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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경제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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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스마트시티(종합)편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2020년 02호
“스마트시티란 무엇이고,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KDI 경제정보 리뷰」2020-2호의 좌담은 ‘스마트시티란 무엇이고,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분야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현재와 미래의 우리 삶과 밀접히 연관된다. 스마트시티는 무엇이고, 구체적인 당면한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되어야 하는지 스마트시티 분야를 이끌어가는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일시: 2020년 2월 11일 14:00~16:00
▶ 장소: 뱅커스클럽
▶ 참석자:
   김갑성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장(좌장)
   황종성 부산EDC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총괄계획가(MP)
   이재용 국토연구원 스마트공간연구센터장
   최귀남 Dell Technologies 스마트시티사업팀 전무
   김태형 한국교통연구원 스마트시티교통연구팀장
   김영준 LH스마트도시개발처 차장

#1. 미(味):  스마트시티를 맛보다 스마트시티의 정의와 특징

· 김갑성:  오늘 마련된 좌담회는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다양한 이슈를 점검해 보고자 모인 자리입니다. 큰 틀에서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정의와 기대효과 그리고 구현을 위해서 필요한 과제들, 스마트시티로 인한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려합니다. 이와 관련된 생각이나 의견들을 자유롭게 나누었으면 합니다. 먼저 스마트시티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 이재용:  스마트시티를 단순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작년 11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9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SCEWC; Smart City Expo World Congress)’ 기조연설에서 언급된 스마트시티의 정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가지 개념요소를 이야기했는데, 하나는 도시 안에 있는 자원의 효율화입니다. 스마트시티가 도시에 있는 자원의 분배를 최적화하는 수단이라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효율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스마트시티가 내비게이션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정리하면 스마트시티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도시 내 자원분배의 최적화와 인간 행동패턴 변화를 통해 기존에 해결할 수 없었던 도시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수단’ 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 김태형:  스마트시티의 정의는 국가와 도시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14년 국제전기통신연합회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스마트시티의 정의는 무려 120개에 달합니다. 환경은 물론이고 그들의 비전이나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죠.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2019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8개의 키워드로 정의 요소들을 분류했습니다.  도시 기능 향상, 환경보호 및 기후변화 대응, 사회 통합, 포용성,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 거버넌스, 시민서비스 등 입니다. 이러한 큰 방향성을 가지고 각국의 환경이나 비전, 목표에 맞춰 스마트시티를 정의하고 있더군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과 대구, 진주 등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니 스마트시티 정의도 다른 겁니다. 도시마다 스마트시티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어요.
“8개의 키워드로 뽑아낸 정의 요소…도시의 기능 향상, 환경보호 및 기후변화 대응,
사회 통합, 포용성,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 거버넌스, 시민서비스"

· 황종성:  스마트시티가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도시의 구성요소와 정의가 혼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예컨대 교통, 행정, 안전 등 도시의 핵심 분야가 스마트화되면 스마트시티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도시에 ICT가 접목되면 스마트시티라고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시티를 바라보는 저의 기본적인 시각은 스마트시티는 플랫폼이라는 겁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스마트시티에 왜 ‘스마트’라는 말이 붙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 오피스는 사무실에 컴퓨터와 같은 스마트기기를 들여놓는다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각종 스마트 기기와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반, 즉 플랫폼이 갖춰질 때 스마트 오피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스마트시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기술과 혁신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플랫폼이 갖춰진 도시를 스마트시티로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마트시티란 다양한 기술과 혁신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플랫폼이 갖춰진 도시”

· 김갑성:  스마트시티의 정의에서 기술적인 요인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결코 비중이 작은 요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선 기업에 계신 최귀남 전무님께서 의견을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 최귀남:  IT회사에 근무하다보니 기술적인 관점에서 스마트시티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시티 혹은 인텔리전트시티, 디지털 시티라는 용어가 나온 배경을 생각해보게 돼요. 이러한 용어들은 교통이나 환경 문제, 범죄, 에너지 등 도시가 비대화되지 않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목적에서 생겨났을 겁니다. 여기에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도시 서비스에 대한 높아진 기대치도 배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Cooperative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 기반의 서비스를 받고 싶고,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타고 싶죠. 기술회사 입장에선 이렇듯 높아진 기대치에 대응하는 한편 도시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스마트시티라고 정의를 내리고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과거 U-City 정책 때에는 RFID(무선 주파수 인식 시스템; Radio-Frequency Identification)나 사일로 형태의 통신기술을 활용했던 것이고요. 오늘날 스마트시티 정책에서는 AI나 블록체인 등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생활편의를 향상시키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스마트시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스마트시티의 정의는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생활편의를 향상시키는 수단”

· 김갑성:  스마트시티의 정의와 관련해 조금씩 다른 측면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모두 비슷한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는 도시계획 차원에서도 같은 의견을 드릴 수 있습니다. 도시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솔루션으로서의 스마트시티에 초점을 맞추지만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측면이나 공동체 회복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스마트시티에 충분히 녹아들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시티에 대한 이슈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 확보, 공동체 회복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스마트시티 개념에 들어가야”

· 황종성:  스마트시티에서 ‘데이터’라는 요소는 정말 중요합니다만 데이터 중심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화는 곧 데이터화를 의미하지만 데이터가 있다고 스마트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죠. 데이터는 스마트시티가 구현되면 당연히 따라오는 자원입니다. 데이터가 많으면 서비스가 풍부해지고, 서비스가 풍부해지면 데이터도 많아집니다. 그런데 두 요인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따진다면 서비스입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가 오늘날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비스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많아서 좋은 서비스가 나온 것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좇을 것이 아니라 질 좋은 서비스를 만들면 데이터는 자동으로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스마트시티는 투자와 관심의 대상이 데이터보다는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좋은 스마트시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 데이터는 자동적으로 축적될 것”
 
· 최귀남:  데이터 자체에 매몰될 필요는 없지만, 스마트시티 구현에 있어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데이터들이 모두 다 제각각이라는 점이에요. 기존 데이터는 각 기관과 부서별로 저장·관리돼 데이터 표준화와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영상데이터는 한 달밖에 저장이 되지 않고, 다른 데이터들은 아래한글이나 PDF 형태로 제공되고 있어서 컴퓨터로 바로 읽을 수도 없죠. 실제 활용에는 제약이 많았어요. 이렇다보니 서울시는 빅데이터 통합저장소인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라는 사업을 통해 도시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교통이나 환경, 에너지, SNS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주와 강원도, 제주도 등 많은 지자체들이 블록체인,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있어, 핵심은 모두 데이터입니다. 데이터가 스마트시티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시티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데이터가 스마트시티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시티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임에는 틀림없어”
 

#2. 시(視):  혜택과 비용을 짚어보다 스마트시티의 기대효과


· 김갑성:  이번에는 스마트시티가 구현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떨까요? 조금 더 구체화시킨다면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비용 측면의 관점에서 의견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아무리 효과가 좋더라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오히려 비효율적이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 이재용:  현재 챌린지 사업(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과 시민, 지자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스마트솔루션 구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기술 중심의 서비스가 도입되었을 때,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와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공공서비스 운영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민간과 정부의 협력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비용은 낮추면서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효율적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어요. 민간 기술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서비스 구현에 방해 요인들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민간주차장을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유주들의 허락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협조를 받아 일을 잘 마무리 지었다고 하더군요. 당장 민간이 스마트자전거 사업을 하려고 해도 거치대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것은 모두 지자체 승인 사항입니다. 민간사업이라고 단독으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는 없어요. 정부의 협조를 통해 보이지 않는 비용들을 낮출 수 있습니다.
“민간의 기술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결합될 때 비용은 낮추면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 구현 가능”

· 김갑성:  처음에 구축비용이 발생할지 몰라도 이를 통해 생산되는 서비스가 운영기관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스마트’한 것이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에 돈만 계속 들어가는 상황은 스마트한 것이라 할 수 없죠. 첨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스마트라고 할 수 없다는 시각과 같은 의견입니다. 
“‘스마트’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도시에서 생산되는 서비스가 운영기관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의미”

· 최귀남:  민간은 100원을 투자하면 2~3년 내 최소 120~130원은 나와야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발표된 맥킨지(McKinsey&Company) 자료를 보면 분야별로 교통이나 운송, 생활 등이 스마트시티로 구현됐을 때, 효율성이 2~3% 정도 향상된다는 분석결과가 나옵니다.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수치로 투자 대비 효과가 있는 분야입니다. 다만 스마트시티는 5년이나 10년이 걸릴 수도 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1~2년 안에 파일럿과 실증사업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조급함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효과를 보고 싶은 조급함이 스마트시티 사업이 ‘ROI(투자자본수익률, Return On Investment)가 안 나온다’, ‘돈 뿌리는 사업이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기업의 시각에서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효율성 상승을 통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

· 황종성:  스마트시티의 기대효과를 비용과 편익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방식을 활용하려면 전후 변화(before/after)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reform도 있고, transform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reform은 전후 변화가 존재하고, transform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겁니다. 스마트시티라는 개념은 reform하는 부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transform하는 일이에요. 당연히 비용과 편익을 따져봐야 하지만, 스마트시티는 디지털 전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간혹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분명히 다릅니다. 디지털화는 기존 방식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것으로 전후를 비교할 수 있어요.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겁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므로 비용편익의 좁은 시야를 벗어나야 합니다. 결국 스마트시티도 디지털화에 국한해 접근할 것인지, 디지털 전환의 관점에서 접근할지가 중요합니다.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므로 비용편익의 좁은 시야를 벗어나야”

· 김갑성:  스마트시티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트렌드의 특징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김태형:  과거의 교통 연구는 어떻게 하면 혼잡을 줄일까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신호를 잘 조절할 수 있을까?’, ‘도로를 어떻게 신설하면 흐름이 원활해질까?’ 등이죠. 많은 부분이 차량과 도로와 같은 인프라에 집중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스마트시티로 관점이 넓어지면서 교통 서비스를 누리는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서비스가 중요해졌어요. 요즘 해외에선 전통 킥보드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를 비롯해 공유자동차, 자율주행 셔틀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대중교통이나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자동차 등의 수단과 연계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하는 통합 모빌리티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통합이동서비스(MaaS; Mobility-as-a-Service)라고도 하죠. 우리나라도 통합이동서비스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스마트시티와 연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통합이동서비스(MaaS)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스마트시티와 연계해 나아가야 할 방향”

· 황종성:  4차 산업혁명의 산업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선 디지털 전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도시에 접목하는 일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부족한 부분을 도시가 보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도시는 하나도 변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기술, 예컨대 자율주행 자동차만 도입한다고 그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어요. 기술적으로 완전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부족해 서비스가 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일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앞서서 미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런 성취를 20년 전의 브로드밴드 인터넷에서 이룬 경험이 있어요. 한국만이 빠른 인터넷이 가능했기 때문에 싸이월드, 온라인 게임 등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을 우리가 만들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도시에 접목하는 동시에 기술의 부족한 부분을 도시가 보완하는 것”

#3. 후(嗅): 시류의 향기를 맡다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과제와 해결책

· 김갑성: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스마트시티의 개념을 정의하고 그 효율성을 따져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구현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고, 해결책은 어떤 방향으로 제시되어야 하는지 등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직접 스마트시티 사업을 진행하는 김영준 차장님께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영준:  사업을 하다보면 다양한 갈등 상황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갈등이 기술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입니다. 기술을 도구로만 바라보면 ‘최신 기술이 아니면 스마트시티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주장의 현실적인 문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죠.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되면 기대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기술을 목적으로도 바라봐야 합니다. 기술 자체의 개발을 중요하게 여겨야 민간 기업들이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생깁니다. 기업이 기술 개발의 의욕을 갖도록 만들어 경제·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기술을 바라보는 이 두 가지 시각이 양립되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다보니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두 번째는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스마트시티가 효율적일 수 있는 근간에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민체감형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막대한 운영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통합플랫폼은 차치하고 센서 하나에만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렇다보니 스마트시티 사업에 투자하는 사업자는 신도시 개발을 위한 도시개발사업자밖에 없습니다. 기업도 각자의 분야에 따라 수주형 기업이 있고 서비스형 기업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수주형 기업만 육성하는 방향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이 흘러간다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개발은 늦어지고, 스마트시티 사업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될 것입니다.
“스마트시티에서 기술은 수단인 동시에 목적으로 봐야…시민체감형 서비스 위주의 스마트시티 정책 수립이 필요”

· 황종성:  스마트시티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기술들이 융합되어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이들의 관계를 규정하는 아키텍처를 정의하는 일과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키텍처라고 하는 것은 도시를 형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고, 플랫폼은 이렇게 규정된 관계들을 표준화해 제도·기술적으로 구현되도록 만드는 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키텍처와 플랫폼을 가진 도시라면 부분이 전체와 연결되고, 부분들 간의 융합이 발생하는 일을 구현할 수 있죠. 제가 아는 한 아키텍처와 플랫폼을 가진 스마트시티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없어요. 지금 추진하는 국가시범도시는 앞으로 국내외 스마트시티에 적용될 아키텍처와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키텍처와 플랫폼이 갖춰진다면 도시의 수많은 사업들이 독자적으로 추진되면서도 도시 전체의 가치를 증진하는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아키텍처와 플랫폼 없이 스마트시티라는 국가적 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키텍처와 플랫폼 체계를 갖추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를 형성하는 수많은 요소 간의 관계를 정립하는 아키텍처와
이를 표준화하는 플랫폼을 먼저 고민하고 정책을 수립할 때 효율적인 스마트시티 구현 가능”

· 김갑성:  사실 꼭 스마트기술이 있어야 스마트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쓰레기 수거 시간을 약속해서 사람들이 지킬 수만 있다면 기술의 도움 없이도 거리가 깨끗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보니까 기술과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모든 영역이 최첨단화 되는 것이 스마트시티는 절대 아닙니다. 기술이나 시스템에 매몰되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을 알 수가 없어요. 기술 문제라면 늦게 시작하는 도시일수록 최첨단화가 될 거예요. 도시 간 기술이나 시스템 경쟁이 심화되면 오히려 비효율이 늘어날 겁니다. 스마트시티 정책의 목표는 우리의 모든 패턴을 변화시켜보는 겁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도 기술적 조건이 미흡한 것이지 서비스가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나 위치기반의 규제, 사람들 인식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뿐이죠. 민간 기업 중심의 스마트시티 구현이라는 목표는 명확한데, 어떤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의 대한 논의들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스마트시티 구현은 기술이 아닌 더 나은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에 달린 문제”

· 최귀남:  기업의 변하지 않는 속성이 하나 있는데, 돈이 되면 알아서 투자한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과거의 U-City 사업이나 지금의 스마트시티 사업을 보면 지자체나 중앙정부의 예산으로 기업은 스마트시티 구축만 하고 끝나버립니다. 스마트시티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리빙랩, 시민참여, 민간주도 등인데 지금의 국책·지자체 사업을 보면 여전히 이와는 거리가 있어요. 기업이 수동적인 참여자에 머물지 않기 위해선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투자해서 마진이 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시민들이 기꺼이 지불할 만한 서비스를 민간이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의 경우, 민간이 서비스를 구축·운영하고, 공공은 서비스 이용요금만 내요. 그리고 수혜는 시민이 받는 거죠. 민간이 구축하고 운영하되 5년마다 리뉴얼 할 수 있을 정도로 6~7%의 마진만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민간이 선투자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한 겁니다. 우리나라는 정부 예산으로 민간에게 구축을 위한 발주만 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수익성이 낮아서 대기업들은 참여하지 않아요. 일본의 사례처럼 민간이 구축하고 운영·서비스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계속 늘려간다면 지자체는 시민 편의에만 여력을 쏟으면 되는 거죠.
 “일본은 민간이 서비스를 구축·운영하고, 공공은 서비스 요금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
기업의 참여와 시민 편의 증진 모두 달성”

· 이재용:  기존 공공의 역할을 민간화 시키는 것이 옳으냐. 옳지 않으냐는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민간투자 쪽을 보고 있으면 너무 보수적인 접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확실한 이익이 생겼을 때 투자하겠다는 것은 민간이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들리거든요. 오히려 첫 단계부터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생각보다는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한번 시도해 보겠다는 마인드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말씀을 드린 이유는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민간 기업들이 가진 시각 때문에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 중 일부는 본 사업 이전에 실증사업 단계에서도 얼마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기업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기업들이 보수적인 시각에서 정부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것 같아요. 공공투자 자체가 초기에는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너무 많은 수익성을 바라보고 접근을 하면 초기의 실증이나 테스트를 하기 위한 정부 프로젝트 자체가 아예 어긋나기도 하더라고요. 무조건 기업들에게 위험을 감내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공공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지나치게 수익성에 치우친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단기적인 수익성 추구는 초기 공공프로젝트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 김갑성:  스마트시티 사업과 관련하여 궁금해 하는 이슈 가운데 하나가 시범도시가 아니라 기존 도시의 스마트시티화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에요. 이 부분은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목표는 기존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시급한데 이걸 하려면 시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부터 개인정보 이슈들과 같은 많은 난관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의 스마트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해요. 이런 과정 없이 하향식(top-down)으로 만들면 스마트해질 수가 없어요.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을 추상적인 설명으로는 설득시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시범도시를 운영하게 된 겁니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 변화된 모습들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거죠. 동탄, 송도 등이 있지만 종합 서비스가 존재하는 형태는 없었어요. 그래서 부산과 세종, 2곳을 시범도시로 선정한 것입니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시스템이 갖춰진 도시를 만들어 사람들이 보고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좋은지 체험해볼 수 있고, 외국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얼마나 앞서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이런 시범도시를 통해 구체적인 종합 서비스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도시에 ICT를 활용한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예요. 결국 스마트시티는 기존 도시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범도시 통해 스마트시티의 구체적인 종합 서비스 형태 체험하게 만들어 기존 도시들의 스마트시티화를 추진”

· 황종성:  스마트시티 사업은 분명 도시 단위로 진행하는 것이지만 국가적인 사업 부분도 크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미래 도시의 코어에 해당하는 부분만 심플하게 원칙으로 정해서 이를 아키텍처로 구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시범도시를 만들고, 이후에 전체 도시로 확장한다면 부분과 전체가 체계적으로 융합될 수 있어요.
또한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대도시의 문제를 스마트시티로 해결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낙후지역의 문제를 풀어내는 것도 큰 의미가 있거든요. 쇠퇴한 도시나 작은 농어촌 마을 같은 곳들은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아 거의 정부 보조금으로 유지하고 있어요. 부산 시범도시를 구성했던 아키텍처와 플랫폼을 낙후지역에 도입하면 서울과 같은 수준은 아닐지라도 비슷한 수준의 의료, 교육, 모빌리티, 안전 등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아키텍처와 플랫픔으로 구현된 스마트시티 모델 만들어지면 낙후지역의 많은 시민들도 혜택 누릴 수 있어”

#4. 청(聽): 포용의 소리를 듣다 스마트시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

· 김갑성:  스마트시티가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자인되고 있지만, 반대급부적인 면도 많은 것 같아요. 언론에서도 많이 보셨겠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로 인한 서비스들이 기존 산업과 충돌하고 있어요. 타다나 우버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죠. 기존의 법이나 제도에선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죠. 스마트시티 역시 시민들의 삶을 조금 더 편하게, 그리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입니다. 그런데 기존 산업들과 충돌하게 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법, 제도와도 충돌하다보니 예상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모빌리티 분야 외에도 로봇이나 AI 기반 산업이 노동력을 대체하는 부분도 문제죠. 그렇다고 새로운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을 수는 없죠. 다양한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하고 합리적으로 문제없이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지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정말 준비할 때가 된 것 같아요. 기술 발전으로 도시를 새롭게 하는 것 이외에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혹은 해결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준비들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서비스들이 기존 제도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며 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의체가 필요한 시점”

· 최귀남:  정책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더라고요. 중국 인구가 14억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CCTV 개수가 대략 1억 7,000만대가 될 거예요. 올해 안으로 4억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카메라 한 대가 4명을 모니터링하게 됩니다. 이런 기술은 사회주의니까 활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제가 무단횡단을 하면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디지털정보 디스플레이)에 내 얼굴과 이름, 직업이 바로 나와요. 기술은 상당히 스마트해 보이는데 제도는 스마트하지 않은 거죠. 정책,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기술만 발전하다보니 나타나는 역기능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밸런스를 맞출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역기능을 제대로 보완할 수 있는 스마트한 정책이 기술보다 먼저 고민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책 결정자들이나 학자들이 고민해서 정책에 반영해야 사회적 갈등이나 충돌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겁니다.
“스마트한 정책이 기술보다 먼저 고민되어야 스마트시티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

· 김영준:  LH는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해외 마스터플랜 수주 사업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어느 국가에 가서 현황을 점검하는데 담당자가 자리에서 특정 차량번호를 검색하니까 해당 차량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감시당하는 모습을 보니까 개인정보와 관련된 서비스에 대해선 제도적 장치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에 강제적으로 모든 차량에 GPS 설치가 의무화되니 기술적인 측면에서 정보수집 비용이 거의 제로(0)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정보를 수집하려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야하는 데 말이죠.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정보와 관련된 서비스에 대해선 제도적 장치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필요”

· 김태형:  공공 데이터를 통합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까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민간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를 통합·융합하는 것입니다. 한 개인이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이나 승차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와 같은 민간서비스를 이용해 움직일 때 앱 기반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고 총비용은 얼마인지 등을 예측할 수 있으려면 민간과 공공의 모든 데이터가 통합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어요. 만약 민간의 입장에서 이런 서비스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민간과 공공의 서비스 융합으로 이뤄지는 전체 서비스가 구현되기 힘들어요. 데이터 3법과 같이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 제공 단계에서 공공과 민간이 어떻게 협업해서 데이터를 모으고 서비스 개선을 위해 활용할지, 그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는 어떤 부분에서 법·제도적 지원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과 민간이 어떻게 협업해서 데이터를 모으고 서비스 개선을 위해 활용할지,
정부는 어떤 부분에서 법·제도적 지원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한 관심 필요”

· 김갑성:  데이터가 있어도 공공데이터는 두 가지 때문에 활용이 어려워요. 첫 번째는 부정확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책임 소재의 문제 때문입니다.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서 연구를 했을 때 책임 소재가 데이터를 준 사람한테로 가요. “이 정보 누가 준거야?”, “왜 줬어?” 이런 문책을 당하는 거죠. 언론에라도 나가게 되면 큰일이에요. 이럴 가능성이 있으면 담당자가 데이터를 주지 않죠. 상황이 이렇다보니까 담당자가 데이터 활용해서 어떤 연구를 할지 자꾸만 물어봐요. 그냥 자료를 주면 연구하는 사람이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주제를 수없이 생각해서 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질 텐데 말이죠.
“데이터 부재가 아닌 부정확성과 관리자의 책임 소재 문제로 데이터 활용이 저조”

· 황종성:  데이터 관련 기업들의 불만은 곱씹어 볼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바로 데이터가 없다, 데이터가 있어도 사용하기 어렵다, 이런 불만이 있는데 어떤 것은 기업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분명 외국에도 데이터 자체가 우리 보다 월등히 많은 건 아닐 거예요. 모든 조건이 갖춰진 데이터는 없다고 봐요. 모든 데이터가 준비된 상태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데이터를 확보하고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는 일을 성공시킨 기업만이 혁신적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정부가 데이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열악한 환경에서 가용한 데이터를 가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려는 기업들의 도전정신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성과 자체가 바로 데이터 산업에서 성공의 조건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의미 있는 서비스가 나오면 이것을 활용해 다시 더 좋은 서비스로 이어지는 선순환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모든 상황을 만족시킬 수 있는 데이터는 존재할 수 없어…특정 데이터 자체에만 의존하지 않는 창의적 접근법 필요”

#5. 촉(觸): 변화를 감지하다 스마트시티 정책의 미래

· 김갑성:  마지막으로 앞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종합적으로 나눠보겠습니다. 이재용 센터장님께서 먼저 의견을 주시겠어요?

· 이재용:  전체적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의 뼈대는 다 만들어졌어요. 앞으로 제가 중점을 두고 싶은 부분은 실증사업을 산업화로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사실 실증만으로 산업화가 저절로 진행되지는 않아요. 실증되고 난 결과물들을 가지고 기업들이 어느 정도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확산하는 프로그램 체계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산업화를 위한 정책 확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이에 다음 키워드는 ‘확산’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증사업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산업화를 위한 정책 확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 최귀남:  아세안 국가에 있는 직원들한테 연락을 받는 내용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스마트시티의 사례와 솔루션 자료를 달라는 거예요. 해외에서 국토교통부를 통해 마스터플랜을 세워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들었어요.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스마트시티 경험이 산업화로 연결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지게 될 겁니다. 정부가 보다 강하게 해당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정책 측면에서 대한민국이 스마트시티의 전진기지나 수출기지 형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준다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아세안 시장은 물론 유럽 시장에도 통할 수 있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고려한 정책 설계 필요”

· 황종성: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정함에 있어서 스마트시티를 바라보는 전략적 인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과거 우리의 성공사례인 브로드밴드 인터넷은 미래 사회의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접근하고 들어갔어요. 다른 나라들은 통신 이슈나 새로운 통신기술 정도로 봤는데 우리는 통신이 아니라 미래의 인프라로 생각했던 겁니다. 그래서 ‘초고속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 highway)’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미국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를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은 디지털 경제라는 시각에서 R&D와 새로운 비즈니스도 구현한 거죠. 스마트시티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죠. 미래 국가 체계를 변화시킬 새로운 산업화의 초석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도시의 아픔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수단으로도 볼 수 있어요. 우리 정부가 미래를 지향한다면 미래에 있을 창의적인 것, 그러니까 현재의 역할 구분을 창조적으로 파괴해야 해요. 앞서 논의했던 데이터 공유 이슈나 창조적 파괴를 미래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전략적인 정책 시각을 가질 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정립할 수 있을 것”

· 김갑성:  그렇죠. 선투자한다는 의미에서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것이고, 시민들과 기업들이 주도해서 시장을 만들고 시범도시에 특수목적법인(SPC, Special Purpose Company)을 만들어서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의 스마트시티는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와 같은 주체들과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낙후지역이나 도서지역에서 헬스케어, 원격교육 등이 이뤄지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일입니다. 나아가 외교부까지 포함해 제3세계로까지 확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결국 추구하는 것은 내가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 기술의 혜택이 닿지 못하는 곳으로 확산시키고, 한편에선 기술의 혜택이 필요 없는 사람들끼리 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시티 정책은 기존 도시의 스마트화에서 낙후·도서지역의 스마트화로 확대되기를 기대”

· 김태형:  사실 도시가 규모나 환경과 같은 여건들이 다 다르잖아요. 작년에 저희가 신남방위원회와 한-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사업을 같이 했었어요. 아세안 국가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진행하는 첨단 교통 시스템, 스마트 모빌리티,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시티 모델을 도입하고 싶어 하더군요. 그런데 위원장님 말씀처럼 농어촌이나 도시 등의 지역 여건이나 환경에 따라서 스마트시티의 전략과 방향, 과제들이 달라지고 서비스 적용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의 추진전략은 잘 만들어졌는데 디테일한 부분에서 실질적으로 각 도시의 최적 전략이 무엇인가는 명확하지 않아요. 이런 디테일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세안 국가도 처한 환경이 모두 달라서 서로 다른 전략을 제시했었어요.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의 시스템이 그대로 제주나 부산에 적용될 수는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스마트시티 정책은 추진전략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세부적인 사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

· 황종성:  부산도 외국과의 스마트시티 협력 사업이 활발합니다. 그런데 최근 몇몇 국가에서 말하는 불만사항을 들어보면 약간 일방적이라는 거예요. 한국의 스마트시티 사업이 홍보도 잘되고, 내용도 좋은데 문제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나 제약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향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나 봅니다. 물론 일부 기관의 이야기겠지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해외 사업을 할 때에도 특정 부처나 기관을 넘어선 시각으로 미래를 볼 수 있는 장기적·체계적 기획을 가지고 접근해야 해외 시장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래를 볼 수 있는 장기적·체계적 기획 가지고 접근해야 해외 시장이 더 넓어질 수 있어”

· 최귀남:  맞습니다. 이런 문제가 사실 단일창구가 없어서 생긴다고 생각해요. 해외에서 일부 요건을 충족하는 기관에 개별적으로 의뢰하다 보니까 전체적인 시각에서 살펴보고 접근할 유인이 별로 없죠. 제 생각에는 단일창구가 생겨서 종합적인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단일창구 통해 종합적인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 필요”

· 김갑성:  무엇보다 좋은 사례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아세안 국가들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면 도입하기가 어렵잖아요. 생활수준과 환경에 맞는 기술,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는 건 이런 차원이에요. 해외에 이미 성숙된 기술을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다양한 접점기술을 많이 시연해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아세안 시장을 필두로 다양한 모범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많은 실험이 필요”

· 황종성:  미국하고 유럽 쪽은 물론이고 개도국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반면에 중국에 대한 평판은 썩 좋지가 않아요. 중국 기업이 많은 투자를 했지만, 기술 전수까지 이어지지 않아서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 기업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스마트시티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좋은 시기입니다.
“해외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대신해 우리나라 기업이 기회를 얻기에 좋은 시기”

· 김갑성:  도시라고 하는 게 정답이 없어요. 계속 변화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죠. 뉴욕은 이렇고, 서울은 저렇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을 수렴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해요. 사람들 눈높이에 맞춘 각기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과거 U-City와 스마트시티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U-City 때에는 이런 포맷으로 가야한다고 정해 놓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어려울 거예요. 플랫폼 사업의 형태도 좋고, 꼭 플랫폼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옵션을 주고 선택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변화하는 속성을 가진 도시에선 사람들 눈높이에 맞춘 각기 다른 접근과 다양한 옵션을 주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 등이 필요”
 
· 김영준:  우리의 스마트시티 해외진출은 거의 개발도상국 위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왜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는 진출을 하지 못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영국의 브리스톨社와 브리스톨대학 합작으로 만든‘브리스톨 이즈 오픈(Bristol is Open)’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여기 CEO가 우리나라 세종 스마트시티 시범단지에 와서 깜짝 놀랐어요. 규모에 놀라고, 플랫폼 베이스로 운영된다는 사실에 감탄했어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자기들은 방범CCTV의 경우,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돼 통합을 못하고 있고, 교통 시스템도 제각각이어서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스마트시티도 플랫폼 베이스로 운영하기 위해 부서 간 이해관계 조정에 15년이 걸렸어요. 우리의 경험은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 시장에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스마트시티 정책은 개발사업과 스마트시티를 같이 고민하면서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순수한 스마트시티 모델 자체를 글로벌화 할 수 있는 형태로 다듬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향후 스마트시티 정책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한국형 스마트시티 모형 구축에 집중해야”

· 김갑성:  저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서 교차실증 도시를 구축하려고 해요. 세종과 유럽의 도시나 일본, 미국의 도시들과 서로 협력해 시스템을 만들어 보는 거죠. 현재는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과는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도 그렇고요. 최근에는 호주도 같이 하려고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우리만의 스마트시티가 아닌 선진국들과 유기적 연계가 이뤄진 스마트시티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저 역시 공감합니다. 장시간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 주신 참석자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만 전문가 좌담회를 끝마치겠습니다.

 * 전문가 좌담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