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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인공지능(학계-종합)편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2020년 03호
"인공지능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e경제정보리뷰」- 인공지능편의 전문가 좌담은 ‘인공지능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학계 전문가로 이뤄진 이번 좌담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바로 '#3. 인력양성의 두 방향'.
AI 인력양성, 연구개발의 중심을 핵심 기술과 융합 기술 중 어디로 잡을 것인가를 놓고 뜨거운 설전이 오고 갔다.
핵심 기술 중심 교육의 관점에서는 AI의 근본적인 부분을 향상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AI 전문가가 다른 영역의 전문가와 활발하게 협력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융합적 교육의 관점에선 이미 한계에 부딪힌 AI 분야의 새로운 발견과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폭넓은 견해를 가진 양손잡이 인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AI 인력양성의 방향, 핵심 기술일까? 융합 기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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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20년 7월 10일 10:00~12:00
▶ 장소: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
▶ 참석자(가나다순)
   고학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중해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좌장)
   이상욱 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
   정   송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대학원 원장
   차상균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

#1. 인공지능의 정의와 현주소

· 서중해: 오늘은 '인공지능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학계의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공유하고자 모였습니다. 먼저 우리가 일반인들에게 인공지능 (Artificail Intelligence; 이하 AI)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개념과 현주소, 한계 등을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상욱: AI는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이 없다고는 하지만 학자들의 정의는 대체적으로 합의돼 있습니다. 다만 'AI+X'처럼 다양한 분야(X)에서 AI가 활용되다 보니 사용 목적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 것이죠. AI 기술적으로 정의하면 머신러닝과 최적화(optimization)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대중매체에서 AI가 그림을 그리고, 문학 작품을 만들고, 법률 문서를 정리했다는 말이 은유적으로 사용되는데, 잘못되지는 않았지만 그 맥락을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AI가 창출한 결과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노력과 AI가 결합했을 때 엄청난 파워가 나오는 것이거든요. 이처럼 AI가 실제로 사회적 영향을 주기 위해선 계산 결과 값을 물질세계(physical world)에서 현실화시킬 수 있는 사람 혹은 기계 같은 매개체들과 시스템적인 결합이 이뤄져야 합니다. 실제로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전기전자학회)에서는 AI라는 용어가 아닌 AIS(Autonomous Intelligent Systems; 자율지능시스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AI를 정의할 때는 프로그램으로서 AI와 매개체와 결합해 실제 물질세계에 영향을 주는 AI를 구별해 대중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매개체, 인프라를 견고히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용되다 보니 사용 목적에 따라 정의 달라"
 
· 서중해: 지난 6월 「이코노미스트(Economist) 」특집호는 AI 기술의 현재 상황과 전망을 다루었습니다. 여기에 ‘AI가 가을로 접어든다(Autumn is coming)’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기사에서 지적한 AI의 한계로는 교수님 말씀처럼 ① AI는 자율적이지 않아 인간의 보조적 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② 투자 대비 효용이 기대했던 것보다 작다, ③ 활용할 데이터가 부족하다 등을 꼽았고,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마지막 결론으로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AI라는 용어보다는 MI(Machine Intelligence; 기계지능)라고 사용했다면 혼란이 적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투자 대비 효용이 작고 활용할 데이터가 부족해 가을로 접어든 AI…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 구축이 필요”

· 정  송: 먼저 사람들이 AI에 열광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술자들 입장에선 궁극적으로 기계에 인간과 같은 지능을 부여해 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인데요. 이는 결국 인간의 뇌를 사람이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시스템의 원리를 구조분석을 통해 발견하는 과정) 해 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이전에는 인간이 이해하는 내용이나 정보를 규칙(rule)이라는 형태로 표현하고 이를 기계에 프로그래밍 함으로써 지능을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인간지능의 본질은 ‘학습’과정에 있는데, 이 방식은 학습 과정이 없는 지능을 만들어온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 AI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인간 고유의 기능인 학습 과정을 모방하고 구현해 낼 수 있느냐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딥러닝 기술의 주창자) 교수의‘머신러닝’은 사람이 알고 있는 정보를 프로그래밍하는 시대에서 AI 자체의 학습으로 넘어가는 시대로의 전환을 알린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인간이 알고 있는 머신러닝 방법론의 옳고 그름을 따져 본다면 상당한 인간의 노동과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잘못된 모델을 좇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긴 합니다. 
“현재 AI는 인간 고유 기능인 학습방식을 기계로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줌”

· 서중해: AI가 인간을 완전히 복제하는 데 기능적인 면에서는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말씀 같은데요. 즉, 고유한 영역으로 남아 있는 인간의 학습 문제는 아직 기계에 이식되지 않았으나 높은 잠재력이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 정  송: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을 예로 들면 눈으로 보고 고양이인지 개인지 구별하는 문제에서는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다만 인간은 삶 속에서 경험한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터득을 하는데, 컴퓨터 비전을 만들 때는 주어진 시간 안에 해야 하기 때문에 그 경험 데이터를 누군가는 쌓아서 공급해야 합니다. 단기간에 학습시키는 압축적인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요.
“인간의 학습과 달리 컴퓨터 비전은 누군가 데이터 공급과 단기간 학습을 대신 해주는 과정 필요”

· 이상욱: 저도 철학적 관점에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현재 AI나 기계지능이라고 사용되는 의미는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AI를 구현할 방법을 고안해 낸 최초의 과학자로, 그가 제안한 튜링기계는 이미 컴퓨터가 되었고 기계지능은 지금 AI로 발전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매개체들을 활용해서 잘 만들어진 알고리즘(Algorithm;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령들로 구성된 일련의 순서화된 절차)에 데이터를 넣어 결과물을 얻어 내는 것은 훌륭한 지적 작업이지만 AI가 인간처럼 어떤 경험을 통해서 작업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죠. 그래서 저는 이것을 ‘낯선 지능’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퍼포먼스 수준에서는 뛰어나지만 자각이나 의식이 없는 수행이라는 것이지요. 기계지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철학적 관점에서 AI의 수행 능력은 뛰어나지만 자각이 없는 낯선 지능”

· 고학수: 조금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법조계에서 종종 듣는 질문 중 하나가 'AI 판사'가 나오느냐 인데, 막연하게 생각하는 AI 판사는 적어도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판사가 수행하는 서류 검토 같은 잡무의 상당 부분은 AI 툴로 자동화하고 편리하게 할 수는 있어요. 오히려 이런 잡무를 도와서 사람 판사가 그 시간 동안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자료조사를 수행해 판결을 더 잘 내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보다 현실적입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잡무 등을 처리하는데 활용될 가능성 높아”

#2. 인공지능의 평가와 전망 AI = GPT?
 
· 서중해: 새로운 신기술이 등장하면 경제학자가 취하는 관점은 GPT(General Purpose Technology; 일반목적기술) 여부를 따져 보는 것입니다. 어떤 새로운 혁신기술이 나왔을 때 초기 용도보다 훨씬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기, 인터넷이 대표적이죠. 최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AI도 GPT가 될 것이라는 중론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들의 견해, 현재 AI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자유롭게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I가 GPT가 될 수 있느냐가 경제학의 최대 관심”

· 차상균: 과거의 AI 연구는 지식 습득의 확장성(scalability)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지능을 기계에 구조적인 규칙(rule) 형태로 넣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지요. AI 개념을 처음 만들었던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당시에 이와 관련해서 ‘비단조(non-monotonic) 추론(시스템에 새로운 정보가 더해지거나 오래된 정보가 삭제될 때 명제의 사실 여부가 변화하는 것)’프레임워크를 연구했었는데요. 우리가 받아들이는 지식은 단조 증가(monotonic increasing)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전에 받아들였던 팩트(fact)와 규칙(rule)이 충돌하면서 비단조(non monotonic) 과정을 거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이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요. 데이터 패러다임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의 확장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완전한 솔루션이 되기에는 갈 길이 멉니다. 이전의 AI 패러다임은 어떻게 보면 철학, 문과 영역의 사상이 지배하는 AI이고 현재는 수학적 프레임워크로 최적화를 다루는 이과 영역의 전문가들이 리드하는 AI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둘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데 저는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스탠퍼드대학 인간중심 AI 연구소(Human-Centered AI Institute, HAI)는 존 에체멘디(John Etchemendy) 철학과 교수와 페이페이 리(Fei-Fei Li) 컴퓨터과학과 교수가 이끌고 있습니다. 영상 데이터를 분류한 이미지넷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현재의 딥러닝 기반의 컴퓨터 비전의 도약적 발전이 일어나도록 이끈 리교수 조차도 단어의 의미를 분류하는 언어학자에게서 영감을 받아 이미지넷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니 철학적 이해를 갖춘 학자라고 봐야하겠지요. AI 분야에서 사고의 다양성에 대한 스탠퍼드의 입장을 확실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하면 추종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야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다양한 관점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여럿이 뭉쳐지면 여러 도메인에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한 혁신적 프레임워크로 발전하게 됩니다.
“문과 영역 AI와 이과 영역 AI 패러다임이 연결돼야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한 솔루션이 될 것”

· 고학수: AI가 GPT인지 아닌지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용 대체의 문제, 노동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의 문제도 지금 예단하기는 성급하고 당장 우려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현재 AI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미스매치가 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대학교 실험실의 AI 연구, 기업의 AI 개발 및 상용화, 일반인이 바라보는 AI, 정부가 법⋅제도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언급되는 AI 사이에는 굉장한 간극(gap)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전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AI 회사들이 일반인들이 쓸 수 있게 선보인 AI 제품들은 이미 가지고 있었던 제품을 더 편리하게 개선해서 만들어낸 것이지,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듯 갑자기 하늘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실제 AI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그에 맞는 새로운 규제 프레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어떤 연속선상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약간 허탈해하는 거죠. 그런 점에선 차 교수님 말씀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들 간의 대화와 융합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AI에 대한 현실적인 파악과 그런 미스매치를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AI는 우리 삶을 더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사회적인 신뢰 구축이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AI를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여러 시각들의 미스매치를 줄이려는 노력 필요”

· 서중해: AI를 논할 때 회자 되는 문제들을 언급해주신 것 같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지금의 수준까지 왔는데, 이것이 대중에게 보편화가 될 것이냐는 게 GPT 여부의 마지막 관건입니다. ‘인터넷처럼 AI도 업무와 삶의 영역에서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AI가 인터넷처럼 대중화될 것인지가 GPT 여부의 마지막 문제”

· 고학수: 예를 들어 사람들이 사용하는 구글 제품에 AI 기능이 이미 일부 탑재돼 있는데, 더 고급 수준의 AI 기능이 계속해서 추가되는 것이죠. 이러한 관점에서는 일반인들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만 정책적인 관점에서 흔히 하는 질문 중에서 세상의 어려운 난제를 AI 툴을 이용해 풀 수 있겠냐는 질문과 기술을 향유하는 일반인의 생활을 얼마나 편리하게 해주겠냐는 질문, 그리고 AI가 국가 경쟁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들은 각각 결이 다른 것 같아요. 난제 해결에 포커스를 둘 경우, 머신러닝 분야 최고 수준의 교수진을 구성해 연구비를 대폭 지원한다면 풀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생활에서의 편의성이나 시장경쟁 등에 포커스를 둔다면 미국의 구글, 페이스북 같은 유형의 회사가 조금이라도 더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거나 일반인들의 접근성, 편의성,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대중화될 수 있지만 난제 해결의 도구일지, 일반인과 국가경쟁력에 기여할지는 다른 문제”

· 차상균: 고 교수님 말씀에 덧붙여서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서 하나의 산업과 분야를 조금이라도 우리가 개척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커버하지 못하는 또 다른 영역을 창조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솔루션으로 하나의 산업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 정  송: 저는 기계지능 그 자체가 이미 GPT라고 봅니다. 1969년에 등장한 인터넷이 50년 안에 세상을 바꾼 것처럼 GPT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AI가 학습의 문제를 넘어설 경우 그 임팩트는 엄청날 것입니다. 다만 염려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GPT를 만병통치약으로 오인하고 있다는 겁니다. AI로 풀어야 하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가 있어요. 사람의 지식이나 알고 있는 규칙(rule)만으로도 잘 풀리는 문제는 굳이 학습의 영역을 끌어와서 AI를 쓸 필요가 없어요. 이 문제들을 잘 구별해야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가 필요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 구별해야 AI를 효과적으로 활용 가능”

· 서중해: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살펴보면 AI를 바라보는 경제학자의 관점인 GPT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만 활용 방식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3. 인력양성의 두 방향 ▶ 핵심 기술 vs 융합 기술

· 서중해: 제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심의위원으로 있으면서 정부의 AI 관련 계획을 여러 차례 검토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AI 관련 계획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다 보니 아무래도 ‘공대 실험실을 대량 지원해서 우수한 집단을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라고 해석이 될 정도로 공급자 중심이었습니다. 우리가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 것이고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국가전략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정부의 AI 플랜은 공대 실험실에 대한 대량 지원 등 공급자 중심”

· 정  송: 우선 저는‘연구개발 임팩트 커브’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림 1>을 보시면 좌측은 AI 원천기술, 우측은 소위 AI+‘X’로 이야기하는 산업입니다. 이 두 개는 보시다시피 사회적 임팩트(y축)가 높아요. 세계적인 탑 스쿨은 AI 원천 핵심 기술 자체 혹은 깊은 도메인 지식에 기반한 AI+X 둘 중 하나에 집중해서 투자하고 있지요. 사실 저는‘AI+X’용어보다는 ‘X+AI’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AI는 이 레벨에서는 도구일 뿐이고 X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어쨌든 우리나라가 R&D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도 투자 대비 임팩트가 미미하다는 이야기나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원천핵심기술(좌측)도 산업에 직접적인 기여(우측)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 지점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인데 이는 AI R&D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는 이 두 방향에 집중해서 R&D과제를 지원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AI R&D 투자의 임팩트를 키우기 위해선 AI 원천핵심 기술과 깊은 도메인 지식에 기반한 X+AI,
두 방향으로 집중하는 것이 필요”

 
         <그림 1> 연구개발 임팩트 커브                                                 <그림 2> AI 응용연구의 확장성 형성 과정

           출처: 카이스트 AI 대학원                                                                                       출처: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 차상균: 저는 <그림 1>에 대해선 의문이 있습니다. 우선 AI와 X보다는‘AI 원천 연구’와 ‘AI 응용 연구’라는 말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AI와 X, AI+X로 구분하는 자체가 근본적으로 추종자(Follower)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용어만 놓고 보면 서로 다른 AI와 X가 단순히 협업하는 형태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X의 진정한 의미는 두 분야가 하나로 합쳐지는 겁니다. <그림 2>처럼 AI 원천 연구와 산업 응용 연구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이 하나로 연결돼야 하고, 이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임팩트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 위해선 세상과 시장을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늘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AI 대학원에서는 이미 정의된 문제를 푸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SCI 논문 수와 지표는 증가하지만, 우리가 새로 시작하는 분야는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AI 반도체(NPU; 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장치)도 자세히 보면 우리는 어느 쪽도 아니고, 심지어 늦었습니다. 하드웨어 칩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고 이를 현재 구글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종자 위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세상의 현상과 경제, 시장을 이해해야 하는데 너무 뒤떨어져 있어요. 우리는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니 추종자도 양성해야 하겠지만 몇 개만이라도 선도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국가 AI R&D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결국 저는 AI 원천과 응용 연구, 양쪽을 모두 아는 사람들이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솔루션을 만드는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원천 연구와 응용 연구가 하나로 연결되고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임팩트 형성”

· 서중해: 차 교수님께서 AI 원천 연구와 응용 산업 연구가 연결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 교수님의 영역인 철학에서도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는지, 어떠한 접점이 있을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상욱: 높은 수준의 AI는 사실 컴퓨터 공학자들끼리만 해도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산업 응용 영역이 사회에 임팩트를 주게 되지요. 많은 사람들이 AI를 쓰는 것도 중요한데, 그것을 써서 생산성이 얼마나 올라갔는지의 정도가 결국 임팩트를 좌우하게 됩니다. 그런데 생산성에 실링(Ceiling)이 존재한다면 AI의 임팩트가 별로 크지 않을 수 있어요. 이것을 돌파하려면 AI 자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아예 패러다임을 전환시켜 이 실링 자체를 높여 버리는 획기적인 것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사실 AI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철학이라는 것은 기존의 철학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으로 보시면 됩니다. 정 교수님께서 ‘X+AI’라는 좋은 개념을 말씀해 주셨는데, X+AI가 소셜 임팩트를 형성하려면 철학 측면에서는 논리적 가능성, 지능과 산업에 대한 시각, 혹은 법률, 문화 등의 다양한 시각에서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한두 과목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이 지금 현재 기술에서는 바로 자본이나 산업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학생들이 자극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술 선진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단순히 AI에 다른 분야들을 끼워 넣는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AI+X에 맞춰서 교육을 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AI를 다양한 시각에서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

· 서중해: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말씀이시네요. 기본적인 학문 기반의 교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요.

· 정  송: 사실 저희 카이스트 AI대학원은 철저하게 핵심연구 중심으로, X+AI는 양성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AI와 도메인 중에서 어느 쪽을 지향할 것인가는 학교마다의 재량과 선택이라고 보는데요. AI와 X를 동시에 다 잘할 수 있는 인력을 그렇게 쉽게 양성해 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다소 의문이 들어요. 그래서 최근 논의되는 학부과정의 AI 학과 설치도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한 사례로 미국에 바이오 메디컬 엔지니어링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의학과 엔지니어링을 결합시킨 것으로 존스 홉킨스와 라이스 대학 등 여러 대학이 학부에 해당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여러 학문을 융합해서 가르치다 보니까 막상 바이오 메디컬 엔지니어링 PhD 프로그램이나 의대 대학원 과정에서는 그 학생들보다 화학, 물리학 전공자들을 선호했습니다. 애매한 포지션으로 여겨질 수 있으므로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두 영역 모두의 전문가 양성이 쉽지 않기에 AI 핵심 연구 중심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

· 차상균: 학부는 저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인재 양성 측면에서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AI의 성격상 이과 영역에만 치우친 인력만으로는 혁신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은 왼쪽, 오른쪽으로 나누지 않고 양손잡이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학부 전공은 상관없이 여러 도메인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플레이 그라운드에서 연구를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적어도 한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며 조금씩 자신의 적성을 탐구해 보는 겁니다. AI가 한계에 부딪힌 현재 상황에서는 이러한 양손잡이가 돌파구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대학원이 이번에 첫 학기를 마쳤는데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학생들이 각자 본인 역량을 발휘하며 서로 협력해 배우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첫 학기에 컴퓨팅, 머신러닝?딥러닝, 빅데이터?지식관리시스템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하고 있는데, 문과에서 온 학생들도 3개월 반 이후 스스로 상당히 바뀐 것에 대해 놀라워합니다. 이제 이 두 분야를 모두 학습한 학생 중에서 자신들의 특화된 강점에 따라 원천기술 연구 혹은 응용 연구 쪽으로 갈 인재로 나뉘는 것이지요. 
“AI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선 양손잡이 인재가 돌파구를 발견할 가능성이 큼”

· 정  송: 자칫하다가는 이도 저도 아니게 될까 염려스럽습니다. 저희 대학원이 핵심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AI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핵심 그룹 양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미국이라는 벽이 너무 높아서 우리가 1등이 되기는 힘들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가진 AI 기술을 반도체나 제조 같은 강점 산업에 접목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지요. 그렇다면 양 극단이 서로 연결돼야만 임팩트가 나올 수 있어요. 다만 양쪽 모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X 도메인 전문가와 AI 전문가가 서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AI+X라는 용어보다는 역시 X+AI예요. 예컨대 일반 기업에서 신물질 개발프로세스를 단축하기 위해서 AI 전문가와 협력한다고 칩시다. AI 전문가는 신물질을 모르더라도 X 도메인에 있는 사람들이 AI라는 성과를 활용할 수 있게 인터페이스와 협력체계를 잘 정의하는 것이 양쪽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AI와 X 도메인 전문가가 서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 차상균: 양 극단을 연결한다는 차원에서 협업을 예로 들어주셨지만, 실제로 AI전문가와 도메인 전문가 사이에서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입니다. 살아오면서 터득한 배경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운동장을 쪼개서 생각할 게 아니라 하나의 운동장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의 운동장에서 양쪽을 모두 이해하는 교육을 받아야만 훨씬 더 새로운 문제를 발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메인을 이해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AI와 데이터사이언스에 대한 전문교육을 실시할 경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양쪽 지식을 모두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분야의 도메인 전문가와도 보다 쉽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 철학을 가져야만 혁신의 스피드가 빠르고, 남들이 걷지 않은 길로도 나아갈 수 있습니다.
“AI 전문가와 도메인 전문가의 협업 어려워, 
해결책은 양쪽을 모두 이해하는 전문가 양성”

· 고학수: 머신러닝에 관심이 있는 큰 기업들은 실제로 사업에 AI를 적용하기 위해 관련 부서를 만들기도 하는데 인력 구성과 활용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단순히 코딩 기술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함께 이해해 문제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고, 5년 후에 시장 안에서 우리 회사가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하는지를 그려 낼 수도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이 생각보다 정말 어려워요. 시장과 세상의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필요한데 기업에선 관련 부서를 일단 한시적으로 만들고 한 6개월 내로 완성된 결과물을 가져오기를 바라는 사례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가지고 모델링하고 분석하는 것이 6개월 안에 될 리가 없어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름의 노하우와 도메인 지식이 늘어나는 것인데 한국 특유의 조급함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업은 단기적 성과라는 조급함에서 벗어나야”
 
#4. 세계의 동향 AI 교육과 R&D 방향의 변화

· 서중해: 지금까지의 논의는 AI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R&D와 인재양성 전략과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중간의 위치에서 미국처럼 투자 규모가 크지도 않은데, 현실은 1등이 아니면 세계시장을 석권하기가 어렵죠. 우리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 차상균: 사실  세계적으로는'AI'보다 '데이터사이언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일각에서는'AI is for propaganda, data science is for academics(학문적으로 데이터사이언스, 선전용으로 AI)'라고 할 정도로 데이터사이언스는 인공지능을 비롯해 데이터의 전 주기에 관련된 개념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입니다. 실제로 2018년 미국의 3대 한림원(과학, 공학, 의학)에서는 '데이터사이언스 대학 교육 보고서'를 발표해 범대학 차원의 데이터사이언스 학사 단위, 교과 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지요. 대학 중에서는 UC버클리가 좋은 사례를 보여줍니다. 버클리는 2018년 말 Data Science Division이라는 범대학 차원의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1학년 1학기부터 교육과정에 데이터사이언스 개론을 추가했습니다. 그러자 그 다음 학년의 과목도 유기적으로 바뀌면서 연쇄작용이 점차 발생하고 있어요. 최근 범위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Computing, Data Science and Society로 프로그램 명칭을 바꿨지만 그 취지와 핵심은 컴퓨팅, 데이터사이언스, 응용분야 간의 통합인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AI라는 개념과 범위를 더욱 넓히고 경계를 허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학이 이러한 혁신을 하기엔 교육부에서 만들어 놓은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힘들면 해외 대학들과 연대를 해서 진행해야 그나마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데이터사이언스 교육은 세계적인 추세, 우리도 외국 대학과의 연대 필요”
 
<그림 3> 데이터사이언스와 인공지능
출처: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자세히 들여다보기 1

 □ UC Berkeley, Data Science Division

 
  •  UC버클리는 2015년부터 데이터사이언스를 연계한 대학원
    전공 과정을 운영하고 2018년 말 범대학 차원에서 데이터사이언스
     학부(Data Science Division)를 
개설

 
  •  2019년 7월 Data Science Division에서 Computing, Data
    Science and Society로 명칭을
변경해 전공과 관계없이
    
데이터사이언스를 학습할 수 있는 환경 조성

 
  •  신입생 1,500명의 '데이터사이언스 개론' 과목 수강을 시작으로, 1년
    간 버클리 학부생 6,000명이 해당 과목을 수강할 것으로 추산


· 고학수: 저도 공대, 의대 등 여러 분야의 교수님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고, 점차 확대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학문 관행이나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여러 가지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사회에서 AI가 GPT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여러 분야에서 핵심 역량이 있는 전문가와 다른 도메인에 있는 전문가가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환경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이 구축되어야 하죠. 저는 MIT 스테판 슈워츠먼 컴퓨터 대학(MIT Stephen A. Schwarzman College of Computing)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교수진 50여명 중에 절반은 컴퓨터 과학 교수로 구성하고 나머지는 AI+X에 해당하는 타 전공 교수를 선발한 것입니다. AI+X에 적용할 수 있는 머신러닝 툴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소양이 있는지만 순수 AI 영역의 전문가들이 검증을 하고, 그걸 넘으면 각각의 도메인에서 필요한 사람들을 골라내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가 학교나 교육 차원에서 중요할 것 같아요.
“여러 분야에서 핵심 역량이 있는 전문가들 간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환경이 훨씬 더 많이 구축되어야”
 
 ※ 자세히 들여다보기 2

 □ MIT, Stephen A. Schwarzman College of Computing


  •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은 10억달러
(약 1조 1,800억원) 예산을 투자해 AI 단과대학(MIT Stephen A.
     Schwarzman Computing College)을 설립
  • 
스테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 블랙스톤 그룹 회장이 3억 5,000만달러
(약 4,150억원)
    기부함에 따라 'MIT 슈워츠먼 컴퓨터 칼리지'로 명명
  •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전공과 AI 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미래의 이중언어자(bilinguals of the
    future)' 양성을 목표로 설정
(라파엘 레이프(Rafael Reif) MIT 총장, 뉴욕타임스 인터뷰 발췌)
  •  50명의 교수진을 구성해 학제 간 연구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학위과정을 개설하고 2019년 가을학기부터 개강
   - 교수진 절반은 컴퓨터과학 교수, 나머지는 MIT 타 연구 부문 출신으로 할당
 

· 차상균: 참고로 TI(Tortoise Intelligence)에서 민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한‘글로벌 AI 인덱스(The Global AI Index)’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재미있게도 한국이 54개국 중에서 8위인데, 그 이유는 정부 투자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정부 투자보다 민간 투자가 월등히 높습니다. 
“한국은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정부투자가 높아 54개국 중 8위를 기록”
 
 
                                                                         <표> 글로벌 AI Index Ranking
                                                                                                                                                                                (최선도 국가=100)
출처: Tortoise Intelligence(2019) 재구성(https://www.tortoisemedia.com/intelligence/ai/)

        <그림 4> 2019년 민간 투자 규모                                                   <그림 5> 정부 투자 지출 계획
출처: Tortoise Intelligence(2019) 재구성

· 정  송: 저도 비슷한 자료를 보여드리자면 올해 2020년 ICML(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chine Learning; 머신러닝국제학회)에 국가별로 게재한 논문 수를 보여주는 통계가 지난 7월에 나왔습니다. 참고로 ICML과 NeurIPS(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 인공신경망 학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회로 AI 원천기술의 잣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문 수를 보면 미국이 700편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영국과 중국이 각각 100편 정도로 7:1의 비율이고요. 그 뒤를 캐나다(82편), 프랑스(59편), 독일(51편),이 차지하고, 10위권 즈음에 일본, 싱가포르, 한국이 30편 수준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지금 700편과 30편이에요. 원천기술은 미국이 압도적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천기술을 미국은 못 넘더라도 캐나다, 독일, 프랑스 수준까지는 따라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원천기술로 선두는 못하더라도 캐나다, 독일, 프랑스 수준까지는 따라붙어야”

     <그림 6> 2020년 ICML 논문 수 한국 랭킹 세계 11위(아시아 4위)


· 고학수: 추가로 말씀드리면 ICML이나 NeurIPS 등 몇 군데 주요한 학회들로 미국의 어느 싱크탱크에서 통계를 낸 것이 있습니다. 일종의 역추적을 한 것인데 만약 통계의 대상이 박사급이면 그 사람의 학부를 역으로 조사하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저 자료의 수치에 비해 학부 출신을 역추적해서 보면 훨씬 더 수치가 높아집니다. 이는 즉 한국에서 학부를 나오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력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적어도 학부 수준에서 똑똑한 인재가 많은데도 다시 국내로 끌어오는 것이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런 사람들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끔 유인책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학부 수준에서는 한국에 우수한 인재가 훨씬 많지만 국내로 끌어올 유인 부족”

#5. 정책적 제언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 서중해: AI 주제가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어보고자 좌담을 학계와 산업계 두 차례로 나눠서 진행하려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나 정책 제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차상균: 제가 평소에 하던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와 교육과 R&D부터 연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연계로 인해 하나의 생태계가 조성되면 더 많은 스타트업이 생기고 결국 시장이 넓어지게 됩니다. 현재 우리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국가로는 유럽의 프랑스와 독일을 꼽을 수 있어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이들도 AI를 활용하기 위해선 우군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가전제품 등의 부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협력에서 대등하게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은 최근 AI 윤리와 규제 수립을 통해 AI 분야의 가이드라인을 이끌어 가고 있어요.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유럽과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해외와의 교육, R&D 연계로 시장 넓히고 AI 윤리와 규제 수립에 선제적인 유럽과는 협력해야”

· 고학수: 정책적인 관점에서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 AI 정책의 큰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거의 매년 정부에서 AI 정책을 발표하는데 그게 실무진 선에서 몇 달 사이에 급하게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은 이미 오바마 정부 때부터 주기적으로 그림을 그려 왔고, 그 그림만큼은 트럼프 행정부에 와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EU는 워킹 그룹을 통해 몇 년에 걸쳐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상황입니다. 지난해 2건의 관련 보고서를 만들었고 후속 작업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각각 자신들의 AI 방향성을 구체적인 청사진과 함께 제시하고 수정하며 업데이트를 하고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백과사전식으로 이것저것 나열해 놓고 우선순위 없이 애매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해외 정책사례를 단순하게 학습만 할 게 아니라 한국적인 맥락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다시 재해석할 것인지를 긴 호흡을 가지고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AI 정책의 큰 방향성 설정 및 해외 정책사례의 한국화 고민 필요”

· 서중해: 미국의 사례가 교훈적입니다. 지난해 6월 트럼프 행정부는 2016년 오바마 정부에서 발표한 「국가 AI R&D 전략 계획」을 고도화했습니다. ‘범분야 기반’과 ‘R&D’, ‘산업적용’ 등 총 3개 부문과 8가지 실천 계획(①장기투자, ②인간·AI 협업, ③윤리·법 사회적 영향, ④안전 및 보안, ⑤데이터셋 및 환경, ⑥표준 및 벤치마크, ⑦유능한 인력, ⑧민관 파트너십)이 포함되었는데,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트럼프 행정부가 그대로 이어받아 추진하더군요. 당이 바뀌더라도 일관성이 있다는 점이 참 놀라운 일인데요. 우리도 그런 부분을 배워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집권당이 바뀌어도 일관적인 정책 시행이 배울만한 점”

· 이상욱: AI에 대한 윤리, 정책 및 규제를 만들려면 당연히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조사해야겠지만 ‘어떻게’가 아니라 ‘왜’를 숙고해야 합니다. 특히 유럽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개인정보보호 규정), 미국의 알권리가 대립하듯이 미국과 유럽의 AI 정책이 상당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보면 치열하게 서로 의견을 교환합니다. 상대방 정책의 장단점을 비판하지만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맞는 부분은 적극 수용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AI 윤리나 법, 국제 표준들을 만들어 나갈 때 우리도 한국적인 고민을 해야 합니다. 반도체, 가전제품 등 몇몇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치고 나갈 단계고 승산도 충분히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고 중간자적 입장에서 어떻게 나가야 국익에 도움이 되고 윤리적으로 바람직한지를 고민해서 정책안이 나와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AI 윤리나 법, 국제 표준들을 만들고 있어 우리도 한국적인 고민 필요해”

· 차상균: 하나의 AI 추론 디바이스가 다루는 세상은 제한되어 있는데 여러 디바이스가 합쳐질 때 훨씬 효과적인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흐름을 읽고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최근에 저희가 구글과 협력 협약을 맺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물질세계와 디지털세계를 연계하는 기술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더군요. Edge AI(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처럼 중앙서버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가장자리에 분산돼 있는 소형 단말에서 처리하는 것), AI 반도체를 텐서플로(TensorFlow; 구글에서 개발한 딥러닝 오픈소스 패키지)에 적용시키는 겁니다. 이것이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세상에 퍼지면 결국 구글이 이 분야에서 리더십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부분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소프트웨어는 그냥 붙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사실은 소프트웨어가 메인이고 결국 성공의 관건입니다.
“융합적인 인재와 시장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AI 분야 성공의 관건”

· 서중해: 텐서플로가 윈도우처럼 보급되면 누구나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인데 아주 적절한 예를 들어 주셨습니다. 

· 고학수: 지금 시대의 AI는 결국 ‘데이터’라는 점에서 1980년대의 AI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실제 AI 작업은 데이터 전처리(preprocessing)와 정제(cleansing) 과정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요. 그런데도 데이터 라벨링(labeling; AI 기계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분류·가공·표시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이야기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지요. 최근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 데이터 라벨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라벨링의 정확성을 위한 품질 보증(quality assurance)이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또한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컨대 병원 CT 사진에서 이상소견이 있는 부분을 표시하는 작업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닝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되지 않아요. 이 점에서 AI 패러다임을 전제로 한 데이터 생태계나 데이터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한 정책이 구체적인 어젠다(agenda)와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패러다임을 전제로 데이터의 라이프 사이클 고려한 정책이구체적인 어젠다와 함께 준비되어야”

· 정  송: 저는 계속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AI 원천기술을 어느 수준까지 따라가지 못하면 그 다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AI의 원천기술이 강한 나라로는 미국, 영국, 캐나다 순이고 중국이 조금 올라왔어요. 우리나라는 응용력과 도메인에 대한 실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이 부문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AI를 공부하는 사람, 투자나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그래도 4~5번째로는 한국을 떠올리게 해야 합니다. 어정쩡한 AI+X의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풀지 말고 AI 원천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와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 차상균: 마지막으로 우리는‘AI에서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AI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알고리즘을 먼저 생각하는데 중요한 건 데이터예요. A(AI/Algorithm), B(Big data), C(Computing), D(Domain knowledge)가 합쳐져야 하나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AI가 컴퓨터 과학보다 더 좁은 형태로 나아가는 것은 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앞서 예시로 나왔던 UC버클리와 MIT가 지향하는 ‘융합형 인재’, ‘이중언어자’처럼 우리나라의 AI 교육도 인문·사회·자연·공학 등의 전 학문을 아우르는 ‘양손잡이’ 교육체계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더불어 정부 정책도 넓은 스펙트럼의 AI 인재 양성에 집중 투자해 임팩트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지요.
“탈학제적 교육체계와 넓은 스펙트럼의 AI 인재 양성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 서중해: 다양한 의견과 좋은 말씀 주신 참석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만 전문가 좌담회를 끝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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