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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한국의 선택전문가좌담-포스트 코로나 시대(종합)편
자료연구팀 2020.07.08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의 선택”
▶ 일시: 2020년 5월 20일 14:00~17:00
▶ 장소: 레스팅 플레이스(충북 청주시)
▶ 참석자:
     우천식 KDI 글로벌경제실장(좌장)
     박병원 STEPI 글로벌 혁신전략연구본부 연구위원
     이명호 여시재 Solution Designer
     이성호 Inno D-Lab 대표
     이종관 성균관대학교 철학과/미래인문학 교수
     최항섭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 코로나19의 실상과 현주소 How painful?
· 우천식:  오늘 마련된 좌담회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다양한 이슈를 점검해 보고자 모인 자리입니다. 이와 관련된 생각이나 의견들을 자유롭게 나누었으면 합니다. 5월 20일 현재 219개국에서 498만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32만명 이상 사망할 만큼 코로나19의 여파가 큽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질병확산을 막기 위한 통제정책(containment policy)을 취하는 동시에 뉴딜정책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전반적인 상황과 실상에 대해 먼저 한번 간단하게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심각한 경기침체 속에서 전 세계 통제정책·경기부양책 실시”
 

· 이명호: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전망이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사회적 측면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29년 대공황이나 2008년 금융위기가 과잉생산이나 금융시스템의 버블로 인한 위기였다면, 지금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의 이동이 중단되고 경제활동이 멈추면서 경제 전반이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봅니다.
또한 코로나19의 독특한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첫째, 코로나19는 치명률은 높지 않지만 전염력이 매우 높은 질병이기 때문에 전체 감염자 수가 매우 많고 이로 인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과거 사스(2003년)나 메르스(2015년)와 같은 전염병이 지역적 유행에 머물렀던 것과는 차이가 있지요. 둘째,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처럼 코로나19 역시 2차 유행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셋째,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따라서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인종차별,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약화, 미·중 갈등, 탈세계화(deglobalization) 등이 예상되므로 사회 전반적인 영향을 짚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인종차별, 글로벌 가치사슬 약화, 미·중 갈등, 탈세계화 등이 예상”
 
· 우천식: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219개국에서 모두 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확산 및 피해 정도는 국가별로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 이명호:  우리나라는 비교적 확산을 잘 통제한 국가인데요. 이는 우리나라 바이오업계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신속하게 개발·생산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체계가 갖춰진 덕분에 대규모 진단검사가 가능했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이를 통해 감염자를 격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의 확산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한계가 이번 전염병 유행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선진국의 경우 만성질환에 대응하는 개별진료체계로 전환되었고, 우리는 대중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1:1 개인 맞춤형으로 진료하는 선진국의 시스템은 대량의 환자가 발생하는 전염병에는 취약합니다. 반면 의사 한 명당 하루에 1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우리의 시스템은 지금과 같은 전염병에 대처하는 데는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이 선진적인 진료체계인지 여부는 의문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전염병 대처에 효과적”
 
· 이종관:  코로나19 피해와 관련해서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요. 먼저, 초반에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선진국 중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피해 정도가 다르고, 같은 유럽 내에서도 북유럽과 남유럽의 피해 정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에 국한해서 보자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중보건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비용 절감에 나섰던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은 큰 피해를 받았던 반면, 독일이나 덴마크 등 기존의 공중보건 체계를 유지해 온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코로나19는 시장자본과 사회적 자본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합니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시장자본은 발달했지만, 사회적 자본이 빈약한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것입니다. 바이러스를 둘러싼 과학기술, 자본, 권력의 융합양상(assemblage)이 사회적 현상으로 질병을 재구성한 셈이지요.
“사회적 자본이 빈약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큰 피해
 
· 이성호:  사실 독일은 공공보건의 비율이 약 30%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편이고, 영국처럼 100% 공공보건을 하는 국가가 더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의료체계의 공공·민간 여부보다는 감염병에 대한 의료시스템의 대비가 국가별 피해 정도를 결정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공공보건의 비율이 낮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과거 사스나 메르스 등을 겪으면서 감염병 대응 체계를 보완하고 방역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꾸려 도상훈련을 실시하는 등 시스템을 마련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겨울철 미세먼지나 봄철 황사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됐는데, 마스크에 대한 이러한 인식 차이도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감염병에 대한 의료시스템 대비 체계가 국가별 피해 정도 결정”
 
· 최항섭:  덧붙여서 말씀을 드리면 프랑스의 의료체계 붕괴에 앞서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어이없게도 마스크 부족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일례로 최근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영상은 과거 프랑스 보건부 장관의 청문회 영상입니다. 프랑스 의회 의원들이 마스크 과잉생산이 국가 재정 낭비라고 비판하면서 마스크가 부족하다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면 된다고 지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후 프랑스에서는 급속도로 자국의 마스크 생산이 감소했습니다. 현재 프랑스가 마스크 부족으로 확진자 급증을 겪고 있음을 감안하면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마스크 부족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많은 논의와 성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 기류도 굉장히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마스크 부족이 확진자 급증에 결정적 영향”
 
· 박병원:  저는 각국의 의사결정 구조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프랑스나 스페인 등 과거 제국주의를 경험한 국가들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하향식(top-down approach) 의사결정 구조인데요, 중요한 판단이 의사결정권자의 인지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염병 초기에 의사결정권자가 사태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마스크 착용 등 확산을 지연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한다면, 결정적인 시간을 놓치고 급속도로 확산을 겪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지난 70여 년간 자신들이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해왔다는 인식이 감염병 사태에서 다른 국가와의 공조를 저해한 측면도 있습니다.
“각국의 의사결정 구조가 대응의 차이 유발”
 
#2. 세계 경제의 흐름 빠른 회복 vs 침체의 늪
 
· 우천식:  현재 전 세계가 매우 밀접하게 연결(interlinkage)되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스페인 독감 등 과거 사례에 비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세계경제가 곧 회복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 박병원:  논의를 진전하기에 앞서 코로나19가 경제나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의 요소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딜로이트에서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나리오를 보면 몇 가지 핵심적인 변수들이 있습니다. 첫째, 코로나19라는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둘째, 전 세계적 협력(collaboration)이 얼마나 긴밀할 것인가입니다. 새로운 지정학적 질서의 근본적인 개편 가능성과 맞물려 있습니다. 셋째, 각국의 의료체계 대응입니다. 넷째, 소위 말하는 생명 대 생계의 문제(lives vs livelihood) 가운데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다섯째, 사회적 결속력(social cohesion)입니다. 사회적 자본이라고도 하죠. 이러한 요소들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따라 향후 펼쳐질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 요소들에 따라 시나리오 크게 달라질 것”
 
· 이종관:  향후 경제전망과 관련하여 철학계에서는 현대 경제를 지탱하는 진짜 펀더멘털(fundamental)은 무엇이고 바이러스는 도대체 무엇일까?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선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실체(entity)가 아니라 과정(process)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형되어 끝나지 않는 과정이지요. 바이러스 그 자체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둘러싼 정치·경제학적 조건들이 팬데믹을 만든 것인데요. 예컨대 오늘날 이동성이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지역 질병으로 끝날 수 있었던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것일 수도 있죠. 또한 현대문명과 경제와의 연관성 및 취약성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합니다. 과정으로 존재하는 바이러스는 본질적으로 멈출 수 없는 것인데요. 일시적으로 확산이 멈췄다고 해서 우리가 안도하고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팬데믹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경제도 회복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시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대증요법도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규명하는 연구 필요”
 
· 최항섭:  저는 코로나19와 관련된 각국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두 가지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1년 이내의 백신개발이 될 것이고, 두 번째는 코로나19 만큼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 가능성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매우 예외적인 바이러스이며, 단기간 내에 서구 선진국에서 백신을 개발한다고 가정해보면, 현재 코로나19로 선진국들이 큰 피해를 입고 여러 가지 불신에 직면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에 그치고 기존과 같은 서구 중심주의적인 체제가 지속될 것입니다. 반면, 백신 개발에 실패하거나 코로나19가 재유행 혹은 코로나19와 유사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이 된다면, 한국 등 아시아의 입지가 강화될 것입니다. 또한 비자발적으로 ‘언택트(untact)’ 관계를 경험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가체제가 해체되고 개인과 시민단체의 입지가 강화되는 탈근대사회가 진행되었는데, 감염병으로 인해 근대적인 강한 국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것입니다. 문화적으로는 코로나19 낙인으로 인해 특정 국가에 대한 선호나 혐오와 같은 이미지 정치가 강화되는 현상이 예상됩니다.
“백신 개발과 새로운 바이러스 창궐 가능성이 변수,
특정 국가에 대한 선호나 혐오 이미지 정치 강화”

 
· 우천식:  지금까지 말씀하신 사항을 정리하면, 세계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사태가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오늘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은 세 가지 시나리오별 전망을 담았습니다. 먼저 코로나19 확산이 국내에서는 상반기부터, 전 세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잠잠해지고 경제활동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가정한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한국 경제가 올해 0.2%, 내년 3.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와 해외 모두 코로나19 확산이 확대돼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경제정책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경우(하위 시나리오)에는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반대로 코로나 확산이 빠르게 둔화되면서 국내에선 5월부터, 해외에서는 3분기부터 경제활동이 가시적으로 살아날 경우(상위 시나리오)에는 올해 성장률이 1.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KDI 기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올해 0.2%, 내년 3.9% 성장 전망”
 
IMF의 경우, 올해 글로벌 경제가 -3%, 한국경제가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어서 좀 낙관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올해 경제 성장이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IMF 올해 글로벌 경제 –0.3%, 한국 –1.2%”

 
· 박병원:  지난 5월 15일 기준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경제 예측 모델인 ‘GDP나우'는 2분기 미국 경제가 42.8% 역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주 –34.9%보다 더 하향 조정한 것이죠. 그래서 생각보다 빠른 회복보다는 굉장히 깊은 침체 이후에 각국의 사정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고르지 않고(bumpy) 더딘(slow) 회복으로 의견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결국은 나이키 마크 형태의 누운 L자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경제, 나이키 마크 형태 회복 예상”
· 이성호:  실물경제는 18~24개월 정도 불황이 지속되면서 나이키 커브의 형태로 더디게 회복할 것으로 보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컨센서스입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이미 연초 고점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입니다. 다만, 모든 산업군이 고르게 반등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산업군은 그다지 회복되지 못한 반면, 디지털 부문은 오히려 연초보다 더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회복을 하더라도 구경제와 신경제 간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구경제의 어려움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는 세계화, 도시화, 고령화의 세 가지 현상으로 인해 급격히 확산됐다고 보는데, 결국 코로나19 이후 세계화와 도시화가 억제되면서 항공, 에너지, 자동차 등 관련 산업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경제가 회복해도 구경제의 어려움 심화 예상”
 
· 이종관:  최근 주식시장의 회복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일부가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했던 경험과 학습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소위 말하는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처럼 말이죠. 장기적으로 어떻게 되든지 간에 단타 매매에 나서서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요.

· 박병원:  동의합니다. 올 초부터 전체적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어요. 6개월 전 경제성장률 데이터를 보면 전부 긍정적인 측면에 위치해 있다가 지금 보면 -10% 정도 격차가 날 정도로 급락했습니다. 그러니까 반등도 단기적인 이익 차이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우천식:  거시경제 지표로 보면 경기침체가 예상되는데, 금융시장에서는 조기회복해서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탈동조화(디커플링)가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요. 금융 투자의 경우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예상해 유지(sustain) 하려고 할 텐데, 이런 때일수록 더 믿을만하고 체계적인 예측과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탈동조화 확대 예상”
 
#3. 코로나19 위기 이후 세계의 모습 과거 회귀 vs 새로운 변화

· 우천식: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한 뒤 모습은 코로나19의 확산 추세와 종식 시점에 따라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할 것인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여부가 달라질 것입니다. 일례로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의 골이 깊었지만, 우리나라에는 별 영향이 없었고 그렇다보니 위기 이후 달라진 모습이랄 것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팬데믹 이후에는 큰 변화가 있어왔습니다. 20세기 초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2차 세계대전을 앞당겼고 사망자 급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기계화를 가속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14세기 창궐한 흑사병은 중세의 종말, 근대로의 이행, 르네상스 등 세계사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회복 후 새로운 변화 가능성도 존재”
 
· 이명호:  회복 후 모습은 경기침체의 지속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스 이후 중국은 V자형 회복을 보였는데, 이처럼 단기에 회복할 경우 모든 것이 다시 과거로 회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경기침체 기간이 길어지면, 사람들이 그 동안의 확장적 성장이나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와 같은 다양한 측면에 대해 각성을 하고 이로 인해 다른 가치를 추구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던 지역은 주변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등 삶의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경기침체 장기화는 사회가치와 삶의 방식 변화시킬 것”
 
· 박병원:  코로나19 이후 모습에 대한 시계열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처음에는 ‘지금과 동일할 것이다, 더 나빠질 것이다, 더 좋아질 것이다’에 대한 비율이 1/3 정도로 거의 엇비슷했는데요. 최근에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모습과 관련해서는 국제정치, 경제, 사회, 심리적인 부문으로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현재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는 유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정치 측면에서도 G2 사이에서 범퍼 역할을 했던 유럽이 후퇴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다. 또한 세계화나 국제공조 역시 후퇴가 불가피할 것이고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동안 추구했던 경제성장 보다는 안전에 대한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볼 것 같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재택근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일하는 방식이나 인간관계 측면에서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U 위축, 성장보다는 안전 중시, 언택트 문화 확산 예상”
 
· 이성호: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가치도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 최항섭: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반강제적이고 전면적인 언택트 관계를 경험하게 된 것이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는 대면수업과 관련해서 꾸준히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3월만 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서 할 수 없이 온라인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이 지금은 온라인 수업의 장점이 더 많다면서 대면수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괜찮다는 반응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용과 관련해서도 기존 기업들이 사회적 저항 등을 고려해서 인력을 감축하지 못했는데 코로나19로 자연스럽게 인력을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고용이 원래대로 복원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언택트 확산과 더불어 고용회복은 어려워”
 
#4. 경로 전환 디지털 전환 가속화 vs 패러다임 시프트

· 우천식:  코로나19와 경로 전환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텐데요, 우선 코로나19가 디지털 전환의 촉매제(impetus)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는 방향이 있을 것입니다. 이미 존재해왔던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로 가속화,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격차(divide)도 발생할 수 있겠지만요. 반면, 코로나19가 정치, 경제, 사회관계, 환경인식 등 사회 요소 전반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함으로써 후기 자본주의(post capitalism)나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신념이나 운동)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 또는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시프트(?)”
 
· 이성호:  저는 코로나19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이 많이 변할 것이라고 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은행이 위기 발생의 진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수혜를 받았는데, 이번 코로나19를 거치면서는 직접적인 연관이 크지 않음에도 은행의 주가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은행은 유형자산의 투자를 도와주는 산업인데, 코로나19로 무형자산의 영향력이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과 설비 등 유형자산의 가치는 훼손되었지만, 디지털 플랫폼 등 무형자산은 오히려 더 고평가된 겁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등이 비대면 디지털 금융업에 적극 진출하면서 금융업의 판도가 변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형자산의 가치 훼손, 무형자산은 고평가돼 금융업의 판도 변화될 것”
 
· 우천식:  이런 상황에서는 대체로 기존에 시장을 선점한 기업(winner)의 점유율이 더욱 커지거나 반대로 새로운 기업에 의해 교체되는 두 가지 양상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기존의 판도를 바꿨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뉴 챔피언이 등장하는 등의 질서 변화는 혹시 없을까요?

· 이성호:  유통을 예로 들면 과거에 온라인 업체들은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정면 대결하기에는 사실 버거운 면이 있었죠. 하지만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지금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오프라인 영업이 타격을 받은 탓에 어려움을 겪던 온라인과 디지털 산업이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게 되었습니다.
“언택트 소비증가로 온라인 매출 급증”
 
· 우천식:  이와 같이 재택근무, 온라인교육을 비롯해 4대 공공서비스(교육, 의료, 행정, 국방)가 디지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 이종관:  일시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이 대세가 될 것 같습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디지털로 급박하게 전환되고 있는데요, 저는 디지털 전환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이전에는 사용가치(use value)를 중심으로 가치사슬이 만들어졌는데 대공황 이후 기호가치(sign value)로 넘어가게 된 것인데요. 그러한 기호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형태가 디지털로 운영이 되다보니 디지털 기술이 필요해진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이 소비폭증으로 일어나고 과잉소비는 부채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위기를 야기하게 되지요. 따라서 우리가 디지털의 세계로 도피한 것이 정말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지요. 디지털 기술과 자본, 정치권력이 어떻게 조립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인데, 결국은 디지털 격차(divide)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을 움직이는 자본의 성격이 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사회적 가치, 생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본주의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과거보다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디지털 격차 확대 속에서 생태 가치 중심의 자본주의 형성 필요”
 
· 이성호: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의 큰 차이 중 하나는, 과거엔 정부가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위기에 대응했다면 지금은 재정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위기 극복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이종관:  우리나라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서 상대적으로 조금 유리한 면도 있겠지만 대외 의존형 경제다보니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고요. 근본적으로는 앞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지를 선제적으로 파악해서 대응하는 흐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병원:  ‘기회의 창’이라는 것이 고통의 정도에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존 가치와 새롭게 등장하는 가치 간의 갈등이 생기더라도 성장이나 효율성과 같은 기존 가치가 이길 것 같습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최소한 정부 신뢰가 제고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정부의 신뢰 제고는 긍정적”
 
· 우천식: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회적 자본에 대해 열등감이 있었다고 보는데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이종관:  마스크 수급문제 해결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장과 정부, 디지털 기술이 만나서 문제를 굉장히 잘 해결했거든요. 그래서 이 모델을 성숙시켜 나가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명호:  진단키트의 신속한 생산 역시 정부가 판을 짜고 민간이 경쟁력을 키워서 대응한 사례라고 봅니다. 민관협력(public private partnership)과 관련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느끼는 바가 좀 있으면 하는데요. 정책을 입안할 때도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가 아니라 민간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진단키트 생산 사례와 같은 민관협력 필요”

· 최항섭: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패러다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하게 우상향하는 식으로 방향이 바뀔 것 같습니다. 반면 1960년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는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계속 증가해왔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자유보다 안전이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올 2월만 하더라도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이동경로 추적과 관련하여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많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거든요.온난화 등과 관련해서도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었는데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퇴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를 복원하기 위해 제조업이 더 활성화되어야 하다 보니 오히려 인간중심으로 회귀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진행되어 온 세계화가 전면 수정되어 역세계화로 전환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우호적인 세력 간의 블록이 형성되는 블록화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예컨대 프랑스는 과거부터 식민지 관계 등으로 인해 긴밀했던 모로코나 베트남으로부터 마스크를 수입하면서 마스크 부족 사태를 어느 정도 해결하게 되었는데요, 이것이 블록화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최근 독일의 사상가 위르겐 하버마스가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전문가들의 권위에 기초한 판단과 일반인들의 상식에 기초한 판단 간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문가들의 몰락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자유와 환경보다 안전과 인간중심 가치로 회귀,
우호국가 간 블록화와 전문가들의 권위 하락 가능성 존재”

· 박병원:  분야에 따라 다르게 나타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 과학 분야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가 많이 커졌다고 봅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천스중(陳時中) 대만 위생복리부장에 대한 대중의 신뢰라는 새로운 현상을 만들었죠.

· 이성호:  전문가에 대한 신뢰는 혼재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코로나19 초기 서구의 전문가들이 일반인들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이후 이는 잘못된 견해로 판명이 되었고요. 반면, 코로나19 관련 예측모형들은 지금 어느 정도 정확한 것으로 드러났지요. 
“전문가에 대한 신뢰 혼재”
 
#5. 변화 및 강화의 결과 긍정적 vs 부정적

· 우천식:  코로나19가 몰고 온 디지털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대전환이 성장, 고용, 분배, 후생 등의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이명호:  예전에도 AI, 자동화 등으로 인해 고용에 대한 이슈가 제기됐는데 지금은 고용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52시간 체제로 키오스크가 등장한 수준이라면 지금은 더 직접적으로 서빙하는 로봇이 등장할 수 있죠. 사람 간 접촉 자체를 위험하게 생각하는 언택트 문화로 인해 야기되는 노동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언택트로 야기되는 노동 문제 해결책 고민해야”

· 박병원:  일단 고용에는 중장기 상관없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분배는 정부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재정적자를 견디는 수준에서만 가능할 텐데, 현재 우리나라 세수 기반이 굉장히 취약한 상태인 만큼 결국 분배도 더 나빠질 것 같습니다. 후생은 측정이 가능한 것과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있는 만큼 어떻게 될지에 대한 판단이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고용과 분배 부정적, 후생은 판단 어려워”
 
· 이종관:  전체적인 고용은 틀림없이 줄어들 것 같고, 고용이 늘어나는 분야도 소위 말하는 긱 경제(Gig Economy, 임시적 경제)의 배달업이라고 하면 양질의 고용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시장에만 맡기게 되면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양극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 역할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의사결정이 엘리트 중심으로 움직이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부의 의사결정 모델을 참여형으로 바꾸면서 시장과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고용 양극화 불가피, 참여형 정부 의사 결정 모델 절실”
 
· 이성호:  저는 고용에 대해 약간 희망적으로 보는데요. 사실 현재 미국은 갑작스럽게 수천만명의 실업자가 양산되며 지금까지의 모든 경제위기를 통틀어서 가장 많은 실업자가 순식간에 생겼는데요. 이는 이동을 못하고 집안에 격리된 상태다보니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이 모두 실업자로 전환되어 발생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 세계 정부들이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고용을 진작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파산 위기의 기업들도 재정지원으로 회생시키며 고용을 유지할 것이고요. 또한 과거에는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있어 극도의 효율성만을 추구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효율성 대비 안정성의 가치가 커지면서 국내에도 공급망을 중복적으로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력충원도 늘어날 것이므로 고용이 예상보다는 덜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국 공급망 확보로 고용이 예상보다 덜 나빠질 것”
 
· 이명호:  사회적 거리두기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노동의 유형에 따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이·미용 등 직접 사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는 수요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에 고용이 줄어들 것이고요. 물건 판매나 요식업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물류센터나 배달 등의 직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입니다. 제조업은 자동화가 가속되면서 고용이 줄어들 것이고요. 사무직은 디지털 수용 정도에 따라 재택근무 등으로 전환하여 고용 자체는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전반적으로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노동 유형에 따라 살펴봐야”
 
· 이종관:  근대 초기 자본주의에 큰 병폐가 있었기 때문에 복지국가가 탄생한 것처럼 지금 디지털 복지국가(digital welfare state)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시장에만 맡겨두면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고요.
“디지털 복지국가 고민해야 할 시점”
 
· 우천식:  4차 산업혁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보는 견해와 고용의 총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아직 관련 연구가 없는 상황입니다. 국가 재정으로 고용을 해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법적으로 고용을 보호하는 방식에 대한 효과도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고요. 막연하게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낙관하기 보다는 사라지는 일자리와 관련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존의 기술과 자본과 의사결정 체계가 결합된 모델이나 복지국가 모형, 사회적 경제 등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고, 현재의 사회적 구조 아래에서는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해도 예상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산기반을 강화하는 요소가 있어야 할 텐데 아직 막연하지만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고용 전망을 낙관하기 보다는 일자리 감소 대안과 생산기반을
강화하는 요소에 대한 연구 필요”

 
#6. 한국의 선택 기회 vs 회복

· 우천식:  마지막으로 앞서 진행한 코로나19에 관한 논의를 토대로 경제 기회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지금 정부에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 박병원:  디지털 전환이 갖고 있는 본원적인 기회요인도 있지만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정부가 신뢰를 구축하게 된 점이 고무적입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중견국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있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정부나 사회구성원이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반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봅니다. 물론 외부환경변화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사회시스템 혁신을 빠르게 그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짧은 시간에 이루어내어야 하는 큰 과제가 있습니다. 큰 그림과 담대한 비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중견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 생겨”
 
· 이성호:  기본적으로 구경제의 몰락과 신경제의 부상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해부터 디지털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했는데, 코로나19 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패권 다툼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국제 무역을 통해 큰 수혜를 받았는데, 화웨이 사례 등에서 보듯이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심화되면서 어느 편에 설지에 대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미중 양강 구도와 패권다툼 심화될 것”
 
· 이종관: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우리나라가 수출에 많이 의존했는데, 이제 내수시장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생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을 빨리 구축해야 디지털 전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명호:  코로나19로 세계화가 후퇴한다고 하더라도 각국이 제조업을 모두 자국으로 가져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입니다. 인접국가 간의 공동대응이나 역할 분담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블록화가 강화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블록화는 우리나라에 위기일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높아진 한국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이 균열이 생긴 유럽 블록에 접근하는 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미·중 간 패권 갈등 심화와 관련해선 감정적으로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의 사회시스템 문제들이 드러났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힘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블록화가 아닌 지역별로 협력하는 수준의 블록화가 진행되면 오히려 세계가 안정되고 위협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중국이 자국의 내부 문제 해결에 실패하고, 지역 블록권 간의 적대적 관계가 심화되면 경제적 충돌, 정책 갈등을 넘어 힘의 행사로 나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블록화 강화 추세를 한국의 브랜드 파워 활용하는 기회로 삼아야”
 
· 최항섭:  이미지의 경제가 앞으로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이미지가 급락했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침체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특정 세대나 지역에 한정되어 있던 한류의 우호적인 이미지를 확대해나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다양한 블록에 참여하면서 이번 기회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가 낮았던 미래 세대들로 하여금 사회통합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게 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 같습니다.
“다양한 블록에 참여하면서 이번 기회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

· 이종관: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대해 갖는 혐오는 강력한 동원력을 가진 전체주의국가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그동안 자신들이 추구해온 가치가 붕괴할까봐 견제한 측면이 큽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를 주게 된 것이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민주적 문제 해결 통해 좋은 이미지 형성”
 
· 최항섭:  고용과 관련해서는 공연이나 여행 등 컨택트(contact)와 개더링(gathering)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도 집합양식의 변화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우천식:  코로나19를 통해 그동안 우리나라가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했던 두 가지 자산을 얻었다고 자평합니다. 바로 국가이미지 제고와 스스로에 대한 재발견입니다. 즉, 정부와 민간과의 협업 모델과 그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알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바탕에는 우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개개인의 능력이 있었고, 두 번째로는 사회적 자본이 있었습니다. 또한 기술 자본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자본의 결합을 통해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향후 블록화가 되더라도 우리나라는 이번에 획득한 청정한 이미지를 토대로 유연적 블록화를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요.앞으로의 과제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하여 전 국민을 재무장하여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수용도와 활용능력을 제고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라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최고급 원천기술을 개발하지는 못하더라도 범용기술을 사회 수요에 기반해 응용단계에 활용하면 돌파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즉, 기술적 공급 역량과 사회적 수요를 결합한다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창출과 관련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오프라인의 가치를 재창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이미지 제고와 스스로에 대한 재발견은 큰 성과,
디지털 리터러시 수용도와 활용능력 제고,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과제”

 
 * 전문가 좌담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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