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칼럼
K인사이트AI 시대 청년정책 규모만 키워선 안 되는 이유
한요셉 KDI 교육·노동혁신연구팀장 2026년 09월호
바야흐로 AI의 시대다. 이제는 주변에서 AI를 쓰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AI 모형들이 제공하는 ‘인공적 지능’은 이제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우리의 제한된 지능을 보완해 주고 있다. 비록 100%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법률·의료·금융·기술·교육·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충분히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준다. 필요한 해외 문헌을 검색하고 번역하며, 각종 뉴스를 수집해 동향을 분석할 뿐 아니라 개념만 제시하면 프로그램 코드나 강의 슬라이드 등도 척척 작성해 준다. 

AI가 인간의 노동 일부를 대체할 것은 분명하지만, 일자리 총량이 줄어들지는 분명하지 않다. 가장 최신 AI 모형의 경우 현재 존재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에서 사람의 평균적인 수준을 능가하고 있으므로, AI 도입 및 운영 비용이 충분히 낮다면 해당 업무들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업무 일부가 자동화된다고 해서 일자리가 반드시 줄어들지는 않는데, 기존 일자리의 업무 구성이 바뀌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업무들로 구성된 새로운 일자리가 출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 총량은 일부 예외적 시기를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최근에도 AI와 관련된 고용 총량이나 임금의 감소는 관찰되지 않는다. 개인의 업무시간을 다소 줄이고 여가시간을 좀 더 늘리는 정도의 효과가 눈에 띄는 정도다. 

다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좁았던 채용문이 AI 등장 이후 더욱 좁아지고 있다.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혹은 기업의 AI 도입이 활발한 지역에서 청년 고용이 다른 연령대 고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AI 바우처를 지원받은 기업의 신규채용이 뚜렷이 감소한다는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결과들로부터 곧바로 AI가 경력초기 노동을 직접적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지만, AI의 등장이 청년 일자리 상황 악화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대학 재학생들의 경우 진로와 관련된 불확실성에 더해 교육 과정에서 AI 사용과 관련된 이중 혼란을 겪고 있다. 한편에서는 과의존이나 인지 외부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AI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기존의 커리큘럼을 유지하는 가운데 과거의 필기고사나 구술시험 등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게 AI 사용을 전면 허용하고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AI를 통합한 새로운 교수학습 및 평가방식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분명한 방침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AI, 청년 취업에 과도기적 혼란 넘어 구조적 변화 낳아…
청년 지원 예산은 충분하나 대증적 처방들에 머물러

현재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시적인 과도기적 혼란을 넘어 지속적인 구조적 변화도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AI 시대 청년이 걸어갈 생애경로는 과거의 청년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첫째, 기존의 교육체제가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목적과 내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교육의 지식 전수 및 노동시장 신호 기능은 지금보다 약화되고, 학습 능력의 학습(learn how to learn)이나 전통적인 인격 도야, 리더십 배양의 중요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교육을 마치고 노동시장으로 이행하는 경로는 기존보다 다양화될 것이다. 교육을 통해 얻는 성과의 지속기간이 짧아지면, 기존처럼 교육투자가 생애 초반에 집중돼야 할 이유는 줄어들고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쉬울 것이다. 셋째, 비록 노동시장의 구체적인 변화 방향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고용과 임금의 변동성 자체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제약이 완화되면서 경제적 이해타산에 따른 일자리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소득의 구성이 다양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 청년층의 소득원은 정규직 일자리 임금 외에도 미니잡, 창업, 금융소득 등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단순히 기존 청년정책의 지원액을 늘리거나, 청년정책의 가짓수를 늘리거나, 혹은 청년정책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존에도 성공적 사례는 드물었다. 2010년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청년 일자리정책이 다양하게 도입됐다.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제,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청년근로장려세제 등 다양한 방식의 사업들이 도입된 바 있다. 2020년 「청년기본법」 시행 이후로는 전통적 범주를 벗어나 금융, 자산형성, 주거, 복지, 문화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됐다. 청년도약계좌와 청년미래적금,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청년 월세 지원 및 공공임대주택 공급,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도전지원사업, 청년문화예술패스 등의 사업들이 시행됐거나 시행 중이다. 청년의 순유출을 줄이고 지역 내 정주를 확대하기 위한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이나 지방정부 차원의 사업들도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청년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계속돼 왔음에도 청년정책의 성과는 초라하다. 청년정책 중앙행정기관 예산은 2021년 21조6천억 원에서 2025년 28조2천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2025년 재정지원 일자리 예산 전체(30조4천억 원) 혹은 연구개발(R&D) 예산 전체(29조6천억 원)에 육박한다. 지방정부의 청년정책 예산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와 과학적 방법론에 따른 잘 조율되고 통합된 정책체계가 있지는 않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급격한 변화를 겪는 대증적 처방들의 집합체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정책 거버넌스 역시 단순 취합 기능에 가까우며, 실질적으로 조율되거나 통합된 정책을 기획·운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상황에서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록 청년층 고용률이나 실업률 같은 수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개선됐으나, 임금과 같은 고용의 질은 전체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고 고립·은둔 청년의 비중이나 청년층 자산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교육 부문은 수요자 중심의 접근 확대하고
다양화되는 생애경로에 대한 맞춤형 통합 지원 제공해야

AI 시대를 맞아 청년정책은 과거와 달라질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빠른 변화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유연하고 민첩해져야 한다. 또한 AI 시대가 가져오는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므로 개별적이고 대증적 차원에 머무르지 말고 종합적이고 구조적 차원의 대응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양화되는 생애경로에 대한 맞춤형 통합 지원이 가능하려면 청년정책 거버넌스의 혁신도 필요하다. 

현재 가장 시급한 부문은 교육 부문의 대응인데, AI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교육 설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과도기적 혼란과 인적자본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교육수요자 중심의 접근이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제도적 차원의 유연성과 맞춤형 노동시장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AI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교육과 훈련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교육–노동 연계 행정데이터를 활용한 심층 연구와 증거 기반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종합적 대응 역시 시급하다. 교육혁신 외에도 노동 경직성을 완화하고 과도한 자동화 유인을 낮추는 한편, 고용서비스를 고도화하며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해 일자리 창출 속도를 높이는 등 전방위적인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정책 거버넌스의 혁신도 요청된다. 일반화된 이행 단계(교육–일자리–자산형성–주거 등)를 전제로 일부 병목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은 앞으로 더욱 명확한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각 개인이 독자적 생애경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공정한 기준에 따라 제공하는 통합적 접근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