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부분의 30대는 집을 살 여력이 없으니 소확행을 위해 돈을 씁니다. 특히 식탁 위의 즐거움을 위해 쓰죠. 고퀄리티 식품 수요 증가가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더 짙어질 겁니다.”
1)
- 김슬아 마켓컬리 창업자 겸 대표이사
요즘 여러분의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자주 올라오나요? 소비자의 반응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식품 산업에는 유행이 존재합니다. 어떤 과자는 재고를 보유한 매장을 찾기 어려울 만큼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보카도와 같은 특정 식재료가 유행을 타기도 했습니다. 또 크로플2)이 유행하자 여러 카페에서 너도나도 신메뉴로 내놓았습니다. 유튜브에서 먹방 콘텐츠로 다뤄진 음식,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음식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2022년의 식품 트렌드는 어떨지 알아볼까요?
♦ 2022년 식품 트렌드는?
1) 한불 경제 매거진 <꼬레 아페르> 110호 특집 인터뷰에서 발췌
2) 크루아상 반죽을 와플 기계로 조리하는 디저트
용어 정리
- *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유명한 셰프의 레시피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간편식으로, 가정 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의 일종임.
- ** 소득 5분위
- 국민 소득을 5구간으로 나누었을 때 상위 20% 계층을 5분위, 하위 20% 계층을 1분위로 나타냄. 5분위 계층의 평균 소득을 1분위 계층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것을 소득 5분위 배율이라고 하며, 이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분배가 불평등하다고 볼 수 있음.
- *** 국민 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
- 한 국가의 국민이 일정 기간 생산 활동에 참여해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
교육과정
- · 중학교「사회」시장경제와 가격
- · 고등학교「경제」시장과 경제활동
매년 식품 산업의 트렌드를 분석해 발표하는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랩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람들이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를 줄이는 한편, 면역력을 높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단백질 섭취는 늘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은 육류를 통해 얻는 단백질뿐 아니라 생선이나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단백질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요즘 미국에서는 특히 식물 기반 식품에 관심이 높습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미국의 식품 소비에 관한 이슈 1위에서 5위까지가 모두 식물 기반 식품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식물 기반 식품이란 육류·유제품·달걀·해산물과 같은 동물성 원료를 식물성 원료로 대체해 만든 식품을 뜻합니다.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는 채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퍼지고, 건강과 환경, 동물 복지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건강하면서도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체 식품을 찾습니다. 또한 현재와 같은 육류 생산과 소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축산 과정에서 환경 오염과 전염병이 발생하기도 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육가공 업체들이 충분한 육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기업들은 대체육을 비롯한 대체 식품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대체 식품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식물성 우유나 유제품입니다. 채식주의자들은 물론이고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 우유 생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염려하는 사람에겐 좋은 대체품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아몬드 우유, 귀리 우유 등의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카페에서도 일반 우유가 아닌 귀리 우유로 만든 커피를 판매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 집에서 장보는 사람들
그림 1 국내 온라인 식료품 시장 규모 추이


한편 장보기의 공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의 식료품 거래액은 꾸준히 증가해 그림 1과 같이 2021년에는 33조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식품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10.2%에서 2021년 17%까지 높아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람이 많은 마트 방문을 꺼리게 되면서 온라인을 통해 장을 보는 이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과거에서는 냉장이나 냉동 보관이 필요 없는 가공식품 위주로 온라인에서 구매했다면, 이제는 신선도가 중요한 채소·과일, 생선, 육류와 같은 신선식품을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밤 12시까지 주문을 완료하면 바로 다음날 아침에 저온 상태로 품질을 유지한 식선식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방구석 레스토랑, 간편식의 시대
그림 2 우리나라 가정 간편식 시장 규모 추이


이처럼 온라인 장보기가 확대되는 가운데 최근 가공식품 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품목은 가정 간편식입니다. 그림 2과 같이 꾸준히 성장하던 우리나라 가정 간편식 시장의 성장에 불을 지핀 것은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의 확산이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되었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비대면 서비스 업계에는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정 간편식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람들은 외식을 줄이고 주로 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집에서 식사하는 비중이 59.5%였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83.0%로 증가했습니다.3) 집에서 밥을 잘 해 먹지 않던 사람들은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배달 음식만 먹는 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배달 음식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직접 조리해 먹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춰 식품 기업들은 수많은 간편식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간편식의 종류는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부터 데우기만 하면 되는 것, 튀기거나 굽는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유명 식당의 요리를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한 RMR, 밀키트(Meal Kit)4) 등으로 다양합니다. 이 중 밀키트는 식재료가 남아 처리하기 부담스러운 1인 가구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요리하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은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대안이 되었습니다.
1981년과 1996년 즉석 카레와 즉석밥이 간편식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바쁜 현대인을 위해 편리함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간편식은 이후 점차 발전했습니다. 간편함은 물론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혼술·홈파티 등의 용도나 채식·다이어트와 같은 식단을 고려한 제품처럼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또한 제대로 된 한끼를 찾는 소비자를 위해 품질을 높이거나 유명 음식점과 협업해 레시피를 개발하며 고급화에 이르렀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들어 냉동 간편 식품의 판매는 국이나 찌개, 탕과 같은 상온 간편식과 냉장 식품보다 눈에 띄는 성장을 보입니다. 냉동 간편 식품은 원재료의 맛과 식감을 보존할 수 있고, 유통 과정에서 보관이 용이합니다. 냉동 간편 식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에어프라이어의 보급에 있습니다. 에어프라이어를 보유한 가구가 53%5)에 달할 정도로 에어프라이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전제품이 되었습니다. 에어프라이어가 있어서 냉동 간편 식품을 이전보다 더 자주 구매하게 되는 걸까요? 아니면 에어프라이어로 요리하기 좋은 냉동 간편 식품의 종류가 많아져 에어프라이어 소비가 늘어나는 것일까요?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에어프라이어와 냉동 간편 식품의 관계를 정의하자면 보완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CJ제일제당, 「코로나19 이슈에 따른 식소비 변화에 대한 조사」, 2020.
4) 밀키트(Meal Kit):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으로, 쿠킹 박스, 레시피 박스라고도 함.
5) CJ제일제당 자체 조사(서울·부산·광주·대전 기준), 2019.
그림 3 보완재 관계


보완재는 냉동 간편 식품과 에어프라이어처럼 두 재화를 따로따로 소비할 때보다 함께 소비했을 때 만족감(효용)이 더 커지는 관계에 있는 재화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빵과 버터, 커피와 시럽, 자동차와 휘발유,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 등이 있습니다. 바늘과 실처럼 목적을 다하기 위해서는 항상 같이 소비되어야 하는 재화도 있고, 햄버거와 탄산음료처럼 함께 소비할 때 만족감이 높아지는 재화도 있습니다. 두 재화가 보완재 관계에 있을 때 서로 미치는 영향을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3처럼 버터의 가격이 낮아지면, 버터의 수요가 증가하고, 함께 소비할 때 만족감이 커지는 빵의 수요도 증가합니다. 실제로 에어프라이어의 가격이 떨어졌던 2019년, 롯데마트는 에어프라이어 전용으로 출시한 냉동 치킨과 군만두의 1~8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2%, 38.2%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가격 변화에 따라 사려는 양이 달라지는 것을 수요량이 변화한다고 하고,
그림 3에서와 같이 이러한 이동은 수요 곡선상(
a → b)에서 이루어집니다.
♦ 엥겔 지수는 왜 상승했을까?
가정 간편식 시장의 성장과 함께 살펴볼 만한 경제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엥겔 지수(Engel’s Coefficient)입니다.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Ernst Engel)은 소득이 낮은 가계일수록 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반대로 소득이 높을수록 식료품에 쓰는 절대적인 금액은 늘어날 수 있지만,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듭니다. 이러한 현상을 엥겔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식품을 사는 것 외에도 사고 싶은 것,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서 의류나 문화생활, 교육, 휴가 등에 지출을 늘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소득 5분위**별로 어떤 항목에 얼마나 지출하는지를 나타낸 그림 4를 보면 실제로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의 식료품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 가계에서 쓴 지출 항목 중에서 식료품과 음료(술 제외)를 사는 데 얼마나 썼는지 나타내는 비율이 엥겔 지수입니다. 엥겔이 이러한 법칙을 발견한 것은 1857년으로, 당시에는 지금처럼 외식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료품비만을 고려했는데, 최근에는 현대인의 식생활을 반영해 외식비를 포함해서 엥겔 지수를 계산하기도 합니다.
그림 4 우리나라 소득 5분위별 소비 지출 구성비
주: 기타는 주류·담배, 의류·신발, 가정용품·가사서비스, 통신, 기타상품·서비스를 포함
자료: 통계청, 「2021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2021.11.18.
그림 5 2016년 각국의 엥겔 지수


엥겔 지수는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어떻게 활용될까요? 그림 5에서와 같이 선진국들은 엥겔 지수가 낮은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엥겔 지수가 높은 편입니다. 이처럼 엥겔 지수를 통해, 한 국가의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가계의 지출에서 식료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 총소득(GNI)***은 2019년 3,754만 원, 2020년 3,762만 원으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엥겔의 법칙에 따르자면 엥겔 지수도 비슷한 수준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그림 6에서처럼 2010년대 말까지 큰 변화가 없다가 2020년부터 상승해 2021년에는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이렇게 엥겔 지수가 상승한 데는 코로나19의 확산과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것 이외의 소비는 줄이면서 외식 대신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의 소비를 늘렸습니다. 가계에서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소비자 물가 지수는 2020년 0.5% 상승했습니다. 반면에 사람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에 가까운 지수인 신선식품 지수는 9% 상승했습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다른 부문에 비해 소비를 늘린 식료품의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식료품비 지출의 비중이 더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림 6 우리나라 엥겔 지수 추이
지금까지 먹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해보았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가정 간편식 시장과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성장세에 속도를 붙였습니다. 저마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선택에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는 만큼 식품 시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식탁 위 모습은 사회의 모습에 따라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우리가 먹고사는 일의 흐름을 바꿀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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