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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AI(인공지능)에 대한 기업체 인식 및 실태조사
KDI 경제정보센터 여론분석팀 2020년 03호
2016년 3월 9일 ‘구글의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AI(인공지능)가 갑작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왔다. 지금은 인간 대신 AI가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 단계에 있을 정도로 AI 기술은 급속도로 성장했으며, 에너지, 기계, 바이오 등 각종 과학기술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AI가 불러일으키는 산업·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우리 정부도 ‘AI 국가전략(2019.12.17)’을 발표하며 경제·사회 전반에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옥스퍼드 인사이츠’가 국가별 AI 기술 수준을 비교한 ‘정부 AI 준비 지수 2020’에서 우리나라는 7위를 차지했고, 지난 2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는 54개국 중 종합순위 8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AI 국가경쟁력은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선진국과 비교해 격차가 크고, 인재, 운영환경, 정부전략 등 세부 항목에서는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KDI 여론분석팀은 AI에 대한 기업체의 인식과 실태를 파악해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 확보방안을 제시하고자 종업원 수 20인 이상 기업체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2019년 GDP 산업별 비중에 따라 농업·비제조업·서비스업·제조업으로 분류한 후 지역별 층화에 맞춰 대기업(중견기업 포함)과 중소기업 각각 500개를 무작위로 추출하였다. 기업체 조사는 2020년 10월 23일부터 2020년 11월 16일까지 면대면으로 이뤄졌다. 

[표 1] 조사대상 기업체 분포



기업체 3.6%만이 AI 기술 및 솔루션을 도입, 적용분야와 활용기술도 제한적
AI 기술 및 솔루션을 ‘인식 시스템’(음성, 이미지, 문자, 자연어, 데이터패턴 인식 등), ‘반응 시스템’(대화, 시각화, 청각화, 에이전트 등), ‘지식 발견’(데이터마이닝, 정보 추천, 예측 등), ‘자동화 기기·설비’(자동 감시, 진단, 제어 등)로 분류하여 도입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하나 이상의 기술을 도입한 기업은 3.6%에 그쳤다. 이 중 대기업(91.7%)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업종별로는 서비스업(55.6%)과 제조업(36.1%)이 주를 이뤘다. 네 가지 AI 기술 중 ‘자동화 기기·설비’를 도입한 기업이 2.2%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인식 시스템’(1.6%), ‘지식 발견’(1.0%), ‘반응시스템’(0.6%) 순이었다.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체들은 AI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AI를 갖춘 기업용 소프트웨어’(50.0%)를 주로 사용하였다. 그러다 보니 ‘머신러닝’(25.0%), ‘딥러닝’(5.6%) 등 원천 기술보다 ‘사물인식 등 컴퓨터 비전’(47.2%)과 같은 완성형 기술을 가장 많이 활용하였다. 적용 분야도 ‘IT 자동화 및 사이버 보안(44.4%)’에 한정되어 있었다.




 “AI 기술 도입은 매출액 증가 등 경영 및 성과에 도움 돼”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체들의 77.8%가 경영 및 성과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신제품 개발 등 제품관리’(32.1%)에 가장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 도입은 매출액과 인력 증가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AI 도입 기업체의 50.0%가 AI 기술 도입 이후 매출액이 평균 4.28% 증가했으며, 인력의 경우 AI 도입 기업체 41.7%에서 평균 6.80% 늘었다. 한편 영업비용 감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AI 도입 이후 영업비용이 증가한 기업체(47.2%)가 감소한 기업체(2.8%)보다 훨씬 많았다.




  “현재 AI 주도국은 미국이지만, 향후 한·중·일 3국이 강세 보일 것”
기업체들은 현재 AI 기술 주도국으로 ‘미국’(70.7%)을 꼽았고, 다음으로 ‘한국’(13.2%), ‘일본’ (6.5%), ‘중국’(5.8%) 순으로 응답하였다. 특히 현재 주도국으로 꼽은 미국을 100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약 70점 정도의 수준으로 평가하였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뒤처져 있는 이유는 ‘AI 전문인력’(32.5%)과 ‘데이터 확보 등 AI 인프라’(28.8%) 부족에 있다고 지적하였다.
향후 5년 뒤 AI 기술 주도국 역시 ‘미국’(35.1%)을 예상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현재 주도국에 대한 응답률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그 대신 ‘한국’(18.6%), ‘중국’(17.5%), ‘일본’(10.5%)을 지목하는 응답이 증가해 미국 다음으로 동아시아 3국이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AI 기술은 의료·건강에 파급효과가 가장 크지만, 직무·인력을 빠르게 대체하지는 않을 것”
AI 기술은 ‘의료·건강’(31.4%) 산업에 가장 큰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교통’(19.4%), ‘통신·미디어’(15.3%), ‘물류·유통과 제조’(10.4%) 순으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기업체들은 AI 기술이 자사의 직무와 인력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기업체의 과반(50.1%)이 AI가 자사의 직무를 대체하고, 절반에 가까운 48.8%가 인력을 대체하리라 예측하였다. 특히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AI가 직무 및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산업 중에서는 서비스업만 유일하게 AI가 직무(58.3%)와 인력(56.3%)을 대체할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즉, 기업체들의 절반 정도만 AI가 자사의 직무와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AI가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업체들은, 직무 10%를 대체하는 데 평균 7.46년, 20%를 대체하는 데 평균 9.05년, 30%를 대체하는 데 평균 11.81년, 50% 이상을 대체하는 데 평균 20.2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인력의 경우에는 10%를 대체하는 데 평균 8.25년, 20%를 대체하는 데 평균 9.16년, 30%를 대체하는 데 평균 12.05년, 50% 이상을 대체하는 데 평균 20.73년이 걸릴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기업체들은 AI가 자사의 직무와 인력을 50% 이상 대체하는 데 향후 2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어 AI로 인한 단기적인 급격한 변화보다는 장기적인 점진적 변화를 전망하였다. 이와 함께 AI의 직무 대체 속도가 인력보다 더 빠를 것으로 예측하였다.



 
대다수의 기업체들이 향후 AI 기술 도입에 회의적
기업체들은 AI에 의한 자사의 직무 및 인력 대체에 회의적이거나 장기적인 변화로 보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AI 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체 대부분(89.0%)이 향후에도 AI 기술을 도입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체 역시 향후 추가 도입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38.9%에 머물렀다. AI 개발 및 운용을 위한 전문인력이나 조직을 갖추고 있는 기업체도 5.1%밖에 되지 않았다. 전문인력들도 ‘네트워크 및 클라우드 기술자’(31.4%)와 ‘소프트웨어 개발자’(31.4%)가 가장 많았고,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 AI 설계자’는 29.4%, ‘데이터 수집 및 가공 전문가’는 19.6%, ‘AI 활용 분석가’는 5.9%에 그쳤다. 현재까지 AI 전문인력이나 조직을 갖추지 않은 기업들 역시 향후 5년 내에도 여전히 ‘AI 전문인력과 기술·솔루션 모두 도입하지 않을 것’(71.5%)이라고 응답하였고, ‘AI 전문인력을 채용할 것’이라는 기업체는 9.8%에 불과했다.



기업 수요에 맞는 AI 기술 개발과 AI 테스트베드 구축이 필요
기업체들은 AI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로 ‘기업 수요에 맞는 AI 기술 및 솔루션 부족’(35.8%)을 꼽았다. 다음으로 ‘AI 기술 및 솔루션 개발 비용’(20.6%), ‘전문인력 및 역량 부족’(15.7%)과 ‘데이터 활용(개인정보 및 데이터 접근)’(15.6%)이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AI 도입 시 ‘AI 시스템이 만든 의사결정과 행동의 법적 책임’(23.1%)과 ‘AI의 잘못된 의사결정’(21.6%)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기업체들은 AI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연구개발 지원(AI 테스트베드 구축)’(23.3%)과 ‘AI 인력 양성’(21.6%), ‘데이터 개방 등 AI 인프라 구축’(19.8%), ‘규제 개선 및 규율체계 정립’(17.5%)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범용 AI 기술을 통해 AI 생태계를 활성화시켜야
AI 기술은 고용, 생산, 소비 등 사회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향후 인류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 섞인 목소리와 다르게 기업체들이 실제 AI 기술이나 솔루션을 도입한 경우는 매우 적었다. AI를 도입한 기업체들도 매출액 등 기업 성과에 도움이 됨에도 향후 추가적인 AI 기술 도입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 기술의 활용도가 낮은 이유는 빠른 시간 내에 AI가 직무나 인력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체 절반은 향후 AI가 자사의 직무와 인력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직무와 인력을 50% 이상 대체하는 데 약 2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기업체들은 ‘기업 수요에 맞는 AI 기술 및 솔루션 부족’, ‘AI에 대한 신뢰성 부족’, ‘전문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AI 기술 도입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정부가 대규모의 AI 투자정책과 AI 데이터 활성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음에도 AI 기술도입률이 낮은 것은 AI 서비스 생태계(공급자, 수요자, 촉매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촉매자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기업체들은 향후 5년 후 AI 주도국을 꼽으면서 그 이유로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 지원’(31.3%)과 ‘데이터 개방 등 풍부한 AI 인프라’(29.0%)를 지목하였다. 민간이 시도하기 어려운 영역에 정부가 선도적으로 투자한 후 민간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데이터의 크기와 다양성 측면을 고려했을 때 공공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데이터 개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AI를 도입한 기업체들은 도입·운영 과정에서 ‘데이터 부족’(36.1%)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AI의 의사결정에 대한 기업체들의 신뢰도 역시 매우 낮은 상황이다. AI 제품·서비스 확산을 위해서는 신뢰성·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AI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AI 행동 관련 법적 체계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기업체들은 AI 기술 도입의 어려움과 활성화 대책을 논의하면서 지속적으로 ‘전문인력 부족’을 언급하였다. 특히 전문인력 중 ‘실무형 기술인력 양성’(42.7%)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AI 전문인력 양성’도 중요하지만,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실무형 기술인력을 키워 기업 수요에 맞는 AI 기술 및 솔루션을 개발·보급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정부는 AI 기술이 데이터 중심의 특정 업체가 아닌 모든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투자만 있고 기업체는 사용하지 않는 활용 가치 없는 AI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