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이미 80%를 넘어섰다. 도시의 인구 집중과 기반시설 노후화는 교통 혼잡, 자원·에너지·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생활편의 및 삶의 질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도시 문제 해결책으로 스마트시티가 싱가포르, 중국, 미국, EU 등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인프라를 계속 늘리는 대신 ICT를 도시에 접목해 기존 인프라를 한층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도시모델이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스마트시티 조성 전담 조직을 출범시켰고 세종시와 부산광역시를 국가 시범도시로 삼아 ‘한국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정립해 이를 수출하겠다는 전략까지 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스마트시티 사업이 대략적인 윤곽만 잡혔을 뿐 제대로 된 실체가 없고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스마트시티라는 화려한 용어와 달리 실체는 건설 경기 부흥을 위한 SOC 사업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스마트시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 중심의 시민참여형 스마트시티 모델 정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KDI 여론분석팀은 스마트시티에 대한 국민적 인식, 도입 실태, 향후 전망을 자기기입식 웹(web)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보았다. 설문조사는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3월 9일부터 3월 13일까지 1주일간 진행되었으며, 표집방식은 지역, 성별, 연령별 층화표집방식을 사용하였고 이에 따른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서울·대전 ‘환경’, 세종·울산 ‘교통’, 제주 ‘생활복지’ 개선 시급해
스마트시티의 목적이 도시 문제 해결 및 삶의 질 개선에 있는 만큼 지역별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세종(66.7%)과 울산(50.0%)은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 문제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으며, 서울(27.8%)과 대전(28.6%)은 ‘환경’, 제주(41.7%)는 ‘생활복지’, 전북(67.6%)과 대구(63.8%)는 ‘경제’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편 대구(10.6%)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안전’ 문제의 시급성을 다른 지역에 비해 강조하였다.
‘개인정보 제공’ 40.5% 찬성, 반대자도 “투명성 보장되면 가능해”
스마트시티는 그 핵심이 ICT 기술을 도시에 접목하는 것에 있는 만큼 공공와이파이, 데이터 등 기초 인프라가 우선 갖춰져야 한다. 공공와이파이 이용 가능 현황을 살펴보면, 일반국민의 21.6%는 공공와이파이를 전혀 사용할 수 없었으며, 56.1%가 간헐적으로 사용, 22.3%가 자주 또는 항상 사용할 수 있었다. 공공와이파이 이용 여건이 가장 좋지 않은 지역은 제주(33.3%)와 충남(32.5%)이었고, 와이파이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지역은 대구(31.9%: 자주 이용 21.3%+항상 이용 10.6%)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제공과 관련해서는 일반국민의 40.5%가 교통체증 해소, 범죄예방 등 공공성을 위해 개인정보 관련 데이터(본인식별자료 삭제) 공개에 찬성하였다. 특히 유보(34.3%)와 반대(25.2%)를 표명한 응답자의 경우도 개인정보 데이터에 대한 사용처 및 이용 대가를 투명하게 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 제공에 찬성한다며 이들 중 과반인 63.7%가 기존 의견을 바꾸었다.
“스마트시티 알고 있다” 국민 27.3%뿐… ‘교통 개선’ 가장 기대
국토교통부를 주축으로 기자회견, 공청회 등 스마트시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시티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는 27.3%에 불과했으며, 들어본 적은 있지만 내용을 모른다는 응답자는 51.1%, 들어본 적도 없다는 응답자는 21.6%에 달하였다. 특히 스마트시티 국가적 시범도시로 선정된 세종시의 경우 해당 거주민의 절반인 50%가 내용을 모르고 있었으며, 부산은 거주자의 약 1/3 수준(37.3%)만이 스마트시티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인지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 대다수가 ‘의료, 안전 등 생활편의 및 복지 향상’(64.9%)을 이유로 스마트시티는 필요하다(70.9%)고 응답하였다. 또한 응답자의 84.9%는 해당 거주 지역에 스마트시티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현재보다 생활 만족도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였고, 특히 ‘교통’(34.4%)과 ‘생활복지’(29.0%) 부문이 가장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세종시 교통 스마트시티 서비스 가장 필요”… 유료서비스 이용의사는 낮아
정부는 2019년 6월 「제3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을 내놓으며 교통, 환경, 에너지, 생활복지, 경제, 안전 등 스마트시티 중점 6대 분야를 발표하였다. 이에 대한 필요성을 5점 척도(① 전혀 필요없음 <-- ③ 보통 --> ⑤ 매우 필요)를 사용해 평균값을 분석한 결과, 안전(4.37), 교통(4.34), 환경(4.29)에 대한 스마트시티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시티 서비스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역은 세종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교통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던 응답자(4.83)들은 같은 맥락에서 교통 부문의 스마트시티 서비스 필요성을 가장 강조하였고, 환경(4.50), 안전(4.67)에 대해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더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한편, 환경(4.50)과 에너지(4.25)는 제주, 경제(4.21)는 강원에서 필요성이 높았다. 생활복지(4.29)는 충북이 가장 높았지만 다른 지역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일반국민의 과반인 65.2%가 스마트시티 서비스는 공공사업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유료로 사용할 의사도 많지 않았다. 스마트시티 서비스 중 유료로 사용할 의사가 있는 부문을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이용의사가 없다는 응답이 38.9%로 가장 많았다. 유료 사용의사가 있는 서비스 중에서는 생활복지(27.9%)와 교통(27.8%)에 대한 응답률이 높았다.
분야별 우선순위 정하고 선별적으로 추진해야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분야별로 도입이 가장 필요한 사업을 살펴본 결과, 교통 분야는 ‘MaaS도입(승용차, 대중교통, 공유차량 등 모든 교통수단을 통합한 서비스)’(29.0%), 환경 분야는 ‘대기환경 예측 및 관리 서비스’(38.8%), 생활복지 분야는 ‘문화/여행/쇼핑 편의 시스템’(22.0%), 에너지 분야는 ‘에너지 자립 가능(제로에너지) 건축’(29.1%), 경제 분야는 ‘맞춤형 구인/구직 정보제공’(35.5%), 안전 분야는 ‘재해재난 예측 및 대응’(36.0%)이 가장 우선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지자체 정보 연계할 ‘통합플랫폼 구축’ 서둘러야
정부는 스마트시티 사업을 통해 혁신성장 정책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세종과 부산을 국가 시범도시로 삼아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재정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반국민의 스마트시티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국가 시범도시인 세종과 부산 거주민조차 스마트시티에 대한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범정부 차원뿐 아니라 지자체의 전략적인 홍보 방안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스마트시티 인지도를 높이면 시민 참여가 자연스럽게 늘어날까? 정부는 시민 참여 기반 스마트시티를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 정부의 스마트시티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응답(41.1%)은 과반이 되지 않았다. 전략적 홍보와 아울러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인할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와 참여도를 높이지 못하면 수요자의 필요보다 공급자의 편의에 의한 사업 추진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역별로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에서 스마트시티 정책이 추진돼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시티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확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안문제’(24.4%)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지자체 정보를 연계할 통합 플랫폼 구축’(47.1%)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형 스마트시티’ 모델이 공급자나 기술 위주가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돼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시민참여형 스마트시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