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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詩)작찬란한 착난
시 손택수·일러스트 최보원 2025년 09월호

찬을 줄이니 평소의 음식 가짓수에 한둘만 더해도 그날 하루는 내가 나의 칙사다
주말마다 막히는 길을 붕붕거리던 여행을 끊고부터는 도심의 흐릿한 별 하나가 절박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 별 저 별 탐하느라 헤매는 법 없이 오직 단 하나에만 마음을 비끌어맨다
북한산 아래 지층방에 머물면서부터는 빛을 뼈아프게 실감한다 담벼락 아래 창문으로 적선처럼 땡그랑 떨어지는 빛을 따라 옷가지를 옮겨가며 말리고, 키우던 수선화 분도 뱅글뱅글 자전을 한다
뻔질나게 드나들던 골목길은 어떤가 구면인 줄 알았는데 철자가 떨어져나간 가나ㄴ 베이커리, 멀고 먼 것은 가나안이 아니라 가난이었다는 말인지

오늘은 가난을 간판으로 내건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기로 한다 활자 하나쯤은 떨어져나가도 좋은 저 허름한 빵집의 이웃으로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창비, 202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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