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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AI 시대에도 사람 중심의 보건·복지 되려면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2026년 09월호
최근 AI 기술이 우리 삶의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진단 보조, 신약 개발, 돌봄 로봇, 복지 급여 심사 등 보건·복지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업무 부담을 줄이고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데 AI가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그 편익의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을 간과한다면 정작 AI의 혜택이 가장 필요한 취약계층이 오히려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AI 시대 우려되는 사안들에 대해 냉철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첫째, 알고리즘에 내재된 편향과 차별의 문제다. 복지 수급 심사 알고리즘이 특정 지역과 소득 계층, 연령대에 편향돼 있다면 오히려 기존의 불평등이 고착될 수 있다. 또한 대도시 대형 병원의 데이터로 학습한 AI 모델이 농어촌 고령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되면 오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둘째,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문제다. 고령층·장애인·저소득층은 스마트 기기와 앱 기반 서비스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AI 기반 비대면 진료와 온라인 복지 신청이 확대될수록 오히려 해당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 

셋째, AI가 노인 돌봄과 정신건강 상담 등 정서적 교감이 핵심인 영역까지 빠르게 침투하면서 대면관계를 통한 정서적 지지라는 복지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되고 고립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데이터 오남용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오류 발생 시 불명확한 책임소재 역시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넷째, 무엇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은 AI가 초래할 고용 불안정이다.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진단, 상담, 행정 심사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던 영역까지 AI가 대체하면서 중간 숙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고용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고용불안은 우리나라 사회보장의 근간인 사회보험 중심 체계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현행 사회보험은 안정적 근로소득과 고용관계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형태의 비정형 근로가 확산하면 보험료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정작 실직 위험이 큰 계층일수록 사회보험의 보호망에서 이탈하는 역설적 상황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우선, 알고리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기적 편향성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AI서비스 확대와 별개로 대면 전화 등 전통적 접근 경로를 병행·보장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돌봄 상담 영역에서는 AI를 인간의 보조 도구로 명확히 하는 가운데 행정 업무는 AI가, 정서적 교감과 최종 판단은 사람이 맡는 역할 분담 원칙을 세워야 한다. 넷째, 고용 충격에 대응해 실직자 재교육과 직무 전환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보건·복지 인력의 새로운 역할 재편을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보험 중심 체계를 넘어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소득과 필요에 기반한 보편적 보장 체계로의 구조 전환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AI는 보건·복지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높일 강력한 도구지만 그 이면에서 진행되는 고용구조의 변화와 사회보장 체계의 균열까지 함께 직시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사람 중심의 가치를 지키는 정책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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