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래 오늘 좌담회는 토큰증권의 개념과 등장 배경을 짚고, 최근 제도적 변화가 갖는 의미와 산업적 파급효과를 함께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특히 지난 11월 24일 국회 법안소위 통과로 토큰증권 제도가 본격적인 법적 기반을 갖추면서, 기존 자본시장 체계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 결합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토큰증권은 단순히 새로운 디지털 자산의 한 유형이라기보다, 기존의 증권 개념을 분산원장이라는 새로운 기술 인프라 위에서 다시 정립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토큰증권 관련 현장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럼 먼저, 제도 설계에 직접 참여하신 이용준 사무관님부터 토큰증권의 개념과 등장배경, 그리고 이번 제도화의 핵심 취지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용준 이번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서는 토큰증권을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전자적으로 등록된 전자증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주식·채권 등 전통적 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을 중심으로 한 레거시 시스템(legacy system)에서 전자증권 형태로 기록·관리되어 왔습니다. 반면 토큰증권은 동일한 증권을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전자화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토큰증권은 어디까지나 증권이며, 자본시장법이 정한 여섯 가지 증권 유형
1)이 분산원장 상에 등록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분산원장이 과연 법적으로 ‘정당한 장부’로 인정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해당 장부가 정당한 효력을 가져야 증권으로서 법적 지위가 보장되는데, 기존 레거시 인프라와 분산원장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어 현행법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전자증권법(전자등록법)까지 함께 개정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신종증권, 특히 조각투자와 투자계약증권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토큰증권에
대한
논의도 급속히
활성화되었습니다. 과거엔 투자계약증권이 주로 규제 회피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로 활용되었다면, 최근에는 비정형적이고 혁신적 금융상품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금융상품을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전자적으로 등록·관리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시장과 정책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되었고, 그 해답 중 하나로 분산원장 기술이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금융위원회 역시 조각투자와 투자계약증권의 제도적 안착을 위해 분산원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결국 이번 입법의 핵심 취지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제도권 안에서 안전하게 법적으로 인정받으며 발행·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기반 위에서 시장·업계·정책 당국이 함께 실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할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1) 자본시장법이 정한 6가지 증권으로는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이 있음.
김갑래 정리해보면, 토큰증권은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 안에서 블록체인 방식을 허용하고 그동안 제도적으로 불확실했던 투자계약증권의 발행과 유통까지 제도권 안으로 포섭한 새로운 법적 인프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자본시장법에서는 ‘증권성 판단’을 중심으로 투자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이제는 전자증권법 등 제도적 기반을 정비함으로써 혁신적 금융상품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에 따라 조각투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투자계약증권 상품들이 제도권 내에서 정식으로 다뤄질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자본시장에서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토큰증권이 기존 증권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이번 법적 인프라 구축으로 자본시장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그리고 각 시장 플레이어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허세영 저는 실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토큰증권 도입은 정책·법제 측면에서 하나의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토큰증권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조각투자 자체가 자본시장법상 불가능했던 것은 아닙니다. 법리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이를 시장에서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였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부동산 증권화 사례를 떠올려 보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제도적 인프라가 미비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와 법제 정비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공시·신고·수리 절차를 포함한 정식 제도 안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토큰증권의 의미는 금융시장을 단번에 바꾸는 혁신 자체라기보다는, 새로운 금융 실험이 제도권 안에서 가능해진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도 존재하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토큰증권은 일종의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상징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에 대해서도 수십억, 수백억 원 단위가 아니라 100만~1,000만 원 수준으로 나누어 투자하는 구조가 가능해졌고,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나 공간에 직접 투자하는 소비자 참여형 투자 모델 역시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례로,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 중인 ‘우리 동네 상권 소유하기’ 프로젝트를 들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은 상시적인 자금 수요를 안고 있지만, 정책자금이나 보조금 중심의 지원만으로는 이를 충분히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점포나 상가를 소유한 소상공인의 폐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통계인데, 이는 임차 환경의 불확실성이 경영 안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만약 조각투자를 통해 지역 주민이 점포를 함께 소유하고 배당을 받는 구조가 가능해진다면,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성은 물론 지역 커뮤니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토큰증권은 법이 허용한 새로운 실험의 기반이며, 이를 통해 부동산·문화콘텐츠·지역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금융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두 기존 증권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토큰증권의 차별성은 단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급격한 변화라기보다는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데 있다고 봅니다. 금융 분야에서는 종종 ‘금융 빅뱅
2)’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첫 번째 금융 빅뱅의 핵심은 증권 거래 시스템의 전산화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과거에는 전광판이나 컴퓨터 화면에 표시되는 가격이 ‘현재 호가’가 아니라 ‘최근 체결가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런던 거래소가 이를 전산화하면서 실시간 호가를 확인하고 즉시 주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로 인해 브로커와 딜러, 거래소 간의 역할 구분이 빠르게 희미해졌고, 특히 이해 상충 규제가 엄격했던 영국 시장에서는 그 경계가 사실상 무의미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형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이 성장하고 인수합병(M&A, Merger and Acquisition)시장이 확대되었으며 금융투자업 내 경쟁이 심화되는 한편 서비스 품질은 개선되고 수수료는 낮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저는 토큰증권이 바로 이와 유사한 의미에서 ‘두 번째 금융 빅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빅뱅이 전산화였다면, 두 번째는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과거 전산화가 브로커와 딜러 간 경계를 허물었다면, 토큰증권은 더 나아가 거래소·브로커·딜러 간 경계까지 통합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토큰증권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경우 중개·유통·거래 기능이 디지털 기반 위에서 통합되며,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증권시장 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2) 금융 빅뱅은 1986년 영국 증권거래소가 실시한 일련의 증권제도의 대개혁으로, 증권매매 위탁수수료 자유화, 은행과 증권업자 간 장벽 철폐, 증권거래소 가입자격의 완전 자유화, 외국 금융기관의 자유로운 참여 허용 등 증권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증권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친 것을 의미(시사경제용어사전, 기획재정부)
강형구 토큰증권을 이해할 수 있는 경제학적 프레임으로 거래비용경제학(transaction cost economics)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토큰증권은 스마트 컨트랙트화(smart contract)로 구현된 증권으로, 이론적으로는 극히 작은 단위까지 분할 발행이 가능하며, 국경과 관계없이 빠르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개인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토큰증권 논의에서 핵심은 단순한 기술적 비용 절감이 아니라, 정보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압구정동의 고가의 아파트를 1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다수 소액 투자자는 실제 소유주와 달리 투자 자산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으므로 정보 비대칭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금조달 우선순위 이론(pecking order hypothesis)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나 자산 보유자는 우량 자산을 먼저 금융회사 자체 투자(PI)나 핵심 고객, 사모펀드에 배분하고, 이후 공모 시장으로 넘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토큰증권은 마지막 단계에서, 극도로 잘게 쪼개진 형태로 유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결과, 명목상 거래비용은 낮아질 수 있으나, 정보 탐색과 판단에 드는 실질적인 비용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핵심은 정보 비대칭성이 낮고, 거래비용이 높은 자산을 토큰증권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 장기 국채입니다. 30년 만기 국채는 유동성이 낮아 거래가 활발하지 않지만, 정보 비대칭이나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자산을 세분화하여 토큰증권으로 유통한다면, 투자자에게는 안전성을 제공하면서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고, 토큰증권의 단점을 동시에 보완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정보 비대칭성이 낮은 장외 자산, 공공부문 자산, 혹은 삼성전자와 같은 프라임 자산(prime asset) 역시 유사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산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자금조달(global fundraising)과 인공지능 기반 투자 전략이 앞으로 토큰증권 시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갑래 강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거래비용 관점에서의 정보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 특히 조각투자와 투자자 보호 문제는 토큰증권 제도 설계에서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는 투자자 한도를 설정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 성숙도에 따라 한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토큰증권 관련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토큰증권을 매수할 경우, 하나의 거래에 가상자산법과 자본시장법이 동시에 적용되는 이중 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금융과 가상자산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혹은 금가분리와 같이 명확히 분리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강형구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대량 발행될 경우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지만, 토큰증권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실제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적으로 유사하며, 본질적인 차이는 이자 지급 여부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토큰화된 국채나 삼성전자 토큰증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결제 시점에 해당 토큰증권이 즉시 매각되거나, 이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이 생성되어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소량이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사용될 뿐, 통화정책을 교란할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며 특히 토큰증권의 핵심인 증권대금동시결제(DVP, Delivery versus Payment)
3)구현을 위해서도 스테이블코인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3) DVP는 증권대금동시결제(Delivery versus Payment)의 약어로, 중앙예탁기관의 증권 결제 시스템과 대금 결제은행의 자금 결제 시스템을 연계해 동시에 결제하는 방식을 의미(시사금융용어, 연합인포맥스)
김갑래 매우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최근 위즈덤트리(WisdomTree)
4)와 같은 자산운용사를 방문했는데, 이미 비들(BUIDL)
5)과 CMA(Cash Management Account)
6) 계좌를 연동해 앱 하나로 결제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기존 MMF(Money Market Funds)
7)나 CMA 계좌에서 직불카드로 결제하는 방식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실시간 결제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현재 대규모 거래에서는 실시간 결제가 쉽지 않지만 STO(Security Token Offering)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경우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가상자산 시장과 토큰증권 시장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함께 발전해야 할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위즈덤트리(WisdomTree)는 ETF(상장지수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5) 비들(BUIDL, BlackRock USD Institutional Digital Liquidity Fund)은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에서 발행한 이더리움 기반 토큰화 펀드
6) CMA는 종합 자산 관리 계좌(Cash Management Account)의 약어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수시 입출금 통장을 의미
7) MMF는 Money Market Funds의 약어로,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해 단기 금리의 등락이 펀드 수익률에 신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초단기 공사채형 금융상품(시사경제용어사전, 기획재정부)
강형구 맞습니다. STO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순식간에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어 결제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포트폴리오 안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주식, 국채 등 다양한 자산을 함께 담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일부 자산은 제도적으로 편입되고, 일부는 제한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통합된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김갑래 이러한 맥락에서 금융위원회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최근 청문회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자본시장 정책 부서와 디지털 자산 담당 부서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앞으로는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용준 비들(BUIDL)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구조는 핵심적인 혁신 요소입니다. 기존의 경우 MMF를 원화로 매수, 매도할 때 T+1일
8) 결제가 이루어졌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실시간 결제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여러 부서의 협업이 중요해졌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8) 거래일(transaction) 기준 다음 날(+1)에 결제가 완료되는 금융 결제 시스템. 예를 들어, 월요일에 거래가 체결되면 화요일에 자금과 증권이 실제로 교환되는 구조
#2. 토큰증권의 현주소 : 기술·산업·정책 동향 및 쟁점
김갑래 이제 토큰증권의 기술·산업 및 정책 동향으로 논의를 옮겨보겠습니다. 토큰증권 발행 과정에서는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블록체인이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며, 이는 현실적으로 적격 분산원장 요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초기 논의 과정에서는 업계 일각에서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퍼블릭 블록체인 자체에 권리 추정력을 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도 블록체인 원장을 등기부와 같은 법적 권리 추정의 근거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논의 흐름을 반영해, 현재 제도 설계는 발행인이 증권사 계좌를 통해서만 접근 가능한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동시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력이나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참여자들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일정한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혁신성과 투자자 보호, 그리고 시장 신뢰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적격 분산원장 요건, 투자자 보호, 혁신성 간의 균형 문제에 대해 패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출처: 업비트투자자보호센터(2021) 자료를 바탕으로 일부 요약·재구성
허세영 기술적으로는 앞서 말씀하신 내용들을 구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현실의 운영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의 입장에서는 큰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 운용 단계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고, 실무적으로는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영역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경우, 제도적 공백(loophole)과 같은 세부적인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기술적 가능성과 실무적 안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혁신과 안전 사이에서의 선택은 마치 진자(pendulum)처럼 계속해서 오갈 수밖에 없으며, 정책적으로 어디에 기준선을 그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정두 블록체인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놓고 보면, STO 도입 이전의 조각투자 논의에서도 핵심 이슈는 결국 투자자 보호였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거래비용을 낮추고 기술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몇 가지 구조적 한계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거래는 일단 체결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고, 중개인이 없는 구조에서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개입이 쉽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향후 블록체인의 적격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증 가능한 적격 요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형구 이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법적으로 인정받는 원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발행인 계좌 관리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입니다. 먼저 법적으로 인정받는 원장에 대해서는 세 가지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블록체인이 곧 법이다’라는 접근으로, 블록체인 장부 자체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둘째는 발행자나 관리 기관이 책임을 지고, 해당 기관이 관리하는 원장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셋째는 예탁결제원이 유일하게 원장을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관리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고려할 때, 예탁결제원이 단일하게 관리하는 구조가 가장 적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른 기관들도 충분한 역량을 가질 수 있지만, 제도 초기 단계에서는 관리 주체를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비슷한 논리로, 발행인 계좌 관리도 한 군데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기관이 관리할 수 있겠지만, 단일 기관이 맡는 것이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자산의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국채와 같이 안전성이 높은 자산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관리가 가능하겠지만, 정보 비대칭이나 도덕적 해이가 큰 자산은 보다 엄격한 관리가 요구될 것입니다. 아울러 블록체인 구조 자체에서 이중 구조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국채와 같은 자산은 사전 승인된 참여자만 원장 유지·검증에 참여하여 거버넌스와 책임성이 강화된 퍼미션드(permissioned) 블록체인에서 관리하고, 유통 단계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김갑래 여러 중요한 고려 사항을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예탁결제원이 단일 관리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논점입니다. 총량 관리를 예탁결제원이 담당하도록 설계한 것도 운영 안정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의 결과입니다. 다만, 예탁결제원이 유일한 전자등록기관으로 기능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혹은 복수의 전자등록기관을 허용하는 것이 경쟁과 혁신 측면에서 더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발행인 계좌 관리 기관입니다. 만약 대기업이 발행인 계좌를 관리하게 될 경우, 방대한 정보가 특정 기관에 집중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정보 비대칭이나 리스크 관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에서 창업 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장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장치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용준 토큰증권 입법의 핵심 철학은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 장부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전자증권법에서는 이미 전자등록 계좌부의 개념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증권사가 관리하는 고객계좌부는 법적 효력을 가지며, 해당 계좌부를 통해 고객이 보유한 증권의 소유권이 증명됩니다. 분산원장에서 토큰화된 자산이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원장이 고객계좌부(簿)나 자기계좌부의 성격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분산원장을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하려면, 이를 법적으로 효력 있는 장부로 명확히 정의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분산원장 도입을 논의할 때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을 비교하게 되는데, 현단계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을 곧바로 채택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확신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우선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기본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퍼블릭 블록체인을 검토하는 접근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갑래 결국 적격 분산원장의 요건은 대통령령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며, 퍼블릭 블록체인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마련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이 실제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적격 분산원장에 대한 규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형구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불안감 자체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모든 사고를 사전에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택시 영업 허가를 내주면서 “사고가 전혀 없어야지 영업 허가를 내주겠다”라고 묻는 것과 같은 질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말자는 결론으로 가는 것은 다소 과도하게 보수적인 접근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하고,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는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퍼블릭 블록체인을 제도적 선택지로 열어두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되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시장 전체에 더 유익할 수 있습니다.
김갑래 의견 감사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어느 나라든 권리 추정력이 부여되는 원장에 대해 적격성을 정의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핵심은 거래 안정성, 결제 완결성, 그리고 각종 위험 요소를 어떻게 정리해 적격성 요건으로 명확히 설정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이 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도, 향후 시행령과 하위 규정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해당 기준을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가 다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논의를 산업과 정책 측면으로 확장해 보겠습니다. 최근 주식 시장을 보면 관련 테마주가 형성될 정도로 시장의 기대가 큰 상황입니다. 우선 산업적 파급 효과를 중심으로, 자산 유동화 측면과 인프라 측면, 그리고 장외시장의 역할을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이용준 토큰증권을 통한 자산 유동화 논의에서 국회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언제나 “투자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입니다. 부동산과 같은 자산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될 수 있지만,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의 경우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예술품 역시 유동화가 가능하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으나,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고 자산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에서 어떤 수준의 정보가 증권신고서에 포함되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쟁점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적절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단계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장외시장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을 보더라도 장외유통시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이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장외유통시장의 안착 여부는 산업 전반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따라서 관련 인가 정책과 업무 기준에 대한 심사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강형구 퍼블릭 블록체인이 결국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 글로벌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생태계가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 아래 국채 토큰화를 추진할 경우, 글로벌 자산과 연결될 가능성도 함께 열리게 됩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 다양한 제3자가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생태계 자체가 핵심 가치가 될 것입니다. 또한 유동화 측면에서는 부동산 토큰화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부동산은 현행 제도하에서도 접근이 쉽지 않지만, 이를 조각 투자 방식으로 유동화하면 현금에 가까운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압구정동의 고가 아파트와 같은 자산도 1만 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면, 개인 투자자도 자산 가격 상승의 혜택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기존 금융시장에서도 부동산을 더 잘게 쪼개 유동화한다면, 더 많은 투자자가 자산 가치 상승에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두 STO를 통한 자산 유동화와 투자 접근성 확대 효과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시장 전반에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금융시장에는 이미 제도권 안에서 투자 가능한 자산들이 충분히 존재하며, 시장은 초기 단계에서는 새로운 자산보다는 검증된 기존 자산을 중심으로 STO를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조각 투자 사례에서도 보듯,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는 다양한 법적 장벽이 존재하며, 이를 하나씩 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이나 미술품과 같은 특수 자산이 점차 시장에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의 안정적 안착입니다. 제도가 자리 잡으면 거래비용이 낮아지고, 중개기관 없이도 STO가 신뢰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금융상품과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허세영 실무적인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자산별로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상품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초자산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나 “괜찮은 자산이니 바로 진행하자”라는 방식은 불가능합니다. 규정에 따라 복수의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평가를 받아야 하며, 예컨대 100억 원 규모로 설계하고 싶어도 평가 금액이 60억 원이면 그 이상으로는 구조화할 수 없습니다. 이후 외부 위원까지 참여하는 정식 상장위원회를 열고, 속기록을 포함한 모든 절차를 거친 뒤 투자설명서와 증권신고서를 작성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은 형식뿐 아니라 상품성까지 심사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엄격합니다. 부동산은 그나마 수월한 편입니다. 이미 시장에서 평당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 가격의 상한이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자산은 케이스별로 훨씬 복잡합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핵심은 접근성입니다. 위와 같은 구조는 원칙상 가능은 했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사모 시장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의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개인 투자자가 클릭 몇 번으로 해외 주식을 소액 단위로 살 수 있듯이, 토큰증권 역시 제도화와 플랫폼화를 통해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가의 부동산 자산부터 K-콘텐츠 IP까지, 개인이 10만 원, 100만 원 단위로 다양한 실물·지식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물론 상품은 안전하게 구조화되어야 하지만, 토큰증권이 가져올 변화는 결국 투자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갑래 정책적 측면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법안소위 통과 이후에도 2024년에 발표된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주요 기준처럼 인용되고 있지만 실제 정책 환경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던 시점과 비교해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정권 교체로 관련 정책 기조가 변화했고, 국내에서도 토큰증권이 4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가상자산기본법, 비트코인 현물 ETF,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제도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기존 가이드라인 역시 일정 부분 보완이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먼저 사무관님께서 정부 정책의 현재 방향을 간단히 설명해 주시고, 이후 세 분께서 평가나 보완 의견을 덧붙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용준 가이드라인은 본래 일반론적인 수준에서 작성되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무난한 내용입니다. 다만 실제 제도 적용 과정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예술품·한우·음원 등 개별 사례를 심사하며 축적된 판단 기준을 보도자료 형태로 안내하는 등 실무 차원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활성화 과정에서 가이드라인도 조정되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는 부동산, 음원, 예술품, 한우 등 일부 자산군에 논의가 집중되어 있고, 항공기 엔진이나 대출 자산과 같은 영역은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특히 공시심사 부서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기준이 점차 정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원칙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면 보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강형구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가치평가(valuation)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에 기존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려다 보니 복잡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압구정동 고가의 아파트와 같은 자산은 비교적 가치평가가 용이하며, 기관투자자들과의 Book Building
9)을 통해 가격 형성이 가능합니다. 반면 새만금과 같은 신규 자산을 토큰화하는 경우에는 가격 산정 자체가 훨씬 어렵습니다. 이런 자산의 경우 삼성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과 같은 대형 증권사가 Book Building을 통해 가격을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 법과 절차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가격 형성 과정과 자금 조달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9) 기업공개 시 공모가격 산정을 위해 주간사 증권사가 공모주식 수요를 파악하여 공모가격을 결정하는 것으로, 수요예측제도를 의미(경제용어사전, 한경)
이용준 글로벌 자금조달과 관련해 하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100년 만기 국채를 토큰화한다고 할 때, 과거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100년 만기 국채가 불가능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강형구 기술이 없어서 불가능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존에는 다양한 규제와 절차로 인해 해외 투자자가 한국 국채에 접근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이러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년 만기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고, 고객확인제도(KYC, Know Your Customer)
10)나 자금세탁방지(AML, Anti-Money Laundering)
11)와 같은 규제 절차를 각 참여 기관이 분담하도록 함으로써 발행 주체는 자금 조달에 보다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제도적 장벽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습니다.
10) KYC(Know Your Customer)는 금융회사가 자금세탁, 테러자금조달, 금융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의 신원, 거래 목적, 재무정보, 실제 소유자 정보 등을 식별·확인하는 고객확인제도를 의미(경제용어사전, 한경)
11) AML(Anti-Money Laundering)은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합법적으로 취득한 것처럼 위장하는 과정을 적발하고 예방하는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의미(토스)
김갑래 보충해서 말씀드리면,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서 원화 국채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제한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를 통해 원화 자산이 담보 금융이나 무역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면, 국제적 활용 가능성은 확대될 수 있습니다. 물론 중요한 점은 블록체인 기술만으로 국채 수요가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토큰화된 자산이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이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제도 설계와 시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형구 가치평가 측면에서 토큰증권은 기존의 고비용 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수업자를 통해 가격을 정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증권사가 직접 투자자들과 Book Building을 통해 가격을 형성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소규모 자산에는 이러한 절차가 불필요할 수 있지만, 대형 자산이나 프로젝트에는 여전히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갑래 인수업자 중심 구조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조각 투자에서도 외부 가치평가 비용을 어떻게 낮출 것인지가 과제가 됩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발행을 담당하는 경우, 기초자산의 신뢰성과 적정성을 확보하는 절차가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AI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준 Book Building과 관련해 덧붙이자면, 대형 증권사가 다루지 않는 1,000억~2,000억 원 미만 규모의 자산은 중형 증권사에게 충분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자산이긴 하나 건수가 많아 수익성이 있다 판단되면 시장 원리에 따라 사업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이 이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논리적으로 잘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정책이 현실에서 적용 가능하고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결국 정책이라는 토대 위에서 민간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시장이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갑래 말씀을 종합해보면, 토큰증권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기존 제도하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조각 투자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증권업계 전반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새로운 중개 주체의 등장으로 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두 국채의 해외 판매와 관련해서는, 현재 한국 국채를 해외에 판매하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하는 절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상당한 제약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는 Book Building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가이드라인은 기존 법과 제도를 기반으로 작성되다 보니, 새로운 상품이 가진 불확실성을 충분히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STO는 새로운 상품이자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기존 제도 위에 추가적인 규제가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상품인 만큼 일정 부분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이드라인이 규제 집행자 입장에서 위험을 관리하고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시장의 관점에서는 가이드라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곧 비용으로 직결됩니다. 향후 가이드라인이 시장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실질적인 활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보완되기를 기대합니다.
#3. 토큰증권의 도전과제
김갑래 다음으로 토큰증권을 둘러싼 기술적, 법적, 정책적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토큰증권의 법적 프레임워크가 마련되었지만 아직 하위 규정이 정비되어야 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 또 법이 정해진 이후 어떤 부분이 구체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허세영 무엇보다 업계 차원에서는 실제 사례가 하나라도 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면, 그 제도를 활용해 어떤 실질적인 서비스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토큰증권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활용 사례(use case)가 시장에 한 번이라도 출시된다면, 그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확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정두 현재로서는 제도 그 자체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실제 운용 단계에서의 태도와 접근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TO와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등장하면 시장과 당국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이러한 상품이 긍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한번 시도해 보자”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와 감독 당국 역시 새로운 금융상품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일정 수준의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준 제도적으로 유의해야할 점은 토큰증권 제도화가 기존 자본시장 규제를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제도가 갖는 의미와 역할을 보다 깊이 있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기존 자본시장법 체계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정두 박사님 말씀처럼, 어떤 부분은 규제를 완화해 업계를 지원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시장 참여자에게 더 큰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갑래 종합적으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보다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식이 구현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빠르게 해당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레거시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보다 효율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용준 네 맞습니다. 토큰증권만으로 해결 가능한 영역도 있지만, 스테이블코인과 결합될 경우 결제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고, 기존 자본시장과의 연계 역시 한층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김갑래 장시간 여러 중요한 의견을 주셨는데, 결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 사무관님께서 초반에 던지신 화두를 다시 짚어보고자 합니다. 현재 디지털자산 시장은 사실상 투 트랙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이미 거대해진 기존 가상자산 시장이 존재하고, 이 시장에서 투자자가 사기를 당하지 않고 최소한 보유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받도록 하기 위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투자계약증권·수익증권의 토큰화를 포함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토큰증권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본격적인 제도화 단계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즉, 기존 가상자산 시장과 새롭게 형성되는 토큰증권 시장이 서로 다른 리듬으로 제도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러한 문제는 이미 ETF 논의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현물 ETF의 경우, 기초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주체가 가상자산법상 보관관리업자인지,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인지, 혹은 두 제도가 병존할 수 있는지조차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한 기초자산을 시장 충격 없이 확보해 ETF 수요에 맞게 관리하는 중개 역할을 가상자산사업자(VASP,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12)가 맡을 것인지, 아니면 증권사가 인력과 설비 요건을 갖춰 수행할 수 있을지도 계속 논의 중입니다. 이처럼 양 시장이 제도적으로 수렴해 가는 과정에서 기존 시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 논의의 중심은 토큰증권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 나아가 디지털자산 시장 전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국가적 과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향후 실물자산 토큰화(RWA, Real World Asset)
13)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가상자산 시장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 허 대표님 의견부터 듣고 싶습니다.
12) 가상자산의 매도, 매수, 교환,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 등의 영업을 수행하는 자(국민은행)
13) RWA 자체에는 토큰이라는 의미가 없지만, 최근 물리적 자산(부동산, 금, 미국 국채 등)을 블록체인에 올려 디지털 토큰으로 만든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
허세영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삼성전자 주식은 종이가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주식, 토큰증권, RWA 역시 모두 디지털 자산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산이 어떤 기술적 형식을 취하느냐보다, 무엇에 투자 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경계가 모호한 현 상황에서는 디지털 자산 정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정두 STO 논의 초기 금융위원회는 ‘음식과 그릇’이라는 비유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 증권이 본질이고, 토큰은 단지 그릇에 불과하다는 의미였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인위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자산은 동일한 규율 체계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컨대 가상자산이 증권적 성격을 띠면 증권 규제를 적용하고,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기능을 수행한다면 지급결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현 단계에서는 자산의 형식보다는 기능에 따라 규율하는 접근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갑래 저 역시 여러분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여기에 더해 스테이블코인 규제 문제를 짚고 싶습니다. 최근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입법절차팀 역시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즉 2단계 입법 틀 안에서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이나 토큰증권과는 구별되는 제3의 영역으로, 본질적으로 지급수단을 목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투자성을 가져서는 안 되며,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고 준비자산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때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구조가 아니라, 최초 신고 이후 수시공시를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특히 준비자산의 총량과 가치가 발행액과 일치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공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규제 요소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디지털자산법이나 토큰증권 논의 과정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투자상품처럼 다룰 수 있는 요소들이 일부 포함되고 있어 우려가 됩니다. 이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지급수단으로서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EU의 가상자산 시장 규제(MiCA, 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14) 역시 스테이블코인을 ‘전자화폐 토큰(EMT, E-Money Token)’으로 별도 규율하고 있고, 미국 또한 독립적인 규제 체계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토큰증권과 가상자산의 중첩 문제와는 별도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단일법으로 갈 것인지, 디지털자산 기본법 내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향후 2단계 기본법 논의에 앞서 충분히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14) EU에서 제정한 세계 최초 암호자산시장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가상자산 기본법
이용준 현행 제도상 증권성이 인정되는 자산은 자본시장법의 규율을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제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전자등록 주식 등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으로 명확히 제외하고 있으며, 불공정거래 규제 역시 자본시장법 체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향후 개인 지갑에서 이더리움, STO, 스테이블코인이 함께 관리되고 결제 과정에서 토큰 간 전환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환경을 상정하면 지급결제 안정성, 투자자 보호, 계좌 관리의 정확성 등 새로운 과제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금융당국이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4. 제언 및 맺음말
김갑래 오늘 논의는 이 정도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시간에 걸쳐 귀중한 의견을 나눠주신 패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혹시 미처 전하지 못한 말씀이나 덧붙이고 싶은 제언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세영 오늘 자리를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8년 말부터 약 7년간 이 시장의 변화를 현장에서 지켜봐 왔고, 앞으로도 업계의 책임을 다해 자본시장에 의미 있는 선례를 남기고자 합니다. 학계와 정책 당국, 시장 참여자 여러분의 노력 덕분에 시장이 조금씩 성장해 왔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강형구 사실 이미 해법은 나와 있다고 봅니다. 굳이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보다, 해외에서 이미 성공한 사례를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비들이나 온도파이낸스(Ondo Finance)
15)사례처럼 검증된 구조를 참고해 ‘한국형 모델’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을 불러 국채를 일정 규모로 발행·유통해 보자는 식으로 실험을 제안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출입은행이나 주택금융공사는 외화 증권을 지속적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하면, 누가 더 잘 설계하고 실행하는지를 경쟁적으로 시험해보는 방식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복잡한 준비보다, 검증된 방식을 빠르게 적용해 실제 사례를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5) 온도 파이낸스는 미국 국채 등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해, 디파이 환경(중개기관 없이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으로 운영되는 금융시스템)에서도 안정적인 실물자산 수익을 제공하려는 RWA 중심의 금융 플랫폼
이정두 시장 밖에서 새로운 시도를 바라보면 보다 열린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반면 정책 실무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구조로 인해 규제가 촘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혁신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처럼 혁신에는 일정한 리스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인지한 이용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과도한 후견주의를 완화하고,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에는 일정한 여지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용준 오늘 논의를 통해 많은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향후 시행령, 감독규정, 가이드라인 등 후속 제도 설계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대한민국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갑래 저도 간단히 덧붙이고 싶습니다. 앞서 강형구 교수님 말씀과 관련해, 올해 두 차례 미국 출장을 가면서 위즈덤트리(WisdomTree)라는 자산운용사를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본 서비스는 말 그대로 ‘슈퍼 앱’에 가까웠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내 실명 계좌와 연동되어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고, 해당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이자를 제공하는 MMF 상품(TMF)에도 즉시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또 결제 시에는 직불카드처럼 자동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MMF의 기초자산 매각 절차까지 내부적으로 처리되는 구조였습니다. 아마 강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도 이러한 해외 혁신 사례를 보며, “법 통과 여부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빨리 TF를 만들어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이해합니다. 그런 문제의식 자체는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한편 금융위원회가 장외 중개업자 제도와 관련해 비교적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큰증권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대해, 입법이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설명회를 열고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다만 현재 국내 시장의 인식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이미 상용화된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 간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해외 사례를 빠르게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을 설득하고 조정할 시간 역시 필요합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간의 시각 차이도 존재하는 만큼,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조율이 요구됩니다. 결국 제도 측면에서는 투자자 보호, 시장의 수용성, 그리고 혁신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은 속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준비는 이미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주요 인프라 기관들이 착수한 상황인 만큼, 이러한 시도들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업계의 혁신을 육성하는 정책적 지원도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민관 합동 TF와 같이 금융위원회가 조정 역할을 맡아 관계 부처와 함께 논의를 활성화하는 구조 역시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귀중한 시간 내주신 패널 여러분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좌측부터)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용준 금융위원회 사무관,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 전문가 약력 ♦
김갑래 (좌장)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융법연구센터 센터장
• Indiana University School of Law-Bloomington 법학 석·박사
• 경희대학교 법학과 학사
강형구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테이셔널파이낸스 공학과 교수
• Duke University Fuqua School of Business 석·박사
• University of Virginia 경제학과 석사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이용준
• 금융위원회 사무관
이정두
•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실 선임연구위원
• (前)금융감독원
• Indiana University School of Law-Bloomington 법학 석·박사
•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
허세영
• 루센트블록 대표
• (前)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 카네기멜론 대학교 컴퓨터공학 학·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