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는 2024년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 2023년 글로벌 통상환경은 국가와 기업 모두 기후변화만큼이나 어려웠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거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2023년은 EU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NZIA)이 담긴 그린딜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y Plan)으로 시작해 미중간의 수출통제 공방(미국-반도체, 중국-갈륨, 게르마늄, 흑연)을 거쳐 또 다른 무력충돌인 가자지구 분쟁까지 쉴새 없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었음. 미국 IRA 입법에 따른 리스크는 발표된 이행법령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되었고,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도 우리 기업이 ‘검증된 최종사용자(VEU)’로 지정되며 부담을 덜었음. 그러나 배터리업계는 해외우려기관(FEOC) 해석지침에 따른 비용부담을, 반도체업계는 미국의 수출통제가 범용 반도체로 확산될 경우와 중국의 대응조치 가능성으로 여전한 부담을 안고 있음.
- 2024년은 세계 40여 개국에서 리더십 교체를 두고 선거가 시행되는 ‘슈퍼 선거의 해’임. 여러 선거 중 통상환경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는 11월에 시행되는 미국의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임. 아직 양당의 대선후보 선정이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現대통령을,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前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음. 미국 대통령선거는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이나,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확보해서 합산하는 연방국가의 특성이 반영된 방식으로 치러짐. 따라서 지난 수십 년간의 선거에서 특정 정당 지지성향이 고착화된 주보다는,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을 바꾸는 소위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에서의 결과가 대통령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음. 그에 따라 해당 주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공약과 발언은 다분히 자국 중심적인 색깔을 띨 가능성이 높음. EU도 의회 선거와 집행부 교체가 이루어짐. EU에서는 기후대응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문제가 핵심 사안이어서 차기 집행부는 양대 이슈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세력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음.
- 2023년 통상환경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디리스킹’이었음. EU는 ‘중국과의 단절’을 뜻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닌 과도한 의존도 조정이라는 의도를 담아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음. 미국도 본래 중국과 디커플링할 의도가 없으며, 다만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첨단산업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는 ‘좁은 마당에 높은 울타리’를 세울 뿐이라며 디리스킹에 가세했음. 그러나 현실은 디리스킹 보다 디커플링에 가까워졌음. 한편 자원과 큰 시장을 보유한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미국·EU와 중국·러시아의 진영 갈등 속에 자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 ‘글로벌 사우스’의 중요성은 점증할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을 대체하기에는 인프라, 노동력, 정부 지원도 등의 기준에서 모자라 대세화로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름.
- 2024년 1월 첫 보고가 이루어지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철강, 알루미늄 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최대 과제임. 2025년까지 2년간 내재배출량 보고의무만 부과되나 보고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제재가 부과되고, 최종 시행 전까지 이행규칙이 계속 발표될 예정이어서 지속적인 관심과 준비가 요구됨. 미국과 EU간의 ‘글로벌 지속가능 철강알루미늄협정(GSSA)’ 협상도 큰 부담임. 선거를 앞둔 양측이 협상을 서두르는 대신 13개월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므로 철강·알루미늄 업계의 ‘탄소통상’ 대응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음.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보호주의적 색채 확산은 수입규제 조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