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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호 기획특집] 공유자본주의에 기반한 노동개혁 필요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2015년 11월호

 

고용 문제를 대증요법에 의존하는 데서 탈피해 원인치료에 충실하며, 실효성 없는 고용정책은 과감하게 타파하고,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정책 수단을 찾는 한편, 노사정합의제도 또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취업하기 어려워지고, 취업을 해도 급여는 신통찮고,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고용위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고, 건강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고령자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위기는 기술혁신과 세계화 등에 따라 발생하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하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대기업·수출·제조업에 의존해 왔지만 기술혁신과 세계화 그리고 인구구조의 변화로 한계에 봉착했다. 대기업은 일자리를 만들 여력이 고갈됐고, 수출은 늘어나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떨어지고 있으며, 제조업은 노동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어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이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하지도 못하고 있다.


90%의 근로자들이 일하는 중소기업과 70%의 근로자들이 종사하는 서비스업의 중요성은 말로만 강조했지 여전히 경쟁력이 낮아 고용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되지 못한다. 고용불안과 저임금근로자의 확산으로 내수 기반이 취약해지고 어쩔 수 없이 수출에 매달려 버티는 악순환이 고용위기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 한국 노동의 현실이다. 고용 문제를 해결한다고 노동개혁을 외치고 만병통치약처럼 노사정합의를 들먹이지만 약효는 없고 노동시장의 병은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이 노사관계관행과 고용관행을 바꾸면 고용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대기업 노사는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처방이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노사정합의기구는 대기업 노사를 대변하면서 공방만 벌였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과 낭비 개혁 못 하면 고용의 미래는 없어


한국이 가진 자원이라곤 사람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어느 나라보다도 국민들의 교육열이 높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도 자녀교육에 무리하게 투자해 대학까지 졸업시킨 아들딸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년뿐 아니라 여성 그리고 중장년층도 마찬가지다.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아웃사이더가 많아지자 정부는 기업이 고용을 늘리도록 보조금을 주고 또 대학에도 취업을 지원하라고 돈을 주고 있지만 국민 세금만 축낼 뿐 고용 문제가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과 낭비를 개혁하지 못하면 고용의 미래는 없다. 개혁은 어려운 문제다. 노동개혁은 더욱 그렇다. 노동문제의 정치경제적 구조 때문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대기업 부문과 중소기업 부문으로 이분화돼 있고 대기업에서 근로자의 10%정도가 일한다. 그러나 대기업 노사는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고임금과 고용안정 유지의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집중된 정치사회적 영향력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노동시장의 질서를 주도한다.


노동개혁에 성공하려면 개혁으로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개혁의 딜레마부터 극복해야 한다. 노동개혁은 대기업 노사의 양보가 불가피한데 현재의 노사정합의 틀에서 개혁의 주체는 대기업에 속한 노사대표자들이라 양보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알아도 타성적으로 노사정합의를 추구해왔다. 노사갈등에 신물이 난 일반 사람들이나 노동 문제를 뜨거운 감자라고 몸을 사리는 정치권이 노사정합의를 지지하기 때문에 그렇다.


정부는 반드시 개혁을 성공시키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있어야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개혁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 개혁은 당사자들의 호응이 있어야만 성공한다. 정부나 노사대표가 강제해 고용노동 문제를 개혁할 수 없다. 또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복잡해질수록 노사대표는 물론 정부의 운신이 좁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 고용 문제를 대증요법에 의존하는 데서 탈피해 원인치료에 충실하며, 실효성 없는 고용정책은 과감하게 타파하고,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정책 수단을 찾으며, 노사정합의제도 또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노사정합의는 의제선택을 대기업·제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서비스업 중심으로 돌리고, 합의기구 구성에 그 대표자들을 참여시키며, 각 대표자들이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합의테이블에 나오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당장의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이 달성되도록


한국 고용 문제의 원인은 기술변화나 세계화 등 노동시장의 외부 충격보다 산업구조, 교육훈련, 임금체계 등 내부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데 노사정이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 노동시장의 잘못된 법제도와 관행 개선은 필수적이며, 고용 문제는 전 세계적 현상이고 각국 정부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치사회적 여건에 따라 방향과 해법 그리고 강도가 달랐고, 성과는 국민의 고용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정부의 리더십에 따라 다르다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성과는 저조했다. 그 이유는 첫째, 고용 문제의 원인이 구조적이고 복합적인데도 비정규직 문제 등 특정 이슈에 매달려왔다.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대기업 부문에 있는데도 전체 노동시장의 문제인 것처럼 대응했고 중소기업의 인력 문제나 생산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지 못했다.


둘째, 고용 문제를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법 만능주의에 빠졌고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세제와 금융 등 다양한 정책 수단에 대해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 법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스스로고용 문제를 정치사회적 갈등과 사법적 판단거리로 만들었고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셋째, 고용정책이 산업구조와 인구구조의 변화에 눈을 돌리지못했다.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이 70%인데도 고용 문제의 해법은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이 90%에 가까운데도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인구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직장에서 평생 일한다는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성공하려면 한국 현실에 맞는 ‘한국형 고용노동시스템’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고용노동시스템의 철학과 방향을 분명하게 해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 세대를 배려 하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익, 노사 어느 한쪽이 아닌 공동의 이익이 달성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럼 점에서 볼 때 공유자본주의의 원리에 입각해 노동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고용확대와 임금소득 제고를 목표로 하지만 공짜는 없다. 변화에 따른 노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효과적인 구조개선을 위해서는 노사협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메커니즘, 거버넌스, 재정지원 등 유인체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고용 문제 해결은 정부의 힘만으로 곤란하고 어느 하나의 부처가 노력한다고 해결하기는 더욱 어렵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 이후 정부의 역할과 권한이 민간과 지자체 등으로 이양되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정부 내부의 협력 강화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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