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유산세 과세방식은 상속인의 담세능력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고 여러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분산하도록 하는 유인도 없기 때문에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으로 전환해야
최근 재벌그룹의 3세 경영인들이 그룹 주력기업의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최대주주 등의 유가증권 상속에 대해 10~30%를 가산해 상속재산 가액을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의 가산세를 가정하면 재벌그룹의 상속재산 규모가 워낙 커서 상속공제가 상속세액 산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므로 상속받은 재산의 약 60%를 상속세로 납부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징벌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과도하다고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상속세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의 인격 형성과 교육에서 가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사회나 국가의 역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국가나 지역사회, 민족적·문화적 공동체의 도움 없이 가족이 단독으로 개인을 키워낼 수 있을까? 상속세는 개인이 생존 시기에 축적한 재산 중에서 사회가 개인의 성장과 부의 형성에 기여한 만큼을 사회에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상속으로 이전되는 재산을 직접 일궈낸 당사자가 아니므로 상속재산 중 일부를 사회적 지분으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속세는 상속제도의 한 부분이며 동시에 필수적인 요소다. 유언에 의한 재산의 분배에도 그 한계를 정해주고 사회의 몫을 제외하자는 것이 상속세제도다.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정부재원 확보와 부의 재분배를 위해 필요하다.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의하면 2017년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순자산 10분위 가구의 점유율은 42.1%이고, 순자산을 기준으로 계산한 지니계수는 0.586이다. 자산의 대물림에 대한 과세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러한 자산 양극화 현상 또한 세대를 거쳐 심화될 것이다.
상속세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상속인이 부담하는 상속 이익에 대해서만 상속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해 산출하기 때문에 상속 전 피상속인의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자산 양도 차익에 대한 소득세를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대리인으로서 신고·납부하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의 유산세 과세방식은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해 상속인의 담세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고, 여러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분산하도록 하는 유인도 없기 때문에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은 세율체계의 조정이 없는 경우 상속세수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하므로 세율체계가 조정돼야 한다. 배우자 공제는 배우자가 5억원 이상을 상속받은 경우 최대 30억원 한도로 공제를 적용하며, 5억원 이하를 상속받거나 실제 상속받은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5억원을 공제하는데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5억원의 배우자 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배우자 외의 상속인에게 전액 상속되는 경우에는 배우자 공제를 적용할 수 없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인적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괄공제의 수준도 낮출 필요가 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 승계 시 발생하는 부담을 경감해주려고 도입됐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서 중소·중견기업을 경영한 경우 적용받을 수 있어 가업에 한정된 공제제도라고 보기 어렵고, 상속인이 다른 자산을 통해 상속세를 부담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하는 규정도 취약하다. 따라서 경제적 효용이 증명되지 않았고 혜택이 일부 특권층에게만 귀속되는 가업상속공제제도는 폐지하거나 요건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