈 지원 사업을 통해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의 마중물 역할을 했기 때문에 디지털 트윈이 이만큼 확산된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BEMS)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디지털 트윈 기반 BEMS의 목적은 건물자동화시스템(Building Automation System·BAS)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시설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절감 방안을 수립하고, 효율적인 설비운영 방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즉, 건물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디지털 트윈 기반의 BEMS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디지털 트윈 기반 BEMS는 실시간 수집되는 설비 및 건물의 상태정보를 대시보드에 시각화하고, 계측된 정보를 기반으로 날씨, 일조, 건물방향 등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에너지 절감 방안을 도출합니다. 설비의 상태정보와 실내외 환경 정보를 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하여 최적의 장비 운영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기존의 BACnet, Modbus, TCP/IP 등의 프로토콜을 활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수집하고 규격화하여 시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 허브의 형태로 구성됩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①최적의 비용절감 포인트를 도출하는 경제적 효과, ②장애 발생을 사전에 탐지함으로써 설비 가동중지시간(downtime)을 최소화하는 성능적 효과, ③에너지 부하 저감, 고효율 에너지 설비, 자원 재활용 등의 환경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3D를 활용해 시각화 수준을 높일 수 있고, 기존 물리 엔진으로 구현할 수 없었던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며, 3D 가상환경을 손쉽게 다양한 신규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만큼 BEMS는 디지털 트윈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은 거스를 수 없는 환경으로서 이를 적용하는 입장에서 책임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은 3D 공간을 구성하는 기능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의 변화에 따라 디지털 세계에서의 갱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 및 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또한 비용과 노력을 최소화하면서 고품질의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어야 할 것입니다.
#5. 보건의료 분야 디지털 트윈 활용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저는 디지털 트윈에 대한 의학적인 관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서 시작된 디지털 트윈은 사이언스誌에 “개인화된 디지털 트윈 구축(Building a personalized digital twin)”이라는 콘셉트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다층적 규모(multi scale)의 데이터를 개별 환자의 임상 데이터와 통합하고 개인화한 다음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여 진단 예측, 예후 관찰, 효능 및 최적화된 의료적 개입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트윈 이전에도 의료에 시뮬레이션 기술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예컨대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의 ‘리빙 하트(living heart)’프로젝트는 고성능 3D 시뮬레이터로 기존의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심장 반응을 가상화하고 테스트하는 것인데요, 이게 아직도 잘 되고 있진 않습니다. 인간의 몸은 DNA → RNA → 단백질 → 세포 → 장기 → 인체가 되고, 인간이 모이면 사회가 됩니다. 이를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라고 합니다. 그런데 DNA가 모두 전사(transcription)되어 RNA가 되는 것이 아니고, RNA가 모두 단백질로 완성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단백질이 하나 있을 때와 여럿 모였을 때는 기능이 다릅니다. 물론 요즘 단백질 구조 예측 모형인 알파폴드(AlphaFold)로 단백질 연구의 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을 만들고 DNA 염기서열 정보를 해독(sequencing)하여 가상 환자를 만든 다음, 특정 약을 투약했을 때 이 가상 환자의 분자 레벨의 약물 상호작용(drug interaction)을 알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인간의 몸에 30조 정도의 세포가 있고 200만 개 이상의 단백질이 있는 만큼 시뮬레이션을 하는 정도로 약물 상호작용까지 알긴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시뮬레이션 외의 다른 한 축은 데이터 중심(data-driven) 의료입니다. 데이터 중심 의료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치료 전후 데이터를 실시간(real time)으로 반영하여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적용하고 개선하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시뮬레이션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GE헬스케어는 현실과 같은 가상의 병원을 만들고 운영을 예측하는 ‘병원 커맨드 센터(Clinical Command Centers)’를 도입했는데요, 이는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고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실시간으로 해결합니다. 이렇게 시뮬레이션하면 환자를 기존 대비 1.6배 정도 더 진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편, 데이터 중심 의료와 관련해서 좀 더 말씀드리자면, 의료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사용될 수 있는 분야는 주로 진단입니다. 하지만 전체 의료에서 보면 치료가 90%의 비중이고 진단은 10% 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진단은 이미 과도한 상태(overdiagnosis)입니다. 인간인 의사도 충분히 진단을 잘하고 있고, 처음 진단이 틀렸다고 할지라도 몇 개월 후에 다시 올바른 진단을 내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치료는 비가역적(irreversible)입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치료하면 다른 방식의 치료는 할 수 없고, 이미 약을 투약했다면 투약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료 영역을 가상화하고 데이터 중심으로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서 최적의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희 연구실이 치료 부문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양악 수술 환자 1천여명의 수술 전 엑스레이(X-ray)를 통해 수술 결과를 예측하고 있는데요. 인공지능이 수술 전 엑스레이와 치료 방법에 따라 치료 이후 환자 얼굴을 생성하도록 만들어서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간암의 치료가 있습니다. 간암의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술적 치료에는 간암을 떼어내는 절제술과 새로운 간을 이식하는 간이식이 있으며, 비수술적 치료에는 경동맥 화학색전술, 고주파 열치료, 경피적 에탄올 주입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이 있는데요. 미국은 간암의 양상과 병기에 따라 시스템이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러한 가이드라인과는 별도로 국제 기준보다 훨씬 더 높은 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기준보다 간암 환자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있는 셈인데 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아산병원은 수술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간암 환자에 대한 수술 집도 비율이 높고, 서울대병원은 항암치료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항암치료 비율이 높습니다. 따라서 환자와 병원의 특성이 반영된 가상모델을 구현해서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별 환자가 병원별로 어떤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하고 그 치료를 받은 이후의 생존율을 예측하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CDSS)은 실제와 똑같은 상황을 가상모델로 구현하고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인데요, 진단 분야에만 적용되어 온 인공지능을 치료영역으로 확장한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 중심 의료는 연속학습(continual learning) 이슈가 있습니다. 의학기술이 발전하고 치료약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서 만든 최적의 치료법이 미래의 환자에게도 최적의 치료법이라고 항상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트윈이 시뮬레이션과 다른 점은 실시간성도 있지만, 현실에 적용해보고 틀린 것은 수정하는 진화(evolution)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와 질병의 전쟁에서 의사는 대리전을 수행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의사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수명이 유한합니다. 따라서 경험이 많은 의사의 판단을 활용해서 젊은 의사를 교육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의 판단을 돕는 인공지능은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인공지능이 새로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점이 오늘날 의학계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 전문가 약력 ♦
박구만(좌장)
• 서울과기대 스마트ICT 융합공학과 교수
•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회장
• 시그마케이 대표
김미영
• 포스코DX 기술연구소장
• 한국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학회 부회장
• (前)“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다부처R&D) 국토부 총괄기획위원
• (前) 한국교통안전공단 부설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본부 책임연구원
이찬형
•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제조혁신기획실장
류수영
• 이에이트 플랫폼사업부 본부장
김남국
•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 디지털 의료분야 전문위원회 위원장
• 보건의료 데이터 심의 전문위원
• 제 21회 화이자 의학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식약처장상,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