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칼럼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GPU 공급과 수요 미스매치 해결할 겁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 2026년 09월호

안재만
베슬AI 대표

AI 시대에 맞게 사업모델을 전환하고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라는 어느 회사의 소식을 들었다. ‘네오클라우드(neo cloud)’라는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었다. 성장세가 믿기지 않아 그 주인공인 안재만 베슬AI 대표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안 대표는 회사 성장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베슬AI의 회계상 매출은 30억 원 내외였습니다. 올해는 회계에 잡히는 매출만 1천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 중입니다.” 

네오클라우드는 요즘 뜨는 새로운 용어다. 쉽게 풀면 AI 연산에만 특화된 클라우드다. 안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GPU로 하는 일이 결국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추론을 돌리는 겁니다. 특히 수천 장 단위로 대규모 학습을 하려면 GPU끼리 어떻게 연결할지, 전력과 냉각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데이터센터 설계부터 다른 거죠.”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기존 클라우드는 실시간서비스부터 저장장치까지 모든 것을 범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네오클라우드는 인프라 전체를 대규모 학습과 추론에 맞춘다.

창업 초 머신러닝 개발·운영 자동화 SW 공급했으나
추론에 특화된 GPU 대여하는 네오클라우드에 올인   

안 대표는 창업하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13년 컴퓨터그래픽스 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회사인 데브시스터즈에 들어갔다. 카카오톡의 게임 플랫폼을 통해 쿠키런이라는 게임이 소위 ‘대박’ 터지던 때였다. 인프라팀에서 하루 1천만 명이 쓰는 서비스를 감당했다. 당시 AWS가 한국에 막 들어오던 시기였다.

전환점은 뜻밖의 곳에서 왔다. 부모님이 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 상황에서 제가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게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이라도 의대에 진학해 치료제를 만들까 싶었죠. 그런데 10년은 걸릴 것 같았습니다. AI라면 이 문제를 좀 더 빨리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2018년 의료 AI 기업 에이아이트릭스로 옮겨 입원 환자의 심정지를 예측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거기서 또 다른 벽을 만났다. 회사는 사업이 되는 일을 해야 하니 그가 풀고 싶은 문제를 곧장 해결할 수 없었고, 의료 분야는 인허가와 데이터 확보에 걸리는 시간도 길었다. “제가 직접 문제를 푸는 건 너무 오래 걸리겠더라고요. 그런데 같은 문제를 붙들고 있는 연구자가 전 세계에 수백 명입니다. 이들의 속도를 조금씩 빠르게 해준다면 어쩌면 이 문제가 풀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안 대표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대규모 IT 인프라 운영 기술로 가장 많은 사람에게 닿는 일을 하기로 하고, 2020년 4월 베슬AI를 창업했다. 시작은 소박했다. 연구실에서 GPU 서버를 누가 언제 사용할지를 엑셀로 관리하는 광경을 보고 이를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카이스트 AI대학원, 서울대 공대, 연세대 AI대학원에서 이를 구매했다. 이것이 발전해 머신러닝 개발과 운영을 자동화하는 머신러닝작업(MLOps) 소프트웨어가 됐다.

하지만 5년쯤 지나니 한계가 분명해졌다. 고객사마다 인프라 구성이 달라 결국 사람이 직접 그 인프라를 들여다봐야 했다. 소프트웨어를 파는 게 아닌, 사실상 용역이었다. 구매할 수 있는 고객사도 GPU를 많이 가진 곳으로 한정돼 더 이상 사업 규모를 키우기가 어려웠다. “글로벌하게 성장하는 회사를 꿈꾸고 합류한 팀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고 느꼈습니다.”

돌파구는 이미 손안에 있었다. 2023년부터 스타트업 고객사들이 “GPU가 없는데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서 뭘 하겠냐”고 해 베슬AI가 GPU를 함께 붙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스캐터랩, 야놀자, 뤼튼테크놀로지스 같은 고성장 스타트업들이 그렇게 고객으로 들어왔다. 지금의 네오클라우드의 아주 작은 원형이었다. 지난해 10월 베슬AI는 소프트웨어를 접고 클라우드에 전부를 걸기로 결정했다.

결정 직후 관심이 폭발했다. 기존 고객들이 “몇십 장 말고 1천 장, 2천 장은 없냐”고 묻기 시작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도 1년에 수백억 원을 GPU에 쓰는 건데, 대규모 학습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인프라를 짜줄 수 있는 사업자가 없었던 겁니다. 저희는 5년간 그걸 해왔던 거죠.”

베슬AI의 무기는 유연함이다. 대부분의 사업자는 3년 약정을 걸어야 GPU를 내준다. 장비가 워낙 비싸 중간에 빼고 넣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저희는 첫 4개월은 4천 장으로 사전학습을 하고, 그다음에는 500장으로 줄이라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받는 쪽에서는 차원이 다른 제안이죠.” 오히려 단가는 높게 받고 빈 GPU를 다른 고객으로 채워 전체 수익률을 올린다. 5년간 남의 GPU를 굴린 경험이 여기서 나온다.

기존 클라우드의 장기 계약과 달리 유연한 대여가 강점…
GPU 20만 장, 매출 6조로 2030년 글로벌 3위가 목표

성과는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매출의 절반가량이 해외에서 나온다. 수요는 대부분 소개로 들어온다. 심지어 베슬AI에 투자하지도 않은 미국 VC들이 “우리 포트폴리오 고객사가 GPU를 못 구하고 있는데 갖고 있느냐”며 연결해 주기도 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쌓은 관계가 뜻밖의 영업망이 됐다.

하지만 AI시장이 너무 과열된 것은 아닐지, 급락에 대비한 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답은 단호했다. “대비하지 않습니다. 대비하는 순간 이도 저도 못하고 스케일업도 할 수 없으니까요.” 근거 없는 배짱은 아니다. 그는 AI 수요가 폭증하는 데 회사의 미래를 걸겠다고 했다. 한 사람이 AI 에이전트에게 하루 종일 일을 시키려면 이전에 쓰던 수백 토큰의 100배인 수만 토큰을 써야 한다.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아직 전 세계의 0.1%밖에 안 된다. 여기에 피지컬 AI와 과학연구용 AI, 나라마다 짓는 소버린 AI가 겹친다. 반면 공급은 HBM 생산량과 패키징에서 막혀 있다. “수요는 최소 몇십 배 늘 게 뻔한데 공급은 단기간에 늘 수가 없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판에서 한국의 위치가 특이하다. “GPU 밸류체인의 병목이 공교롭게도 한국에 다 있습니다. HBM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들잖아요.” 여기에 전기 품질이 좋고 데이터센터 정책 지원도 있다. 한국의 공급으로 미국의 수요를 받는 것, 그것이 그의 전략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AI 데이터센터에 쏟는 돈에 대해서도 그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본다. “저희는 글로벌 소매시장을 잘합니다. GPU를 가져오시면 저희가 수요를 책임지겠다고 말씀드리죠. 확실한 수요처가 있어야 그분들도 투자를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좋은 데이터센터를 지어도 사용할 사람을 데려오지 못하면 빈 건물이다. 리벨리온 등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도 같은 맥락이다. 자사의 고객 기반에 국산 칩을 얹으면 수요가 자연히 만들어진다.

정부는 AI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의 미래를 걸 세 축으로 삼고 있다. 그중 데이터센터는 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의 GPU를 전 세계에 팔아 채워 넣는 회사가 있어야 투자가 돌아온다. 베슬AI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베슬AI의 목표는 2030년 네오클라우드 글로벌 3위다. 숫자로는 GPU 20만 장, 자본지출 20조 원, 연매출 6조 원. 현재 보유량은 7,500여 장이다. 올해 1만 장, 내년 5만 장을 거쳐야 닿을 거리다. 60명이 안 되는 조직이 감당하기에 아득해 보이는 계획이다. 한때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던 법인도 한국으로 되돌렸다. “기업가치가 커지면 한국 회사라는 게 불리하지 않습니다.”
그의 창업 5년은 화려하지 않았다. 엑셀로 GPU를 관리하던 연구실을 찾아다녔고, 소프트웨어가 팔리지 않아 팀원들이 흔들리는 시간을 견뎠다. 그렇게 남의 GPU를 운영하는 법을 익힌 덕에 수요가 몰려왔을 때 받아낼 수 있었다. 한국의 AI 데이터센터를 채우고 세계로 내다 파는 회사, 베슬AI의 도전을 응원한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