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전에 고등학교 경제교과서에 실려있는 '경상수지흑자로 인해 국내 통화량이 증가'한다는 서술이 원론서에 등장하는 IS-LM-BP 모형과 비교했을 경우 일치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한국은행의 답변을 인용하여 명쾌하게 답변해주셨습니다. 아래는 그 때 인용해주셨던 한국은행의 답변입니다.
----------------------------------------------------------------------------------------------
어떤 기업이 대외거래를 통해 달러화를 벌어들인 경우를 한 번 가정해 봅시다.
해당 기업은 주주배당, 임금지급, 투자 등의 목적으로 원화가 필요할 것이므로 달러화를 민간 시중은행을 통해서 교환할 것입니다.(다양한 부문에서 달러화를 교환할 수 있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대규모의 금액을 일시에 민간에서 교환할 수 있는 부문은 주로 대형 금융기업인 은행이 될 것이므로 이는 무리한 가정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민간시중은행은 해당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일정한 수수료를 확보한 후 달러자산을 확보합니다. 그런데 은행은 자산 포트폴리오중 원화 대 달러화의 비중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유인이 강합니다.(왜냐하면 원화가 부족하여 예금자의 인출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지급준비금을 맞추지 못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민간은행은 이들이 확보한 달러 중 일정 부분을 다시 원화로 바꾸고자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은행들의 대규모 원화수요에 부응할 수 있을 만큼의 원화 공급능력을 갖고 있는 곳은 중앙은행 밖에 없으므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 이들의 달러화를 매입하고 원화를 지불합니다. 만일 민간부문이 자발적으로 처분하고 싶어하는 달러를 사주려는 기관이 없다면 어느 누구도 열심히 수출해서 흑자를 남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에서는 이들이 가져오는 외화자산을 국내화폐로 바꾸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시장개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왜냐면 시장개입이라는 의미는 공적기관이 시장 가격에 의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민간의 화폐교환 요구에 응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순응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을 요약하면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통화량 증가는 기업, 은행 등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인한 자율적인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는 모든 국가는 대부분 이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통화량 증가 압력이 발생합니다.
오히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이와는 반대로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어쩔수 없이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을 환수하기 위해 공개시장조작 등의 불태화정책을 사용하는 시장개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
추가로 궁금한 점은 위와 같은 통화량 증가 압력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겪는 현상이라고 한다면, 즉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달러의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시장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형성돼 있지 않다면 원론서에서 제시되고 있는 IS-LM-BP 모형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요? 단지 모형 또는 이념형인가요? 경제학 모형의 경우 시기적인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두 현실 적합성을 토대로 나온 모형 또는 이론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