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관람에 다양한 경험은 덤, 경험재로서의 가치가 커진 야구 경기
최근 야구경기 티켓을 사기 위해 예매 창에 들어가 보신 적 있나요? 예매 창에서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희소성과 수요·공급 원리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가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야구장의 좌석 수는 한정돼 있습니다.
공급이 고정돼1 초과수요가 발생하였고, 티켓값은 사람들의 지불 의향 가격보다는 낮은 편이어서 매번 예매 전쟁이 벌어집니다.
지금의 야구 인기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경제학 교과서는 소비자 소득이나 인구, 대체재 가격, 소비자 기호, 미래 가격 기대 등이 수요를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그중에서 소비자 기호 변화 즉,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수요가 증가한 것이 야구 인기 증가에 한몫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야구장은 단순히 경기를

보는 곳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했습니다. 3~4시간에 달하는 경기 시간 동안 경험할 수 있는 것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지역 맛집이 구장에 입점하고, 캠핑·물놀이 등 여가활동의 결합을 가능케 한 특화 좌석도 생겼습니다. SNS 숏폼 확산으로 직관(직접관람)이 콘텐츠 생산의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숏폼을 통해 구장 분위기나 응원문화를 접하면서 새롭게 직관 수요도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야구 관람은 경험재의 특성이 있습니다. 경험재는 소비하기 전에는 그 품질을 정확히 알기 어려워 소비를 해봐야 만족도를 알 수 있는데요. 야구 직관도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직관을 하고 나면 야구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좋은 추억으로 남고, 이는 재방문과 반복 관람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경험재는 소비 전에는 품질을 모르기에 사람들은 리뷰나 후기에 의존하고 다른 사람과 경험을 기꺼이 공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프로야구에도 자연스럽게 팬덤 문화가 생겼습니다. 선수 기념유니폼, 협업캐릭터 굿즈 등으로 구단은 일종의 브랜드가 되었고, 한정판 굿즈는 소비자의 높은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출시 즉시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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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급곡선은 거의 수직에 가까움. 가격이 올라도 좌석 수는 크게 늘릴 수 없음.
◆ 구단들은 제품 차별화 경쟁 중
야구 경기를 직관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면 공급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요? 프로야구 관중 수가 크게 늘었지만 KBO 리그는 꽤 오랫동안
10개2 구단 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경기 수나 좌석 수 등에서도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이를 경제학적 표현으로는 ‘단기적으로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인 상태로 말할 수 있습니다. 프로 선수 자원이나 구장 시설의 부족, 막대한 창단 비용 즉, 생산능력(capacity) 자체가 제한되어 있어서 수요가 많아져도 공급은 즉시 늘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시장은 KBO 리그 하나로 통합되어 있지만. 리그 내 10개 구단 간에는 제품 차별화가 존재합니다. 같은 야구관람 상품을 팔지만 팀 문화, 스타선수, 구장시설 등에서 구단마다 차별화된 요소를 띱니다. 가격 결정력도 일부 있습니다. 구단이 티켓이나 시즌권 가격, 유니폼이나 굿즈 가격 등을 결정하고, 특정 경기의 티켓 가격은 일반 경기보다 높게 설정하기도 합니다. 평일 경기는 가격을 낮춰 관중을 유인하고, 주말 경기나 전통의 라이벌전 같은 인기 경기 가격을 높이는 것은 구단이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인 것이죠. 내가 가려는 날 티켓값이 하필 높은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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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이후 2015년 현재의 10개 구단 체제가 완성되었고, 이때 경기 수가 기존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음.
◆ 한계수입생산(MRP)으로 엄밀히 매겨지는 선수의 몸값
리그시장의 핵심 자원은 선수입니다. 프로야구 인기가 뜨거워진 만큼 선수들의 몸값도 상당합니다. 스타선수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 구단들이 수십억, 수백억 원의 연봉을 제시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구단이 선수에게 주는 연봉의 경제학적 근거는
한계수입생산(MRP, Marginal Revenue Product)입니다. 이는 해당 선수가 팀에 들어옴으로써 추가적으로 벌어다 줄 수 있는 수익을 의미합니다. 한 선수를 영입해 구단의
수익3이 1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 선수의 연봉을 최대 10억 원까지 지불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한계수입생산(MPR)
노동 1단위 추가 시 기업의 수입(수익) 증가분을 의미하고 한계수익생산이라고도 한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한계생산(MR)이 곧 가격(P)이므로 한계생산물가치(VMP, Value of Marginal Product)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서 한계(marginal)는 "한 단위를 추가했을 때 발생하는 변화"의 뜻.
우리나라에서 프로 야구선수가 되려면 대부분 ‘고교 야구 →

KBO 신인드래프트 → 구단 입단’의 과정을 거칩니다. 구단이 지명권을 갖는 시스템으로 선수는 구단을 선택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선수는 입단 후 일정 기간 동안 오직 소속 구단과만 협상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개 자신의 생산성(한계수입생산)보다 낮은 연봉을 받습니다. 구단이 절대적인 협상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선수가
FA(Free Agent, 자유계약) 자격을 얻는 순간 상황은 달라집니다. 이전에는 선수가 소속 구단과만 협상할 수 있어서 구단이 수요독점적 지위를 가졌지만, FA가 되면 여러 구단이 선수와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습니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려는 구단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연봉은 선수의 생산성, 즉 구단 수입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치에 가까워집니다. 때로는 선수의 흥행 효과까지 더해져 그 이상의 금액으로 오르기도 합니다.
FA(자유계약)
프로스포츠에서 원소속 구단의 제약 없이 여러 구단과 계약을 협상할 수 있는 선수 거래 시장을 말한다.
KBO 리그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소속 구단 선수로 활동한 뒤 FA 자격을 얻으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거나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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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승률 상승 외에 굿즈 수입 등 다양한 파생효과를 고려한 총 가치
◆ 높은 수요가 "더 좋은 리그" 이끌어 …, 야구장이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높아진 야구 인기에 리그나 구단도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구장 시설이나 교통 등 인프라 개선은 물론이고, 이벤트 데이나 콜라보 굿즈 등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공급하거나 경기 관련 콘텐츠 공급에도 신경을 씁니다. 눈에 띄는 제도 변화도 있습니다. 과거 야구를 본 세대라면 경기 중에 선수·감독코치진과 심판 간에 판정을 두고 다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경기장에선 이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데요. 로봇심판이 판정하기 때문입니다. KBO에서는 2025년부터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Automated Ball-Strike System, 일명 로봇심판)을 도입하였고, 이로 인한 판정시비 해소가 야구 팬층을 넓힌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티켓 한 장의 소비는 야구장 안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 많은 지자체들이 야구장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야구장을 공공재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야구장은 ‘배제 가능’(티켓 소지자만 입장)하고, ‘경합성이 존재’(좌석 수 한정)하기 때문에 경제학적으로는 사적재입니다. 그렇지만 야구장은 구단이 아닌 지자체가 소유하면서 지방재원을 투입하는데요. 야구장이 생기면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고 관광객이 많아져 산업유발효과가 크고, 동시에 지역주민의 여가권이나 편익이 늘어나 긍정적
외부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효과
어떤 경제주체의 활동이 제3자에 의도치 않게 편익이나 비용을 발생시키는 현상
(가격 체계에 반영되지 않아 자원배분의 비효율 초래)
프로야구 시장은 우리가 책에서 배운 희소성, 수요·공급 원리가 작동하는 생생한 경제 현장입니다. 앞으로 야구장을 찾을 때 오늘 살펴본 경제학의 원리들을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지은 KDI 교육자료개발실장 lje@kdi.re.kr
참고문헌
KDI, 「나라경제」, 2026년 4~6월호.
J. C. 브래드버리(정우영 옮김), 「괴짜 야구 경제학」, 한즈미디어, 2011.
김예기 외, 「프로스포츠 노믹스」, 내하출판사, 2023.
Rosen, S., & Sanderson, A. (2001). Labour markets in professional sports. The Economic Journal, 111(469), F47–F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