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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소믈리에교육 조기개입의 생애주기 효과, 얼마나 될까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16년 05월호

조기교육이 아동의 인지발달에 미친 장기적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조기교육의 장기적 효과는 아동의 비인지적 능력의 발달에서 나타났다. 비인지적 능력의 발달로 인해 조기교육을 받은 아동은 성장하면서 좀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좀 더 높은 임금에서, 좀 더 오랫동안 일을 하고, 좀 더 건강한 것으로 보고됐다. 조기교육을 받은 아동의 성장 후까지 살펴본 장기적 성과는 크고 지속적이고 효과적이었다.


올해 초 누리과정(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3~5세 아동에게 보육 및 교육을 국가예산으로 지원하는 것)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대통령은 교육감들을 비난하고, 교육감들은 대 통령에게 책임지라고 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부모들은 불안해했다. 누리과정을 둘러싼 논쟁 의 근원은 누리과정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중앙정부가 댈 것인지 아니면 지방 교육청 이 댈 것인지에 관한 갈등에 있었다. 중앙정부는 누리과정 비용은 내국세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되는 지방교육재정특별교부금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교육감들은 그 돈은 초중등 교육에 사용해야 하고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따로 줄 것을 요구했다. 누리 과정 예산 문제는 이번 4.13 총선에서 중요한 정치의제 중 하나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누리과정의 중요성에 대해선 무상이나 유상이냐,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놓고서 싸웠을 뿐이다. 정작 누리과정의 경제적 의미에 대한 차분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누리과정과 무상보육이 정치적인 이유 로 2012년부터 짧은 시간 내 전격적으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헤드스타트 프로그램 통해 저소득 가정에 조기교육 제공하는 美   


그러면 누리과정과 같이 조기교육을 통한 개입 정책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평가는 어떨까? 최근 10여년동안 인적자본 축적에 있어 조기개입의 생애주기 효과에 대해 분석 해 온 시카고대 헥크만(J. Heckman) 교수와 연구진의 최근 연구결과들은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주목할 만하다. 헥크만 교수는 정부가 개입해 저소득 가정 아동을 조기교육 해야 할 몇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이유는 문제 있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 있는 환경에 노출된 아동이 제대로 된 발달과정을 거치지 못할 경우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외부성(externality)이라고 하는데 조기개입을 통해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도와줄 수 있다면 아동이 성장했을 때 좀 더 높은 교육수준을 성취하고, 좀 더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등 사회적으로 좀 더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가정에서는 여러 이유로 아동에 대한 조기개입이 불가능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지만 경제력이 부족할 수 있다. 요즘처럼 중산층 및 서민의 소득이 오르지 않거나 감소하는 경우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둘째, 부모의 자녀양육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 저소득 가정이나 위기 가정의 부모들 같은 경우 자녀양육을 도와주거나 지식을 전수해 줄 수 있는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들과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인식도 낮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자녀양육을 도와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다양한 조기교육 개입 프로그램이 있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1962년에 시행됐던 페리 프리스쿨 프로그램(Perry Preschool Program)을 들 수 있다. 3~4세의 아동을 임의 선정해 조기교육을 시키고 해당 아동이 성장하는 동안 어떻게 발달을 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임금은 얼마인지, 범죄는 저질렀는지 등을 추적·조사했다. 최근에는 참가자가 50세에 이르러 이에 대한 자료가 수집되고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헤드스타트(Head Start)다. 페리 프리스쿨 프로그램이 100명을 조금 넘는 아동에 대한 실험이라면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은 저소득 가정에 조기교육을 제공하는 대규모 연방정부의 프로그램이다.   

 

어렸을 때 인지적 혹은 비인지적 발달을 도와주는 것이 효율적 

  

정책의 입장에서 보면 누리과정과 같은 조기교육 개입 프로그램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먼저, 조기개입은 효과적이었는가? 둘째, 들어간 비용 대비 효과는 어떠한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해 헥크만 교수는 인지발달과 비인지적 발달을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조기개입의 혜택을 받은 아동의 아이큐(IQ)가 조기교육을 받지 않은 아동의 아이큐보다 높았다. 하지만 인지능력의 차이는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지나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조기교육이 아동의 인지발달에 미친 장기적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조기교육의 장기적 효과는 아동의 비인지적 능력의 발달에서 나타났다. 비인지적 능력의 발달로 인해 조기교육을 받은 아동은 성장하면서 좀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좀 더 높은 임금에서, 좀 더 오랫동안 일을 하고, 좀 더 건강한 것으로 보고됐다. 조기교육을 받은 아동의 성장 후까지 살펴본 장기적 성과는 크고 지속적이고 효과적이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비용-편익 분석에서 찾을 수 있다. 비용-편익 분석은 조기교육을 위해 정부가 1만원을 지출했을 때 얼마나 많은 혜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를 계산하는 것이다. 연령별 정부 개입 프로그램의 비용-편익은 <그림>에 제시돼 있다. 비용 대비 편익은 5세 이하에 개입했을 경우 가장 효과가 컸다. 대략 1만원 투자 대비 약 7~8만원정도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이 성인에 가까워질수록 개입의 효율성은 점차 감소하게 된다. <그림>에 따르면 빈곤 아동이 성인이 된 다음 장학금을 주고 대학교육을 시키거나 직업교육을 시키는 것보다는 아동이 어렸을 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줘 인지적 혹은 비인지적 발달을 도와주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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