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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아티스트와 팬덤을 연결해 글로벌 엔터테크 1위가 될 겁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 2026년 10월호
김미희
빅크 대표
 
2018년 8월호 『나라경제』에서 앱 하나를 소개한 적이 있다. 중국어 회화를 연습할 상대가 없어 답답하던 차에 만난 ‘튜터링’이었다. 앱을 열면 예약 없이도 대기 중인 원어민 교사와 20분씩 1대1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앱을 만든 김미희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갤럭시 UX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사내 공모전에서 탈락한 아이디어를 들고나와 사업을 시작한 3년 차 창업가였다. “지금 창업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라고 했던 그를 8년 만에 다시 만났다. 튜터링을 회원 150만 명 규모로 키워 매각하고 2021년 다시 창업한 회사는 빅크(BIGC), 교육이 아니라 K팝과 K컬처를 다룬다.

빅크가 하는 일은 아티스트의 월드투어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이다. 티켓 판매, 콘서트 실시간 중계, 굿즈 커머스, 팬 투표 이벤트, 팬 데이터 분석까지 하나로 묶었다. 회사는 이를 ‘올인원 디지털 베뉴(All-in-one Digital Venue)’라 부른다. “아티스트 한 팀이 월드투어를 돌려면 보통 온라인 플랫폼 6~7곳과 계약을 맺고 해지하기를 반복합니다. 그걸 하나로 합치자는 거였죠.” 현재 232개국에서 390만 명이 빅크에 가입해 있다. 이 가운데 74%가 해외 회원이며 한 번 결제한 사람이 다시 결제하는 비율은 81%에 이른다.

K팝 월드투어 티켓·중계·커머스 한데 묶은 플랫폼…
가입자 전 세계 390만, 매출 3년 연속 두 배 이상 성장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회원 수가 지난 3년간 연평균 700% 넘게 늘었다. 매출은 3년 연속 매년 두 배 이상 뛰었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58% 늘어난 112억 원을 기록했다. 프로젝트 하나당 버는 돈의 단위가 달라졌다. “IP 하나당 평균 매출이 몇백만 원 수준이었는데 3년 만에 억대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창업 당시 회사의 미션은 ‘크리에이터의 가치를 극대화한다’였다. 창업 초기에 여러 분야 창작자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수익화하는 모델을 구축했는데 수많은 카테고리 중 유독 한 곳만 폭발했다. “그중 하나가 K팝이었는데 너무 잘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 분야에 집중하자고 했습니다.” 미션의 ‘크리에이터’는 ‘아티스트’로 바뀌었다.

방향을 틀고 나서는 고객이 회사를 이끌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라이브 중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때마다 서비스를 새로 만들어 붙였다. 커머스를 붙이고, 티켓팅을 붙이고, 팬 마케팅을 붙였다. 2024년만 해도 매출의 70%가 콘서트 한 건씩 중계를 따내는 계약에서 나왔는데, 지금은 월드투어 전체를 맡는 통합 계약이 매출의 75%를 차지한다. 배우 겸 가수 박지훈이 좋은 사례다. 단종 역을 맡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을 모으면서 해외 팬층이 두터워졌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팬미팅은 전석 매진됐고 빅크는 이를 이틀 내내 전 세계로 생중계했다. 또한 지난 5월 도쿄에서 출발해 11개 도시를 방문하는 아시아 팬콘서트 투어 일정 전체도 맡았다. 현지 무대 제작은 로컬 공연사가 하고 기획·연출 총괄은 빅크가 담당했다.

K팝은 김 대표에게 시장이기도 하지만 시험장이기도 했다. “팬들이 너무 적극적이에요. 투표 하나를 열면 전 세계에서 팬들이 참여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라도 잘못하면 전 세계 언어로 욕을 먹어요.” 팬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빅크 사용법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했다. “튜터링 때는 마케팅비를 어마어마하게 썼습니다. 그런데 마케팅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전 세계 팬을 한 번에 부를 수 있는 건 K콘텐츠의 힘이에요. 말이 안 되는 파워입니다.”

전 세계 공연시장 1위인 미국 라이브네이션은 연 매출 35조 원을 달성하고 있지만 사업 축은 오프라인에 있다. “온라인에서 티켓팅과 라이브 스트리밍, 커머스를 동시에 제대로 하는 회사는 아직 없습니다.” 그 빈자리를 파고든 힘은 기술과 팀이었다. 튜터링 시절 개발 총괄이 지금 빅크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기술경영자(CTO)다. 튜터링에서 만든 실시간 통신 기술을 콘서트로 옮겨 중계 지연시간을 0.5초까지 줄였다. 유튜브는 15초쯤 걸린다. “팬미팅에서 아티스트가 말을 걸었는데 20초 뒤에 답이 오면 소통이 안 되잖아요.” 기술력은 트래픽 처리에서도 빛을 발했다. 2023년 대형 K팝 시상식 투표를 맡았을 때 3주 만에 4,500만 명이 몰렸다. 열자마자 1초 만에 300만 명이 투표했다. 서버가 터질 상황을 AI 예측으로 넘기며 서버 비용을 90% 줄였다.

다음 승부처는 글로벌 팬덤 데이터 활용한 ‘엔터 OS’…
음악·공연 분야 투자, 양극화 개선이 과제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4년 동안 15개가 넘는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절반 이상이 죽었다. 지금 살아 있는 건 8개다. 2024년 11월 애플 비전 프로가 한국에 출시되자 빅크는 다음 날 VR 콘서트 서비스 출시 기사를 냈다. “쫄딱 망하고 바로 접었습니다.” 김 대표는 이 속도를 회사의 체질로 설명했다. “빨리 만들고 빨리 접습니다.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그 소스를 다시 써서 시장이 원하는 걸 빠르게 붙일 수 있는 문화가 돼 있어요.” 실패하면 실패했다고 분기마다 그대로 보고했는데도 초기 투자사들은 두세 번씩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8월에는 18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를 마무리했다.

그 자금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부족한 영역을 채우기 위한 인수 작업에 나섰다. 팬덤 커뮤니티 ‘블립’과 K팝 데이터서비스 ‘케이팝레이더’, 그리고 15년 된 음악방송 ‘더쇼’의 사업권과 유튜브 채널을 잇따라 인수했다. 케이팝레이더는 5년간 아티스트 800팀을 추적해 13억 건의 팬덤 데이터를 쌓았다. 이 데이터의 활용이 빅크의 다음 승부처다. “월드투어시장이 아직 원시적이에요. 브라질에 몇 석짜리 공연장을 잡을지 현지 에이전트에게 전화로 물어봅니다. 5천 석 규모인데 5만 석을 잡으면 그대로 손실이잖아요.” 국가별 팬덤 규모를 먼저 데이터로 확인해 위험을 줄이고 10개 도시를 돌던 아티스트에게 팬덤이 있는 도시 20곳을 더 찾아주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이 방향을 ‘엔터테인먼트 OS’라고 부른다.

더쇼를 인수한 뒤에는 국내 방송 최초로 애플뮤직 외부 큐레이터 자격을 따냈다. 틱톡과 제휴해 라이브 방송을 동시 송출하자 디지털 시청 지표가 15년 만에 최고치의 50배를 넘었다. 또한 유니버설뮤직그룹과 한국 총판 계약을 맺고 비틀스 서울 에디션 굿즈를 기획해 현대백화점 11개 점포에 깔았다. K팝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새 전체 IP의 50% 수준으로 내려왔다.

정부에 바라는 것을 물었다. 답은 돈의 흐름이었다. “영화와 드라마는 투자시장이 잘 닦여 있는데 음악과 공연 분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거의 없습니다. 심사 절차가 복잡하고 콘서트 하나에 수익 모델이 여러 개 걸려 있으니 설명하기도 어렵고요.” 김 대표는 상위 기획사 몇 곳에 매출이 쏠리고 중간 이하가 무너지는 양극화를 가장 걱정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건 반도체와 K콘텐츠입니다. 지금의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는 M&A시장 문제를 지적했다. 인수합병이 사실상 막혀 있어 엑싯(exit) 경로가 코스닥 하나뿐이고, 그러다 보니 해외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조차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때는 국내 상장기업의 밸류에이션 배수를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5년 뒤 어떤 회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글로벌 엔터테크 1위”라고 답한 뒤 곧바로 덧붙였다. “아직은 꿈입니다.” 8년 전 첫 창업에 나선 창업가는 이제 두 번째 회사를 글로벌 무대에서 키우고 있다. 첫 창업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 고객을 읽는 눈, 투자자를 설득하는 방식, 좋은 팀을 모으는 역량을 키웠다. 빨리 만들고 빨리 접으며 빠른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는 것. 그것이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빅크가 보여준다. 대기업을 나온 이 인재가 창업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더 큰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지난 15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낸 성과일 것이다. 빅크가 K컬처와 함께 세계 무대를 디지털로 바꾸는 회사로 자라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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