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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서의 문장들이토록 특별한 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
김혼비 에세이스트 2025년 09월호

                                                                
김미쇼 『불편한 편의점 북투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긴 해도 아주 높은 확률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만 해도 넷플릭스 봐야지, 유튜브 봐야지, SNS도 봐야지, 게다가 세상에 재밌는 전시회나 연극, 공연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 와중에 읽고 싶은 책 좇아 읽기에도 바쁜 이 시대에 무려 서평을 찾아 읽는 데 시간을 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라면 역시 아주 높은 확률로 책에 관한 책 역시 사랑할 것이다. 이를테면 메리 앤 섀퍼와 애니 배로스가 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나 개브리얼 제빈이 쓴 『섬에 있는 서점』처럼 독서 모임이나 독서 토론회, 저자와의 만남 행사 같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상황들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그 안에서 책 한 권 한 권이 저마다의 영혼에 스며들면서 삶이, 일상이, 성격이, 관계가 조금씩 바뀌어가는 과정이 뭉클하게 담긴 책들 말이다. 책이 책으로 이어지고, 또 책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편의점이 동네의 방범초소가 되듯이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켜진 작은 불빛 하나가 되는 이야기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런 이야기가 픽션이 아니라 당장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실화라면? 

김미쇼 작가가 쓴 『불편한 편의점 북투어』가 바로 그런 책이다. 김미쇼가 창업한 회사 ‘워터폴스토리’의 유일한 소속 작가라는 영광을 누리고 있으며(김미쇼가 어찌나 대담하면서도 세심하게 일을 척척 잘하는지 저런 파트너가 있다는 게 정말 부러웠다) 그의 반려자이기도 한 김호연 작가가 쓴 『불편한 편의점』은 전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올해의 책’으로도 다수 선정됐으며,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돼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해외에서도 많은 북토크를 통해 독자들을 만났는데, 이 책은 그 여정의 중요한 순간들을 김미쇼가 차곡차곡 기록한 책이다. 여행기, 창업기, 집필기, K문학 해외 진출 실전 매뉴얼, 제2의 인생 개척기 등 여러 장르를 망라하고 있는데(각각의 장르로서도 무척 훌륭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앞서 말한 소설들이 현실로 옮겨진, 아니, 소설 속 허구를 뛰어넘은 진짜 사람들이 책 한 권으로 뜨겁게 연결되는 진짜 사랑 이야기다. 이것이 에세이라는 장르의 힘이 아닐까 싶은데, 하나의 책이 하나의 세상이 돼 우리를 연결한다는 것을, 여전히 책에는 당장은 가늠할 수 없지만 잠재적이고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믿을 수 있게 만든 소중한 책이었다.

“한 권의 책이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고, 못다 한 말을 이어주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고, 문장을 기억해 주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독자가 있다는 건 작가뿐 아니라 나 같은 북 프로모터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 - p.40 

그리고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김미쇼 때문이다. 그는 사랑의 센서다. 사랑이 아무리 그 자리에 머물더라도 그걸 발견하는 눈이 없다면 그냥 휘발돼 사라진다. 하지만 그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붙기에 너무 사소해 보이는 친절까지도 놓치지 않고, 무한히 존중하고 성실히 돌려주며, 그것을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남긴다. 그는 ‘북 프로모터’라는,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그러니까 뒤따를 누군가의 동선도, 참고문헌도, 비빌 언덕도 없는 길을 사랑 하나로 뚫어냈다. 새로운 직업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일을 체계화하는 과정은 이 책의 가장 실용적인 부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문학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길이 없으면 길이 되는 사람. 사랑이 있으면 직업이 되는 사람. 그 이야기를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이 세계에 처음 존재하는 장르로 써낸 사람. 그가 쓴 따듯하고 유쾌하고 기꺼이 감동적인 이 책이야말로 우리가 오늘도 책을 펼치는 이유일 것이다. 편의점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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