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인공지능 두 번째 전문가 좌담은 ‘인공지능 시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산업 분야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AI의 본질부터 데이터 수집과 활용 방법, 일자리 대체 전망, AI 인력 수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선 이전의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직업이 창출될 것으로 보는 예상과 기존의 경로와는 다를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했다. 아울러 AI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데이터의 중요성과 규제 이슈에 대한 현장 관계자들의 허심탄회한 생각도 들어봤다. 클라우드 규제 완화를 비롯해 기술 오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의 중요성과 AI 협업문화를 저해하는 연구소·학교의 제도적 요인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산업계 전문가 좌담,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클릭 click!
▶ 일시: 2020년 11월 2일 16:00~17:30
▶ 장소: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서울시)
▶ 참석자(가나다순)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
서중해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좌장)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전략본부 지능형컴퓨팅연구실장
이재훈 딥서치 VP of Product Development
주철휘 엔쓰리엔클라우드 인공지능연구소장
#1. 인공지능의 본질: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
· 서중해: 오늘은 ‘인공지능 시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산업계의 의견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현장에서 AI를 활용해 경제적인 성과와 가치를 창출하시는 네 분을 모셨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AI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튜링 머신을 구상한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1950년에 발표한 논문「계산 기계와 지성(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에서는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Can Machines Think?)’라는 질문을 제기합니다.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니 극단적으로 의견이 대립하더군요. 이와 관련해 현업에서 AI를 활용하는 네 분의 생각은 어떤지 자유롭게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동민: ‘생각’에 대한 개념 확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생각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현재 AI는 충분히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AI가 데이터 조합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가를 상당히 많이 연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느낀 점은 사람이 학습이나 기억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처럼 AI도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검증 절차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유독 기계에만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의 아이디어도 검증을 거쳐야만 실현되는데 AI가 판단을 잘못하거나 예측이 빗나가면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요. 무한정 생산되는 데이터를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작업은 머신러닝이 인간보다 훨씬 빠릅니다. 이 점을 인간 대신 생각하는 기능 내지는 영역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계의 원리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해를 충분히 거친다면 지금보다 더욱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데이터를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머신러닝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
· 주철휘: AI가 인간 수준의 감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단계는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45년에 특이점(singularity)이 올 것으로 예측했어요. 예를 들면, 기계가 인간처럼 나무의 밑동을 보고 어떻게 걸터앉을지를 즉흥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하는데 이에 도달하려면 데이터 없이도 추론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적합한 데이터가 주어져야만 양질의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지요. 최근 AI 언어처리 알고리즘인 ‘GPT-3(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3)’가 많이 회자되는 이유도 딥러닝 3대 석학 중 한 명인 얀 르쿤(Yann LeCun)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입니다. 얀 르쿤에 따르면, 언어 모델을 확장해 지능적인 기계를 만들려는 것은 프로펠러 비행기로 달에 가려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프로펠러 비행기로 고도비행 기록을 깰 수는 있지만, 달에 가기 위해선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GPT-3모델이 5,000억 개의 단어(token)를 학습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현재 수준으로는 AI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의사결정 하는 단계는 어려울 것"
※ 자세히 들여다보기 1
□ GPT-3(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3)
· 2019년 6월 초 오픈AI(Open AI)*에서 개발한, 인간처럼 텍스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고급
언어처리 AI 알고리즘을 일컬음
* 일론 머스크가 투자한 비영리 AI 연구단체로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폭넓고 안전한 AI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연구소
·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나블라 테크놀로지(Nabla Technologies)가 GPT-3를 의료분야
상담에 적용한 실험에서 부적절한 대응으로 논란이 제기
- 병원 예약과 비용처럼 간단한 응답은 문제가 없지만, 의학적인 사고로 판단해야 하는
상담에서는 모의 환자에게 자살을 권유하기도 함
- AI 알고리즘이 일관적인 문장을 형성하는 능력과 실제 유용성 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 |
· 이재훈: 김 대표 말씀처럼 ‘생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가 핵심 같습니다. ‘생각’을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과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폭넓게 본다면, 사람이 학습할 데이터를 선정하고 일정 부분 지시에 의해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AI가 ‘생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계가 스스로 처음부터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을 ‘생각’으로 본다면 그건 현재 기술로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각’한다고 할 수 없지요. 결국은 ‘생각’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이냐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생각’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이냐에 따라 판단 달라져"
· 유용균: 역사를 보면 AI의 정의 자체도 계속해서 변화해 왔습니다. 초창기 과학자들은 AI를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로 여기고 인간과 같은 수준의 기계를 구현한다는 일념 하나로 연구에 매진했는데 생각보다 성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기계’로 단계를 낮추었고, 현실적으로 목표를 수정하여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기계’로 정의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학문적으로 보는 AI와 외부에서 생각하는 AI에 간극이 있는 셈입니다. 마틴 포드(Martin Ford)의 「AI 마인드-세계적인 AI 개발자들이 알려주는 진실」에 의하면 AI 학자들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구현하는 시기를 2100년으로 예견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간과 같은 AI는 아직까지 요원한 것입니다.
"역사를 보면 AI의 정의는 현실적으로 변화, 인간과 같은 AI는 아직 먼 미래"
※ 자세히 들여다보기 1
□ GPT-3(Ge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3)
· 2019년 6월 초 오픈AI(Open AI)*에서 개발한, 인간처럼 텍스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고급
언어처리 AI 알고리즘을 일컬음
* 일론 머스크가 투자한 비영리 AI 연구단체로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폭넓고 안전한 AI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연구소
·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나블라 테크놀로지(Navla Technologies)가 GPT-3를 의료분야
상담에 적용한 실험에서 부적절한 대응으로 논란이 제기
- 병원 예약과 비용처럼 간단한 응답은 문제가 없지만, 의학적인 사고로 판단해야 하는
상담에서는 모의 환자에게 자살을 권유하기도 함
- AI 알고리즘이 일관적인 문장을 형성하는 능력과 실제 유용성 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 자세히 들여다보기 2
□ 4가지 접근 방식에 따른 인공지능의 개념
①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
(Thinking Humanly) |
②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기계
(Thinking Rationally) |
"컴퓨터를 생각하게 만드는 새롭고 흥미로운 노력... 말그대로 '마음을 가진 기계'(Haugeland, 1985)"
"의사결정 및 문제해결과 같은 활동, 즉 인간의 사고와 관련된 활동의 자동화(Bellman, 1978)" |
"계산적 모델 활용을 통한 정신적 능력에 대한 연구(Charniak and McDermott, 1985)"
"지각, 추론 및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계산에 대한 연구(Winston, 1992)" |
③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
(Acting Humanly) |
④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기계
(Acting Rationally) |
"인간 지능이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를 창조하는 기술(Kurzweil, 1990)"
"인간이 더 잘하는 것을 어떻게 컴퓨터가 수행하게 만들지를 연구하는 것(Rich and Knight, 1991)" |
"계산적 지능은 지능적 에이전트를 설계(design)하는 것에 대한 연구(Pool et al., 1998)"
"AI는 인공물에서의 지능적 행동과 관련(Nilsson, 1998)" |
출처: Stuart Russell & Peter Norvig(2009),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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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공지능 기술과 활동 영역: 국내 AI 적용 사례
· 서중해: AI 기술에 대한 산업계의 생각과 입장은 학계와는 다소 상이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말씀해 주시고 이와 함께 AI 적용 분야에 대한 소개를 곁들여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주철휘: 엔쓰리엔클라우드(N3NCLOUD)는 멀티클라우드와 자동 머신러닝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개념을 짚고 넘어가자면 멀티클라우드는 2개 이상의 프라이빗(private) 또는 퍼블릭(public) 클라우드 서비스를 단일 환경처럼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자동 머신러닝이란 AutoML(Automated Machine Learning)이라고 하며, 데이터 수집과 정제, 모델 구축과 훈련 및 평가, 서비스 제공까지의 단계별(end-to-end) 파이프라인을 자동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모델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은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대부분이 모델 개발 쪽에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빅데이터 저장·관리 성능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실제로 사진을 보고 고양이라고 판별하는 그 자체를 모델이라고 했을 때, 모델과 훈련에 소요되는 시간은 각각 5%~10%, 20%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데이터의 수집과 정제, 성능평가에 소요됩니다. 최근 ‘프로젝트는 많으나 프로덕트는 없다.’는 말이 회자되곤 합니다. 즉, 많은 기업이 AI에 뛰어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일 환경처럼 관리하는 멀티클라우드 및 단계별 파이프라인 자동화하는 머신러닝 개발"
<표> 공유 범위와 서비스 운용형태에 따른 클라우드 분류
프라이빗 클라우드 |
· 기업 및 기관 내부에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을 구성하여 내부자에게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 |
퍼블릭 클라우드 |
·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로 여러 서비스 사용자가
이용하는 형태 |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
·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의 결합 형태(다른 유형) |
멀티 클라우드 |
· 2개 이상의 퍼블릭 클라우드 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가 결합(동일유형) |
출처: ETRI(2019)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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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딥서치(DeepSearch)는 AI뿐만 아니라 경제, 금융 전반의 데이터를 다루는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입니다. 우선 저희는 증권사에 기술과 인프라를 지원해 AI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증권분석 리포트 툴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또, 증권거래 앱에서 보는 뉴스도 저희 측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 뉴스 자체가 비정형데이터라 서버로 구축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대기업에서 자회사들을 모니터링하는 툴에도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비즈니스에 필요한 전반적인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증권사에서 점차 일반기업으로 주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고, 이러한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데이터도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저희 서비스 중에는 20년간의 뉴스데이터 약 9,500만 건에 기반한 머신러닝 학습서비스도 있습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엔티티(entity)로서 기업이나 사람, 브랜드를 추출하고, 단어의 긍·부정도 분석이 가능합니다. 물론 고객 측의 기준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고객사에서 훈련 데이터셋(dataset; 데이터 집합체)을 제공하면 저희 측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학습을 시킨 다음에 고객사의 배포 시스템을 적용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프로그램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도와주는 매개체)로 제공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금융 데이터 분석에서 AI 솔루션 제공까지 기업 요구에 맞춰 사업 범위 확대"
※ 자세히 들여다보기 3
□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 소프트웨어 사이의 데이터 통신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총칭
-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네트워크를 통해 요청과 결과값을 주고 받거나 하나의 로컬 컴퓨터 안에서
응용 프로그램이 운영체제에게 시스템 자원을 요청하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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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중해: 제이엘케이(JLK)는 2019년 AI 분야에서 코스닥 시장에 첫 상장한 경우라고 들었습니다. 김동민 대표께서 그동안의 운영 과정과 성과 등을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동민: 지난 2019년 12월 의료 AI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데이터, 알고리즘, 제품화 부분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거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는 알파고가 등장하기 전인 2015년부터 의료 AI를 시작했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은 시기여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운이 좋게도 한국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이 PACS(병원 내 영상을 모아두는 시스템) 보급률 97%로 전 세계에서 1위였던 만큼 전산화가 잘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원 내부에 상당히 많은 영상데이터가 존재했고, EMR(전자의무기록) 등 의료 분야의 IT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어서 데이터 자체가 풍부했습니다. 이렇듯 기술적인 측면에서 의료적 지식을 녹일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2016년 국내 처음으로 의료기기 3등급 허가를 위한 여러 임상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뇌경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는 ‘한국인 뇌MR영상 데이터센터’에서 10년 동안 수집한 14,000명 환자의 140만 장 MR 영상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각 장마다 주석(annotation)이 달린 고품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선도해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병원 의료영상 데이터와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 임상실험 진행"
· 서중해: 사업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착안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 김동민: 2014년 즈음 제가 일본에 있었을 때 한 전시회에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2012년부터 영상에 있어선 딥러닝 툴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점차 기정사실화되어 가던 중이었습니다. 때마침 그 전시회에서도 로봇이 박스 안에 담겨있는 나사들을 하나씩 집어 세우는 과정을 시연하더군요. 처음에는 실패했지만 학습을 통해 점점 성공해 나가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머신러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후부터 머신러닝과 딥러닝 관련 툴들을 찾아보다가 의료 사이언스 분야의 여러 MR 영상에서 데이터를 얻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로봇 시연 관람 후 머신러닝 사업 가능성 직감"
· 서중해: 사실 AI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AI가 여러 산업으로 파급돼서 활용성과 효율성이 높아지면 국민경제 전체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AI가 일반목적기술(GPT)인지 여부를 판단하곤 하는데, GPT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기술 개발과 시설 운영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용균 실장께서는 ‘AI프렌즈’라는 커뮤니티 활동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원자력연구원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리고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AI프렌즈 커뮤니티는 어떤 곳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I가 GPT로서 잠재력을 넓히기 위한 정책 방향이 향후 과제"
·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지능형컴퓨팅연구실은 연구소의 데이터 분석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올해 창설되었습니다. 주로 원자로의 안전 진단 및 시뮬레이션 가속화를 위한 AI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기계의 이상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서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신호파형을 보고 분석했다면 현재는 AI를 활용해 정확성을 높이고 인적 오류를 낮추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의 핵반응, 에너지 형성 등 복잡한 물리현상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가속화하는데도 AI가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AI프렌즈는 AI 적용에 관심 있는 출연연구소, 기업, 개인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입니다. AI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는 원동력은 높은 개방성과 공유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화를 연구소에 도입하여 부서/연구소 사이 소통 장벽을 허물어 보자는 것이 초기 취지였습니다. AI프렌즈는 AI 이론 자체를 깊게 연구하는 것 보다는 AI를 어떻게 하면 잘 응용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AI가 GPT라는 점에는 100%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어떤 공학적 문제를 풀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처럼 그러한 도구 중의 하나로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자로 안전 진단 및 시뮬레이션 등에 AI 연구 수행,
AI프렌즈에서는 AI 활용·응용 방법 모색"
· 서중해: AI 기술 개발에 힘쓰는 분야가 있다면 이를 응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쪽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출연연구기관에 계신 분들께서 AI의 활용도를 높이고 사람 간 협력 문화를 형성하고자 만든 커뮤니티는 의미 있고 좋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3. 이슈점검①: AI와 데이터
· 서중해: 올해 KDI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항상 AI와 함께 논의되곤 하는‘데이터’입니다. 김동민 대표께서는 출발선상에서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기에 훨씬 더 이점이 있었다고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구할 수 없거나 데이터는 있는데 활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AI에 접목할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지 등을 짚어주면 좋겠습니다.
"데이터 수집과 활용 방법은 항상 AI와 함께 논의되는 중요한 문제"
· 주철휘: 제가 이전에 보건복지부 산하 AI 신약개발지원센터의 부센터장을 맡으면서 겪은 바는 김 대표와 조금 다릅니다. 제약 쪽은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데이터란 장부에 수기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 입력 가능한 디지털 형태의 고품질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제이엘케이의 경우, 병원이라는 우리나라 특수상황 덕분에 좋은 성과를 거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난 이후에 데이터 문제와 맞닥뜨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AI를 기업이나 산업에 적용하려면 AI를 활용했을 때 효과가 있는 분야와 없는 분야를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AI 기술이 급부상하니까 모든 부분에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특징을 추출할 수 있는 작업은 굳이 AI를 활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AI 적용 시 효과가 있는 분야와 없는 분야 구분이 우선"
· 서중해: 그렇다면 AI를 적용해 효과를 거두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 주철휘: 제가 IBM에서 왓슨(Watson; 자연어 형식으로 된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AI 컴퓨터 시스템으로 최근에는 의료 영역으로 확장해 의료 이미지 분석 등에 사용)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느낀 것은 AI는 인터넷이나 모바일과 달리 데이터에 기반한 전환(data-driven transformation)을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즉, 데이터가 산업의 근간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데이터가 나한테 주어질 수 있고, 어떤 데이터를 먼저 확보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정부 또는 일부 기업에서 무작정 달려들었다가 데이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훈련시키고, 결과에서 나오는 통찰력으로 산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안목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데이터를 산업의 근간으로 두고 AI에 접근하는 안목 키워야"
· 서중해: 안목을 얻으려면 결국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씀 같습니다. 제이엘케이의 경우, 이전과 반대로 지금은 데이터와 관련해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인가요?
· 김동민: 물론 초기에 어느 정도 성과는 이뤘지만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 부딪힌 것은 서비스였습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 저희가 구현해야 되는 기술의 차이를 많이 느꼈습니다. 주요 고객층인 의사, 교수 등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순간적인 뇌 분석을 통해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가 3~5년 후 경과에 대한 예측을 바라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부응하는 AI를 개발하려면 전향적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나 심지어 과거 데이터와 융·복합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환자가 과거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부터 시작해 의료 영상을 찍고 3~5년 뒤 경과는 어떠한지를 종합적으로 융합해야 되는 거죠. 데이터 구성 자체의 차원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하기 위한 다른 차원의 알고리즘 구현이 필요합니다.
"주 고객층이 원하는 기술 수준 높아져,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데이터와 알고리즘 필요"
· 이재훈: 데이터 수집과 학습, 배포 등 일련의 과정이 있지만 산업에서는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부터가 어렵습니다. 물론 금융권은 과거부터 주식, 경제, GDP, 환율, 유가 등의 정형 데이터를 많이 사용해 왔고, 머신러닝이 등장하면서 뉴스나 공시 등 비정형 데이터가 추가됐지만 수집 장벽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비정형 데이터 특히, 공시 데이터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느린 것(time lag)입니다. 올해 공시는 내년이 되어야 나오는데 이미 상당한 시차가 발생합니다. 두 번째는 모두에게 공개된 데이터라는 점입니다. 데이터 분석으로 이점을 얻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실시간에 가깝고 세분화된 데이터, 남들이 없는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의 경우, 기업의 전체 매출은 있지만 스마트폰, 냉장고 등의 디테일한 분야별 매출은 일반적으로 공개되지도 않을뿐더러 거래도 어렵습니다.
"차별화된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나 공개·거래 안 돼 수집 어려워"
· 서중해: 원자력연구원은 데이터 생성기관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보다 폭넓게 AI를 적용하면서 겪은 문제 혹은 AI 커뮤니티에서 논의된 사항 등이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같은 아이디어 교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유용균: 말씀하신 것처럼 원자력연구원은 연구기관 중에서도 시험시설이 많은 편이고 시뮬레이션 연구도 수행하고 있어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민간회사보다 데이터를 공개하는데 어려움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AI프렌즈 얘기로 넘어가자면 2019년에 저희 측에서 AI 적용을 도와드렸던 기업이 있습니다. 그림 심리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었는데, 직접 그린 그림을 사람이 아닌 AI가 분석함으로써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AI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모색하는 과정이 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예컨대 비슷한 그림을 찾는 경우 ‘비슷하다’를 컴퓨터에서는 단순히 픽셀 값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스타일을 비교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사람의 존재라든지 크기 등의 세부 요소들이 분석에 영향을 줍니다. 색 정보와 같이 측정이 가능한 요소들은 정보를 추출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집을 얼마나 튼튼하게 그렸느냐와 같은 주관적인 지표를 어떻게 숫자로 정의하느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AI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찾고 문제를 정의하는 데만 수개월이 소요된 것 같습니다. 문제만 잘 정의가 되면 오픈소스(open source; 어떤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 필요한 소스 코드나 설계도를 누구나 접근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한 프로그램)를 이용해 금방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성능을 쥐어짜는 것은 또 다른 노력이 들지만요.
"어떤 AI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지 모색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소요돼"
#4. 이슈점검②: AI와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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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 지난 10월 29일 대전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신문 <대덕넷>에서 ‘과거 10년 스마트폰, 미래 10년 AI’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주요 내용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대담이었습니다. 손정의 회장은“지난 10년은 스마트폰이 인류의 삶을 바꿨다. 그런데 향후 10년은 AI가 시대의 중심으로 새로운 과학, 새로운 교육,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더군요. 여기서 저는 과거 스마트폰과 향후 AI 시대를 대비했을 때 과연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AI를 논할 때 과거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처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이번에는 과거처럼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일자리가 여러분들이 활동하시는 분야에서 얼마나 창출되고 사라질 것인지, 새롭게 나오는 분야는 어디일지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AI로 인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대와 인력 대체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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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반복 작업에 속한 직종일수록 대체율은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예컨대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 자동으로 리포트를 생성하는 기술을 공급한다면, 심도 있는 내용은 어렵겠지만 오늘의 시황, 주요 이슈, 주가 현황 등은 기계가 대체 가능합니다. 물론 현재 기술이 대체하는 수준은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RA(Research Assistant)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인력시장을 살펴보면 대개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에 RA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데, 기초·입문 수준(entry-Level)의 직업이 모두 대체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울러 빈부격차 문제도 다시 부상할 것입니다. AI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초기 고정비용은 필요하지만 이후에는 무한생산이 가능합니다. 기술과 자본의 유무 즉,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장벽을 넘기가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반복 작업일수록 대체율 높아, 기술과 자본의 유무로 인한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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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휘: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벤처 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이 2011년 당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고 선언했는데, 최근에는 ‘AI가 소프트웨어를 먹어 치우고 있다(AI is eating software).’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AI만의 개인화와 정밀화라는 강점으로 산업의 새로운 지형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상당 부분이 대체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직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중간 단계(intermediate)의 종사자는 사라지고 디지털로 초고속 연결이 되는 것이죠. 물론 가치 창출이 정보나 편리성, 사용자 경험 등으로 변화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예측은 힘들지만 증기기관이 등장했을 때 그만큼 일자리가 생겼듯이 AI 시대에도 인간의 쓰임새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새로운 산업 지형을 형성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신규 직종이 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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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일자리는 부흥과 쇠퇴의 단계가 있습니다. 우선 데이터를 생성하는 시점에는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많은 정부사업에서 데이터 어노테이션(annotation)이라는 라벨링 작업(주석달기)들을 외주나 크라우드 소싱, 아르바이트 등으로 처리하고 있는 모습이 단적인 예지요. 그런데 이러한 직업의 지속성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가 생성되면 단순한 라벨링 및 마킹 수준의 작업은 AI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단계로는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는 AI의 종합적 판단능력을 보완하는 일자리가 생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무엇인가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분명히 새로운 일자리는 생길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다만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고용 안정성은 담보하기 어렵겠지요. 미래를 읽기가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단계적으로 새로운 직업 생길 것, 다만 고용 안정성은 담보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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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 경제학자로서 AI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 정책과 혁신 정책, 사회적 파급 효과 등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컴퓨터 산업의 경우, 1960년 컴퓨터와 기기라는 하부 제조업 분야가 처음 등장한 이후로 현재는 컴퓨터 산업에 14개(서비스업 4개, 제조업 10개)의 하위업종이 속해 있는 매우 큰 산업이 되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은 오히려 모든 산업에 스며들어 독자적인 산업으로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라는 두 개를 대비시키면 하나는 독립된 산업으로 등장한 것이고, 하나는 모든 산업에 녹아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I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주요 논제인데, 개인적으로 AI는 후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물론 각 분야에 인간을 대체하는 기능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창출하는 부분이 있겠지요.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와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하는 속도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빠를 것인지에 따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논의는 풍성한 반면, 새로운 일자리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게 현재 상황입니다.
"AI는 스마트폰처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산업,
일자리 생성과 소멸 속도 간 어느 쪽이 더 빠를지에 따라 경제 효과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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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휘: 소프트웨어를 보면 표준화가 없던 춘추전국시대에서 표준화를 통해 산업이 확대되고 급속히 상품화됐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AI가 아직 표준화 단계에 돌입하지 않은 초기로, 어떻게 보면 춘추전국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글로벌 거대 기업이 빅브라더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AI 산업 자체가 패권주의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AI라는 파괴적 기술을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기업에서 국수주의와 결합하여 개방을 선별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취할 수도 있겠지요. 실제로 최근 GPT-2, GPT-3로 인해 페이크 뉴스와 같은 부작용이 커지자 오픈AI는 GPT-3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기보다는 사전예약제와 유사한 형태로 API를 제공하는 유료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국내 네이버에서도 GPT-3를 따라잡을 초거대 언어 모델을 만들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새로 구축한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원천기술을 쫓아가야 되는데 그 간극이 상당히 있기도 하지만, 패권주의와 빅브라더로 인해 이전의 기술들을 쫓아가는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표준화 단계 이전인 AI 산업은 거대기업과 국수주의의 결합으로 패권주의화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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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균: 일자리 대체와 관련해 AI를 과거 증기기관이나 컴퓨터같이 세상을 바꾸는 기술들과 다르게 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지금까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과거 컴퓨터의 출현으로 계산원들이 직장을 잃었듯이 기술이 발전하면 대체 가능한 직업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자동화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일자리를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어떤 기술이든 당연히 받아들여야 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모든 문제를 AI가 공학적으로 풀어 준다면 인간은 문화와 예술, 건강 등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직업들이 계속해서 새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기술로 인한 일자리 대체는 자연스러운 현상, AI 영역 외에서 새로운 직업 나타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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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경제학에서 바라볼 때 AI와 과거 기술들의 가장 큰 차이는 가변비용입니다. 제품을 생산할 때 고정비용이 발생하고 추가 생산 시 가변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컨대 자동차는 1단위를 생산할 때마다 비용과 인력이 당연히 투입됩니다. 그런데 디지털과 AI는 큰 고정비용에 비해 가변비용은 ‘제로(0)’ 수준입니다. 즉, 무한복제가 가능해진다는 말입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AI는 단순히 학습만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면 숙지하면 쓸 수 있지만, AI는 근간이 되는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서 말씀을 하셨던 ‘승자독식’ 현상이 바로 고정비용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고정비용의 대부분은 데이터를 점유했느냐, 아니냐로 판가름 날 것입니다.
"과거 기술과 달리 AI는 고정비용 크고 가변비용 제로(0), 무한 복제 가능해져"
#5. 인력 양성 추진 방향: 산업계 AI 인력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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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 인력 양성, 정책 및 규제 등의 문제는 결국 방향성입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특화된 대학원을 신설하고, 광주는 AI 도시로 지정하기도 했지요. 이렇듯 정부가 역점을 두는 것은 AI 시대에 기회를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은 누가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냐 이 문제로 귀결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학계 편에서는 ‘인력 양성’ 방향에 있어서 원천 기술 인재와 융합형 인재를 두고 열띤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보는 인력 수요나 향후 추진 방향 등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I 시대 대응 위한 인력 양성 방향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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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글로벌 경쟁 속에서 빠르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기업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의 인력 구조를 보면 AI의 핵심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인력, 그 주위로 파이토치(PyTorch), 텐서플로우(TensorFlow) 등의 프레임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 그 위로 솔루션을 제품화할 수 있는 인력이 포진해 있습니다. 현 정책을 보면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는 엔지니어 양성에 치우쳐 있어요. 교육기관에서는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핵심 인력에 더 집중해 줬으면 합니다. 현장에서 코딩과 수학적 결괏값을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기업에서는 인턴 제도를 통해 프레임워크 활용 인재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 인턴들도 첫 학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성장했는데, 원천적인 기술이나 수학에서 강해졌다기보다는 다양한 실전 데이터에 대한 활용도가 크게 올라간 경우입니다. 이렇듯 학교가 키워야 할 인재상과 기업이 키울 수 있는 인재상을 명확히 구별하여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와 기업 역할 분담 중요, 교육기관은 알고리즘 설계하는 핵심 인력 육성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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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휘: 현업에서는 융합형 인재든 핵심형 인재든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AI 대응이 많이 늦었습니다. 특히 대학의 경우 재정난으로 전문가 영입에 한계가 있을뿐더러 학과 간 협력(collaboration)도 해외에 비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융합 전공이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까에 의문이 있습니다.
출처: 중국 칭화대 AI 보고서(2018)
중국 칭화대가 2018년 발표한 AI 보고서에 따르면 ‘AI 인재를 많이 보유한 국가’ 순위에서 미국(2만8,536명)과 중국(1만8,232명)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2,664명으로 주요 15개국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목표하는 인원보다 무려 60%가 부족한 수준입니다. 물론 우리가 후발주자를 용인하고 간다면 융합형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오픈소스를 통해 개방형 혁신으로 추격할 때는 기회의 창이 중요합니다. 우리처럼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선두로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즉, 기회의 창을 잃어버리면 쫓아갈 수 없는 지경으로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인재 수준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핵심형 인재들을 대학에서 배출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우리나라 AI 대응 늦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대학에서 핵심 인재 배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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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 지난 학계 좌담회에서 대학원장들과 교수 충원의 어려운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국의 ‘천인 계획’처럼 국가급 인재들이 정착할 때까지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국내 AI 확산과 활성화 측면에서도 인재 영입 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정부가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AI프렌즈에서는 이러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AI 국가급 인재들이 정착하기 위해 ‘천인 계획’ 같은 파격적 제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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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균: 우선 AI를 융합이나 핵심형 인재로 구분하기보다는 이 둘에 모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천과 융합을 구분 짓는 경계선을 그을 수 있는가가 제일 큰 의문입니다. 응용 분야가 없는 AI가 있을까요. 수학을 순수 AI로 정의하기에도 모호한 느낌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현업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학교와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 간의 간극입니다. 현업에서는 당장 머신러닝 코드를 돌릴 수 있는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위주로 육성하고 있고 민간수탁이나 사업성의 연구를 기피하는 추세입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죠. 대부분 논문을 쓰기 위한 쪽으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실제 현업에 있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필요한 인재와 현재의 교육은 조금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AI 원천과 융합 모두 집중해야, 현업 수요와 학교 교육 사이 간극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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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저는 사실 학교에서 그런 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 8명의 개발자가 있는데, 이 중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를 포함해 핵심 개발자 3명이 국내 유수 대학 학부 자퇴생입니다. 학교 교육은 너무 느리고 업계와 동떨어진 내용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실력에 자신이 있는 개발자들은 학교보다는 직접 산업 현장에서 부딪치며 기술을 배우는 쪽이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 학교를 자퇴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실력 좋은 개발자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니 학교 교육의 수준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많은 대학들이 디지털 금융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학생들을 금융과 개발 양쪽에서 끌어들여 두 그룹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데 막상 수강생들을 보면 금융권에서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이고, 개발 영역에 계신 분들은 오지 않더군요. 학생 그룹의 다양성이 떨어지다 보니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내용은 수업 시간에 다루기 힘들어져서 아쉽습니다.
"학교에서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게 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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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휘: 첨언 드리자면, 저도 2017년에 한국형 AI 신약개발 기획을 정부와 진행하면서 신약을 연구하는 사람이 AI를 배우는 것이 빠를까 아니면 AI를 담당하는 사람이 신약을 공부하는 것이 빠를까를 가지고 많은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해외 연사 분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워낙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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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 그렇다면 반대로 현업에 있으면서 지금 같이 일하는 분들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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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제가 봤을 때는 핵심적인 문제를 풀어냈던 직원들은 대부분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희는 조직 차원에서 남들이 못 푸는 문제를 푸는 인재들을 핵심인력으로 따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수학과 출신입니다. 병리 쪽에서 어려운 문제를 한번 풀어내더니 약물을 생성하는 AI를 만들어 내고, 계속적으로 어떤 수학적인 부분을 잘 풀어내더군요. 남들이 못 푸는 문제를 계속적으로 풀어내는 데는 수학적인 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핵심 문제 풀기 위해선 수학 역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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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휘: 조직이 안정되면 머물려고 하는 관성이 생기지만 AI는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입니다. 기술의 깊이가 어떻든 간에 일단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해 보는 사람이 좋은 것 같습니다. 후발주자인 우리가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선 알고리즘을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는 빨리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산업도 대기업만이 아니라 여러 풀뿌리 기업들의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AI 신약 사례를 보면 해외에서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회사)와 수많은 바이오벤처들이 합종연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기술의 변화가 워낙 빨라서 모든 기술을 거대 기업에서만 소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반도체나 중공업, 자동차 같은 큰 산업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신생 벤처들의 역동적인 생각과 움직임을 잘 수용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그 분야를 빨리 추격하는 체질을 우리가 가져가는 것이죠.
"후발주자인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신기술을 빨리 습득하고 적용하는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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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 서울대와 KAIST의 AI 분야 대학원장의 말씀을 들어 보니 학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재정에 한계가 있다고 하더군요. 글로벌 수준의 교수 충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를 논의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뚜렷한 방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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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일단 첫 번째 문제는 연봉입니다. 제가 호주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받았던 연봉과 지금 한국 대학의 교수 연봉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꽤 큽니다. 두 번째 문제는 바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상황에서 회사에 다닐 경우 연봉의 약 30%를 의무적으로 학교에 기부해야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기부하는 금액이 학교에서 받는 연봉보다 많아지는 상황도 벌어지기 때문에 선뜻 지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낮은 연봉과 겸직 시 의무적인 기부 제도로 인해 해외 교수 충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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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균: 해외에서 교수를 영입하는 것이 힘들다면, 국내 교수들이 AI 분야를 공부해서 직접 가르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도나 재정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6. 한국의 비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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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 결국 생태계로 귀결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비전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을 정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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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휘: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잡는 기회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입니다. 예컨대 과거 미국의 델(Dell)사가 인터넷으로 직접 PC를 판매하면서 IBM과 컴팩(Compaq) 회사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부상했지요. 소매업체를 운영한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은 온라인에 강점을 둔 델 사를 쫓아갈 수 없었습니다. 패러다임이 바뀔 때 후발주자가 승자가 되려면 도전정신을 가지고 최앞단의 기술을 활용해야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모바일이나 인터넷에 비해 AI에 대한 대비는 늦은 것 같습니다.
"AI 대비는 늦은 韓, 후발주자가 승자 되려면 최앞단의 기술로 승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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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국민들은 물론 정책당국자들까지도 AI에 관심을 가지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거 모바일이나 인터넷도 이렇게 큰 반응과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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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휘: 지금까지는 선두주자가 될 수는 없다고 해도 정책과 인재, 클러스터가 잘 구비되면 어느 정도 따라잡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도 이것이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사실 지금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후발주자에서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빠른 추격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AI는 데이터 기반을 전제로 하기에 지금까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죠. 데이터 변환을 중심에 둔 접근이 산업계 전반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 방향도 AI 전체가 아니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두로 도약하기 위해선 데이터 변환을 중심에 둔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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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저희 회사의 경험이 정책 방향에 좋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텐서플로우가 나오기 전에 제이엘케이 AI엔진이라는 유사한 플랫폼을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유기술로 가지고 있어야만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를 처음에 공개하고 확산시켰다면 상당히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에 아쉬운 면도 있습니다. 현재 고민하고 있는 부분과도 연결되는데, 기술적 선도를 위해선 공개하지 않아야 하지만 전체적인 파이를 더 키우기 위해선 공개해야 되는 두 가지 선택지로 나뉩니다. 그래서 항상 저희는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거시적 관점으로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하는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고스럽겠지만 정부에서 인식이나 문화적 변화를 먼저 마련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기술 오픈의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여건이 갖춰진다면 말씀하신 것처럼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이기 때문에 선도할 수 있는 큰 모멘텀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술 오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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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균: AI는 신대륙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스스로 찾고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교육적으로는 그런 인재를 더 양성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소나 학교가 성과지표로 정량적인 실적을 중요시하다 보니 이것이 AI 협업문화를 가로막는 제도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논문을 게재할 때 무조건 저자 순으로 점수를 측정하거나 과제를 수주할 때도 중복지원을 허용하지 않아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가 없습니다. AI 코드나 정보 공유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전혀 없습니다. 이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제도가 조속히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AI 협업문화를 저해하는 연구소, 학교의 제도적 요인 개선에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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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은행은 금융감독원, I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관리하지만 그 구분이 지금 사라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네이버는 쇼핑몰 1위 플랫폼인 ‘네이버쇼핑’ 데이터 수집을 통해 어느 기업에 대출해 주는 것이 유리하겠다는 판단이 가능해지면서 입점 쇼핑몰을 대상으로 금융업을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는 택시,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등 모빌리티에 관한 사업에 기반해 보험업에 손을 뻗었고, 현재는 카카오뱅크의 자본으로 보험회사를 직접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공통점은 IT와 금융업이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 산업에 IT기업들이 들어오면서 데이터를 다루는 깊이부터가 달라지다 보니 지각구조가 뒤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텐데 여기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IT와 금융업이 점차 하나로 되고 있듯, 향후 일어날 산업계 지각변동에 대한 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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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 우려와 기대가 매순간 교차하며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달받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 규제와 관련해 첨언하실 내용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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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마지막으로 건의하고 싶은 건 클라우드 규제 완화입니다. 금융데이터는 특히 개인정보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규제 중 ‘개인정보가 포함된 금융데이터가 저장되는 서버는 물리적으로 서버 위치를 알아야 한다’는 규제가 있습니다. 즉, 서버가 물리적으로 국내 회사 안에 위치해야만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없고, 따라서 AI 기술 개발도 훨씬 더 비싸고 까다로워집니다.
"개인정보 포함 금융데이터 서버의 물리적 위치 고지 규제 완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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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휘: 의료데이터도 마찬가지로 병원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서 크게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AI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클라우드 관련한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기업들이 자체 인프라 구축보다는 빌려쓰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사양에 따라 GPU 서버를 결합해 머신러닝 개발플랫폼을 만들고 서비스하다 보니까 클라우드가 필요해지더군요. 그래서 서버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멀티클라우드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클라우드 산업의 인자들도 AI와 같이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AI 산업과 클라우드 산업 인자들이 연결되어 같이 발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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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지금까지 저희 사업화 단계를 보면 처음에 클라우드를 통해 사업화를 시작했지만 전 세계적인 유저를 끌어들이다 보니 정작 AI가 필요한 곳은 인터넷이 불가능한 제3국이었습니다. 그래서 인텔과 엣지 컴퓨팅으로 노트북에서도 작동하는 AI를 만들었고, 그 이후부터 수익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직접 찾아갈 수가 없다 보니 결국 다시 클라우드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엣지 컴퓨팅이라는 차별화를 통해 상장하고 사업화가 진행됐지만 관리를 하려고 하니 클라우드가 또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데이터가 근간에 있고 클라우드를 통해서 공유가 되어야만 AI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서로 물려있는 복잡한 연계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함께 발전하는 방향 모색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AI, 데이터, 클라우드는 서로 맞물려있어 함께 발전하는 방향 모색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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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 말씀하신대로 데이터, 클라우드, AI는 깊은 연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e경제정보리뷰」는 추후에 이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룰 계획입니다. 오늘은 실제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산업계 전문가 네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앞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충분히 다뤄진 것 같습니다. 이만 좌담회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참석해 주신 토론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